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변화는 천문(天文)이고, 땅의 변화는 지문(地文)이며, 인간의 변화는 인문(人文)이다 (許慎, 1963, p. 88). 여기서 인문의 본래 뜻은 인간의 무늬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인간의 변화 곧 ‘피상적’ 현상(인간의 무늬)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인간 및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 향이 분석될 수 있다. 인터넷 시대에 일어나는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텔레마틱이라는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 곧 기술적 형상의 담론적 회로도를 대화적 회로도로 재구축하는 기술의 발전 이다. 텔레마틱과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정보 운반체의 일반적인 보급에 따른 미디어 기술의 변화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일으킨다.
3-3-1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
기술적 상상의 차원에서 기술적 형상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대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20 세기 후반부터의 컴퓨터를 이용한 청각과 시각 메시지의 디지털화는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변 화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인류는 디지털화의 도구인 컴 퓨터를 이용해 0과 1을 더하라는 명령으로 디지털 코드인 문자텍스트, 소리 그리고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코드는 세 번의 발전과정을 거쳐 현재의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곧, 1980년 이후의 개인용 컴 퓨터 시대, 1990년 이후의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 그리고 2010년 이후의 스마트 시대가 그 것이다(김성재, 2017).14)
망형대화의 미디어로서 디지털 미디어는 약 4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언론체계인 매스
14) 김성재(2017)에 따르면 청각 메시지를 디지털화한 CD는 1982년에 필립스사와 소니사가 합작해 개 발한 기술을 토대로 대중에게 기존의 LP판이나 마그네틱테이프보다 훨씬 깨끗한 음질을 들려주는 소리 미디어(Audio Media)로 처음 등장하였다. 1984년에는 살아 움직이는 홀로그램과 동영상을 선 보임으로써 시각 메시지의 디지털화는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세계, 곧 초강현실(hyper reality)을 창조하였다. 이렇게 하여 시청각 메시지의 디지털화는 점차 완성의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를 초월하여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매스미디어는 “관행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재생산하면서 수용자를 인지적으로 자극하는 정보를 제공한다.”(Luhmann, 2003/2006, 88쪽) 매스미디어의 한계는 순간의 자극 및 단기적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매스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는 시간이 경과하면 ‘놀라움’이라는 정보가치를 상실한다. 따라서 매스미디어는 지속적으로 자극적인 정보를 생산해 제공해야 하고, 그 본질적 기능은 사회적 으로 중요한 문제를 정보의 대상으로 만들고, 동시에 문제 해결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정 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수용자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현실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고 해석을 통해 재구성된 현실이다.
매스미디어와는 달리 디지털 미디어로서 인터넷미디어는 매스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참여 가능한 대중을 만들면서 새로운 인간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탄생시켰다. 디지털 미디어 의 발전 과정은 ‘연결’의 끊임없는 진화라고 할 수 있다(彭蘭, 2013). 곧, 웹(web)1.0 시대는
‘내용의 연결’이라는 특징을 띠며 텍스트와의 링크가 주된 형태이다(예: html/ftp, homepage 등). 웹2.0 시대는 ‘관계의 연결’이라는 특징을 띠며, 사용자 개인 중심의 커뮤니 티를 기반으로 유동적 공간에서 ‘인간관계’를 구성할 수 있다(예: bloger, twitter, facebook). 그리고 웹3.0 시대는 앞선 두 시대의 특징인 ‘내용의 연결’과 ‘관계의 연결’을 토 대로 이용자 개인 중심의 맞춤형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연결’을 가 능케 한다. 웹3.0시대에는 ‘내용 네트’, ‘관계 네트’ 그리고 ‘서비스 네트’가 서로 상호작용하 면서 융합된다. 웹1.0 시대의 월드와이드웹(www)은 일방적인 정보를 수용하는 데 사용되었 으며 운영자가 올린 것만 볼 수 있는 정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웹2.0 시대에는 참 여, 공유 그리고 개방된 플랫폼(platform)을 기반으로 정보 생산과 공유(쌍방향 커뮤니케이 션)를 가능케 한다. 곧, 사용자들은 원하는 데이터를 찾기 위해 정보 생산 및 공유에 많이 참여하게 된다. 웹3.0시대는 개인화 및 지능화된 웹(semantic web) 및 클라우딩 시스템 (clouding system)으로 진화하여 컴퓨터(또는 스마트미디어)가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고 논 리적인 추론까지 할 수 있는 차세대 웹이라고 할 수 있다(김성재, 2015a).15)
15) web1.0은 텍스트와 링크가 주된 형태이며 멀티미디어의 사용은 극도로 제한된다. 검색은 검색 엔 진 내에서만 가능하다. web2.0는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하였고, 개방, 공유, 참여를 바탕으로 사용 자가 직접 정보를 생산하여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웹 기술이다. web3.0은 개인화 및 지 능화된 맞춤형 웹 기술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 특히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모바일 미디어 터미널의 보급에 따라 언제, 어디에서든 ‘놀라움’이라는 정보가치는 창조될 수 있다. 동시에 지속적으로 24시간 중 단 없이 ‘파편적’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인터넷 언론미디어의 양적·질적 팽창이 이 루어지고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기존 매스미디어의 지배적인 위상이 도전받고 있다.
중국 CNNIC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용 자의 비율은 90.7%에 달한다. 이렇듯 소셜미디어는 이미 인터넷 사용자들의 중요한 정보원 이 되었고(中國互聯網資訊中心, 2017),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모바일 단말기의 급속 한 보급은 인터넷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3-3-2 디지털 미디어 시대 인간의 새로운 위상
1. 객관적 세계의 주인에서 대안적 세계의 기획자로
오늘날 컴퓨터와 모바일 등 기술적 형상, 곧 디지털 코드를 작동시키는 디지털 미디어는
‘추상게임’이 완결된 시점에서 시작되는 ‘조합게임’을 주도하고 있다(김성재, 2013a). 인류는 수 만 년 전부터 4차원의 세계로서 움직이는 사물에서 시간을 제거한 후 3차원적 입체코드 (예: 조각 작품)로, 다시 입체코드로부터 깊이를 제거한 후 2차원적인 평면코드(예: 전통적인 그림)로, 그리고 평면코드에서 선을 제거 한 후 1차원적 선형 코드(문자텍스트)로, 마지막에 는 이 선형코드를 다시 0차원적인 점(비츠, Bits)으로 추상하는 추상게임을 수행해왔다. 현재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추상게임은 완결되었고, 기술적 상상의 차원에서 추상게임의 역방 향으로 점의 세계를 조합해 기술적 형상이라는 새로운 평면코드(테크노 코드)를 창조하는 조 합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코드로서 컴퓨터 모니터와 모바일 스크린 위에 투사되는 선, 평면, 입체 그리고 동영상은 모두 조합게임에 의해 창조된 새로운 평면코드다. 새로운 평 면코드는 추상게임의 결과인 전통적인 그림과는 달리 역사시대의 문자텍스트, 곧 개념을 토 대로 조합게임에 의해 창조된 비물질적인 그림이다. 곧, 전통적인 그림이 구체적인 것으로부 터 추상된 것이라면, 컴퓨터그래픽과 같은 새로운 평면은 마지막 추상으로부터 구체적인 것 을 향해 점들을 조합한 결과다. “이 두 가지 상반된 피부들이 만나는 곳에 현재 우리가 서 있다.”(Flusser, 1995/2004, 58쪽)
디지털 코드로서 기술적 형상은 불과 몇 십 년 전부터 존재하고 있지만 인간의 가치, 체험, 행위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럴듯한 진리를 발견하려고 하지 않고 그럴듯하지 않는 불개연성을 발명하려고 한다(Flusser, 1995/2004, 16-17쪽).16) 곧, 불개연 적인 정보를 창조하는 인간은 점-세계로부터 설계된 새로운 평면코드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 객관적인 세계의 주인이 아니고 대안적인 세계의 기획자(설계자)가 된다. 이 대안적 세계는
‘디지털 가상’으로서 인간의 의식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실존 문제도 뒤흔들어 놓았다 (Flusser, 1995/2004, 289쪽). 바로 눈앞에서 컴퓨터나 모바일의 스크린 위에서 발산되는 대안적인 세계들, 점-세계로부터 조합된 선, 평면, 입체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들은 색과 소 리와 함께 존재한다. 이들은 가까운 미래에 만질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으며, 맛 볼 수 있 게 될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코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튜링 맨(Turing’s man)처럼 인공지 능으로 무장되어 이 움직이는 입체들과 대화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대안적 세 계에서 사는 인간은 더 이상 주어진 세계의 주체가 아닌 대안적 세계의 기획자가 된다. 결국 대안적인 세계의 기획자로서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는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인간의 내부, 인간들 사이, 그리고 인간 외부적 가능성들을 정확한 계산적 사고17)로 자아를 실현하 면서 매스미디어 시대의 미디어 예속적인 위상을 극복하고 있다.
대안적 세계의 설계를 통해 과학과 예술, 진리와 가상 간의 차이를 더 이상 구별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디지털 가상’의 목적이다. “모든 예술형식들은 디지털화를 통해 정확한 과학적인 학문분야가 된다.”(Flusser, 1995/2004, 303쪽). 여기서 과학은 모든 예술형식들을 위한 하나의 패러다임에 불과하다. 모든 예술형식들이 경험적 지식을 버리고 과학에서 도달 했던 이론적인 정확성에 도달한다면 그 때 비로소 진정한 실제가 된다. 곧, 실제는 창조된다 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학은 일종의 예술로 인식되고, 예술과 과학의 구
16) 여기서 개연성(蓋然性)은 그럴듯한 것을 의미하고, 그 반대 개념으로서 그럴듯하지 않은 불개연성 (不蓋然性)은 ‘정보’와 관련된다. 불개연성을 대표하는 정보는 이제 더 이상 연구되지 않고 발명된 다. 그렇다면 정보로 이루어진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자는 예술가가 될 것이며, 점의 조합으로 이루 어진 그림의 세계를 설계함으로써 인간다운 존재에 부합되는 그림을 만들면서 인생에 새로운 의미 를 부여한다.
17) 기술적 상상력을 갖춘 미디어 이용자들은 ‘세계’를 단순히 관찰하지 않고, 세계를 손안에 넣는 것, 곧 세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면 그 세계를 계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다시 말해 서 세계는 상상할 수 없고 묘사할 수도 없지만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한 ‘세계’는 바 로 기술적 형상으로 만들어진 대안적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