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측면을 부각시켜 논의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이에 비해 대중소설 창작방법이나 개 념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무엇보다 체계적으로 정립된 대중소 설 이론 부재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런 부정적 시각은 192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익상과 최독견 등에 의해 대중소설의 순기능적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차츰 변 모되어 간다. 이들의 주장을 토대로 대중소설을 긍정적으로 파악하고, 문학적 가치를 찾고자 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닭인지 는 작가의 미숙으로 민중은 기대 요구하되 이에 응치 못함인지 생각하 야 볼 일이다22)
당시 유행하는 소설을 통속소설, 무산파의 투쟁 선전 작품, 부르주아의 고급소설 등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가장 순정한 예술미란 독자에게 좋은 영 향을 주어 무의식 중에 윤리적 결과와 공리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고급소설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대중들 의 독서 의욕이 미약하고, 그나마도 흥미 위주에 몰두하는 현실이 그의 예술지상주 의적 문학관을 자극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입장이라면 독자의 일시적 호기심이나 쾌감을 위해 창작하는 것은 작가의 타락에 해당하므로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 연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대안은 독자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 이다. 즉 대중의 독서열을 고취시키고, 그들의 취향을 고급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 장은 한편으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 현상을 야기하게 된다. 대중들은 대부분 고급소 설 즉 순수소설을 회피하는데, 그들에게 순수소설을 읽혀 수준을 고급화한다는 것은 이상에 머무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이 발생 단계부터 고급과 통속으로 구별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자신은 고급소설을 쓸 때는 동호자를 표준으로 하며, 신문소설 즉 통속소설을 쓸 때 는 중학교 3학년 생도를 표준으로 한다고 자신의 창작 태도를 밝힌다. 여기서 동호 자라 함은 엘리트 계층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고급소설은 엘리트 계층만 접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것으로서 문학적 가치가 월등한 것이고, 통속소설은 중학생이나 읽는 저급한 것이 된다. 그는 신문이 통속소설 위주로 연재하여 쾌락을 조장하고, 대중이 흥미 본위의 신문소설이나 구소설을 애독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통 속성을 준거로 소설을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통속소설이 만연하게 된 것은 독자에 게도 책임이 있지만, 작가의 창작 태도가 미숙한 것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그의 논의는 인간의 삶을 근거로 소설의 본질을 밝힘은 물론, 소설의 의미를 창작에 그치 지 않고 독자 수용 태도까지 확대하여 해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무렵 염상섭은 소설과 이야기 형식인 강담이 혼합된 「단종애사」, 「임꺽정전」
등의 출현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통속소설에서 한 층 나리서서 講談이라 는 형식을 수입하는 것은 문단적 현상으로는 역전이요 退孀이요 타락이지만 문예의 초보적 민중화라는 점으로 보아서는 사회적 진출이요 문예의 민중에의 滲透를 촉진 할 것이니 (……) 보담 고급한 문예를 민중이 이해 소화식힐 소지를 만든다는 의미
22) 염상섭, 「소설과 민중」, <동아일보>, 1928. 5. 27∼6. 3.
로 환영한다는 말이다.”23)라고 하여, 문학의 민중화라는 차원에서 강담의 수용을 인 정한다. 그러면서도 강담을 소설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파악한다. 그가 강담의 수용을 대중 교화 차원에서 수긍한 것은 고급문학을 산출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본래 순수소설 옹호론자이다. 그런데 「통속문예강좌」(<문예공론>, 1929. 6.) 에서는, “작가의 미감과 주의를 끌만한 사건이 그 재료가 되고, 또한 작가의 미감이 나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이라야 독자의 미감과 흥미와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이니, 이러한 소재를 준비하여야 할 것은 물론”이라고 하여, 작품의 통속성을 인정하는 방 향으로 입장을 선회한다. 이는 ‘대중에 영합하는 것은 타락’이라고 했던 종래의 주장 과 상반되는 것으로 논리의 일관성을 잃어버린 결과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견해를 실제 작품을 통해 실천함으로써 이념에 치우치던 문단 상황에서 탈피 하여 근대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는 데 기여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편 근대 문예비평사의 주류는 역시 프로문학 비평이라 할 수 있다. 그 문학사회 학적 기능은 민중을 계도함으로써 그들의 요구와 이념을 구현하는 예술운동을 전개 했다는 것과, 비평에 정치적 요소를 더하여 정론성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으로 집약 된다. 이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토대가 되는 대중의 문제에 집중한 것은 당 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KAPF 조직 이후 프로 진영에서는 김기진과 박영희 등을 중심으로 대중소설 논의 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김기진은 독자를 보통 독자와 교양 있는 독자로 양분하고, 이를 기준으로 소설을 분류한다.
우리들의 작품을 대별하야서 통속소설 아닌 소설의 두 가지로 분류하는 근저에 는 독서대중의 중에 보통 독자와 교양 잇는 독자와의 두 종류가 잇는 닭이다. 즉 보통인의 견문과 지식과 사상 감정 취미의 수준을 작성하고 잇는 群과 이 수준과 色別을 달리하야 다소 학문이 잇고 문학적 수양도 잇고 사회의식 시대의식에 대한 각성도 잇고 특히 그중에는 자기의 몸을……의 와중에 던저너코나서는 용감한 청 년도 포함하는 群이 잇는 닭이다. (……) 그런 고로 우리의 통속소설은 前群 최 다수를 토대로 하고서 이러서는 것이오 우리의 통속소설 아닌 소설은 후자(소수) 를 토대로 하고 나아가는 것이다.24)
그는 소설을 통속소설과 통속소설이 아닌 소설로 나눈다. ‘통속소설 아닌 소설’이란 고급소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인‧소학생‧봉건사상을 지닌 노년층‧청년‧농
23) 염상섭, 「현하 조선 예술운동의 당면 과제 - 강담의 완성과 문단적 의의」, <조선지광>, 1929. 1.
24) 김기진, 「문예시대관 단편-통속소설 소고」, <조선일보>, 1928. 11. 9∼11.
민 등은 보통 독자에 해당하고, 교양 있는 독자에는 각성한 노동자‧진취적 학생‧실업 청년‧투쟁적 인텔리겐치아 등이 포함된다. 그는 보통인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 통속소 설이고, 고급소설은 교양 있는 독자를 위한 소설이라고 본다. 이렇게 독자의 지적 수 준을 기준으로 소설을 분류하는 것은 너무 추상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연령이나 특정 계층에 따라 특별히 선호하는 소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식 수준이나 교양 정 도라는 분류 기준은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 글을 쓴 목적은 말미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통속소설과 고급소설의 “동 일한 점은 맑스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는 목적에 잇서서 갓고 저들의 의식의 감염으로부터 구출하고 예술적 요구를 충족시킴에 잇서서”25) 같다고 말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프로소설은 교양이 있고 지식 수준이 높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 문에 당연히 고급소설을 지향하게 된다. 그런데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프롤레타리아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기 위해서는 대중의 지지가 관건이 된다. 결국 이 둘의 동일 한 접점을 찾으려고 한 것은 예술성을 잃지 않으면서 프로문학의 목적을 달성하겠다 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보통인의 견문과 지식과 감정과 사상과 문장에 대한 취미를 고루 갖춘 소설’을 통 속소설이라고 본 그는 구비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보통인의 견문과 지식의 범위
一, 부귀공명 연애와 여기서 생기는 갈등
二, 남녀, 고부, 부자간의 신구 도덕관의 충돌과 利害의 충돌 三, ××의 불합리와 여기서 생기는 비극(예 인신매매) ▲ 보통인의 감정
一, 감상적 二, 퇴폐적 ▲ 보통인의 사상 一, 종교적 二, 배금주의적 三, 영웅주의적 四, 인도주의적
▲ 보통인의 문장에 대한 취미 一, 평이
二, 간결 三, 화려26)
이런 요소를 갖춘 통속소설을 쓰는 작가가 사건을 바라볼 때는 유물사관의 눈으로
25) 위의 글.
26) 위의 글.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의 하층민들, 즉 아무리 밥벌이를 하려고 해도 직업을 구 하지 못하는 사람들, 땀을 흘리며 농사를 지어도 한겨울 동안 먹을 쌀을 장만하지 못 하는 사람들, 불과 오십 원 백 원에 동물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을 썩이는 사람들 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어야 참다운 통속소설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 다. 그러나 그에게 통속소설은 프로문학을 효과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초보적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통속소설의 개념에 대한 논의는 「대중소설론」으로 이어진다. 이 글은 ‘약간의 서 언’, ‘무엇이 대중소설이냐?’, ‘대중소설은 어째서 필요하냐?’, ‘대중소설은 과연 대중 의 의식을 앙양, 결정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약간의 결 언’ 등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소설을 예술소설‧통속소설‧대중소설 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대중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린다.
대중소설이란 단순히 대중의 향락적 요구를 일시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요, 그들의 향락적 요구에 응하면서도 그들을 모든 마취제로부터 구출하 고 그들로 하여금 세계사의 현단계에 주인공의 임무를 다하도록 을어 올리고 結 晶케 하는 작용을 하는 소설이다.27)
이 글에는 프로문학과 대중 사이의 괴리를 없애고, 대중의 참여와 지지를 제고하 려는 의도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대중들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작품을 그들 수준 에 맞게 제작함으로써 대중들의 이해를 돕고, 한편으로는 일제의 검열도 통과하자는 심산이다. 이것은 일종의 ‘목적론적 대중소설 불가피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소설에는 예술소설과 통속소설이라는 두 가지 명칭이 있다. 그리고 이미 오래 전부터 대중소설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대중이 읽고, 대중에게 읽히기 위해 존재하는 이야기책들이 대중소설이라고 본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대중’이 란 분명 노동자‧농민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런 논리로 보면 당시 노동자와 농민에게 많이 읽혀지던 이야기책인 「춘향전」, 「구운몽」, 「옥루몽」 등은 당연히 대중소설에 해 당된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은 현실적으로 노동자‧농민에게 맞지 않으므로 참된 의 미의 대중소설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울긋불긋한 표지에 4호 활자로 인 쇄한 종래의 이야기책은 대부분 대중소설로서 가치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주장하는 마취제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봉건적이고 퇴폐적인 취미, 숙명론적 사상, 지배자에 대한 봉사 정신, 노예 근성, 몽환의 향락 등이다. 대 중소설은 노동자와 농민의 예술적‧향락적 요구에 응하기는 하되, 그들을 이런 마취
27) 김기진, 「대중소설론」, <동아일보>, 1929. 4.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