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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에서 일상적 기호에 대한 회화적 접근 (페이지 55-62)

먼저 일상에 대한 기호화의 의미와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기호에 대한 일 반적인 고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호란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하면 서부터 표현과 전달을 위한 방법으로 존재해 왔다. 원시 미술은 인간이 암벽에 손바닥을 눌러 찍은 후 그 자국에 색칠을 하거나, 손의 윤곽을 따라 선으로 긋 는 행위로부터 시작 되었다. 즉 미술은 원시인이든 어린이든 간에 낙서로부터, 그리고 의미 있는 기호에 대한 일시적 인식으로부터 발전한다.39)

39) 허버트 리드, 『도상과 사상』,김병익 역 (서울 : 열화당, 1988), p. 23.

또한 기호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첫째로 지시의 의미가 있으며 둘째로는 전통적으로 약속되어진 기호, 상태, 상징으로서 어떤 내용을 재현하기 위해 간략 하게 요약한 것, 그리고 어떤 생각, 명령, 결정을 나타내고 전달하는 몸짓이나 움직임 등으로 정의 할 수 있다.

인간은 항상 온갖 기호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때부터도 그 수단으로 음성언어나 문자, 약호, 신호 등과 같은 비언어적 기호들을 사용하 여 표현해왔다. 기호는 감각유형에 따라 시각기호(문자), 청각기호(언어), 촉각기 호(점자), 후각기호, 미각기호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그것은 모두 기호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감각적으로 포착되는 기호의 특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호의 의미는 다의적이며 어떤 내용을 상징하고 전달하는 기능을 갖는데, 이러한 전달의 과정은 기호(형식)와 의미(내용)가 상호 관련되어 기호기능을 갖 게 된다.

기호란 ‘어떤 뜻을 나타내기 위한 문자나 부호’로 정의할 수 있으며 좀 더 확장 된 의미로서 현상(現象)까지도 기호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기호가 갖는 가장 큰 특징으로 일대일(一對一) 대응관계로서 ‘신호(信號)’적 성질과 ‘신호의 신호’로 서 일대다(一對多) 대응관계를 갖는 ‘상징(象徵)’의 성질을 들 수 있다. 신호는 항상 특수한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한정된 자연대상을 가리키는 것에 반해 상징 은 우리가 좀 더 자유롭고 넓은 행동세계를 획득할 수 있는 영속성(永續性)과 보편성(普遍性)을 띄고 있다.

연구자는 이러한 기호의 상징적 성질을 이용하여 기호를 일상적 언어에서 예술 적 언어로 전환하고자 한다. 인간은 상징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여기 에서 상징력 이란 “외계의 사물과 사건들에 자유롭게, 또한 인위적으로 의미를 창작하고, 결정하며, 부여하는 능력이며, 또한 그러한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40)을 말한다. 즉 우리는 이러한 상징을 통해 능동적으로 외계의 사물과 관

40) 레슬리 A. 화이트, 『문화의 개념』, 이문웅 역 (서울 : 일지사, 1993), p. 10.

계 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사물들이 실제 삶의 개별 주체들 에게 동일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지 않는 것은 그 사물과 수용 주체들과의 관계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방식의 차이는 서로 다른 의미를 만 들어 낸다. 따라서 한 사물의 실존적 존재의미는 동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미들은 개별적 차원에 머물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 내에서 소통된다. 이 과정에서 사물들 자체는 물론이고 그 관계방식 자체 도 하나의 기호가 된다. 기호는 보여 지는 것 이상이다. 우리는 하나의 기호를 통해 기호로서의 대상을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통로에 의해 연결된 의미를 읽어낸다. 때문에 기호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가시적인 대상으로서의 기 호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지시하는 의미들, 그리고 그들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기호체계, 더 나아가 기호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주체들과 맥락들의 관계 성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호체계에 대한 연구를 소쉬르는 다음과 같이 ‘기호학’이라는 용어로 담아내었다.

사회생활 속에 있는 기호의 삶을 연구하는 과학을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사회 심리학의 일부분을 이룰 것이며, 따라서 일반 심리학의 일부분을 형성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호학이라고 부르기로 한다.41)

소쉬르는 오늘날 기호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체계를 마련하였다.42) 그는 하나의 41) 페르디낭 드 소쉬르, 『도상과 사상』, 최승언 역 (서울 : 민음사, 1994), p. 27.

42) 기호에 대한 연구는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국의 철학자 퍼스(C. S. Peirce)에 의해서도 이 루어졌다. 그는 소쉬르와는 달리 기호를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의미와 실제 대상 을 구분한 것이다. 그는 나아가 기호의 세 가지 국면을 이야기하였는데, 도상(ICON), 지표 (INDEX), 상징(SYMBOL)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서 도상이란 보는 과정만으로도 인식되는 것으로 사실적인 그림이나 동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 도상에서는 실제와의 유사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된다. 지표는 인과관계를 해석해냄으로써 인식되는 것으로 연기와 불의 관계, 증상과 병의 관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상징은 관습화된 내용을 학습함으로써 이해 되는 것으로 어떤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원리라 할 수 있다. 상징의 예로는 말이라든가 숫자 등이 있을 수 있다.

기호(sign)를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가 결합된 것으로 설명하였다. 여 기에서 기표란 표주박이 물을 담아내듯이 의미인 기의를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표는 내용인 기의에 대응하는 형식인 것이다. 소쉬르는 언어 기호의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 기표와 기의, 자의성과 같은 기호학적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언어체계 이외의 다른 의미의 체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가능성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삶의 다양 한 현상들을 기호학적 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발렌타인 데이에 어떤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여기에서 남자가 받은 초콜릿은 하나의 기호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의미를 담아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렌타인 데이라는 하나의 체계 안에서 그 의미를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 이다. 두 사람에게 그 초콜릿은 제과점에 진열된 초콜릿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그것은 그 여성에 의해 선택과 의미부여의 과정을 통해서 단순한 물질이 아닌 하나의 기호가 된 것이다. 만일 남자친구가 그 초콜릿을 먹지 않고 다른 사람에 게 줘버린다면, 그는 그것을 의미를 담고 있는 기호가 아닌 물질적 차원에서 이 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 남자친구가 초콜릿의 의미를 읽어낸다면, 그는 먹고 난 초콜릿의 포장지마저도 버리지 않고 사진첩 사이에 고이 간직할 것이다. 이 경우 엄밀히 말해서 그가 간직한 것은 초콜릿 포장지가 아니라 ‘사랑 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기표인 ‘초콜릿’은 ‘사랑 한다’는 기의가 더해져 비로소 기호가 되는 것이다.

소쉬르에 따르면 이러한 기표와 기의의 결합은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다.43) 즉 그들의 결합은 어떤 필연적인 논리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기호 제작자에 의해 임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 한다’라는 의미(기의)를 코를 만지는 행위(기표)와 연결시킬 수도 있고, 발로 바닥을 차는 행위(기표)와 연결 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기호의 자의성’이 우리로 하여금 일상에서 기호를 만드 43) ‘자의성’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우리는 소쉬르가 퍼스가 이야기 한 기호의 세 가지 국면 중 상징만을 그의 연구 대상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는 계속적인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표 2〕 <기호의 구성>

기표 (signifier) + 기의 (signified) = 기호 (sign) 물질적 차원의 초콜릿 (기표) + 사랑 한다 (기의) = 초콜릿 선물(기호)

일상 삶의 공간은 기호로 채워져 있고, 우리는 이러한 기호들을 끊임없이 만들 고 해독하는 의미작용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의미 작용이란 기표에 기의를 더 하거나 빼내는 행위를 말한다. 의미작용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을 포함하는 한층 확장된 개념이다. 왜냐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성공적인 의미전달과 공유만을 뜻하지만 의미작용은 그것뿐만 아니라 잘못된 전달과 해석의 내용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화중에 가끔 일어나는 ‘오해(誤解)’라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 보면 명백히 그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활동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기호제작자에 의해 만 들어진 기호로부터 수신자가 의미를 해독하는 과정은 구체적인 물건이 건네지는 것과는 다르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실제로 전달되는 것은 기표뿐이다. 이 기표는 수신자에게 기호 제작자가 의도한 의미와 동일한 의미를 재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의미의 전달은 구체적인 물건 이 건네지듯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신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주어진 기표 에 연결되는 기의를 찾아내는 과정인 것이다. 즉 수신자의 경험과 학습된 총체 속에서 기호 제작자가 의도한 의미(기의)와 동일한 의미를 발견해내었을 때, 우 리는 ‘의미가 전달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의미는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기표를 매개로 공유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 공유가 가능하기 위 해서는 기표와 기의를 연결시키는 규칙인 ‘약호(約號)’라는 것을 기호 제작자와 수신자가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약호란 의미를 만들고 해석하는 데 작용하는데 있어 사회구성원들이 만들어낸 약속44)이자 합의이다. 사회 내에서 떠도는 기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약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별’이라는 글자의 모양(수평과 수직의 선 과 점으로 이루어진 형상 그 자체)을 통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의 의미를 성 공적으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라는 약호를 공유해야 한다. 만일 그 약호를 공유하지 못한다면 ‘별’이라는 글자는 수평과 수직의 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형상 에 불과한 것이 된다. 물론 이것은 한국어와 같은 언어에 국한된 개념은 아니다.

문화를 구성하는 여러 내용과 관계들 또한 이러한 약호들로 연결되어 있다. 티 베트에서는 모자를 벗고 혀를 내밀어 반가움과 존경을 나타내는 인사법이 있다.

우리가 만일 티베트 인의 그런 인사를 받는다면 그렇게 기쁘거나 반갑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식 속에는 혀를 내민다는 것이 상대를 놀리는 행위 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티베트인의 인사 속에서 우리는 ‘놀림’이라는 의 미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앞서 말한 약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의 차이는 약호의 차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약호는 문화의 여러 요소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어, 그 문화 공동체의 구 체적인 삶의 내용을 조직하고 구성원들을 한데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약호를 바탕으로 자신이 의도한 의미들을 사회 내에서 소통 시킨다. 누군가 상대에게 ‘권위 있음’ 혹은 ‘우호적임’과 같은 사회적 의미를 전 달하고자 할 때, 그 사회의 문화적 코드를 모른다면 전달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 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쉽다. 왜냐하면 특정 의미에 연결되는 공동체만의 언

44) 약속이라는 은유가 여기에서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약속은 상호의 합의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많은 경우 여기에서의 ‘약호’는 어떤 힘에 의해서 구체화되고 유 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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