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 문제와 도시외교의 가능성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글로벌 문제가 곧 도시의 문제고, 도시문제는 글로벌한 영향을 끼치 고 있다. Rosenau(2003: 410)는 “국내 문제라는 것이 또한 국제문제이며, 국제문제라는 것 또한 국내 문제이다”라고 했다. 기후 변화를 예로 들면, 이는 전통적으로 글로벌 문제 라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시급한 도시문제가 되었다. 도시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70% 이 상, 에너지 소비량의 80% 이상에 대해 책임이 있다(UN-Habitat, 2011). 또 전 세계 도시 90%가 해안선을 따라 위치하여 해수면 상승 및 태풍 등 기후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C40, 2015a).
이러한 글로벌 문제 또는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문제’는 한 국가가 해결 할 수 없다. 안보, 환경, 의료 등 모든 국가가 공유하는 문제는 각국 정부와 비정부기관이 협력하여 노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즉 Twinning Project에서 보았던 도시와 도시 간 협력보다 규모가 더 크고, 국가의 경계를 벗어나는 초국가적 수준(supranational level) 의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가 필요한 것이다(Leffel and Acuto, 2017). 지금까지는 UN(United Nations), 세계은행(World Bank) 등 세계다자기구가 그 역할을 자처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체제는 중앙정부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작동해왔고 도시는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도시는 정해진 결정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시정부도 기존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에 편입되는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UN의 New Urban Agenda,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추구 (SDG 11), 파리기후협정에서 도시의 역할,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European Healthy Cities Network 등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물론 도시외교의 한계도 분명하다. 도시는 해외 주체와 법적 효력을 갖는 조약(treaties) 을 체결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외에는 비교적 자유롭다. 해외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할 수 있고, 정치적인 선언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사회정치적인 이슈에 초점을 맞춘 도시 간 네트워크 협의체를 만들 수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도시정부는 다른 국가의 외교 행위자들과 자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고, 고유의 재정, 정치 및 기술 자원 을 보유하고 있다. La Porte는 이렇게 언급한다. ‘신기술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개인 및 다른 조직들을 연결시켰으며, 비국가 행위자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활동을 개발 할 수 있도록 하는 광범위한 그물망을 엮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정부를 대체하지 않고 도, 비국가 행위자들은 점점 더 자율성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새로운 규칙을 정의하기 시 작했다’(La Porte, 2012: 446).
비조약 형태의 도시 간 교류는 강제적인 효력이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도시 간 협력 과 네트워킹을 수월하게 하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 간 외교는 주권 과 영토가 명확하여 첨예한 이해관계로 얽혀있고, 바로 이러한 이유로 외교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외교는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도 시들과 협력과 교류를 바탕으로, 구속력 없이 느슨하게 펼쳐진다. 일반적으로 기후온난화 에 대한 대응이나 도시정책 공유 등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이슈를 주제로 협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면 도시가 속한 국가 간 문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 연구에서는 실제 유럽이나 영미권 등에서 도시외교가 국제적 분쟁이나 재건과정에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거나 글로벌 문제에 대해 국가보다 먼저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하 는 등 작지만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했던 도시외교 사례들을 소개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도시외교가 국가가 수행하는 전통적인 외교만큼 (성공적일 경우에 도) 견고한 외교적·정치경제적 결과물을 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도시외교는 국민국가의 외교를 도와 더 나은 성과를 도출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Leffel and Acuto,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외교는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에서 국민국가가 미 처 채우지 못하는 틈을 메꾸는 역할을 해왔다. Terruso(2016)에 따르면, 기후온난화, 국 제 테러리즘 등 현재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외교적 수단으 로만 대처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추동력을 쉽사리 잃을 수 있으며 실용적인 해결책을
도출해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반면 도시를 통해서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성과 (quick win)를 거둘 수 있다면, 장기적인 해결책을 내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특히 기후온난화 문제에는 중앙정부보다 도시가 더 적극적으 로 대응한다.
2)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외교의 노력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앙정부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도시외교의 사례 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 을 들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지역정부는 사전미팅과 컨퍼런스에 모두 초대를 받았고, 목표 지표를 설정하는 데 참여했다. 미국이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을 때에도, 미국의 수백 개 도시와 주정부는 U.S. Climate Alliance를 결성하여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기로 서약했다. 국민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글로벌 문제에 도시가 앞장선 좋은 사례다.
비슷한 예로 C40 도시기후리더십 그룹(C40 Cities Climate Leadership)은 2005년 런던 시장 켄 리빙스턴(Ken Livingstone)의 제안으로 결성되었고, 2006년 클린턴 재단 (Clinton Climate Initiative)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재 40개 정회원 도시와 16개 협 력회원 도시로 구성되어, 기후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 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을 때 도시의 공동노력을 촉구한 대표적인 인물은, 전(前) 뉴욕시장이자 당시 C40 의장이었던 Michael Bloomberg 였다. 서울도 C40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9년에는 격년으로 열리는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그림 2-1] C40 회원도시 시장들(2012년)
비슷한 예로, 유럽의 Covenant for Mayors는 자발적으로 EU의 기후 및 에너지 정책을 준수하겠다고 서약한 수천 개 유럽도시 시장들의 협의체다. 비유럽 도시도 회원으로 참여 하고 있고, 대부분 각국의 중앙정부 기후온난화 정책보다 더 높은 지표를 목표로 제시하 고 실제로 달성한 사례를 모아 공유한다.
ICLEI나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도 중앙정부의 권위를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기후온난화를 비롯한 글로벌 문제에 대해 도시차원 어젠다를 제시한다. 서울시는 ICLEI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2015년에는 총회를 유치하여 334개 도시에서 3,000여 명이 참석했다(이 중 지 방자치단체는 약 200개). 여기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서울총회에 서는 세계도시의 지속가능 발전을 공표한 서울선언문, 서울액션플랜이 선포되었다.
기후온난화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도시외교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분쟁지역이나 분 쟁 후 재건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
이때 제3국 도시정부가 폐기물 처리, 식수 공급, 교통수단 제공 등 기본적인 서비스 기능 을 지원하여, 중앙정부와 국제기구가 수행하지 못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도시가 독일과 동유럽 도시 재건을 돕는 과정에서
현대 도시외교가 태동했다고 이미 언급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시민들과 도 시정부가 국제관계에 목소리를 내고 직접 개입하자는 담론이 생겨났고 그 욕구가 점점 커졌다. 시민단체와 도시정부를 중심으로 시민사회가 조직화되었고, 적극적인 역할을 강 조해나갔다. 이는 1960년대 서구 시민운동의 촉매가 되었다. 뒤에서 소개할 네덜란드 바 헤닝헨시와 크로아티아 협력사례, 보스니아의 투즐라시, 분드레흐트의 도시외교가 좋은 예이다.
여러 가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외교는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기후온난화 등 글로벌 거버넌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국가 간 협력은 더 어려워지는 추세다. 이미 언급한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외에도 브렉시트(Brexit), 미-중 간 무역전쟁, 남중국해 분쟁, 보호무역 등 정치적인 문제 로 국가 간 외교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게 힘들어졌다. 글로벌 문제를 국가가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옅어지는 것이다. 현재는 글로벌 체제에 점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도시가 도시외교로 이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이 라고 할 수 있다.
도시외교가 국가 간 외교에 비해 덜 정치적이고 실질적인 이슈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례 들은 Sister Cities International(SCI)을 통한 자매결연 중심의 도시외교를 통해 엿볼 수 있다. SCI는 미국의 550개 도시와 전 세계 145개국 2,100개 도시가 참여하는 글로벌 자 매도시 네트워크다. SCI의 활동과 성과를 살펴보면, 국가 간에는 분쟁 등으로 갈등을 겪 어도 도시외교는 지속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SCI는 자매도시 간에 어린이 프로그램, 교육, 예술문화, 경제개발, 의료, 인도주의적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류해왔
도시외교가 국가 간 외교에 비해 덜 정치적이고 실질적인 이슈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례 들은 Sister Cities International(SCI)을 통한 자매결연 중심의 도시외교를 통해 엿볼 수 있다. SCI는 미국의 550개 도시와 전 세계 145개국 2,100개 도시가 참여하는 글로벌 자 매도시 네트워크다. SCI의 활동과 성과를 살펴보면, 국가 간에는 분쟁 등으로 갈등을 겪 어도 도시외교는 지속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SCI는 자매도시 간에 어린이 프로그램, 교육, 예술문화, 경제개발, 의료, 인도주의적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류해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