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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정부의 행정개혁과 ‘관저주도(官邸主導)’

문서에서 PDF 한국과 일본의 노동시장 개혁 (페이지 75-84)

과정은 나타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구조개혁의 추진을 위해 변화된 제도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연이은 부정부 패 사건으로 일본 내에서는 관료 중심의 정책 형성 기제에 대한 강한 비 판이 제기되었는데, 고이즈미 총리 역시 일본의 대표적인 정책 조정 기 제인 심의회 정치에서 관저주도의 정치로 변화를 주도했다.

정책형성의 조정적 단계에서 조정적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이 과거에는 후생노동성 산하에서 노동, 사용자, 관료의 심의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 다면, 경제위기 이후 조정적 담론의 형성이 내각 산하의 총합규제개혁위 원회로 옮겨가면서 노동은 배제된 것이다. 기존의 일본의 코포라티즘의 특징에 대해서는 ‘노동없는 코포라티즘(corporatism without labor)’이라 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지만(Pempel and Tsunekawa, 1979), 1989년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의 결성 이후 정권과 연합의 대화는 정노회견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왔다(三浦, 2007). 하지만 고이즈미 정부 이후 경제정책의 형성 및 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정치적 영향력이 감퇴하 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익유도정치에 기초한 일본의 정치 시스템 하에서 가장 중요한 관료 기구는 바로 대장성(현 재무성)으로, 대장성은 한 해의 전체 예산을 편 성하고 금융기관을 관리하는 등 가장 핵심적인 관료기구였다(Campbell, 1980).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집권한 이후 경제재정자문회의가 경제 정책 결정의 최고 기구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로 인해 경제재정자문회의는 기본방침의 책정을 통해 경제정책과 예산편성에 있어 기존의 ‘관청 중의 관청’이라고 불리우던 재무성의 정책 형성 및 조정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즉, 경제재정자문회의는 민간위원이라는 외부의 자극을 이용함 으로써 고이즈미 총리 하에서 내각 기능의 강화, 특히 ‘관저의 리더십 발휘’를 위한 조직이었다(福岡, 2007).

1990년대부터 나타난 경제위기와 부패스캔들과 더불어 하시모토 행정 개혁부터 이어진 내각주도 정치로의 변화는 고이즈미 총리의 집권과 더 불어 노동시장의 자유화를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제도적 변화였다. 고 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신념과 무당파와 도시유권자의 규제완화와 시장자

유화에 대한 이념적 지지는 노동자파견법 개정이 규제완화의 방향으로 추진되는데 중요한 이념적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1990년대 부터 점차 변화해온 일본의 제도적 환경 속에서 가능한 것이었으며, 고 이즈미 총리 역시 구조개혁을 위해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적극 이용했 다.

제5장 결론

본 논문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2000년대 각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진 노동시장개혁에 대해 분석하였다. 한국에서는 2006년 비정규 직보호법이 입법되어 비정규직 사용에 관한 보호 규제가 입법된 반면, 일본에서는 2003년 노동자파견법 개정을 통해 규제완화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로 한국에서는 2006년 이후 비정규직 수의 감소와 더불어 자발 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비율이 증가한 반면에, 일본에서는 비자발적 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했으며 장년층에서 비자발적 비정 규직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양국의 이러한 서로 다른 노동시장 개혁의 원인으로 공 적 제도이자 행위자로서 국가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행위자들의 이념이 정책을 둘러싼 담론 과정에서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었는가에 주목했다.

기존의 정규직의 과보호가 비정규직의 사용을 확대할 유인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나, 이러한 주장에 기초해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의 확대를 가져오는 개혁의 원인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검토하고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였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정규직에 대한 고용규제가 점 차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비정규직의 사용 확대가 같이 이루 어졌으며, 노동조합은 이러한 개혁의 과정에서 비정규직 보호를 일관되 게 주장한 집단이었다.

한국에서 2006년 비정규직보호법 입법은 정책의 정당성에 대한 주요 정책 관련 행위자들의 사회적 공론화 과정 끝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노 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 이후부터 정부 내의 정책 결정자들과 전문가 집단에게 수용된 시장원리주의를 정책의 주요 기조로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정책 형성과정에서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나 공익위원안을 받아들이 지 않고 2004년 처음 입법을 시도한 당시 시장원리에 보다 중점을 둔 노동시장개혁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정책이 공표된 이후 여러 정책 행위 자들의 반대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지기반의 이탈과 반대로 인해 소통적 담론의 형성 과정에서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정당성을 호소하는데 실패

하였고 그 결과 보다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규제가 도입된 입법이 이루 어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나타난 비정규직보호법의 입법 과정은 정책의 형성 및 결정 과정에서 담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001년 노사정위원회 산하 비정규 직특위에서부터 논의되던 비정규직에 대한 해결책 논의가 별다른 소득 없이 2003년 종결되고, 2004년 9월 정부에서 입법예고한 법안이 공익 위원안에 비해 보다 시장원리주의적이었던 것은 한국의 제도적 특징에 기인한다. 한국은 대통령제임에도 내각제적인 제도적 속성에 따라 국회 와 행정부 간의 권력분립이 철저하지 않으며,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 중심의 선거제도와 단일하고 통일된 비연방제의 제도 등으로 단순 정체 의 제도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특징은 정책 형성에서 행위 자들 간의 사전 조정단계에서의 조정적 담론에 비해 정책 공표 이후 이 를 둘러싼 행위자들 간의 정당성에 대한 소통적 담론이 보다 활발히 이 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2004년 9월 정부의 입법 예고 이후 3년에 걸친 사회적 논쟁 끝에 비정규직보호법이 입법된 것은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준다.

일본에서 2003년 파견법 개정은 1990년대 초반 부패 스캔들과 금융 위기로 인한 제도적 변화 속에서 무당파와 도시유권자의 정치적 영향력 이 증가한 가운데 이들이 요구한 규제완화 및 시장자유화를 추진할 수 있는 고이즈미 총리가 집권한 결과였다. 1990년대 경제위기를 겪은 가 운데 변화한 일본의 정치제도는 규제완화와 시장자유화를 요구하는 무당 파와 도시유권자의 요구가 정치권에 반영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무 당파와 도시유권자들은 기존의 관료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고, 이에 따라 규제완화와 시장자유화에 대한 주장이 일종의 공공 정서로서의 이념으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1970년대부터 규제완 화와 시장자유화를 주장해왔던 고이즈미가 총리로 집권할 수 있었고, 무 당파와 도시유권자에 대한 직접적인 호소를 바탕으로 고이즈미 정부 하 에서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고이즈미 정부 하에서의 노동시장 개혁은 일본이 기존의 제도적 배열

로부터 점차 이탈해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고이 즈미 총리 스스로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관료 중심의 정책 결정을 배제하고 내각 산하에 경제재정자문회 의와 총합규제개혁회의를 설치함으로써 개혁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계를 배제하고 민간위원과 경영계를 참여시켰다. 이러한 기구들로부 터 결정된 정책은 무당파와 도시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었 고, 노동시장에서의 규제완화를 강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본 논문에서는 정규직 고용보호 규제가 비정규직의 확대를 가져온다거 나,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를 막는다는 내부자 -외부자 갈등에 관한 이론은 최소한 한국과 일본에 관해서는 재검토되 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의 보호를 위한 규제의 도입을 강하게 주장한 행위자였다. 한국의 경우에 초기 정 부 입법안에 비해 보다 규제가 강화된 형태로 비정규직보호법이 입법되 는데는 양대노총의 공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의 경우 파견에서 규제완화가 이루어진데는 기존의 후생노동성 심의회를 통한 정책결정과 정이 내각 산하의 경제재정자문회의와 총합규제개혁회의를 통해 이루어 지면서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배제되었기 때문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본 논문에서는 양국에서의 노동시장 개혁에 관해 독립적으로 정책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으로서 이념을 가진 행위자로 서 국가의 역할에 주목했다. 행위자이자 아울러 제도로서 국가라는 변수 는 나라마다 서로 상이한 노동시장 개혁의 방향이 결정되는데 가장 중요 했다. 다만 본 논문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노동시장 개혁의 원인에 보다 주목해 분석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 각기 이루어진 노동시장 개혁 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가에 대해 독립적인 연구를 진행하 지는 못했다. 이는 본 논문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 개혁의 이슈는 최근 한일 양국에서 모두 뜨거운 감자로 부상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정규직의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규제완화와 더불어 기간제근로의 사용연한을 종래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노동 시장 개혁을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발표되었다. 김대환36) 경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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