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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과 국가승계 문제

가. 국가승계 문제에 대한 이론적 논의

통일독일의 국가승계 문제와 관련하여 승계의 유형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 가에 대하여 동서독은 물론 관련국간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는바, 이는 대 체로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44

첫째, 구 동독과 폴란드의 학자들은 대부분 독일 통일이 1978년 비엔나 협 약 제31조의 ‘국가통일’에 해당되고 계속성의 원칙(rule of continuity)이 적용 되어 구 동독의 조약은 통일 이후에도 구 동독지역에서 그대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취하였으며, 통일 협상 당시 구 동독 정부도 처음에 이러한 입장을 공 식입장으로 채택한 적이 있다.

통일 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당시 구 동독 정부는 1990년 5월 모든 조약 체결국가에게 외교서한을 보내 상기 계속성의 원칙은 국제관습법으로서 유효 하다는 입장과 함께 통일 이후에도 자신들의 조약상의 의무를 계속 부담할 것이라는 점을 공표하는 한편, 첨부된 일련의 계속 효력 조약 목록에 대한 조

43 Stefan Oeter, German Unification and State Succession, p.377, Max-Planck-Institut fuer auslaendisches Recht und Voelkerrecht, 1991.

44 이근관, supra, pp.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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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체결국들의 입장과 그들의 이해관계에 대해 통보해줄 것을 요청한 바도 있다.

네덜란드의 입장도 이와 유사하여 통일에 따라 서독이 네덜란드와 체결한 조약의 효력범위가 동독으로 자동 확장되는데 대하여 네덜란드는 반대입장을 표시하고, 네덜란드와의 협의를 요구하였다.45

둘째, 서독 학자들은 독일 통일은 전형적인 흡수통일(absorption)에 해당하며, 구 동독은 통일과 함께 국제법상의 주체로서 소멸하게 되기 때문에 상기 계 속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취하였다. 즉, 구 동독은 소멸하기 때문에 구 서독이 국제법상의 주체로서 계속 존속하게 되고 구 서독의 조약 의 효력이 구 동독지역에까지 확장된다는 ‘조약경계 이동의 원칙 (Moving Treaty-Frontier Rule)’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일부 학자들은 독일 통일이 할양(cession)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기도 하 였으나, 할양은 부분적 병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국가승계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들은 통일조약 협상 과정에서 다루 어졌으며, 통일조약 제11조와 제12조에 의해 완결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 한다.

나. 통일과정에서의 동서독간 협의 결과

45 네덜란드와 통일독일의 협상결과 나치박해 네덜란드인에 대한 보상과 관련한 두 개의 조약이 개정되어 구 동독 지역으로 확대 적용되었으며, 나머지 조약은 원안 그 대로 확대적용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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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화∙경제∙사회 통합조약

동서독간의 경제∙사회 통합과정에서 구 동독이 외국과 맺은 교역 등 대외경 제관계와 각종 조약 상의 경제적 의무 문제에 대한 승계문제가 대두되었다.

경제∙사회 통합을 위한 양독 간의 조약인 동 조약은 제13조에서 대외경제관 계에 대한 조항을 두고 있는바, 동조 제2항은 구 동독의 대외경제 관계에 있 어서, 특히 사회주의권의 ‘상호경제원조이사회(CMEA, the Council for Mutual Economic Assistance)’와의 조약상의 의무는 ‘신뢰보호의 이익’을 향유한다고 규 정함으로써 대외경제 분야에 있어 구 동독의 조약이나 권리의무는 원칙적으 로 존속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대외경제관계 승계에 있어서의‘신뢰보호의 원칙’은 통일조약에서도 그대로 계승되어, 통일조약 제 29 조에 또다시 명시되었다. 즉, 동조 제 1 항은

‘ 동독의 기존 대외경제관계 중 특히 상호경제원조이사회 국가에 대한 기존 조약상의 의무는 신뢰보호를 받는다. 이 대외경제 관계는 모든 참가국들의 이 익을 고려하여, 그리고 시장경제적 원칙 및 EC 의 관할권을 존중하여 계속 발 전되어 갈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유럽 전체가 단일 경제권으로 발전하고 있는 과정에서의 구 동독 대 외경제관계의 승계 문제에는 EU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통화∙경제∙사회 통합조약과 통일 조약은 공히 이 문제에 대한 EU의 관할권을 존중하면서 EU 와의 협의 및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규정하였다(통일조약 제29조 제2항).

(2) 통일조약

1990년 8월31일 체결된 동서독간의 통일조약은 제4장에서 구 동독과 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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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각각 체결한 국제조약과 협정의 처리문제와 국제기구 가입 문제 등에 대 하여 규정하고 있다.

(가) 통일조약 제11조: 서독의 조약 처리 문제

통일조약 제11조는 ‘국제기관 및 국제기구 회원가입을 규정한 조약을 포 함한 서독의 국제조약 및 협정 사항들은 계속 유효하며, 부록 Ⅰ에 언급된 예 외조약을 제외하고는 그 권리와 의무사항이 조약 제3조에 언급된 지역(구 동 독지역)에도 적용된다. 개별적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통일 독일정부가 해당 조약 상대자와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 조항은 대체적으로 ‘조약경계 이동의 원칙(Moving Treaty Frontier Rule)’

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독의 법과 EU 규정이 원칙적으로 동독지역에 적용되도록 하는 통일조약의 국내법적 통 합 원칙과의 균형을 감안하여 국제법적 측면을 조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 을 것이다.

이러한 서독 조약의 처리방식에 대해 국제사회는 대체적으로 수긍하였으나, 오직 네덜란드만이 이에 반발했던 것은 전술한 바와 같다. 독일 정부가 네덜 란드의 반발을 존중하여 협상을 통해 이를 해결했음은 전술한 바와 같으며, 통일조약 제11조는 이러한 상황 발생에 대비하여 개별적 조정 규정도 마련해 놓았던 것이다.

한편, 서독 조약의 확장 적용의 예외가 된 조약은 주로 제2차 세계대전에 따른 서독과 점령군 및 외국군대 주둔에 관한 조약, NATO군의 지위와 주둔에 관한 조약, 중단거리 미사일 제거 등에 관한 조약 등 외교안보분야에서의 조 약으로 총 10개 조약으로서, 동 목록은 통일조약의 부록에 제한적으로 열거되

57/141 어 있다.46

(나) 통일조약 제12조: 구 동독의 조약 등 대외관계 처리 문제

통일조약 제12조 제1항은 ‘동독이 체결한 국제조약들의 계속 적용 (Fortgeltung), 개정(Anpassung), 종료(Erloeschen)를 결정 또는 확인하기 위해 관련 당사국과 협의를 행하여야 한다. 이 경우 신뢰보호, 관련 당사국의 이 익, 법의 지배의 원칙에 규율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독일연방공화국의 조약관계를 고려하고 EC의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조 제2항은 ‘통일독일은 동독측이 체결한 국제조약 이행에 대한 입장을 조약당사자들 및 EC 측과 협의한 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기구 회원국 문제와 다자조약 문제에 대하여 동조 제3항은 ‘서독은 가입되어 있지 않고 동독만 가입되어 있는 국제기구나 다자간 조약에 통일 독일이 가입하려고 할 경우에 독일은 모든 당사국과 EC의 권한이 관련되어 있는 경우 EC와 협의한 후 결정한다’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상기 제11조와 같이 서독 조약의 구 동독지역 확대 적용이 라는 실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향후 구 동독의 조약을 어떤 방식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에 대해 규 정하고 있어 절차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그 특징이 있 다고 하겠다.

또한, 구 동독의 조약 처리문제에 있어서 양 독은 서독 조약의 처리문제

46 통일조약 부록 Ⅰ, 제1장 연방외교부장관 업무영역 제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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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는 달리 국가승계에 대한 국제법 이론이나 1978년 조약의 국가승계에 관 한 비엔나 협약에 얽매이지 않고, 구 동독과 조약을 체결한 상대국과의 개 별적 협상 과정을 통해 그 효력의 운명을 결정하고자 하는 유연하면서도 실 용적인 접근방식을 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통일 후 구 동독 체결 조약 등의 처리 (1) 협상의 준비와 진행

통일조약 서명 직전에 서독 정부에 의해 임명된 ‘동독 국제조약의 조정을 위한 협상대표(Commissioner for Negotiations on the Treatment of International Treaties of the GDR)’는 연방 정부의 의견이 조화되도록 지도∙조정하는 임무와 함께 통일조약 제12조에 따른 협상원칙을 설정하고 제3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국제법이나 통일조약에서 이러한 협상의 절차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 았기 때문에 이러한 협상은 관계부처의 담당자들로 대표단을 구성하여 제3국 과 직접 협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하였고, 해당 조약의 수가 적거나 사 안에 쟁점이 없을 경우에는 서면을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하였 다.

EC의 권한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거의 모든 비EC 회원국과의 협상에 EC 관 계관이 초청되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EC와의 협력관계가 강하게 유지되었 다.

구 동독의 가장 중요한 조약 체결 상대국인 소련과의 협상은 1990년 11월 9일 양국간 협력관계의 발전을 위한 조약 체결에 즈음한 서면 교환에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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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18개월 동안 총 11회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1992년 4월 마지막 협상에서 구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연방공화국 대표는 자신들이 구소련의 협상 결과를 승계한다고 발표하였다.

협상을 진행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구 동독이 외국과 체결한 조약의 수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구 동독은 서독과의 체제 경쟁 상태에서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대외적인 승인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매년 최소한 300건 이상의 조약을 체결하는 것 을 대외정치적인 목표로 설정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바, 이러한 조약 체 결의 남발로 인해 구 동독의 조약체결 현황의 정확한 파악이 힘들었을 뿐만

구 동독은 서독과의 체제 경쟁 상태에서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대외적인 승인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매년 최소한 300건 이상의 조약을 체결하는 것 을 대외정치적인 목표로 설정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바, 이러한 조약 체 결의 남발로 인해 구 동독의 조약체결 현황의 정확한 파악이 힘들었을 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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