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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 산업 보호인가?

문서에서 한미 FTA 협상과 문화콘텐츠 보호 (페이지 124-129)

I. 들어가는 말

2. 디지털 콘텐츠 산업 보호인가?

문화 콘텐츠 산업 보호인가?

(1) 디지털 환경 하에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사견으로 문화는 일반 콘텐츠에 체화된 ‘문화적 요소’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우리 헌법28)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 콘텐츠 산업과는 별 도로 보호되고 진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접근에서 전통적 인 문화산업진흥에 관한 법적 패러다임은 문화콘텐츠 보호 유통만을 목적으로 새롭게 구성되었고 그 중심에 문화관광부가 있다.

디지털이라는 기술의 등장으로 전통적으로 분류할 수 있었던 콘텐 츠들이 하나의 기술로 통합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이러한 전 통적인 법적 패러다임이 작용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27) 영화 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1.924로 전기전가기기나 사업 서비스 관련 산업 보 다도 높고 영화를 제외한 기타 문화오락서비스의 생산유발계수인 1.697 보다도 높 . 영화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최봉현 외,『영화산업의 경쟁력과 경 제적 파급효과』, 영화진흥위원회, 2005, 267~277면 참조.

28) 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그림 7> 디지털화로 인한 콘텐츠의 변화

과거에는 문화관광부가 주축이 되어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중심으 로 전통적인 문화콘텐츠와 이들 문화콘텐츠를 체화시키는 매체들에 대한 진흥과 규제법제로 구성되는 한 축이 되고 정보통신부에서 정 보․통신 기술 콘텐츠에 대한 진흥과 정보․통신 기술의 사용에 대한 규제라는 한 축을 담당하는 패러다임이 함께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화의 가속화는 이러한 전통적인 형식의 법적 패러다 임의 분류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콘 텐츠와 서비스 그리고 기술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결합 하여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날로그 콘텐츠 공간에서처럼 각 콘텐 츠 장르에 따른 개별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 인 예로 영화라는 콘텐츠와 정보통신망이라는 디지털 기술이 결합되 어 VOD라는 새로운 디지털 매체를 만들었고 이 매체와 매체에 담길 콘텐츠에 대한 정책 마련을 어디에서 할 것인가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융합시대에 이르러 세계 각국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 다. 새롭게 등장하는 콘텐츠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 법적 패러

다임의 새로운 구성의 핵심은 디지털이라는 기술 중심으로 전통적인 분류의 콘텐츠들을 모두 수용할 것이냐 아니면, 지금처럼 별개의 영 역으로 구분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콘텐츠 등은 개별적으로 그 특징을 파악하여 분류할 것이냐이다. 만약 전자의 패러다임을 선택하게 된다 면, 지금처럼 문화산업진흥과 관련된 개별법규는 필요치 않게 되고 디지털 콘텐츠 산업 진흥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이들 산업을 보호 하고 진흥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림 8> 선진국의 산업관련 분류체계29)

<그림 8>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미와 일본, 그리고 UN은 표준산업 분류에서 이미 영화 등을 정보섹터 또는 정보통신섹터에 분류하고 있 다. 이러한 분류체계만 본다면 세계적으로 영화 등은 이미 문화산업 으로 분류되기보다 정보통신산업으로 분류된다. 세계적 추세를 보거

29) “콘텐츠 진흥정책 추진 현황 및 전략”, 정보통신부, 2007.5.

나 디지털이라는 기술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와 같이 영화는 디지털 콘텐츠로 분류되고 따라서 영화에 대한 문화산업정책의 방향도 수정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영화가 더 이상 문화콘텐츠 산 업에 중심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문화콘텐 츠 시장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영화에 대한 진흥 정책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30) 차라리 방송통신융합 시대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윈도우들을 더욱 개발하기 위 해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낫고 이 패러다임의 중심에는 정보통신 부가 있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2) 문화정책으로서 콘텐츠 보호는 필요한가?

우리나라에서 문화 콘텐츠와 관련해서 이렇게 영역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디지털이라는 기술의 등장 때문이다. 과거 문광부는 문화 관련 콘텐츠에 중심을 두고자 했고 체신부에서 발전한 정보통신부는 “통 신”을 위한 소프트웨어에 집중하였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 기 술이 확장되면서 영역이 모호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영역의 모호 성은 문화 산업의 진흥과 규제 측면에서 충돌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심의에 있어서 영비법에 따르면 온라인 영상물도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는다. 기존에는 똑같은 영상물이라 하더 라도 오프라인으로 가면 심의를 받고 온라인으로 가면 자유롭게 유통 되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입법취지이다. 그러나 수많은 온 라인 영상물에 대해 사전 등급분류를 하는 것이 현재 영등위의 운영 형태 하에서 물리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한 문제와 정보통신윤리위원 회의 사후규제와 맞물려 이중규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30) 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는 정보 콘텐츠가 56%를 차지하고 방송 콘텐츠가 7% 그리고 문화 콘텐츠는 37%정도를 차지하고 있 으며 향후 정보 콘텐츠와 방송 콘텐츠는 증가 추세이나 문화 콘텐츠 시장의 규모 는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06년 해외 DC 시장 조사 보고서 중 발췌.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정보통신이라는 기술과 문 화라는 콘텐츠는 그 태생이 다르다. 정보통신은 그 시작이 전달에 있 다. 얼마나 많은 정보량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쉽게 전달 하느냐. 이것이 정보통신 기술이 추구하는 목적이다. 반면에 문화는 대중성과 함께 다양성, 소수성을 버릴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정보통신 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에 집중한다면 문화는 양보다 는 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정책은 문화적 가치와 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정보통신정책 은 정보를 보다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고 할 것이다.

문화는 문화 보호라는 가치에 산업이라는 경제적 요소가 더해진 셈 이다. 특히 영화의 경우 다른 문화요소들 보다 더 많이 산업적 측면 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 등 문화 콘텐츠들은 콘텐츠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에 대한 진흥이 함께 이루어 질 때 비로소 문화진흥정책이 가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대표적 으로 영비법은 상업영화 뿐 아니라 단편영화, 소형영화에 대한 제작 을 지원하고 제한상영관 제도를 두어 상영이 제한되는 영화들을 보존 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또 스크린쿼터제 역시 경쟁 산업 시장이라는 곳에서 영화라는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문화산업의 예외적 조 치이다.

만약 영화 산업이 디지털화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통신섹터로 분류되고 정보통신 진흥 정책의 테두리 안에 있게 된다면, 문화에 대 한 이러한 예외적인 시각의 접근은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영화는 정 보통신 기술로 구축된 네트워크 등 유통망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콘 텐츠에 지나지 않고 정보통신진흥정책의 차원에서 본다면 다양한 콘 텐츠 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대중성을 많이 가진 콘텐 츠를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선진국에서 정보통신섹터로 영

화를 분류하였다고 해서 우리까지 문화진흥정책에 대한 법 체계를 급 하게 바꾸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영화에 대한 법이 처음부 터 존재하지 않았고 철저히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산업분 류체계에서 영화를 정보통신섹터로 분류한다 하더라도 아날로그 시대 와 달라질 것이 없다.

영화가 가지는 산업적 가치에 예민하고 동시에 한국영화의 수준을 의심하는 현 시점에서 과연 디지털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이유로 영화 를 문화가 아닌 디지털 매체에 담을 수 있는 콘텐츠 중 하나로 바라 보고 접근하는 것은 문화산업에 대해서도 철저한 시장논리가 적용되 는 미국의 법 패러다임이 아닐까 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고 민이 필요하며 진흥정책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기관들이 풀어야할 어려운 숙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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