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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시유를 통한 상징적 표현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89-93)

<도-40> 제주시 구좌읍 바다

제주는 4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는 섬이다. 이러한 제주의 바다는 다양한 색 감을 품고 있는데 서부 쪽은 연안바다의 바닥면이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검은 암반으로 형성되어 있어 깊은 푸른빛을 띠고, 동부는 모래질로 형성되어 옥색빛 의 바다 빛을 보여준다. 이는 바닷물 자체가 맑고 투명하여 그 속이 훤히 비쳐 보이는 현상으로 제주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대표적으로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연구에서는 이러한 맑은 제주바다의 푸른빛을 강한 환원에 의해 구현되는 백 자의 푸른빛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백자의 푸른빛은 유약성분에 함유된 미량의 철분에 의해 발현되는 색상으로 환원소성의 불완전연소에 의해 나타난다.

투명하면서도 엷게 띄는 푸른색은 유약이 시유된 두께에 따라 깊이감을 형성하 게 되는데 이는 바닥이 보이는 맑은 물이 고여 있는 듯한 청정한 느낌을 보여준다.

한라산은 제주 전체가 산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제주의 한가운데 솟아 있 고, 능선을 따라 368개의 크고 작은 오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따뜻한 제주 날씨 의 영향으로 사계절 청록빛을 띈다.

연구에서는 청자의 녹색으로 제주 숲의 푸름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청자의 녹 색 역시 유약에 함유된 철분이 환원소성 불완전연소에 의해 발현되는 색상이다. 백자의 푸른색과 같은 투명성이 있는 애메랄드 녹색 빛으로서 깨끗하고, 깊이감 있는 제주 숲의 색감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도-41> 제주 노꼬메 오름

소지 또는 유약성분에 함유된 철분은 가마소성분위기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발색되게 되는데, 공기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산화소성에서는 완전연소가 일어 나 철분의 색상이 함량에 따라 노란계열에서 갈색계열의 색상으로 진해진다. 하 지만 환원소성에서는 불완전연소로 인해 함량이 미량일 경우 회청빛을 띄다가 녹색에서 갈색계열로 진해지는 현상을 보인다.

제주는 예로부터 바람과 돌, 여자가 많다 하여 三多島라 불리기도 하였다. 이 는 바다로 둘러 쌓여 있는 섬의 특성과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지리적 영향으 로 인해 바람이 많이 부는 기후적 특성을 지닌 것과 화산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현무암질의 돌이 섬 전체로 분포되어 있는 자연적 요소, 그리고 남성의 주업이 어업이었던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도-42> 제주돌담

바람이 많은 영향으로 돌담을 쌓을 때 빈 곳이 없이 빽빽하게 쌓게 되면 강풍 에 의해 담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길 것이나 정제되지 않은 현무암들을 그대로 활용하여 최대한 변형하지 않은 상태로 담을 형성함으로써 사이사이의 구멍으로 인해 바람이 통하여 강풍에도 쉽게 담이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된 제주인의 지혜 가 엿보이는 문화유산이다.

이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연구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제주전 지역에 걸쳐 형성된 돌담의 총길이는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길었던 것으로 추정 된다고 한다.

이렇게 규칙적인 틀 안에 불규칙한 돌의 형상이 쌓여있음으로서 형성되는 문 양은 재미있고, 독특한 미적요소를 지닌다.

연구에서는 이러한 제주돌담의 불규칙한 평면적 패턴을 유말림현상이 보여주 는 균열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말림유약이 서로 응집되어 물방울처럼 뭉치거나 들떠 점토 면이 노출되는 것을 1·2차 시유를 통해 방지하고, 유면을 형성하여 색 감의 대비를 통해 강조하고자 하였으며 조선백자와 고려청자의 색감이라는 친숙 한 한국도자양식의 색감에 유말림현상의 독특한 질감과 표면적 효과를 연구자의 내적심상의 회화적 요소로서 표현하고자 하였다.

연구에서 주목한 제주의 세 가지 자연요소는 제주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 있 는 제주의 대표적 이미지인 동시에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제주의 문화유산이다. 이것은 연구자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함께 해온 환경이며 그 모 습은 단순히 자연경관을 떠나 연구자 속에 기억되는 스스로의 자아와 같은 모습 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에게 있어 제주의 바다와 산, 돌담의 형상을 이미지화하고, 복합 적으로 추상화하는 것은 자연현상을 회화화한 것이 아닌 연구자의 가슴속 깊이 형성되어 있는 내적심상의 이미지이자 자아표현의 산물인 것이다.

자연이 보여주는 요소들은 예술가에게 있어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표현요소이다. 또한 보는 이에게 있어서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같은 자연현상을 보더라도 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이다.

예술은 작품을 통해 동일한 감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이해를 구하고, 전달하 는 행위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의 연구자의 회화적 표현은 본인의 내적심상에

담겨져 있는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나, 보는 이에 따라 이는 바다가 될 수도 강이 될 수도 있는 다양한 감성적 요소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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