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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절에서는 가족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는 가족학의 대 표적인 이론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가족 갈등은 많은 경우 가족이 가진 고 유한 속성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족 및 가족생활을 설명하 기 위해 개발된 몇 가지 가족학 이론1)을 적용함으로써 체계적인 접근이 가능하리라 본다.

1) 주요 가족학 이론에 관한 설명은 Boss et al.(1993: 유계숙 외 편역, 2003), Fine &

Fincham(2013), Smith & Hamon(2012) 등을 참고하기 바란다.

1. 갈등이론

사회 갈등을 설명하는 갈등이론을 가족관계 등 대인관계에 적용한 갈 등이론가들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갈등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 가족관계 갈등 역시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이다. 특히 가족은 제한된 자원을 두고 구성원이 서로 경쟁하므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갈등이론을 가족에 적용한 대표적인 학자인 Sprey(1969)는 갈등을 모든 관계의 일부분이라고 하였다. 갈등이론에서 갈등은 변화와 진보의 토대가 되며, 따라서 궁극적으로 이롭고 좋은 것이다(Smith & Hamon, 2012).

갈등이론가들에 따르면 가족갈등에서 중요한 것은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갈등이 어떻게 관리되는가이다. 가족 갈등에 대해 협상하고, 의 사소통 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과정은 가족관계에 긍정 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족 갈등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대 처방식은 관계에 대한 불만족이나 분노를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가족관 계에 부정적이다. 즉 가족 갈등을 건설적으로 관리하면 가족관계를 강화 하고 가족의 건강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가족관계를 악 화시킬 수 있다.

2. 교환 및 자원 이론

교환 및 자원 이론에서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이므로 모든 관계와 선택 에서 잠재적인 보상과 비용을 계산하며, 보상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 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의사결정을 한다고 가정한다. 가족은 제한된

자원을 공유하고 가족 내에서 이 자원을 분배하여 사용하므로, 개인의 보 상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공유와 분배에 가 담하는 다른 가족구성원의 욕구와 상충할 수 있다. 이 때 가족 갈등이 발 생하게 된다.

교환 및 자원 이론에서 출발하여 발전된 공평성 이론(equity theory:

Ingersoll-Dayton et al., 2003; Walster et al., 1978)은 가족 갈등을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공평성 이론은 가족관계 등 대인관계 내에서 자원 이 어떻게 분배되는가에 대한 개인의 지각에 주목한다. 여기서 공평성은 분배에 참여한 각 개인이 기여한 바와 얻은 것의 차이를 다른 개인과 비 교하여 판단하는데, 관계가 불공평하다고 지각할 경우 디스트레스를 경 험한다고 가정한다(Ingersoll-Dayton et al., 2003). 예를 들어 부부 간 에 가사노동이나 자녀돌봄 분담이 공평한지, 형제자매 간에 노부모 부양 부담을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는지를 판단하여 다른 가족구성원보다 자신 이 기여한 바가 많다고 지각하는 가족구성원은 불만, 분노 등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이 가족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동일한 분배에 대해서도 성별, 연령, 형제서열, 결혼지위, 경제상황 등 개인적 특성이나 성역할 태도, 전통적 가족규범 등 태도 및 규범적인 요인 에 따라 가족구성원마다 공평성을 다르게 지각할 수 있다(Sung & Lee, 2013). 공평성을 평가할 때는 실제로 기여한 것과 얻은 것(actual equity) 도 중요하지만,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심리적 공평성(psychological equity)이 중요하기 때문이다(Ingersoll-Dayton et al., 2003). 예를 들 어 부인이 남편보다 가사노동과 자녀 돌봄을 많이 수행하는 상황에 대해 젠더와 성역할 태도에 따라 공평성 지각이 다를 수 있다. 양성평등적 성 역할 태도를 갖고 있는 부인은 이 상황이 불공평하다고 지각하는 반면, 전통적 성역할 태도를 갖고 있는 남편은 이 상황이 공평하다고 지각할 수

도 있다. 마찬가지로 노부모 부양 부담을 장남이 더 많이 맡고 있는 상황 에 대해 장남은 불공평하다고 지각하는 반면 차남은 전통적 가족규범에 따라 공평하다고 지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공평성 지각의 차이는 가족관 계에 긴장과 갈등을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Sung & Lee, 2013).

3. 가족체계이론

일반체계이론에서 파생된 가족체계이론은 가족의 내적 역동성과 가족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족을 하나의 전체(whole)로 보아야 한다는 관 점으로 가족상담의 토대가 되는 이론이다. 가족체계이론은 ‘전체는 부분 의 합보다 크다’고 가정하며, 가족구성원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의 존적인 관계이므로 가족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도 개별 가족 구성원을 분리하여 살펴보기보다 가족 전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 다(Smith & Hamon, 2012; Whitchurch & Constantine, 1993). 가 족 갈등의 원인도 개인 수준의 원인보다 가족 수준의 원인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가족체계이론에서는 역기능적 가족교류패턴(family transac-tional patterns)을 가족 갈등의 원인으로 보며, 가족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기능적 가족교류패턴을 차단하거나 이 패턴을 변화시켜야 한 다고 본다.

가족체계이론에 따르면 가족은 몇 가지 하위체계로 구성되는데 부부, 부모-자녀, 형제자매 등이 하위체계의 예이다. 이러한 하위체계는 상위체 계인 전체 가족의 일부분이며 하위체계들 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부부 갈등의 원인은 부부체계 내에 있을 수도 있지만 부모-자 녀체계나 형제자매체계의 문제가 부부 갈등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4. 젠더 관점

가족은 젠더와 세대라는 씨실과 날실로 구성되어 있다. 부부관계에서 남편과 부인, 부모-자녀관계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시아버지 와 시어머니, 장인과 장모, 며느리와 사위, 형제자매관계에서 형/오빠와 누나/언니, 여동생과 남동생 등 호칭만 보더라도 젠더는 가족을 구성하는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조선중기 이후 성리학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가족 내 성별 위계를 강조하는 유교적 가족이념이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가족 내 젠더관계는 위계적이고 불평등한 관계가 되었다. 이러한 젠더관계의 불평등성은 오늘날 한국가족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별 역할 분리가 명확한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의 영향으로 가사노동 및 가족돌 봄은 부인, 며느리 등 주로 여성이 담당하고 있으며 모성 이데올로기 (intensive motherhood ideology)는 성별화된 돌봄을 강화시키고 있 다. 또한 출가외인 규범에 따라 기혼여성은 시부모 등 시가에 헌신할 것 이 기대되며, 친정과는 거리를 두고 친정 부모로부터의 상속 등 원가족에 서의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양성평등한 가족이념이 수용되면서 현대 한국가족 내 젠더관계의 불평 등성은 약화되었다. 가사노동 및 자녀돌봄에 참여하는 남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친정 부모 및 형제자매와 상호작용하는 기혼여성이 증가하는 등 친족의 상호작용도 양계화하였다. 그러나 여러 사회조사 결과나 통계청 시간사용 조사 결과를 보면 불평등한 젠더관계는 한국가족에 여전히 존 재하고 있다. 특히 양성평등한 가족이념에 대한 수용도에서 성별 격차가 존재하며, 이념적으로는 양성평등한 성역할 태도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 지만 현실에서 돌봄은 여전히 여성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부인의 취업과 관계없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매우 짧으며(통계청,

2010), 남성의 육아휴직 이용률도 약 3%에 지나지 않는다(한국여성정책 연구원, 2013). 이러한 성별 격차 및 이념과 현실과의 부조화는 가족 갈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5. 가족발달적 관점 및 가족스트레스 이론

가족발달적 관점 및 가족스트레스 이론에서는 가족이 경험하는 주된 생활사건(life events)과 이 사건에 따른 급격한 변화에 가족이 적응하는 시기인 전이(transitions)에 관심을 둔다. 여기서 생활사건은 가족이 발 달하면서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예측된 생활사건도 있고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생활사건도 있다. 가족은 이러한 생활사건과 생활사건에 따른 변화에 적응하면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족 갈등이 발 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측된 생활사건(expected life events)이란 결혼, 출산, 자녀의 취학, 자녀의 청소년기 진입, 은퇴, 배우자의 사망 등 대부분의 가족이 일정한 시점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은 예측이 가능하 기는 하지만 사건 전후로 가족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적응해야 하는 시기 인 전이(transitions)를 경험한다. 신혼기 전이, 부모기 전이, 학부모기 전이, 은퇴 후 적응, 빈둥지기 전이 등은 전이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기 간 동안 가족은 새로운 가족 환경에 함께 적응해야 하는데, 적응 과정에 서 겪는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는 부부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측하지 못한 생활사건(unexpected life events)은 재난 및 재해, 사 고, 실종, 유괴, 실직, 사업실패, 외도, 중대한 질병의 발병 등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건이다. 가족원 의 사망이나 퇴직은 시점에 따라 노인부모의 사망이나 정년퇴직과 같이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