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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분석을 통한 개선점

교과서 분석 결과 McGregor와 Reed(2018)가 제시한 교과서의 발음 지도 네 가지 기준 중 첫 번째 항목인 ‘분절음과 초분절음에 대한 발음 지도 내용’은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모두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분절음의 경우 고 등학교 영어 교과서보다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는 점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그러나 문제는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수록된 모음과 자음은 특정 분 절음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서는 이중모 음 /ai/를 비롯하여 /e/와 /i/의 차이를 구분하고 긴장모음 /i/와 이완모음 /ɪ/를 연습하는 활동이 많이 다루어진 반면에 /iə/, /ɛə/, /ə/, /ɔi/ 같은 모음들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게다가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는 모음 중에 서 /ow/와 /ɔ/만을 취급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 중에서 적어도 중·고등 학교 영어 교과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모음으로는 schwa라 불리는 /ə/

라 할 수 있다. /ə/는 about의 pupil의 밑줄 친 모음의 발음에서 보듯이 강세를 받지 않는 모음의 발음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문장에서는 기능어를 발음하거나 축약이 일어날 때 빈번하게 쓰이는 발음이다. /ə/는 철자의 발음과 다를뿐더러 실제 발화에서 강세를 받지 않아 거의 들리지 않는 음이기 때문에 모든 영어 학 습자들이 학습초기에 반드시 배워야 하는 중요한 음으로 알려져 있다 (Kenworthy, 1992: 51).

자음의 경우 중학교에서는 /s/, /z/가 가장 많이 다루어졌고 그 다음으로 /f/, /ʧ/, /k/, /ʃ/, /ð/, /θ/가 비교적 많이 나타났으며, /p/, /g/, /l/, /r/, /t/, /ʒ/, /ʤ/, /ŋ/는 한 번씩 제시되었다. 그러나 무성음과 유성음이 차이가 나는 /θ/와 /ð/를 제외하고 유무성의 대립되는 다른 음들이 교과서에 수록되지 못함으로써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은 영어 발음 학습에서 중요한 무성음과 유성음을 연습하는 기회 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Avery와 Ehrlich(1992)가 지적하듯이 한국인 학습자들이 영어 학습 시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한국어와 영어의 음성적 체 계가 다르기 때문이며 그 중에서 영어의 무성음과 유성음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극복되어야 할 문제점이다. 그들에 의하면, 한국인 학습자가 어 려워하는 무성음들이나 유성음들은 /p/와 /f/, /b/와 /v/, /p/와 /b/, /s/와 /ʃ/, /θ/와 /ð/ 그리고 /l/과 /r/이다. 이 중에서 [θ]와 [ð]는 중·고등학교 영어 교 과서에서 모두 제시되었으나 나머지 자음들은 중학교 교과서에서만 단 한 번 나타나거나 /b/와 /v/처럼 아예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영어 교과서에 는 이 같은 대립되는 자음들을 다양하게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어 에는 /f/와 /v/가 없기 때문에 /f/를 [p]로 발음하거나 /v/를 [b]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고 무성음인 /p/와 유성음인 /b/, 영어에서 독립된 음소지만 한국어 에서는 ‘ㄹ’이라는 하나의 소리로 발음되는 /l/과 /r/도 한국 학습자들이 발음 상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자음들이다(이자윤, 2012). 그럼에도 이러한 자음 에 대한 설명은 모든 분석 대상 교과서에서 한 번씩만 제시되기 때문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용빈도가 높거나 교과서에서 많이 다루어진 음운 현상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학생들의 이해도가 높다 는 연구(유혜배, 2005)를 볼 때 학생들이 구별하기 어려운 분절음들을 다양하 게 포함시키는 교과서의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더불어 영어에는 존재하나 한국어에 없는 대표적인 음인 치경경구개음 /ʃ/, /ʧ/, /ʒ/, /ʤ/는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발음이기 때문 에 교과서에서 자주 다루어져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교과서에서 치경경구개음들이 수록된 것은 바람직 하다고 할 수 있으며 더 많은 교과서에서 이러한 자음 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ʧ]의 발음 지도를 다룬 E 교과서의 발음 지도 제시 방법을 보면, [ʃ] 발 음이 되는 shake, shoes, should 와 [ʧ] 소리가 나는 chair, chocolate, match 와 같은 소리구별로 나타내고 있다. 이를 통해 교과서가 분절음 [ʃ], [ʧ]의 각각의 분절음이 어떻게 발음되는지에 나타내는데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ʧ]의 경우, ‘t+r’로 시작하는 단어나 ‘t+u’인 경우에도 나타나는 발음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나 예시가 함께 제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면, train이나 tree, actually 와 같은 단어들은 각각 ‘츄레인’, ‘츄리’, ‘액츄얼리’

로 발음해야 하지만 ‘t+r’과 ‘t+u’가 [ʧ] 소리를 낸다는 것을 모르는 학생들은 ‘트 레인’이나 ‘트리’, ‘액트얼리’ 라는 어색한 발음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영어 교 과서에는 각각의 분절음을 구분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 른 분절음이 결합하여 특정한 발음이 생성되는 발음 규칙에 대한 다양한 예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에서 다루어지지 못한 자음 중 비음 [m]과 [n]의 경우 공기를 코로 내보 내며 만드는 음이기 때문에 분명하게 콧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 학습자들은 [m]과 [n]을 각각 [ㅁ]와 [ㄴ] 소리로 간주하여 발음하기 때문에 비음을 분명하게 발음하지 못한다(임다은, 2016). 이러한 자음들도 교과서에서 상 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9종의 교과서 중 단 한권의 교과서에서도 이러한 자음을 다루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번에는 영어 교과서에 초분절적 자질이 어떻게 보완되면 좋은지를 고려해 보기로 하겠다. 앞 장의 교과서 분석 결과에서 확인했듯이, 초분절음 중에서 중·

고등학교 영어교과에 모두 높은 비율로 다루어진 것은 억양이었으며 억양의 유 형으로는 상승 억양과 하강 억양 두 가지만 나타나고 비종결 억양은 나타나지 않았다. 상승 억양을 위해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공통적으로 의문사가 없는 의문 문(yes/no question)을 주로 사용하였다. 하강 억양의 경우 주로 Wh-의문문을

활용했으며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는 적은 횟수이긴 하나 명령문, 평서문, 고등학 교에서는 감탄문을 사용하였다. Wh-의문문은 교과서에서 나타나는 빈도가 높고 다양한 의문사가 고루 사용되었기 때문에 교과서를 통해 Wh-의문문을 하강 억 양으로 발음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는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평서문이나 명령 문, 감탄문과 같은 문장들은 교과서에 다루어진 수가 매우 적어 현행 영어 교과 서는 하강 억양이 나타나는 문장 패턴을 다양하게 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론적 배경에서 언급했듯이 같은 문장이라도 억양에 따라 전달하는 의미가 달 라지는 부가의문문은 억양 학습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김지현, 2005)임에도 중 학교에서 다루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 영어과 교육 과정을 보면 부가의문문은 중학교 1학년 2학기나 2학년 1학기에 배우는 내용이므로 최소한 부가의문문을 배우게 되는 해당 학년 영어 교과서에서는 이에 대한 억양 지도가 포함되어야 바람직하다고 본다.

영어 발음 교육에서 억양 지도가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Levis(1999)는 영어 교과서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 다양한 억양을 문맥 통해서 일원적으로 설명하고 실제 발화에 쓰이는 언어를 사용하여 중요하게 다 루어야 한다고 했다. Gumperz(1982)도 비원어민 화자가 부적절한 억양을 사용했 을 때 원어민화자는 무관심하고 열의가 없어 보이며 심지어 무례하게 해석되는 경우까지 있어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영어 교과서는 다양한 억양 패턴과 문장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적절한 억양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초분절음 중 하나인 강세에 관한한 중·고등학교 3종의 영어 교과서에 서 평균적으로 한 번씩 제시되고 있어서 의미 전달에 영향을 주는 초분절음의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결코 많이 다루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영어의 강세는 리듬 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문장 속에서 강세 받는 음절의 예를 좀 더 많 이 수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강세음절을 어떻게 표시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서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현행 영어 교과서의 강세 표시는 다음의 D 교과서와 I 교과서에의 두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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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English they say “You’re welcome.”

<그림 5> D 교과서 (2016: 156) 강세

표시된 부분에 강세를 두어 다음 문장을 읽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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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as really fun. I want to be an animal do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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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eed your advice.

<그림 6 > I 교과서 (2016: 12) 강세

위 두 교과서를 비교하면 D 교과서는 작은 원과 큰 원을 이용해 강세를 나타 낸 반면에 I 교과서는 모두 같은 크기의 원을 사용하여 강세를 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어의 문장 강세는 맨 오른쪽에 위치한 내용어에 주 강세를 두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D 교과서처럼 문장 속에서 가장 큰 강세를 받는 음절을 크게 표시하는 방법이 올바른 강세 표시라 할 것이다. 문장 강세에 대한 적절한 표시는 Avery, Ehrlich와 Jull(1992)에 잘 제시되어 있다.

<그림 7> 문장의 주 강세 (Avery, Ehrlich & Jull, 1992: 75)

만약 I 교과서처럼 모든 내용어에 동일한 크기의 강세 표시를 한다면, 문장 속 강세 현상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교과서에서 문장 강세를 나타낼 때 학 생들이 어느 곳에 강세를 두고 또 어느 곳에 더 강한 제 1강세를 두어야 하는지

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강세 표시를 명확히 하는 일이 요구된다.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강세 지도 내용과 관련해서 지적할 수 있는 또 다른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강세 지도 내용과 관련해서 지적할 수 있는 또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