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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의 의의와 국적성

문서에서 기업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조명 (페이지 32-36)

기업이란 주어진 경제․사회적 여건 속에서 생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끝없이 적응해 가는 유기체적 존재이다.

현존 기업의 역사란 이러한 진화과정을 통해 생존한 기업 들의 역사이며, 이들 기업들은 이 과정을 통해 그 경제의 경제․사회적 환경에 가장 적합한 모양으로 태어나게 된 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 히 하나의 유기체로서뿐만 아니라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환경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게 된다. 즉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제도적 요인이 어떻 게 기업의 행태를 지배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전반적인 지배구조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경제학에서도 최근 기업의 지배구조를 강조하 는 움직임이 있으나 아직은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오히려 경영학자들의 영역인 것처럼 치부되어 경제학에 충분히 통합되지 못하고 있고, 일부 신제도학파의 노력도 지배구 조 문제를 기업의 내부 메카니즘 문제에 국한하는 문제점 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이미 지적한 선진국형 거래비

용 문제만을 강조하는 협의의 지배구조 논의에 국한되고 있다. 최근 OECD(1999)도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기업의 내부경영 메카니즘의 문제에 국한시킴으로써 이러한 범주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기업지 배구조이론은 기존의 기업이론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국적 성을 받아들이고 규명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전통적 기업지배구조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에 서, 경영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소유자, 즉 주주의 이 익에 부합되도록 기업을 경영하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서 경영자란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도덕적 해이에 빠질 우려 가 높으며, 따라서 주주의 이익보다도 자기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기업지배구조이론은 경영자를 견제하고 경영을 주주이익 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주주이익을 대변하 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파견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하게 되었다.

한편 주주와 경영자의 관계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보다 광의의 자금조달 공급원으로서의 채권자와 경영자의 관계 도 유사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경영자 는 채권자의 이해관계보다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 영함으로써 최악의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을 초래할 위험이

Ⅴ. 기업 진화론의 모색 35

있다. 따라서 채권자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 외이사를 파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경영자가 채무를 적 절히 상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하도록 감시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나아가 시야를 보다 넓혀서 보면, 기업이란 주주나 채 권자뿐만 아니라 근로자, 고객, 요소공급자, 이웃주민 등 광범위한 사회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며, 사 회적 존재로서의 기업은 이들의 요구 또한 무시해서는 생 존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기업지배구조 를, 기업 경영자들로 하여금 이들 이해관계자들stake holder

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즉 이들의 복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기업의 내부 및 외부의 각종 제도적 장치를 의 미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편, 현실적으로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와 대륙식 기 업지배구조라는 큰 두 갈래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영 미식 기업지배구조는 주식을 통한 공개시장 중심의 자금 조달 체계하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에서 경영자 와 주주간의 이해상충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로 발달 된 반면, 대륙식 지배구조는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하 는 은행중심의 금융제도하에서 경영자와 채권자간의 이해 상충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로 발달되었다. 나아가 후 자의 대륙식 기업지배구조는 보다 광범위한 이해당사자들

의 이해를 감안할 수 있는 소위 이해당사자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로 발전하였다.7)

그러나 기존의 전통적 기업지배구조이론이나 현실적 지 배구조 문제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문제점은 기업의 내부 구조를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함으로써 기업경영자의 경영 행태를 감시할 것이냐 하는데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공개기업의 내부 이사회제도의 구성과 사외이 사의 역할 등이 논의의 중심이 되고 있다. 또한 전통적 논의는 이들 기업 내부조직과 요소시장 즉, 금융시장제도 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이들 모든 기업지배장치들이 갖 는 고유의 국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장치들이 궁극적으로 보다 더 큰 외생환경으 로서의 경제제도의 영향하에 있음을 소홀히 다루는 경향 에 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지배구조를 독립변수로 보고 모방하거나 이식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우를 범하 고 있다. 예컨대 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한다 는 OECD(1999)의 제안은 바로 개별 기업지배구조의 본 질적 국적성을 무시한 채 영미식 지배구조를 글로벌 스탠 다드로 부각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본고는 기업이란 다면적인 복잡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7) 이상의 전통적 지배구조 모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는 이영기 (1996), OECD(1999)와 Vives(2000)를 참조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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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체이기 때문에, 기 업의 외생조건으로서의 각종 제도적 환경으로 구성되는 기업지배구조와 그 국적성을 이해하는 것이 기업행태의 진화와 나아가 경제발전의 전개과정을 이해하는 전제조건 이라고 본다. 특히 앞에서 지적한 후진국형 거래비용 문 제가 경제발전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내부지배구조는 물론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광의 의 사회․경제제도적 제약 모두를 고려하는 광의의 지배 구조문제를 다루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 써만 기업을 동태적 사회․경제발전의 한 부분으로 통합 해서 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이론도 광의의 기업지배구조 유형과 그 국적성을 설명할 수 있는 방향으 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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