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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상 합리의 원칙 운용의 문제점

V. 우리나라에서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

4. 공정거래법상 합리의 원칙 운용의 문제점

공정거래법상 제23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부당한’ 경우 제재를 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29조 본문에 규정되 어 있는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이를 금지하고 일정 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 ‘부당한’이라는 용어는 대개 그 행위의

43) 도서정가제에 대한 자세한 비판적 검토는 심재한(2003) 참조.

44) Leegin, 127 S.Ct. 2705, at 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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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성 여부를 분석․평가하여 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합리성 원칙을 표 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법문상에 이러한 용어가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위법인 당연위법의 원칙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제23조의 불공정 거래행위는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고 제29조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당 연위법의 원칙을 따르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1호부 터 제8호까지는 ‘부당한’ 경우에 한해서 특정 수직적 제한행위에 대한 제재를 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불공정거래행위의 구체적인 유형과 기준을 정한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1에 따르면 이 가운데 거래거절 행위의 구체적 유형의 하나인 공동의 거래거절, 차별적 취급의 유형인 계열회사를 위 한 차별, 그리고 경쟁사업자 배제 행위의 유형인 부당염매의 경우는 여타 유형 들과 달리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부당하게’와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용어가 어떠한 규범적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가 문제된 다.

이에 대해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위법성 요건을 포함하고 있는 행위유 형은 입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미국법상의 당연위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라는 견해와 입증의 기회는 주어지나 위법성의 입증책임이 행위자에게 전 환되는 경우라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 중 대법원 판례는 두 번째 견해인 입증책임이 행위자에게 전환 되는 경우로 보고 있다.45)

그러나 어느 견해를 취하든 이는 법률의 위임사항을 정하는 시행령이 법률 의 위임범위를 넘어 법체계상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법에 합리성의 원칙에 따라 특정 거래관행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되 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이 이보다 포괄적으로 그 위임범위를 넘어 특정

45)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불공정거래행위가 되는 것으로 문언을 달리하여 규정하고 있 는 취지는, 이러한 형태의 행위는……(중략)……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많으므 로 외형상 그러한 행위유형에 해당하면 일단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 로 보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행위자에게 부담 하도록 하겠다는 데에 있다.”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두833 판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지침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영철(2007), p.304.

한 거래관행을 획일적으로 불법화하거나 또는 입증책임의 소재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향후 입법론적 대책이 요구된다.4 6)

공정거래법상 합리의 원칙의 운용과 관련하여 이러한 법체계상의 문제 외에 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자체를 분석해 보면 특정 판매촉진책의 위법성 판 단이 이러한 행위가 경쟁에 미치는 친경쟁적 또는 반경쟁적 효과 또는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을 토대로 이뤄지기보다는 경쟁자 간의 관계에서 해당 판매촉진책이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를 보는 데 집중함으 로써 경쟁자 보호에 치중하고 있다. 때로 경쟁자의 보호는 경쟁의 보호와 직결 되는 경우가 있으나 항상 경쟁자의 보호가 경쟁의 보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 므로 지나치게 경쟁자 보호에 치중해 온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적용 경향은 결 국 경쟁의 촉진보다는 현상을 고착하여 오히려 경쟁을 약화하는 경우도 있었 다.47)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여 공정거래법이 경쟁법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함 은 물론 경쟁촉진을 통한 소비자 보호라는 공정거래법의 첫 번째 목적을 시현 하기 위해서도 현행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데 있어서 불공정거래행위나 재판 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재조명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48 )

이렇게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유통경로상의 판매촉진책들에 대한 규제는 앞 에서 살펴본 Leegin 판결 및 동 판결의 경쟁정책적 함의에서 살펴본 바와 같 이 경제분석을 전제로 한 합리의 원칙을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 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46) 이주선(2004), p.396; 임영철(2007), p.304.

47) 부당고객유인행위와 부당염매행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와 같은 법적용의 현상 고착 화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여 주고 있는 연구로는 이주선(1996, 1998)이 있다.

48) 이주선(2004),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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