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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에서 일상적 기호에 대한 회화적 접근 (페이지 108-114)

인간이 만든 사물들이란 일반적으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필요와 삶에서 의 유용성이라는 목적에 의해서 그 존재 의미가 정의 되어왔다. 이러한 이해방 식에 따르면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자연의 추위와 더위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만으로는 현대사회에서 극명하 게 드러나는 현상인 ‘동일한 물리적 요구에 사용되는 사물의 다양성과 기능적 요소 이외의 과잉성’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이 시간에도 계 속 새롭게 제작되는 자동차, 신발, 휴대전화, 안경, 음료수, 볼펜 등과 그것들의 소비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설명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일찍이 조지 바살라(George Basalla)는 “필요와 유용성만으로는 인류가 만들어낸 인공 물의 새로움을 설명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그 밖의 다른 설명을 찾게 된다.”86) 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사물의 다양성이나 과잉성을 설명하 기 위해서는 실제 삶에서 사물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86) 조지 바살라,『기술의 진화』, 김동광 역 (서울 : 까치, 1996), p. 11.

오늘날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소비는 단지 ‘써서 없애버리는 것’이라는 경제학 적 의미를 넘어선다. 경제학적 의미로서 소비는 소모적인 활동으로 생산의 반대 지점으로 향해 움직이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소비에 대한 이러한 이해방식은 현 실의 경험적 고찰만으로도 그 타당성을 상실한다. 물론 현대 소비사회에서의 소 비는 사물의 기능을 취한다는 의미를 포함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행복, 풍요로 움, 권위, 새로움과 같은 의미들을 유통시킨다. 소비를 통해 이러한 의미들이 유 통되는 것은 소비의 대상이 사회 내에서 기호적 성격을 가질 뿐만 아니라 그것 들의 소비활동이 기호들을 교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보드리야르는 “재화와 차별화된 기호로서의 사물의 유통, 구입, 판매, 취득은 오늘날 우리들의 언어활 동이며 코드인데, 그것에 의해서 사회 전체가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에 대해서 말한다.”87)라고 지적함으로서 사물들의 소비를 언어활동과 코드를 통한 기호의 교환행위로 보았다.

사물이 사회 내에서 하나의 기호로 작용함에 따라 이제 소비는 자신을 드러내 는 하나의 사회적 행위가 된다. 이는 오늘날 사물의 소비가 개인적인 필요의 충 족이라는 의미보다 타인을 행한 몸짓이자, 타인에 의해서 읽혀지기를 기다리는 그 무엇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즉, 사회적 좌표 내에서 ‘나’를 표현하고 확인하는 수단인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서 소비와 사물이 존재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변화된 환경을 지적한 바 있다.88) 이러한 교환과정에서 사물은 주체들 자신을 드러내고 환경에 대한 그들의 적응과 저항을 드러내는 생산적인 기호로서 작용한다. 오늘날 사물의 소비는 기호의 교환과정이자 생산과정으로 존재하는데, 유행은 기호의 생산과 교환현상이 구체적 형상으로 발현된 하나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유행이란 “보통 사람의 일상적 삶에까지 불어 닥치는 바 람”89)을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바람이란 다름 아닌 ‘기호의 소비’가 끼치는 영향

87)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이상률 역 (서울 : 문예출판사, 1991), p. 104.

88) ibid., p. 129.

89) 강준만, 『우리는 왜 유행에 약하나』 (서울 : 지성과 패기, 1995년 3-4월), p.198.

인 것이다.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는 기호의 소비로서, 혹은 타인과 같은 집단에 속해 있음을 나타내는 기호의 소비로서 유행의 바람은 멈추지 않고 불어 댄다. 오늘날 유행의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 그리고 유행이 바뀌는 주기 가 짧아지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 내에서 기호의 교환이 숨 가쁘게 일어나고 있 음을 증명한다. 그것에 대한 좋은 예로서 요즈음의 동남아와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한류’90)의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대중매체는 기호의 생성과 활발한 교환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대중성과 탁월한 전파력을 바탕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해 낼 뿐만 아니라 지배계급의 논리를 지탱하는 교환 코드들을 교육하고 유통시킨 다. “대중매체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생산된 이미지들은 대중의 마음속에 심어져 산업사회의 생산체계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행동을 만드는데 기여하였다.”91)라는 앨빈 토플러의 지적은 대중매체의 이러한 영향력을 잘 설명해준다. 여기에서 ‘표 준화된 행동’은 공통된 코드를 바탕으로 행해지는데, 그 코드의 생산과 유통에 대중매체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코드는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관념들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볼프강 프리츠 하우크(Wolfgang Fritz Haug)는 이것을 상품미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상품미학’은 상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가상공간이다. 그 것은 이데올로기적 공간이며, 신화적 공간이다. 하우크는 『상품미학비판』 독어 본 제8판의 서문에서 상품미학을 자본주의하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 중의 하나로

90) 한류(韓流) : 한국문화의 분위기를 일컫는 말로서 1996년 한국의 TV드라마가 중국에 수 출되고 , 2년 뒤에는 가요 쪽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에서 한국대중문화의 열풍이 일기 시작하였 다. 한류는 중국에서 일고 있는 이러한 대중문화의 열기를 표현하기 위해 2000년 2월 중국 언론이 붙인 용어이다. 이후 한국대중문화의 열풍은 중국 뿐 아니라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드라마, 가 요, 영화 등 대중문화만이 아니라 김치, 고추장, 라면, 가전제품 등 한국 관련 제품의 이상적 인 선호현상까지 나타났는데,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이러한 모든 현상을 가리켜 한류라고 한 다.

91) 앨빈 토플러, 『제3의 물결』, 이규행 역 (서울 : 한국경제신문사, 1993), p. 198.

묘사하고 있다.92) 오늘날 광고는 상품미학을 만들어내고 유통시키는 중요한 매 개물이다. 현대 사회에서의 광고는 제품의 사용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여 소 비자로 하여금 제품을 정확히 판단하고 구입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존재하 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소비의 중요한 추진력인 신화를 만들고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유통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찍이 존 버거는 “광고는 소 비사회의 문화이다. 광고는 이미지를 통해 바로 이 소비사회가 스스로에 대해 갖는 신념을 선전한다.”93) 라고 소비사회에서의 광고의 역할에 대해 지적하였 다. 예를 들면 우리는 광고를 통해 남성다움, 여성스러움, 교양, 권위와 같은 다 양한 사회적 가치들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지를 보고 듣는다. 광고는 소비를 사회적 활동으로 만드는 욕망들을 불러냄으로서 이 모든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 든다. 여기에서 욕망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확인된 자신의 결핍으로부터 탈출 을 꿈꾸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욕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채우려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항아리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채 우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욕망의 본질은 자크 라캉94)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통

92) 볼프강 프리츠 하우크, 『상품미학비판』, 김문환 역 (서울 : 이론과 실천, 1991), p. 9.

93) 존 버거, 『광고이미지와 소비문화』, 최 민 역 (서울 : 시각과 언어, 열화당, 1988), p. 151.

94)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1981) : 프랑스 정신 병리학자. 파리 출생. 고등사범학 교에서 처음에 철학, 후에 의학·정신 병리학을 배웠다. 1932년 학위 취득 후, 생 안나 병원의 학부에서 임상을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1952년 국제정신분석학회로부터 제명되자, 이듬해 파 리정신분석학회를 조직하여 스스로 지도자가 되었는데, 죽음을 한 해 앞두고 이 학회를 스스 로 해산하여 화제를 모았다. 1966년 논문집 『에크리』의 간행으로 갑자기 유명해지고 구조 주의자(構造主義者)의 한 사람이 되었다. 1953년에 시작된 세미나는 1964년부터 고등사범학 교, 1969년 벵센 파리 대학으로 옮겨 계속되었고 많은 청중을 모았다.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 석학에 언어가 망각되었음을 지적하고 프로이트로 되돌아갈 것을 제창하였다. 프로이트의 ‘오 이디푸스 상태’보다 ‘경상단계(鏡像段階)’가 앞선다는 것을 주장하였고, 또 환자의 언어에 밑바 탕이 되는 무의식은 ‘언어와 똑같이 구조화되어 있다’고 말하였다. 이 말(파롤)이 소기(所記;

시니피에)가 아니고, 능기(能記;시니피앙)의 연쇄를 나타내고 있는 데 착안하여, 연쇄방식으 로 비유(比喩), 특히 은유(隱喩;메다포=抑壓)와 환유(換喩;메토니미=置換)의 구별을 중시하 였다. 또 파롤을 이끄는 것은 요구가 아니고, ‘타자(他者)’의 욕망이라 하여 ‘파르스’가 그 대 상이며 중심적 능기라고 하였다.

해 더욱 구체화 된다.

무의식적인 욕망은 결코 소멸될 수 없다. 결코 만족될 수 없으며 단순히 소멸 되지도 않는 욕구가 없다면 욕망도 가능하지 않겠지만, 그러한 상태는 곧 유기체 자체의 파멸을 의미할 뿐이다.95)

우리의 삶은 서로 다른 욕망들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고, 그것들을 채우려는 행위들의 순환 속에 자리한다. 소비사회의 특징인 생리적 욕구에 필요한 충족 부분을 넘어선 잉여소비는 이러한 욕망과의 관계 속에서도 파생된다. 소비사회 에서 욕망은 스타일에 의해서 자극된다. 그것은 강력한 자기표현 형식, 즉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각인시키는 방식인 것이다.96) 스타일97)은 오늘 날 언어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소통되는 언어이다. 이러한 차원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도덕적인 관점은 사물의 본래 용도를 위한 소비가 아닌 스타일의 소비를 잉여소비라는 다소 부정적 뉘앙스를 포함한 용어로 담아낸다. 잉여소비는 그들 에게 소모적 낭비 이상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 보드리야르의 지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행위 자체로 긍정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낭비를 체계의 역기능으로 보는 도덕적 시각은 그 진정한 기능을 밝혀줄 사회적 분석에 의해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모든 사회는 엄밀하게 필요한

95) 자크 라캉, 『욕망이론』, 민승기 외 역 (서울 : 문예출판사, 1995), p. 81.

96) 스튜어트 유웬, 『이미지는 모든 것을 삼킨다』, 백지숙 역 (서울 : 시각과 언어, 1996), p. 38.

97) 스타일(style) : 스타일이란 물런 의상이나 그림, 건물, 자동차 등 다양한 사물들의 외형 적 특징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타일은 하나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누가 옷을 어떻게 입는가, 어떤 음악을 즐기는가, 머리털을 어떤 모양으로 하는가 등의 스타일들은 그것이 속한 문화의 특징을 드러 내는 표현방식이 된다. 펑크족은 펑크 스타일의 옷과 머리 모양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그 사 회 내에서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또 사회적으로 승인받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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