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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이라고’의 의미

3. 연결어미 ‘-다고’류와 조사 ‘-이라고’의 문법과 의미

3.3. 조사 ‘-이라고’의 의미

이 절에서는 조사로서의 용법을 보이는 ‘-이라고’의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앞서 3.1.2.에서 ‘-이라고’가 ‘이유’의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는 계사의 활용형으로 보아야 하고, 화자의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경우에 한해서 조사로 볼 여지가 있음을 논 하였다. 사전류나 선행 연구에서 ‘-이라고’의 의미를 화자의 태도와 관련하여 서술 한 것은 그것을 보조사로 처리한 것과 관련한다고 생각되는데, ‘-이라고’는 부사격 조사처럼 쓰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 의미에 관련하여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22) ‘△’로 표시한 것은 일부 서술어가 선행할 때 관용적으로 굳어진 표현에서만 ‘결과’의 의 미를 낸다는 것을 보이기 위함이다.

-려고 -고자

-게

-도록 -러 -다고 -라고 -자고

목적 동일주어 O O O O

비동일주어 O O O

결과 O △22)

청유문 및 명령문

후행 여부 X O O X X X

[표 6] ‘-다고, -라고, -자고’가 나타내는 목적 의미 유형

먼저 부사격조사로서의 쓰임을 보이는 ‘-이라고’의 예문을 다시 가져 오면 아래와 같다.

(58) 가. 영희는 이 연필을 선물이라고 주었다.

나.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말을 안 듣는다.

(58)에서 ‘-이라고’는 조사 ‘-으로’로 대체될 수도 있고 전체 구를 부사어로 만들 어 부사격조사로 볼 수 있다. 이때 ‘선물’이나 ‘아들’에 부여하는 의미역할을 ‘자격’

이라 할 수 있다. 이는 3.1.2.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라고’는 지칭구문이나 판단구 문에서 형성되는데 그 구문의 주어는 문장 내에 드러나는 어떤 개체나 동작을 가리 키기 때문이다. 아래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58′) 가. 영희는 이 연필i을 선물i이라 하고 주었다.

나. 아들i이라 하고 하나 있는 것i이 말을 안 듣는다.

(58′)은 (58)에서 ‘-이라고’를 ‘-이라 하고’로 복원하고 공지시 관계를 표시한 것이 다. ‘-이라고’는 하나의 요소로 굳어졌기 때문에 (58)과 (58′)의 의미가, 특히 (58 나)와 (58나′)의 의미가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58′)과 같은 구문에서 ‘-이라고’

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58′가)에서는 ‘연필’에 대해서 ‘선물’이라는 이름이나 자격을 부여하였고, (58′나)에서는 ‘하나 있는 것’에 대해서 ‘아들’이라는 이름이나 자격을 부여하였다.

‘-이라고’는 지칭구문 혹은 판단구문에서 기원하였다는 점에서 ‘자격’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으며, 동시에 화자의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낼 수 있다. 이는 그 명명 혹은 판단의 주체가 화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생긴 특성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58 가)에서 ‘연필’이 ‘선물’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주어인 ‘영희’이고, 화자는 그 판단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연필이 선물의 자격을 가질 수 없 다’는 함축적 의미가 전달된다. (58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나 있는 것’에 ‘아 들’이라는 자격이 부여되었지만, 화자의 판단으로는 아들의 자격이 없는 대상이 아

들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라고’의 보조사로서의 쓰임에서는 화자가 그 속성 및 자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보조사로서의 ‘-이라고’를 살피면 아래와 같 다.

(59) 영희는 그걸 도망이라고 갔다.

(59)에서 ‘영희’의 동작에는 ‘도망’이라는 자격이 부여되는데, (59)와 (59′)에서처럼

‘그것을 도망이라고 한다’는 판단구문에서 ‘-이라고’의 구문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화자는 ‘영희’의 동작이 ‘도망’이라는 자격을 부여받을 수 없다는 태도를 드 러내어 ‘-이라고’는 보조사로서의 용법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본래 인용문 구성에서 비롯한 형식은 화자가 내면화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그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함축을 드러낼 수 있으며 이는 제 5장에서 ‘-다고’류의 함축적 의미로 다루어진다. 그런데 ‘-이라고’의 경우에는 그러 한 함축이 어느 정도 내재적인 의미로 굳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아래의 예문을 통해 확인해 보자.

(60) 가. 철수는 그 연필을 선물이라고 선생님께 드렸다.

나. 철수는 그 만년필을 선물이라고 선생님께 드렸다.

(60가)와 달리 (60나)는 ‘만년필’이 대체로 ‘선물’의 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여 겨짐에도 불구하고 화자의 부정적인 태도가 여전히 드러나는 듯하다. 즉 문맥상 부 정적 태도가 함축적으로 전달된다기보다는 ‘-이라고’ 자체의 의미로서 화자의 부정 적 태도가 드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이라고’는 문장 내의 명사구가 가리키는 개체나 서술어가 가리키는 동작 에 대한 ‘자격’의 의미를 나타내고, 그 개체나 동작이 ‘-이라고’가 결합한 명사의 자 격을 가지지 못한다는 함축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는 ‘-이라고’를 더욱이 연결어미로 보기 어렵게 한다. ‘자격’이나 ‘속성’ 등은 부사절의 의미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23) 따라서 앞서 3.1.2.에서 그 통사적 분포에 있어서는 여전히 어 미로서의 쓰임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의미적으로는 조사로서의 용법 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23) 언어유형론적 연구에서 제시한 부사절의 의미 유형의 종류는 2.3.1.에서 제시한 바 있 다.

4. ‘-다고 해서’의 문법과 의미

이 장에서는 연결어미 ‘-다고’와 구별되는 ‘-다고 해서’의 의미적 특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다고 해서’는 ‘해서’가 생략되어 쓰이는 일이 빈번하여 표면적으로 ‘-다 고’와 구별이 쉽지 않아, 그간의 연구에서 ‘-다고 해서’는 연결어미 ‘-다고’와 같은 요소인 것으로 처리되어 왔다. 이에 본 장에서 연결어미 ‘-다고’와 ‘-다고 해서’는 문법적․의미적으로 구별됨을 보이고, ‘-다고 해서’의 의미적 특성에 대하여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