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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가 선행하는 ‘-다고’류 구문

3. 연결어미 ‘-다고’류와 조사 ‘-이라고’의 문법과 의미

5.3. 의문사가 선행하는 ‘-다고’류 구문

‘-다고’류에 의문사가 선행하면 전체 문장은 수사의문문으로 해석되며, 후행절이 빈번하게 생략된다. 아래의 예문을 보자.

(32) 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거짓말이냐?

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이냐.

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느냐.

(33) 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다. 이게 뭐라고.

(32)는 의문사가 선행하는 ‘-다고’류 구문이다. (32가)는 이유의 ‘-다고’, (32나)는 목적의 ‘-다고’, 그리고 (32다)는 이유의 ‘-다고’에 계사가 결합한 ‘-이라고’의 예 문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33)에서 모두 후행절이 생략되어 쓰일 수 있다. 이필영 (1993: 191-193)에서는 (33)과 같은 문장들의 경우 후행절이 생략될 수 있는 독 특한 구성으로 다룬 바 있는데, 이는 의문사가 선행한 ‘-다고’류가 굳어진 구문을 형성함을 예측하게 해 준다.

이 절에서는 (32)와 (33) 등의 구문을 모두 의문사가 선행한 ‘-다고’류 구문으로 처리하여, 그 의미를 살펴본 후 후행절 생략과 관련한 문법적 특징을 다루고자 한

다.

5.3.1. 의미적 특징

‘-다고’류 어미에는 다양한 의문사가 선행하여 아래와 같은 수사의문문을 형성한 다.

(34) 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거짓말이냐.

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이냐.

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느냐.

(34)의 예문은 모두 청자에게 어떤 대답을 요구하는 설명의문문이라기보다는 주어 진 명제 내용에 대해 ‘반대 극성으로의 단언(opposite polarity assertion)’을 나타내 는 수사의문문으로의 해석이 유도된다. 의문사가 포함된 경우에는 의문사에 전제된 존재양화(existential quantification) 명제를 전면부정(wide-scope negation)하게 된다(김종현 2004: 124, 144). 아래를 예를 보자.

(35) WHO wants to buy yesterday‘s newspaper?

= NOT(somebody wants to buy yesterdays‘s newspaper)

김종현(2004: 144-145)

(35)에서 의문사 who가 이끄는 의문문은 ‘누군가는 어제 신문을 산다.’는 존재양화 명제를 전제하는데, 수사의문문으로 해석될 때에는 그 명제를 부정하여 ‘누구도 어 제 신문을 사지 않는다.’는 단언이 이루어진다.

의문사가 선행하는 ‘-다고’의 수사의문문은 의문사 ‘왜’가 선행하는 수사의문문으 로 해석된다. 이는 ‘-다고’류가 이유나 목적의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인 듯하다.

앞서 살핀 (34)의 예문의 해석을 아래와 같이 상정할 수 있다.

(36) 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거짓말이냐.

=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벌써 거짓말이냐.

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이냐.

= 어떤 부귀영화도 못 누릴 텐데, 왜 이 고생이냐.

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느냐.

= 이건 아무 것도 아닌데, 왜 떨리느냐.

(36)에서 볼 수 있듯이, 의문사가 포함된 ‘-다고’ 의문문은 ‘왜’를 포함한 수사의문 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왜’ 수사의문문은 의문사의 존재양화 명제를 부정하여 ‘그 럴 이유가 없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는 문맥에 따라 ‘그렇지 않다’는 부정 평서문,

‘그러지 마라’는 부정 명령문, ‘그럴 리 없다 → 그러다니!’의 감탄문의 의미 등을 나 타내어 여러 발화수반력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36가)는 “거짓말하지 마라.”와 같은 의미를, (36다)는 “이렇게 떨리다니!”와 같은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사의문문은 다른 연결어미 ‘-어서, -니까, -려고, -고자’ 등으로도 구 성할 수도 있기는 하나, 그 의미 해석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아래는 (34) 의 수사의문문에서 ‘-다고’류를 다른 연결어미로 대체한 것이다.

(37) 가. 결혼한 지 얼마나 돼서 벌써 거짓말이냐.

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고생이냐.

다. 이게 뭐길래 이렇게 떨리느냐.

(37가~다)는 각각 ‘-다고’류를 ‘-어서, -려고, -길래’ 등 다른 이유나 목적의 연 결어미로 대체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36)에서 살펴본 것과 동일한 의미를 나타내 는 수사의문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37)의 예문은 문맥에 따라 일반적인 설명 의문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37가)의 경우 (36가)에서 살폈던 의미가 도출되기도 하지만, 정말 ‘언제 결혼했는지’를 물어보는 의문문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다고’류가 쓰인 의문문의 경우는 다른 연결어미가 유발하는 이러한 중의성에 비

해 부정적인 수사의문문으로의 해석이 더욱 유도된다. (34)의 ‘-다고’류 수사의문문 에서는 설명의문문으로의 해석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다고’류 역시 설명의문문에 쓰이는 경우가 있으나, (34)와 (37)이 보이는 의미적 차이는 앞서 살 폈던 ‘-다고’류에 드러나는 화자의 비동의 함축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의문사가 선행하는 경우, ‘-다고’류가 가지는 이유나 목적의 의미가 흐릿해지기도 한다. 이는 아래와 같은 예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38) 가. 이게 뭐라고 떨리느냐?

나. 여기가 어디라고 큰소리냐?

다. 내가 누구라고 큰소리냐?

(38)에서 ‘무엇, 어디, 누구’ 등의 의문대명사가 ‘-이라고’에 결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38가)와 (38나), (38다)는 그 의미 해석이 조금 다름을 알 수 있다.

(38가)의 경우는 앞서 살핀 ‘-다고’류의 수사의문문의 일종으로 보이나, (38나)와 (38다)에서 ‘-이라고’는 이유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는 아래와 같이 다른 연결어미로 대체함으로써 명확히 알 수 있다.

(39) 가. 이게 뭐길래 떨리느냐?

나. ?여기가 어디길래 큰소리냐?

다. ?내가 누구길래 큰소리냐?

(39가)는 ‘-길래’로 대체되지만 (39나)와 (39다)는 대체되는 경우 아예 의미가 달 라진다. (39가)의 경우에는 ‘-이라고’가 이유의 ‘-길래’로 대체될 수 있지만, (39 나)와 (39다)는 이유의 연결어미가 결합하면 설명의문문의 해석만이 가능하다.

(39)와 구별되는 (38)의 의미를 표현하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40) 가. 이게 {뭐라고 / 뭐길래} 떨리느냐?

= 이건 아무것도 아닌데 왜 떨리느냐?

나. 여기가 어디라고 큰소리냐?

≠ 왜 큰소리냐?

= 여기는 큰소리칠 곳이 아니다.

다. 내가 누구라고 큰소리냐?

≠ 왜 큰소리냐?

= 나는 큰소리칠 사람이 아니다.

(40가)와 달리 (40나)와 (40다)는 ‘왜’ 수사의문문을 형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어 디라고, 누구라고’의 경우는 그 ‘-이라고’가 연결어미의 기능을 상실하고 ‘어디라고, 누구라고’ 전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요소로 굳어진 듯하다. 이필영(1993:

184)에서는 (38나)와 (38다)의 경우를 ‘알고’가 후행하다가 생략된 구문이라고 하 였는데, ‘알고’의 생략을 상정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나, 두 경우가 다른 구문에 비해 독특한 구성이라는 점을 포착한 것이라 생각된다.

(38나)와 (38다)의 독특한 의미 해석으로 인해, ‘누구라고, 어디라고’의 ‘-이라고’

를 조사로 볼 수는 없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조사 ‘-이라고’의 경우 3.1.2.에서 계사의 주어를 대격화할 수 있음을 살펴본 바 있는데, (38나)와 (38다) 에서는 선행하는 계사의 주어인 ‘여기가’나 ‘내가’를 대격화할 수 없다. 아래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39′) 나. *여기를 어디라고 큰소리냐?

다. *나를 누구라고 큰소리냐?

(39)와 (39′)에서 ‘여기가’와 ‘내가’를 ‘여기를’과 ‘나를’로 대체하는 경우에 비문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이라고’가 우리가 제3장에서 살펴보았던 조사 ‘- 이라고’라면, 선행하는 계사의 주어는 기원적으로 판단구문이 내포된 것이기 때문에 대격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39′)에서 알 수 있듯이, 주어의 대격화가 일어나 지 않는 것을 보아, ‘어디라고’와 ‘누구라고’ 구문은 의문사가 선행하는 ‘-다고’류 구 문 중에서도 더욱 굳어진 것으로 보는 편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5.3.2. 문법적 특징

‘-다고’류가 형성하는 수사의문문에는 이유의 ‘-다고’를 비롯하여 목적의 ‘-다고, -자고, -라고’가 모두 쓰일 수 있으며, 결합하는 선어말어미 등에 제약 또한 없다.

이는 아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1) 가. 뭐가 부족했다고 그 난리야?

나. 요즘 누가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비 타령이야?

다.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걔가 뭐가 예쁘겠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

라. 이게 뭐라고 그렇게 호들갑이야?

(42) 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 고생이야?

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이야?

다. 누구 좋으라고 이 고생이야?

라.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고생이야?

(41)의 경우는 ‘이유’의 의미를 나타내는 ‘-다고’류가 의문사가 선행하여 수사의문 문을 형성하는 것이며, (41가~다)에서 각각 선어말어미 ‘-었-’, ‘-ㄴ/는-’, ‘-겠-’

이 결합할 수 있고 (41라)에서 계사의 활용형이 쓰이기도 함을 알 수 있다. 또 (42)의 경우는 ‘목적’의 의미를 나타내는 ‘-다고’류가 쓰인 것으로서, ‘-다고’와 ‘- 라고, -자고’가 모두 쓰이며 선어말어미 ‘-ㄴ/는-’과 ‘-겠-’이 모두 결합할 수 있 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의문사가 선행하는 ‘-다고’류는 아래와 같이 후행절이 생략될 수 있다.

(43) 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다. 이게 뭐라고.

(43)에서 의문사가 선행하는 ‘-다고’류는 그 선행절만으로도 전체 수사의문문의 의 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후행절이 생략된 (43)과 같은 구성은 5.2.에서 살폈던

‘N1도 N2이라고’류 구문과 마찬가지로 탈종속화를 거쳐 하나의 숙어처럼 굳어진 구 문으로 처리할 수 있다.

먼저 의문사가 ‘-다고’류는 후행절이 생략되는 환경이 제한적이다. 전체 문장이 수사의문문일 때에만 후행절이 생략되고 설명의문문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생략되 지 않는 것이다. 아래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44) 가. 그게 뭐가 좋다고 그래? 그거 진짜 별로야.

가′. 그게 뭐가 좋다고.

나.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걔는 뭐가 좋다고 그렇게 쫓아다니는 거야?

나′. ?걔는 뭐가 좋다고.

‘뭐가 좋다고’가 포함된 의문문의 경우 수사의문문으로의 해석과 설명의문문으로의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먼저 (44가)에서는 ‘그것이 좋다’는 것에 대해서 화자가 동 의하지 않아 주어(청자)의 행위를 못마땅해 하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난다. 이러한 경우 (44가)는 수사의문문이라 볼 수 있으며 (44가′)과 같이 후행절이 생략된다. 그 런데 ‘뭐가 좋다고’가 포함된 의문문은 (44나)의 경우처럼 단순히 어떤 점이 좋아서 쫓아다니는지를 묻는 설명의문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44나′)과 같이 후행절이 생략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의문사가 선행하는 ‘-다고’류는 후행절이 생략되어 쓰이는 경우에는 언 제나 수사의문문으로서의 해석, 즉 부정적 단언으로서의 해석만이 가능하다. 이는

‘-다고’류를 다른 연결어미로 대체하였을 때 문맥에 따라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 는 것과 구별된다. 아래는 (43)의 ‘-다고’류를 다른 연결어미로 대체한 것이다.

(43) 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다. 이게 뭐라고.

(45) 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됐길래.

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다. 이게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