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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報社會와 統治原理

근대국가헌법의 기본이념은 자유와 평등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조원리 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분리다. 시민사회의 자율과 권력의 국가독점은 근대헌법 의 기본과제가 되었다. 시민사회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해방공간이었지만 권력의 주체는 되지 못했다. 권력없는 자유는 공허한 것으로 인식되자, 시민사 회와 국가의 관계는 대립과 갈등으로 전개되어갔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결 국 국가가 독점하였던 정치영역에 대한 시민사회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써 완화되어 갔다. 이제 시민사회의 자율을 보장하기 위한 법치국가원리만이 아니라 공권력을 시민사회에서 귀속시키는 민주주의 원리가 근대국가의 구성원 리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유와 권력의 통일이라는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건들이 성숙되지 못했으며 불완전한 대의민주제에 머무르고 말았다. 게다가 20세기초에는 산업사회의 모순을 반영하여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서 사회국가, 복지국가 또는 공산주의 국가가 등장하고, 권력의 민주화가 미완성인 상태에서 권력의 거대화․비대화가 이루어졌다. 관료가 장 악한 거대한 국가권력에 의하여 사회복지와 개인의 일상생활이 관리되고, 개인 의 자유는 국가권력에 여전히 그리고 더욱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권력의 관료 주의화와 반민주화의 퇴행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45)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근대시민혁명과 현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서도 결코 획득하지 못했던 자유와 권력의 주체의 통일이 라는 민주주의의 완성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인류의 이상에 머무를 것인가? 이 상실현의 염원이 남달리 큰 수많은 지성인들이 21세기에는 민주주의의 완성은

45) 김명재, “멀티미디어 시대에 있어서의 통치기구의 변화” 「公法硏究」 제28집 제2호, 2000, pp.265-266.

이제 현실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1960년대 컴퓨터의 등장으로 정보화가 시작된 이래 디지털화, 네트워크화, 멀티미디어화가 일어나 성숙단계에 이른 정보통신 혁명이 자유와 권력의 분리라는 근대국가적 억압도구인 관료주의의 기술적 근 거를 소멸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관료주의의 기술적 근거가 소멸되면, 이제 관료주의는 더 이상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외관상으로 는 관료주의가 가치문제로서 자유선택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500년 이상 아니면 적어도 200여년 동안 인류의 정치적 최고이상으로 승인되 고 염원되었던 자유와 권력의 통일은 관료주의와 비교하면 절대로 상위인 가치 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관료주의가 이상실현의 장애가 되는 한에서 관료주의를 폐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물론 정보통신혁명을 통해서 자신의 기술적 근거가 소멸되었다할지라 도 오랫동안 지배해온 관료주의적 가치체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아니 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유만이 생활의 원인이며 지배원리이어야 한다는 존엄성 원리의 실현은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경험적 가치체계를 극복하여야 한다. 따 라서 ‘의사소통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는 현대의 정보통신혁명이 완수된다 할지라도 그것만으로는 관료주의적 지배체제의 원리인 자유와 권력의 분리도식 이 완전히 해체될 수는 없다’라는 신중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정 보통신혁명이 관료주의적 지배체제를 오히려 강화시킬 것이라는 비관론도 없지 않다. 비관론자들은 현존하는 사회관계속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 지배세력이 자신의 혁명주체인 기득권세력에게 귀속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정보통신혁 명은 근대적인 지배관계의 연장에 기여한다고 본다. 비관론이건 신중한 비판론 이건 대체로 기술보다는 경험적 가치체계가 사회관계의 형성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46)

물론 성급한 낙관도 비관도 모두 경계할 일이지만, 서로 대립적인 견해를 비 판적으로 종합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와 권력의 통일이라는

46) 정보사회에 대한 담론, 특히 기술결정론과 사회구조론, 단절론과 연속론의 대립에 관한 간추린 요약을 위해서는, 권태한․조형제 編, 「정보사회의 이해」, 미래미디어, 1997, p.55-77 참조; 김명재, 前揭論文, p.266 재인용.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은 보편적 가치이며 그리고 관료주의적 가치체계에 비해 상위가치이지만, 후자는 전자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시간․공간적 제약을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없었던 역사상황 속에서 형성된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경 험적 가치이다. 이러한 가치론이 지배하는 한, 정보통신혁명은 아무튼 오늘날의 비민주적인 지배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체할 것이다. 대체적으로 보면 어느 특정 사회가 갖는 지배구조가 민주적이면 민주적일수록, 즉 자유와 권력의 대립이 완화되어 있고, 시민사회에 대하여 통치부분의 개방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조 만간 우리가 향유할 정보통신의 총화인 멀티미디어는 그 사회의 민주적 개방구 조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며, 그 반대이면 폐쇄성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47) 따 라서 단기적으로 보면 조건 없이 멀티미디어가 순기능을 한다거나 또는 역기능 을 한다라고 볼 이유가 없다할 것이다. 멀티미디어가 어느 공동체에서나 동일 한 내용의 영향과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는 것은 사려깊은 통찰이라 할 수 없 다. 중요한 것은 어느 특정 사회가 멀티미디어의 순기능을 위한 조건을 얼마만 큼 확보하고 있는지 그리고 순기능을 위한 현존 조건을 어떻게 관리하고 그리 고 필요조건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멀티미디어가 사회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과제는 한 국사회의 현재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의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상황구속적 영향이 축소되어 먼 미래의 보편적 영향으로 전개될텐데, 이를 단 계적으로 구획하여 예측하는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48) 아무튼 이러한 과제수행을 위하여 주로 선진국가의 정보사회론의 기본개념과 방법이 수용되고 있어, 선진국 특히 미국의 정보사회론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이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자유와 권력의 통일이라는 궁극적인 이념을 우리는 서구인 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은 종국에 가서는 인류가 보편적으 로 향유할 수 있는 동질의 수단적 기술이기에, 선진국 학자들이 갖는 정보사회

47) A. McDonald & G. Terri, Open Govemment: Freedom of Information and Privacy, 1998은 정보의 자유를 개방정부의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48) 방석현, “전자정부 유형론과 한국 전자정부 구상에 대한 평가”, 「행정논총」제36권 제2호, 서울대행정대학원, 1989, p.41-65에서 전자정부의 유형론과 발전단계론을 능률형→서비스형

→민주형으로 한국정부가 구현하려고 추진하는 전자정부를 평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의 비전은 장기적으로 보아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의 것이라 할 것이다.49)

정보화 사회가 현재의 통치기구의 조직과 작용의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 대의제원리, 권력분립주의, 자유민주주의에 미칠 영향과 정보통신혁명이 통치원 리에 미치는 영향이 이제 구체적으로 통치기구에 반영되어 나타날 것이므로 통 치기구의 변화를 정보화의 진행단계별로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