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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이론적 배경

1. 대학의 위기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은 광복 이후 전국에서 고작 50여개에 불과했으며 재학생의 수도 16,000명 수준이었으나(이현행, 1999) 1996년 대학설립과 대학정원 자율화 정책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난 2016년에 이르러서는 432개 대학과 재학 생수가 351만 명으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에서 ‘대 학교’의 중요도와 선호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박윤갑 외, 2017).

[그림 Ⅱ-1] 고등교육 양적 확대 현황(1995년, 2016년) 출처: 해당 연도별 ‘KEDI 교육통계’(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재구성.

한국 대학의 급속한 양적 성장은 높은 교육열과 함께 사회적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고급 인력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최강식 외, 2017). 그러나 과거 식민 지 치하에서 억압받아왔던 국민들의 교육열이 분출할 수 있는 기회는 찾아왔으 나 국가는 산업화 등 당면한 경제적 과제 속에서 모든 부담을 책임질 만큼 준비 되어 있지는 못하였다. 즉 질이 떨어지는 교육이라도 받으려는 다수의 사람들이

105개

3.1

대학교 (개교) 전임교원 (만명) 학생 수 (만명)

117

1995년 2016년

105

급증하게 되고 이 틈새시장에서 사립대학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게 되었다.

고등교육이 부유한 개인에게 떠맡기게 되고 이렇게 설립된 사립대학은 그들의 재산증식의 도구가 되었고 종래에는 ‘사학비리’라는 한국식 개념이 탄생되었다.

대학의 학생 충원이 100%에 달하던 1995년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은 대학 설 립과정의 간소화를 실현시켜 대학의 양적 팽창에 더욱 기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양적 팽창을 거듭하던 국내 고등교육 현장은 내·외부적 환경변화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박윤갑 외, 2017).

대학이 그동안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으로는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은 우리나 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 음에도(김효진, 2009) 대학이 이에 부합하는 변화의 행보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 다. 2012년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에서 발행 한 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에 따르면 60개 대상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22위, 대학경쟁력은 42위였던 것이 2014년에는 대학경쟁력이 더욱 낮아져 53위로 최하위 범주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보다도 현저히 낮은 결과를 보여준다(김창수 외, 2013). IMD의 발표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대학교육 경쟁 력이 매우 낮은 것은 사회의 요구에 대한 대학교육이 적합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다(김창수 외, 2013).

우선은 내용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의 대학이 대학의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의 창조적 생산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대학이 연구중심 보다는 안전한 재정수입의 확보를 위한 학생 증원에 급급한 운영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김창수 외, 2013). 그나마 꾸준하게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 았던 연구기능조차 대학교수의 지식중개에 불과하다는 지탄이 끊이지 않고 있음 은 물론이며(이종영, 2015) 미국학계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종속적인 관계에 매여 있다는 비판 또한 잇따르고 있다(윤지관, 2017).

그러나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 재난으로까지 불리울 정도로 사회문 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이다. 저출산의 사회현상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나 정 치적 변동을 예측하지 못한 채 양적 성장으로만 일관하다가 결국 청년실업의 문 제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이 문제는 결과적으로 향후 대학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훼손하게 된다는 입장과(김규원, 2014) 아예 대학의 운영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김병민, 2010; 임재홍, 2015).

학령인구의 감소현상은 이미 2003년부터 고등학교 졸업생의 수가 전문대학을 포함한 전체 대학의 입학정원보다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7년 통계기준으로 볼때 올해의 대학 입학정원 55만 9천명 대비 고등학교 졸업자는 약 55만명으로 9천명 가량의 미충원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더욱이 학령인구의 감소가 눈에 띄기 시작한 2003년으로부터 불과 20년만인 2023년에는 대학의 입학자원의 부족 이 16만명으로 대규모의 미충원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감사원, 2017).

지금까지의 대학설립에 따른 준칙주의와 대입정원 자율화 정책을 통한 양적 팽창은 고등교육에의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했으나 결국 은 교육의 질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결여된 상태로 지속되어 오다가 저출산과 학 령인구 감소라는 북풍을 만나 대학의 학생 미충원 문제가 현실화되는 사태가 생 겨나게 되었다.

지난 2012년 발간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보고서 “21세기 대학교육 발전계획”

은 “10년 뒤에는 고객으로서의 대학생의 선택권이 확대, 강화되고 교수내용은 하 나의 서비스 품목이 성격을 띠게 될 것과 학생을 유인하기 위한 양질의 교수품 목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홍병선, 2012: 276)”고 적고 있다. 이는 우리의 막연 한 우려가 현실에 더욱 근접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 대학구조개혁 정책 도입배경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 본격화된 학령인구의 감소와 그로 인한 취업률과 대학진학률 감소의 문제는 새로운 정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게 만들었다(황영 주 외, 2011). 대학진학률의 경우만 보더라도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 이 외에도 청년실업자의 증가로 인한 대학에의 기대심리의 저하 등 사회 전반에 걸 쳐 나타나는 환경의 변화도 주요 요인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경제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농업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기 반 사회로 매우 빠르게 진입하였다. 사회의 구조가 변화할 때마다 그에 따르는 고급인력의 수요는 가파른 성장을 보였으며 여기에는 정부의 고등교육 확대정책

이 크게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대학구조개혁은 우리나라 대학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어 왔던 기형적인 재정구조, 열악한 교육여건, 백화점식 학과설치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문제에 대 한 해결방안을 제안한다(홍승용, 2003; 이현청, 2003). 대학구조개혁은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의 해소와 대학의 특성화, 대학간 역할분담체제의 구축하고 대학경 영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마침내는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대 학의 갖은 노력들을 의미한다(강병운, 2005).

[그림 Ⅱ-2] 대학 구조개혁 방법과 목표 출처: 강병운(2005: 423)에서 재인용

고등교육 구조개혁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증가한 배후에는 ‘한국 고등교육의 질 저하’라는 대학의 근간을 위협하는 커다란 난제가 자라고 있었다. ‘교육’이 국 가간 하나의 ‘서비스 상품’으로 인식되고 ‘대학’이 ‘산업’으로 인식되면서부터 고등 교육시장의 개방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국내의 대학들은 외국의 경

대학교육의 경쟁력 제고

-대학 특성화

-대학간 역할분담 체제 구축 -대학경영 효율성 제고

대학구조개혁

대학간 제휴

공동 프로그램 설치 및 운영 대학내 구조개혁

자율적 정원조정 학과통폐합

대학간 M&A 대학간 통폐합

대학간 연합 동일권역내 대학간 연합

쟁력 있는 대학들과도 매우 힘겨운 경쟁체제에 돌입해야 했기 때문이다(강병운, 2005).

대학은 각 학문 분야의 전문가 집단으로 ‘조직화된 무정부 상태’로 일컬어질 만 큼 매우 독특한 조직특성을 지닌다(Cohen, & March, 1974). 이 점은 대학이 스 스로 자발적인 합의를 거쳐 개혁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헬무 트 쉘스키(Helmut Schelsky)와 헤퍼린(Heffelin)은 독일과 미국의 교육개혁에 관 한 연구를 통해 대학구조개혁의 오랜 역사 중에서 대부분이 대학 스스로의 자각 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외부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김도수 역, 1975: 148~157).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절박함 속에서 2004년 ‘대 학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학 구 조개혁 정책이 일방적인 대학정원 축소로만 집중되고 있어 대학 내의 자율적 혁 신 대안이라기보다는 정부에 의한 타율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신현석, 2005).

정부는 ‘대학정원자율화’ 시행 이전까지 각 대학의 정원을 결정해왔으며 자율화 이후에도 수도권 대학 또는 의학, 사범계열의 경우 정부의 엄격한 정원억제 정책 으로 자유롭지 못했다. 더군다나 대학구조개혁의 정원감축에 대해서는 직접적으 로 재정지원사업과 연계시킴으로써 여전히 ‘타율적’ 혹은 ‘강제적’이라는 반감도 적지 않다. 여전히 시장 편향적인 대학 정책이 강화됨으로써 오히려 고등교육기 관으로서 기초학문 발전과 민주 시민 양성이라는 근대 대학의 기본이 와해되고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김정인, 2017).

이처럼 부정적인 시각과 또한 국립대와 사립대 또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 등 대학마다의 형태나 규모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대 학구조조정은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대학의 구조개혁으로 이제까지의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 세계적인 변화요인 게다가 정책이나 체제의 어려움 등 단번에 해 결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학교육의 질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로써는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학구조개혁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최선 의 방안일 뿐 아니라 어쩌면 대학들이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이 오

히려 대학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적의 때라고 볼 수 있다.

히려 대학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적의 때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