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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지원과 관련된 이행각서(MOU)의 성격 명확화

공적자금은 일반적 지원의 전제조건으로서 경영이행각서 내지는 약 정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해당 기관에 대해 관리를 하고 있 다. 따라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의 관리에 대한 가장 핵심 적인 사항이 이행각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행각서는 소위 ‘MOU’ 라 고 불리고 있어 그 법적 성격이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MOU는 외 형적인 측면에서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서 양 당사자를 구속하지 못 하며, 협약이행 역시 상대방의 선의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실질에 있어서 공적자금의 지원과 관련된 이행각서는 일반적으로 의무불이행 에 대한 제재가 가해짐에 따라 일반적인 양해인 MOU와는 본질적으 로 다르다. 그렇다면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담당기관인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정책금융공사 등과의 양해각서는 민사상의 계약인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그 법 적성격을 언급하고 있는 문헌은 없으며, 그 법적 성질 역시 모호한 상태이다.

한편, 이행각서 혹은 이행약정서는 공적자금의 지원주체인 국가가 자 금을 지원받는 금융기관에게 일정한 급부이행 및 상환의무를 부담시 키는 일종의 공법상계약의 일종으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 다. 왜냐하면 공법상 계약은 “공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복 수 당사자 사이의 서로 반대방향의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하 는 공법행위”100) 또는 “공법상의 법적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정주체를 적어도 한쪽 당사자로 하는 양 당사자 사이의 반대방향의 의사의 합

100) 석종현, 일반행정법(상), 제11판, 2005, 삼영사, 386면.

치”101)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금보험공사와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자 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이 약정하는 각서,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지원 받기 위하여 금융위원회와 해당 금융기관이 작성하는 양해각서, 금융 안정기금을 지원받기 위하여 정책금융공사와 피지원 금융기관이 계약 하는 금융기능제고약정서는 공법상 계약의 대상이 되는 각서 내지 합 의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법상 계약을 인정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와 정책금융공사 가 공행정의 주체로서 그 기능을 하고 있느냐의 논의가 제기될 수 있 다. 즉 이들 두 공사를 공행정주체로 인정해야 하는가이다. 이들 기관 은 그 자체로서는 행정청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나, 국가가 수 행하는 금융시장 안정 및 산업자금의 지원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으로서 국가는 이와 같은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를 공공영조물의 설립 을 통하여 수행하게 함으로써 그 효율을 구하려는 것이 목적이고 이 들 기관에게 부여된 공적자금 지원업무는 일종의 간접행정으로서 이 들 기관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라기 보다는 국가가 특정 과제를 위탁한 경우의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공무수탁사인의 법리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이들 기관에 대한 행정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하나 제기될 수 있는 논의는 경영이행각서를 공법상계약으로 포 섭하였을 경우 소송의 결과상 민사소송과의 차이가 있느냐이며, 만약 공법상 계약으로 정의하였을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보다 강한 관리효 과가 나타나는가의 여부이다. 공법상계약과 민사계약, 즉 당사자소송 과 민사소송은 소송의 수행과정상에서 소의 병합, 직권탐지주의와 변 론주의 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으나102), 실무적으로는 소송의 결과에 따른 의무이행을 강제한다는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경영이행

101) 박균성, 행정법론(상), 제8판, 2009, 박영사, 427면.

102) 김남진, 행정계약․공법상계약․행정법상계약 -주요 쟁점사항을 중심으로-, 고시 2007.7, 26면.

각서를 공법상 계약으로 바라볼 경우 두 가지 점에서 민법상의 원칙 이 수정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첫째, 공법상 계약의 기초가 된 법률상 및 사실상의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있고 이를 그대로 이행할 경우 심대한 공익의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행정청은 계약내용의 변경 을 먼저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며, 둘째,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은 공익에 반하는 내용으로 이행각서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 다.103) 즉 공익성의 개념을 통해서 피지원 금융기관에 관리의 밀도가 강해진다는 점이다. 물론 피지원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행정청의 판 단에 심대한 오류가 있거나, 권한의 남용 및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경영상의 심대한 손실이 발생하지만 공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사법 심사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행각서(MOU)와 관련하여 이와 같은 이행각서가 공적자금을 지원 받는 금융기관의 경영상 자율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출범된 은행자본확충펀드와 관련하여 동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경영상의 제약을 우려해 많은 금융기관들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이와 같은 논의는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안정기금의 경우 에 있어서도 최소비용의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자료의 작성 및 제출 의무 면제 등도 이와 같은 영향이 다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초 자금이 지원되는 시점에서는 자금을 지원받는 금융기관이 준 수해야 할 의무사항들이 많을 수 있으나, 점차 기업이 정상화함으로 써 이들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할 필요도 존재하며, 이행각 서상의 의무의 준수는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 전략수립에 어려움을 줌 으로써 기업의 성장을 위축시키고, 금융감독원 이외에 예금보험공사, 감사원 등의 중복감사는 기업의 업무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존재 한다. 이에 대해 이행각서의 내용에 있어서 정부는 자금을 지원받은

103) 박균성, 전게서, 436면.

금융기관의 자율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각종 항목 및 목표를 간소화 하고 있으며, 경영상의 측면에서도 전문경영인의 일상경영에는 개입 하지 않고 있고, 아직도 여전히 공적자금을 상환하지 않고 있으면서 도 과도한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나 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경영이행각서의 작성과 철저한 준수가 이행 되어야 한다는 견해 역시 존재한다.104)

생각건대 재정을 기반으로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피지원 금융기관에 대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행각서를 체결하는 것은 합리성 의 측면에서 벗어나지 않는 부분이라고 본다. 다만 해당 금융기관이 지원받은 자금의 상당부분을 상환하고 경영상황 역시 정상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해당 금융기관이 이행약정서의 개정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재무적 및 비재무적 지표를 고려하여 금융당국 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금융당국과의 합의에 의하여 이행약정서를 개 정하는 것은 허용할만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이미 해당 금융기관들이 정부가 관리를 해야 할 수준의 경영상황을 벗어났으며, 아울러 자율 성을 존중해주는 것들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이행약정서상의 의무완화는 공 적자금의 상환이 종료될 때까지 관련 정보의 보고의무를 면제하는 것 은 아니며, 공적자금관리주체에게 해당 기업의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 더라도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보유할 수 있 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