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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문서에서 제6회 한국복지패널 학술대회 (페이지 133-140)

본 연구는 가구의료비의 변화비가 빈곤 및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의료빈곤화의 예 측요인으로서 가구의료비 과다상승을 조작화하기 위해 수행된 종단적 관찰연구이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복지패널 조사에 참여한 5,175가구를 대상으로 가구의료비의 변화비를 측정하였 고 이후 4년 동안 상대빈곤, 절대빈곤, 그리고 박탈수준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하여 일반화 추정방정식 모형을 사용하였다. 연구결과 가구의료비 변화비는 주요 교란변수들을 보정한 이후 에도 상대빈곤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유의한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년대비 가구의료비 가 3배 이상 상승한 가구에서 상대빈곤의 발생은 1.18배 증가하였고, 절대빈곤은 1.54배 증가하 였고, 박탈 수준은 유의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과 박탈의 원인을 다차원적으로 이 해하였을 때 향후 의료빈곤을 예방하기 위하여 질병과 빈곤의 상호연관성을 규명하는 연구들이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제1절 서론

빈곤과 질병의 공존은 개인의 삶의 질과 사회의 안정성을 해치는 가장 견디기 어려운 상태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속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매우 흔한 상태이다. 중증 질환 의 결과가 생애사적 위기사건으로 작용하여 가구의 빈곤을 초래할 수 있음은 선행연구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McIntyre et al., 2006; Jenkins and Rigg, 2004; Gannon and Nolan, 2007). 중증 질 환에 따른 의료비 발생 또는 이로 인한 소득감소는 개인 또는 가구의 자산을 감소시키고, 감소된 자산은 미래에 있을 질병에 대한 대처능력을 떨어뜨려,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낸 다. Whitehead et al.(2001)은 이와 같은 현상을 가리켜 의료빈곤의 덫(medical poverty trap)이라 하였다. 의료빈곤의 덫은 지불능력(capacity of pay)이 낮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서 보다 빈번 하게 일어난다.

개인의 의료비지출이 가계 총수입 또는 지출의 일정한 한계점을 넘어설 경우 과부담의료비 지출은 재난적 결과(catastrophic consequences)를 초래할 수 있다(Xu et al., 2003). 가구 구성원들

제6회 한국복지패널 학술대회

은 늘어난 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기본적인 필수소비지출을 줄여야만 하며, 그 결과 빈곤 및 박 탈상태로의 진입 위험은 증가하게 된다(송은철·신영전, 2010; Kim and Yang, 2011). 현재까지 과 부담 의료비(catastrophic medical expenditure)는 연구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나, 총 지 출 대비 의료비 비율의 25%로 정의하는 방법(van Doorslaer et al., 2007)과 지불능력(총 가구 지 출에서 식료품비를 제외한 금액) 대비 의료비 비율의 40%로 정의하는 방법(Xu et al., 2003)이 가 장 자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과부담의료비의 정의는 가구의료비의 역동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 로, 특히 가구의료비의 변화비(ratio)가 빈곤화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지불능력 대비 의료비 비율이 40% 미만으로 기존의 과부담의료비 기준에 들지 않지만 전 년도와 비교하여 의료비의 상당한 증가를 경험한 가구는 만성적으로 의료비를 지불능력의 40%

이상 사용하는 가구에서 보다 빈곤진입 위험이 높을 수 있다. 이는 빈곤진입의 선행적 결정요인 으로서 지불능력 대비 의료비 비율과 가구의료비의 변화비 중 어떠한 요인이 보다 중요한 것인 지에 대한 질문이다. 가구의료비의 변화비가 증가함에 따라 재난적 결과가 초래될 위험은 유의하 게 증가하는가? 재난적 결과를 상대빈곤(relative poverty)에 한정하지 않고, 절대빈곤(absolute poverty) 및 주거·의료·생활 등의 영역에서의 박탈(deprivation)로 다양하게 정의할 경우 가구 의료비 과다상승은 이들 가구의 빈곤 및 박탈수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본 연구는 한국복지패널자료를 활용하여 기존의 과부담의료비 정의가 포착하지 못했던 가구 의료비의 역동적 변화가 실제 가구의 빈곤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 질병과 빈곤의 인과성 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시야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두 가지 연구목적을 가지고 있다. 첫 째, 가구의료비의 과다상승을 경험한 가구에서 시간적 변화에 따른 빈곤 및 박탈지표의 추이를 기술한다. 둘째, 가구의료비의 변화비가 빈곤 및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의료빈곤화의 예측요인으로써 가구의료비 과다상승에 대한 새로운 조작적 정의를 제안한다.

제2절 이론적 배경

1. 빈곤 및 박탈에 미치는 질병의 영향

빈곤역동에 관한 최근연구들은 빈곤진입의 즉시적 예측요인(immediate predictor)으로서 생애 사적 위기요인을 강조하고 있다(Vandecasteele, 2010). 자녀의 출산, 실직, 이혼 등 개인의 일대기 적 전환은 빈곤진입의 위험과 연관되어 있다. Rowntree(1902)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된 생애주기 가설(life cycle hypothesis)에 따르면, 빈곤은 ‘고용 → 가족형성 → 은퇴’의 사건에 따라 주기 적 역동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더 이상 생애주기(life cycle)란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 대신 생애과정(life cours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Dewilde, 2003). 이는 탈산업화 시대에 더 이상 표준적이거나 예측 가능한 생애주기란 존재하지 않으며, 불안정 노동, 장기실직, 노동빈곤, 이혼, 한 부모 가정에서 양육, 가정과 직장생활의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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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오 / 가구의료비 과다상승이 빈곤 및 박탈수준에 미치는 영향

화 등에 대한 경험이 보다 보편적인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위험이 점차 보편화됨에 따라 생애사적 위기사건에 따른 빈곤진입 위험은 더 이상 취약계층에게 한정되지 않 게 되었으며, 중산층 또한 새로운 형태의 일시적 빈곤(temporal poverty)에 노출되어졌다.

다양한 생애과정에서의 사건들 중 어떠한 사건이 빈곤진입을 유발하는 즉시적 예측요인인지 에 대한 질문들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하지만, 다수의 패널연구들은 질병과 장애가 빈곤과 박탈 을 유발하는 원인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Jenkins and Rigg(2004)는 British Household Panel Study(1991~1998)에 대한 종단적 분석을 통해 장애발생과 고용상의 불이익에 대 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근로연령에서 고용율은 장애발생 이후 감소하기 시작하여 장 애가 남아있는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에 대해서는 장애발생 이후 급격히 감소 하다가 완만한 회복을 보였지만, 처음 수준으로까지 회복되지는 않았다. Gannon and Nolan(2007) 은 Living in Ireland Study(1995~2001)를 통해 유사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65세 미만 대상자에서 만성질환의 발생이 빈곤을 유발할 뿐 아니라 사회적 참여를 제한시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근로 연령에서 질병의 발생이 빈곤진입을 유발할 수 있음은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서도 확인되는데, 이 는 질병 및 장애가 노동시장에서의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급근로자에서 급 여수준은 장애의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낮아진다는 것 또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Alcock, 2006). 이와 같은 유형의 불평등은 1990~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노동환경에서 더욱 심화되 는 추세이다.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화정책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고용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계 기가 되며, ‘저급여 → 질병 → 무급여’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비숙련노동자 뿐 아니라 건강하 지 못한 노동자 또한 빈곤층으로 진입시키고 있다.

2. 빈곤 및 박탈에 미치는 가구의료비의 영향

의료비가 가지는 비자발적(involuntary), 비의도적(undeliberate), 비재량적(non-discretionary) 특성은 다른 소비지출에서 보다 빈곤화를 유발할 가능성을 높인다(Wagstaff and van Doorslaer, 2003). 이는 건강문제의 발생이 예측할 수 없고, 치료가 끝날 때까지 가격이 결정되지 않으며, 이 용자의 입장에서는 얼마가 나오든지 서비스 공급자가 제시한 가격을 결국 지불하지 않을 수 없 기 때문이다. 가구의료비가 지불능력을 넘어서 발생할 경우 가구원들은 재산을 처분하거나, 빚을 얻는 등 가구자원을 재할당해야 하며, 이는 단기적 또는 장기적으로 가구의 빈곤화에 영향을 미 치게 된다(Whitehead et al., 2001).

하지만 가구의료비의 과다발생이 실제 가구의 빈곤화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송은철·신영전(2010)은 한국복지패널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불능력에 대한 가 구의료비 비율이 28%를 초과하는 지점에서부터 빈곤화(중위소득 50% 미만 기준)가 일어난다고 하였다. 하지만, 신현웅 외(2010)는 빈곤을 절대빈곤(의료급여대상자로 전환)으로 정의하였을 때 과부담의료비가 빈곤화의 원인이 아니라고 하였으며, 다만 필수의료서비스에 대한 미충족율을 1.38배(95% 신뢰구간 1.06-1.80) 높이는 요인이라고 하였다. 한편, 과부담의료비의 발생은 소비지 출구조의 변화를 초래하여 가구원의 박탈을 일으킬 수 있다. Kim and Yang(2011)은 지불능력 대

제6회 한국복지패널 학술대회

지불능력 대비 가구의료비 = 가구의료비(T) T/y ≥ k일 때, 과부담의료비 지 지불능력(y) 출

비 40%를 의료비로 사용한 가구에서 모든 소비항목에서의 지출수준은 의료비를 제외하고 비과부 담의료비 발생가구에서 보다 유의하게 낮았음을 보고하였다. 결국 가구의료비의 과부담과 빈곤화 에 대한 연관성은 빈곤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3. 가구의료비 과다상승에 대한 개념적 정의와 측정

현재까지 가구의료비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발생하였을 때 과부담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합의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외연구에서 과부담의료비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 되어 왔다. 우선 초창기 연구에서 사용되었던 방식은 가구의료비가 충분히 크다고 인정되는 일정 금액을 초과하여 발생할 때로 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Birnbaum(1978)은 가구의료비가 $5,000

현재까지 가구의료비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발생하였을 때 과부담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합의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외연구에서 과부담의료비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 되어 왔다. 우선 초창기 연구에서 사용되었던 방식은 가구의료비가 충분히 크다고 인정되는 일정 금액을 초과하여 발생할 때로 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Birnbaum(1978)은 가구의료비가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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