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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보화 운동의 순환과정

Ⅱ. 이론적 배경

2) 교육정보화 운동의 순환과정

Larry Cuban에 의하면, 교육정보화 운동은 ‘열광 → 과학적지지 → 실망

→ 교사 비난’이라는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이 네 순환과정을 간략히 살 펴보면,

① 열광:기술적으로 획기적인 기계가 등장하면 교육 개혁가들과 정책 입 안가들, 그리고 이 기계를 생산하는 기업가들은 이 기계를 이용하여 교육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외치면서, 막대한 재원을 들여 이를 교실에 도입 한다. 대학의 교사 양성 과정에서도 이러한 테크놀러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각종 현직 교사 연수 때에도 이 새로운 기계를 수업시간에 활용 하는 방법이 전달된다.

② 과학적 지지:이러한 열광의 결과 이 새로운 기계가 교실에 도입되어 사용된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이 새 기계를 이용한 수업과 기존의 수 업간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밝히는 대학교수들 중심의 학문적 연구가 뒤따른다. 아울러 일선 교사들의 석사학위 논문으로도 이 분야가 연구되고, 또한 교사들의 각종 연구대회 논문 주제로도 다루어진다. 대부분의 경우, 이 러한 연구들은 이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이용한 수업이 전통적인 수업보다

7) Larry Cuban / 박승배(1997), 교사와 기계, 양서원, p.3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면에서 우월하거나 최소한 비슷하다는 결론을 제시하 면서 교사들의 적극적 활용을 권장하는 주장으로 끝을 맺는다.

③ 실망:조금 시간이 더 지나면, 정부와 기업체의 막대한 지원, 그리고 대학교수들의 학문적 증명에도 불구하고 일선교사들이 이 새로운 기계를 여 전히 멀리하고 있다는 조사보고서가 발표된다. 장학사들이 현장에 나가 독 려를 하면 일선 교사들은 장학사들 앞에서는 사용하는 척 하지만 실제 자신 의 평상시 수업에서는 시큰둥하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보고 서와 소문은 개혁가들과 교육행정가들을 실망시킨다.

④ 교사 비난: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실에 도입된 기계를 교사들이 제대 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접하고 실망한 개혁가들과 교육행정가들, 그 리고 테크놀러지 전도사들(예, 대학의 교육공학 담당교수들)은 밥상을 차려 주어도 교사들이 수저를 들려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교사들은 게으르고 시대의 변화에 둔감하며, 교육을 개선하려는 의지도 없는 매너리 즘에 빠진 집단일 뿐만 아니라, 교육 개혁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교사 자신 들이라는 공격이 이어진다. 이러한 공격에 교사들은 나름대로 할 말이 있지 만, 공개적으로 표현하면 자신만 손해 볼 뿐이며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에 비난의 폭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최 소한의 ‘보여주기 위한 복종’을 하면서 참아낸다.8)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테크놀러지를 이용하여 학교 교육을 개혁해 보 려는 노력은 대개 실패로 마감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부각시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면 인터넷과 같은 정보 통신 기술을 교육에 이용하려는 일 체의 노력을 당장 멈추어야 하는 것이냐며 의아해 할 것이다. 박승배, 나동 진(1999)은 결코 현재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 정보화 노력을 당장에 멈 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로, 교육 정보 화를 제대로 추진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그 방향을 정확히 잡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정보화가 추진될 경우 현재의 공교육제

8) 박승배 역, 상게서, p.3

도 속에서 나타날 수 부정적인 현상들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는 지를 미리 세심하게 살펴보고 이를 처음부터 진지하게 고려하면서 교육정보 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승배, 나동진(1999)은 교육 정보화 가 진행되면 일선 현장 교사들이나 학생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네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9)

(1) 교사들의 탈숙련화

Apple(1986)은 컴퓨터 교육, 즉 학생들이 졸업 후 직장을 구하려면 컴퓨터 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하므로 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 각(컴퓨터에 관한 교육)과 교사의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컴퓨터를 이용하려는 시도(컴퓨터를 이용한 교육)를 비판한다. 그는 자신의 1986년에 출판한 「교사와 교과서, 1993년에 출판한 「공적인 지식, 1998년에 출판한 「교육과정학」, 역시 1998년에 출판한 교육, 테크놀러지, 권력」등의 책에서 교실에 침투한 테크놀러지가 교사와 학생들에게 미칠 부작용을 일관 되게 지적하고 있다.

Apple은 교실속의 컴퓨터가 교사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기 위 하여, 그가 일찍이 「이념과 교육과정」, 「교육과 권력」등의 책에서 자세히 논 의한 바 있는 ‘계획과 실행의 분리’라는 개념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 Apple 에 의하면,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컴퓨터를 많이 이용할수록 교사들은 ‘타인 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실행이나 하는 단순노동자’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교 사 개개인이 자신의 힘으로 제작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좋은 수업자료 들을 테크놀러지를 통해 서로 공유하면 수업의 질을 손쉽게 향상시킬 수 있 는 것 아니냐고 교사들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교과내용을 전달하는 교 육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던지 아니면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은 다양한 학습 자료들을 활용할 경우, 교사들은 수업자료를 만드는 과정과 분리됨으로 인 하여 결국 교사들의 전문성이 서서히 녹슬게 된다는―즉 탈숙련화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사들은 대기업에서 만든 교육용 소

9) 박승배․나동진(1999), ‘교육정보화가 학생 및 교사에게 미필 영향에 관한 비판적 검토, 한국교 육, pp.255∼277

프트웨어 즉 타인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실행이나 하는 단순노동자 또는 수 업의 관리자 정도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한편, Apple(1986)은 학교에 도입된 컴퓨터가 아동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 향으로서, 계층간, 성별간의 차별을 개선하기보다는 심화시킬 위험성이 크다 는 점을 지적한다. 아무리 컴퓨터의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가난한 가정의 아 동들은 컴퓨터에의 접근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학교에서 제공하는 컴퓨터 관련 교과의 학습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교과의 학습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Apple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교사들은, ‘그럼 우리더러 컴퓨터를 모두 교실 밖으로 내다 버리라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하며 Apple의 주장을 의아 해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교사들의 의구심에 대하여 Apple은 다음과 같이 답변하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바의 핵심은, 내 말을 듣는 모든 사람들을 ‘신 러다이트’(Leo-Luddites) 로 만들어서 우리들의 직장과 자녀들을 위협하는 컴퓨터를 당장 때려부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테크놀러지는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것은 결코 어디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교육자로서의 우리의 임무는, 그것이 교실에 들어올 때에 어떤 힘을 지 닌 집단이 그들의 이미지에 따라 우리들의 주된 교육의 목적을 재정의 한 결과로 들 어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교육적으로 현명한 이유를 가지고 들어 오도록 하는 것이다10)

(2) 남녀 교사간의 불평등의 심화

교단 선진화 또는 교수매체 현대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일선 교단에 컴 퓨터가 도입되면서, 그리고 예비교사들의 임용고사에 컴퓨터 활용능력이 평 가의 한 요소로 추가되면서부터 교사들과 예비교사들 간에는 ‘컴퓨터 배우 기’가 한창이다. 교사들은 방학기간에 제공되는 각종 일반연수를 통하여 또 는 학기 중에 제공되는 자율연수를 통하여 컴퓨터를 배운다. 그것도 한해 여름 또는 겨울의 연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년 이런 저런 연수 를 받는다. 왜냐하면 컴퓨터 분야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소위 ‘컴퓨터 연

10) (Apple, 1986:p.174)

수’는 해마다 그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직의 분위기에 맞추어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이나 일반 대학에서도 교육과정에 컴퓨터 활용능력을 배양하는 강좌가 늘어났고, 또 교육부에서는 그러한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대학에 가산점을 주어 예산을 차등지원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에 따라서는 임용고사 시 컴퓨터 활용 능력을 평가하기도 하고, 각종 컴퓨터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 을 주는 방식으로 예비교사들의 컴퓨터 배우기를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직 및 예비교사들의 ‘컴퓨터 배우기’ 열풍은, 현재의 남․녀 교사간의 불평등을 지속 및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1998년도 교육부에서 발 행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초등 교원 138,088명중 약 60%인 82,614명이 여 성인데, 교장은 약 5%, 교감은 약 7% 만이 여성이다. 보직교사의 경우도 여 성은 33%로서 남성의 1/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평교사의 수는 여성이 72%로서 훨씬 많고, 신분보장이 취약한 기간제 교사의 경우는 여성이 85%

로서 단연 압도적이다. 이와 같은 추세는 중․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하게 나 타난다.

도대체, 이와 같은 교사들의 ‘컴퓨터 배우기’ 열풍이 어떻게 해서 이러한 기존의 남녀 교사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을까? 컴퓨터 관련 분야는

도대체, 이와 같은 교사들의 ‘컴퓨터 배우기’ 열풍이 어떻게 해서 이러한 기존의 남녀 교사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을까? 컴퓨터 관련 분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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