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통일과정에서 노동시장 법제가 정비되는 과정을 요약하면 동독 의 사회적 시장경제 도입 합의 → 동독의 노동시장 법제 자체 입법 → 동 서독의 국가조약 합의 → 동독 고용촉진법 제정 → 통일조약 체결 → 서 독법제의 동독지역 확대적용의 순서를 밟았다. 이 과정을 되짚어 보면 무 엇보다 동독이 자체적으로 사회적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법제를 정비 해나갔고, 동서독 간 조약을 통해 마침표를 찍었다는 특징이 나타난다.
또한 서독의 고용촉진법을 근간으로 하되, 동독의 노동시장 사정을 고려 해 특별규정을 두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노동시장 법제 정비과정의 이면에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사회 적 합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서독 정부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 인스주의적인 정책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통일 국면에 대처하기 위 해 노동시장정책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를 두고 “탐탁지 않은 통일 케인 스주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Beyme, 1994: 265). 통일 당시에는 시장은 통일 과정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경제 및 노동시장 적 적응 과정의 규율 원리로 기능했다. 즉 노동시장정책 영역의 중요한 행위자는 경제 현상에 개입할뿐더러 그 경제 현상을 규율하는 적극적인 국가를 요구하는 데에 합의했다는 것이다(Heinelt & Weck, 1998: 125).
통일과정에서 합의된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기본접근은 얼마간 지속되 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1993년에 단행된 삭감 조치는 통일 상황 에 대한 응급처방 국면을 지나면서 일종의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독에서는 없었던 ‘공공근로를 통한 고용창출’ 조치가 동독지역에서 적용되었다 다시 서독에서도 시행하 도록 법률이 변화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즉 독일통일의 기본 특징 은 서독의 제도를 동독지역에 이식하는 것이었지만, 통일은 단순한 이식
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 법제가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던 것이다.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 노동시장 법제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한 가지 특징은 일종의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노동시장정책은 다양한 입장 과 이데올로기가 충돌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시장의 기능을 우선시하든,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든 정책은 일정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독일통일의 노동시장 법제에서는 이 같은 이념과 가치관보다는 실업문제 에 대한 적극적 대처라는 필요에 의해 목표와 상황에 유연하게 정책수단 을 구사할 수 있도록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져 왔다. 정책에 대한 실용주 의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통일 이후, 특히 통일 직후 동독지역 에서 발생할, 또는 실제로 발생한 대량실업이었음은 물론이다.
제2절 체제전환 시기의 경제정책과 사회정책
구동독지역에서 통일이란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의 체제 전환을 의미한다. 생산시설의 국유화와 중앙집중적인 계획경제로 운영되 던 사회주의 경제는 이제 시장원칙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우선 가격 및 국제교역의 자유화 정책을 시행하고, 거시경제적으로는 경기회복과 물가 억제를 위한 거시경 제정책을 시행하게 된다(이종원, 2003). 체제전환 국가들은 초기에 상당기 간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집중식 계획경 제가 철폐됨에 따라서 관리업무의 공백이 발생하고 관리능력이 상실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유기업의 사유화 과정이 순조롭지 못하거나 사유화 이후 이를 경영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부족한 등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통일 이후 독일의 주요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체제전환 초기 실업이 급 격히 늘어나고 물가가 급격히 상승되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등의 현 상을 보인다. 특히 경상수지의 경우는 통일 이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표 2-1>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주요 경제지표 추이
<표 2-2> 동서독의 임금 및 생산성 비교(서독=100)
1인당 GDP 단위노동비용
(GDP 기준) 생산성 임금
1991 31.3 150.6 34.6 47
1992 38.9 139.4 48.3 61
1993 47.7 128.0 59.5 68
1994 52.3 126.0 64.3 70
1995 55.4 119.7 65.1 73
1996 56.8 117.1 67.1 74
1997 56.7 115.7 67.7 74
1998 56.1 116.3 67.3 74
1999 61.2 116.3 67.9 74
2000 60.3 115.2 68.4 73
2001 60.6 112.3 70.1 73
자료 : 이종원(2003), p.114에서 재구성.
은 대량도산의 길을 걷게 된다.
동독의 임금이 꾸준히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독의 임금이 생산성 보다 높이 상승한 시기는 통일 초기의 몇 년에 지나지 않았다. 통일 되던 해부터 1995년까지 임금은 생산성 증가율 이상으로 인상되었지만, 1996 년부터 임금상승률은 생산성 증가율의 절반 정도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초반은 비록 동독지역만큼 가파른 속도는 아닐지라도 서독지역 근로자의 임금상승률 또한 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은 속도로 올라갔음을 볼 수 있었다. 서독의 경우에도 1995년부터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 보다 낮아지지만 그 정도는 훨씬 낮았다.
또한 독일 정부는 동서독 소득격차 축소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재정지 출을 하였다. 매년 구서독지역 GDP의 4% 이상의 자금을 동독지역으로 이전지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당 규모의 공적지출은 주로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으로서,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공적이전지출의 목적별 사용을 보면 기업과 관련된 지원은 20% 정도
<표 2-3> 동서독 노동시장 비교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지출
중앙정부 75.1 90.0 115.7 115.9 136.7 136.7 129.6 130.8 140.0 서유럽국가․공동체 5.3 5.7 10.3 13.5 11.2 11.3 11.6 11.5 11.6 총 이전지출 142.9 172.6 192.0 194.0 188.1 186.0 183.0 181.2 194.6 순 이전지출 109.9 133.5 150.6 148.8 141.3 137.7 135.1 132.6 144.0 서독GDP 중 비중3) 4.2 4.8 5.4 5.2 4.7 4.5 4.4 4.1 4.4
주 : 1) 특별충당금, 채무변제를 위한 지출과 융자는 제외.
2)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기여분 제외.
3) 베를린은 제외.
자료 : Institut für Wirtschaftsforschung Halle and OECD.
Wurzel, E.(2001), “The Economic Integration of Germany's New Länder,” OECD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s No. 307, OECD Publishing.
http://dx.doi.org/10.1787/777416102672에서 재구성.
에 불과하고, 주로 개인 혹은 가족의 사회보장을 위한 지원에 사용되었다.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기업 친화 기반시설 12.4 9.9 8.6 10.1 13.0 13.3 13.2 12.9 12.6 기업 지원 2.5 4.7 7.6 7.5 8.0 7.0 6.3 6.4 5.8 사회적 목적 45.4 54.1 54.3 54.4 49.5 49.7 49.7 49.1 51.4 용도를 정하지 않음 28.0 22.3 20.0 19.5 23.5 24.6 25.0 25.8 24.5 기타 11.7 9.0 9.3 8.4 6.0 5.4 5.8 5.8 5.7 전 체 100.0 100.0 100.0 100.0 100.0 100.0 100.0 100.0 100.0 주 : 특별충당금, 채무변제를 위한 지출과 융자는 제외.
자료 : Institut für Wirtschaftsforschung Halle and OECD.
Wurzel, E.(2001), “The Economic Integration of Germany's New Länder,” OECD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s No. 307, OECD Publishing.
http://dx.doi.org/10.1787/777416102672에서 재구성.
<표 2-6> 동서독 지역 간 주민 이주 추이
자료 : Institute der deutschen Wirtschaft Köln(various years), Deutschland in Zahlen, Köln. 이종원(2003), p.115에서 재구성.
<표 2-7> 자격수준에 따른 독일 내 이주 실태(1992~97)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s No.307, OECD Publishing.
http://dx.doi.org/10.1787/777416102672에서 재구성.
<표 2-8> 신탁관리청에 의한 기업전환
1991년 말 1992년 말 1993년 말 1994년 말
전체 신탁관리청 관리기업 10,663 11,787 12,246 12,354
1994년 말 기준 신탁청 관리기업 12,354 12,354 12,354 12,354
신탁관리청 소유기업 7,502 3,143 1,059 192
전환기업 4,852 9,212 11,295 12,162
민영화 3,315 5,456 6,180 6,546
재민영화 527 1,189 1,573 1,588
지방자치단체 소유 145 319 261 265
다른 형태의 민영화 0 0 85 45
폐업․파산 865 2,249 3,196 3,718
판매로 인한 수입(10억 DM) 19.5 40.1 45.0 49.4
신탁관리청의 채무총액(10억 DM) 39.4 106.8 168.3 204.6
자료 : 정연택(1998), p.27, p.28에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