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가 1990년대 접어들어 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함께 국제적 고립 이 심화되면서 1998년까지 근 9년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였다.
이는 소위 북한이 1995∼1997년을 ‘고난의 행군시대’, 1998년을 ‘사회주의 강 행군의 해’라고 스스로 명명한 것만 보아도 북한의 경제 상황이 최악의 상태 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북한은 ‘강성대국’ 건설의 기치하에 경제회생에 주력하고 있 으며, 이는 김정일 총비서의 경제부문 현지지도가 최근 현저히 증가하고 있 는 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1998년 9월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후 북한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 를 완충기(1994∼96) 경제목표인 농업, 경공업, 무역 제일주의에서 중공업을 선행 발전시키면서 농업, 경공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 하였다. 이는 완충기 경제 전략이 경제난극복에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과 공 장가동률 제고, 기간산업의 선행회복이 북한경제 회생에 필수적이라는 인식 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 북한은 에너지, 기간산업 등 산업인프 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등 경제의 자생력 회복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국제사회의 지원 등에 힘입어 북한경제는 1998년을 고비로 하여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중 북한경제는 1.8% 성장(실질 GDP 기준)하여 1999년 이래 5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였으며 성장세도 전년(1.2%)보다 다소 확대되었다. 전년에는 에너지․원자재 난으로 성장이 위 축되었던 광공업, 전기가스ㆍ수도업이 증가를 기록하고, 양호한 기상에 힘입 어 농림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전년보다 성장세가 확대되었다.
2003년 중 북한의 산업구조는 증가세로 돌아선 광공업 등의 비중이 확대 된 반면 성장세가 둔화된 농림어업 등의 비중은 축소되었다. 북한의 산업구 조는 남한에 비해 농림어업, 광업의 비중이 크게 높은 반면 제조업 및 기타 서비스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농림어업의 비중은 전년 (30.2%)보다 낮은 27.2%를 기록하였다.
특히 농수산업, 광공업 및 건설부문 등에 힘입어 1999년도 북한의 경제성 장률은 6.2%를 기록하여,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01년에는 남북한이 비슷한 성장을 이루었고 그 후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 다가 지난해 북한은 1.8%의 성장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는 주 로 국제사회의 지원에 따른 일부 공장의 가동률 증가와 유휴노동력을 활용 한 건설부문의 외연적 성장의 결과로서 침체된 실물경제가 회생되었다고 보 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교역구조도 1990년대 들어 계속 악화되면서, 1999년에 교역총액이 14.8억 달러로 최하위에 머물다가 이를 고비로 약간씩 증가하다가 2003년에는 23.9억 달러를 기록하였는데, 이 수치는 남한의 약 1/156 (0.64%)수준 인데다 북한의 1990년의 41.7억 달러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2003년 중 북한은 수출이 5.5%, 수입이 5.9% 각각 늘어남에 따라 대외무역규모가 전년에 비해 5.8% 증 가하였다. 수출은 수산물, 기계류, 철강 및 비철금속 등이 늘어났으며 수입은 에너지, 기계류 등이 증가하였다. 수출입 의존도에 있어서도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으로 인해 2002년의 13.4%에서 지난해에는 다소 낮은 13.4%(남 한은 61.5%)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전 되고 있기는 하여도 1990년 이후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표 2-1. 북한의 경제규모 및 산업구조
전체적으로 6.5% 증가하였다. 주요 반출 반입 품목은 농림수산물이 가장 많 고, 그다음이 화학공업제품, 섬유류 순이다.
표 2-2. 남북 교역 추이
단위: 백만 달러, %
2000 2001 2002(A) 2003(B) (B-A) 증감률
반 출* 272.8 226.8 370.2 435.0 64.8 17.5
반 입* 152.4 176.2 271.6 289.3 17.7 6.5
계 425.2 403.0 641.7 724.2 82.5 12.9
* 남한 기준.
2. 7·1 조치에 따른 농업정책 변화
북한 지도부는 김정일 체제의 시작(1998년)과 함께 헌법 개정(1998. 9), 「인 민경제계획법」 제정(1999. 4)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붕괴된 관료적 조정기구 와 계획경제체제를 재건하려고 노력하였다. 2001년 초부터는 공식적 담화를 통해 사상․사고의 혁신과 인민경제의 기술적 개건 및 관리체계 개선을 강 조하고,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새로운 경제정책기조를 채택하였다. 이 과정 에서 2002년 7월 1일의 경제관리제도 개선․강화 조치가 나타난 것이다.
북한의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중 가장 혁명적인 것은 가격․배급제도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첫째, 쌀 가격을 포함하여 물가의 전반적인 조정이 이루 어졌다. 1kg당 8전이던 쌀 가격을 44원으로 인상하였고, 쌀 가격 인상과 함께 모든 생산물을 ‘제 가치대로 계산하기’로 결정하였다. 교통비, 전기료, 수도 료, 유원지 입장료 등 국가서비스 부문의 가격을 인상하고, 심지어 주택비도 상승시켰다.
둘째, 근로자의 임금을 조정된 물가에 맞춰 20배 정도 인상하였다. 또한
‘노력일에 의한 평가’가 아니라 ‘번 수입에 의한 평가’에 따른 임금지불을 결
정하였다.
셋째, 물가조정 및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배급제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도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책임진다’
는 시책을 고수하기 위해, 북한은 쌀에 대한 배급표제도를 유지하기로 하였 다. 배급제의 기본 구조는 유지되고, 사회적 시책과 관련한 정책도 변함이 없다.
북한은 가격조정을 통해 물가를 현실화함으로써 붕괴된 관료적 조정기구 의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1999년 「인민경제계획법」 제정을 통해 계획기구의 정상화를 도모하였던 북한 지도부는 쌀의 국정가격을 거의 농민시장가격 수준으로 끌어 올림으로써 곡물과 관련한 수급문제를 해결하 려고 하였다. 암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곡물에 대한 이러한 조 치는 다른 품목들에 대한 가격인상조치와 결합됨으로써 암시장의 전반적인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아울러 북한 주민이 암거래를 위해 보유 하고 있는 화폐의 흡수와 화폐의 실질가치 하락을 통해 통화량의 실질적인 축소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다음으로, 임금 상승은 그동안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봉급생활 자들(특히 하급 관료와 군인, 국영공장․기업소 노동자 등)의 생활수준을 향 상시켜줌으로써 김정일 정권에 대한 주민의 불만을 일정 정도 무마시킬 것 으로 예상한 것이다. 또한 평균주의가 아닌 성과에 따른 차별화된 임금지불 은 노동의욕을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끝으로, 배급제와 사회보장제도의 유지는 전반적으로 사회주의적 이데올 로기의 기초한 정치체제의 정당성을 보장하고 경제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 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경제 조치에 따른 주민의 동요를 막을 수 있을 것으 로 기대하였고 개선조치로부터 기대하는 효과는 전체적으로 붕괴된 사회주 의계획경제체제의 정상화 또는 복원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획기적인 조치는 오히려 북한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임금 인상에 따른 주민의 생활향상은커녕, 주민 사이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 다. 오히려 물가조정과 결합하여 초인플레이션 현상을 가져왔으며 배급제의
경우에도 곡물가격의 현실화와 사회보장제도에 속하는 여러 서비스들의 가 격 상승으로 실질적인 의미를 상실하였다.
북한에서의 쌀 가격 문제는 주요 경제정책의 바로메타가 되고 있다. 쌀 가 격의 상승이 북한농민들의 소득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동시에 북한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는 우등재이기 때문에 공업부문에 투자할 수 있 는 자원으로써 국가가 생산량의 대부분을 국가수매를 통해서 조달해감으로 써 농민들에게는 오히려 식량부족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도 많다.
국가가 곡물판매를 통해 얻는 수입이 증대할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대부 분 국민의 생활보장을 위해 지출되어야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농민들로부터 착취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산업부문간 소득배분의 차 이는 정부가 투자자원을 외부로부터 들여 올 수밖에 없다(개방화의 압력)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농민의 소득증대를 지속시키기 위해 농민들의 농업 분야 투자를 유도해야 하며, 이는 자연히 협동농장의 관 리방식과 소유제도를 사적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쌀 가격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는 표준상품이 되는 상황에서 국내․외적인 요인에 의한 쌀 가격의 변동은 물가 전반과 경기변 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당분간 북한의 농민시 장 내 물가 변동, 특히 쌀 가격의 변동은 주목해야 할 변수이다.
쌀 가격 변동과 함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배급제 문제는 앞으로 북한 경제체제의 상품경제화 또는 화폐경제화와 관련하여 주요한 평가지표가 될 것이다. 쌀 배급제의 유지는 북한이 경제관리개선조치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 항 중의 하나다. 현재 주민은 자신들이 받은 배급표가 인정한 만큼의 쌀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쌀 배급제가 의미를 상실할 경우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장차 곡물의 공급이 증대하여 장마당의 곡물가격이 하락할
쌀 가격 변동과 함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배급제 문제는 앞으로 북한 경제체제의 상품경제화 또는 화폐경제화와 관련하여 주요한 평가지표가 될 것이다. 쌀 배급제의 유지는 북한이 경제관리개선조치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 항 중의 하나다. 현재 주민은 자신들이 받은 배급표가 인정한 만큼의 쌀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쌀 배급제가 의미를 상실할 경우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장차 곡물의 공급이 증대하여 장마당의 곡물가격이 하락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