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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 들 ’

문서에서 Disclaimer - Seoul National University (페이지 82-95)

2015년 이후 이슈화된 사회적 사건들과 이를 둘러싼 반응들을 보고 연구 참여자들 이 깨달은 것은 우리 사회에 여성 억압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과 남성중심사회에 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공론장에 기입되기 위해서는 여성들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20대 페미니스트들은 ‘역차별’을 주장하면서 성차별 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한국의 페미니즘’을 악마화하는 안티페미니즘과 여 성혐오를 디지털 공간과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여초까페, 인스타그램, 에타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연구 참여자 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전개되는 페미니즘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갈등을 민감하게 인 식한다. 최근 이들이 주로 목격하고 고민하는 논란과 갈등은 페미니즘이 여성은 피해 자, 남성은 가해자로 일반화하면서 남성을 아예 배제하는 “남성혐오”로 가고 있다는 비판과 페미니스트들 내부에서 페미니즘 운동의 주체와 의제, 실천 방식 등을 둘러싸 고 “진영”을 나누고 대립하고 있는 것이었다.

페미니즘을 세계와 자신의 삶에 대한 적확한 설명력을 갖춘 언어이자, 성차별에 맞 선 저항과 변화를 위한 실천으로서 이해하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페미니즘은 무엇에

맞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하는 운동으로 구성되고 있을까? 성차별적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이자, 페미니스트인 이들에게 ‘여성’이란 것은 그리고 페미니스트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절에서는 안티 페미니즘에 맞서 성차별이 엄존하는 현실을 강변하고 페미니즘을 ‘옹호’해야 하는 위치에서 자신의 페미니즘을 구성하고 있는 20 대 페미니스트들이 “한 마음”인 줄 알았던 페미니스트들 간의 차이 또한 계속해서 마 주하게 되면서 겪는 곤경에 주목한다. 안티 페미니즘이 추동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물 화된 인식과 페미니스트 내부의 차이들을 다룸에 있어 이들이 경험하는 혼란과 균열 을 점검하고 이 곤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바탕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남성에 대한 불신과 변화에 관한 전망

메갈리아의 미러링 실천이 가져온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동안 디지털 공간에 서 별 문제의식 없이 지속되어 온 여성에 대한 멸시, 비하, 공격을 패러디하며 남성 들에게 그대로 돌려준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만연한 여성 혐오를 폭로하는 효과도 있 었지만, 남성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기보다 오히려 여성들을 ‘각성’시킨 ‘의식 화’의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미러링이 적절하고 효과적인 전략이 었냐는 논의는 뒤로 밀려난 듯 보이지만 구조의 문제를 인격화하고, 그에 대한 반격 (Backlash)이 문제의 본질을 가려버려는 역효과를 가지고 있으니 지속가능한 운동 방 식은 아니라는 평이, 존중과 인정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제안이 제시되기도 한다(김수진, 2016; 천정환, 2016). 미러링과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반격은 ‘한국의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로, 페미니스트들은 ‘메갈’로 통칭하면서 악마화하는 과정을 통해 ‘사상 검증’을 요구하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현실에서의 폭력과 해고 등의 위협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피해 경험의 공통성으로 구성되는 집단 정체성에 대한 비 판과 성찰이 제기되고 있다. 피-가해의 이분법 속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순수한 피해 자로 구성하고,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모든 여성은 순수한 피해자라는 극히 단 순화된 집단 정체성을 통해 여성 억압이 어떤 억압보다 더 큰 상처이자 고통임을 강 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것이 여성 개인 간 혹은 여 성 집단 내에 존재하는 차이를 지우고 변화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게 한다는 논 의가 그것이다(이현재, 2017; 권김현영 외, 2018). 이런 상황 속에서 페미니스트인 연

구 참여자들에게 ‘여성’과 ‘남성’은 그리고 변화를 위한 전망과 전략은 어떻게 구성되 고 있을까?

연구 참여자들은 성차별이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본다. 모든 여성이 구조적 성차 별 속에서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여성이라고 다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 니라 사는 지역, 경제적 상황, 성적 지향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 다. 교차성을 체화하고 있는 이들은 또한 모든 남성이 성차별적 구조 속에서 혜택을 받는 수혜자라고 보지만, 개별 남성이 모두 가해자인 것은 아니고, 남성들도 사회 구 조 속에서 피해를 경험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을 설득 하며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차이가 있었는데, 성차별적 사회 구조, 남성이 가해 자인 수많은 여성 대상 폭력 사건은 몇몇 연구 참여자에게 페미니즘 운동이 가부장 제의 수혜자인 남성이 아니라 피해의 당사자인 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 이다.

남자가 본인이 페미니스트고 나는 그런 문제에 관심이 많고 노력을 해. 라는 말을 한들.

이게 17년쯤에 저희 동기가 한 말인데 한국에서 남자로 태어난 사람은 그냥 한남이다.

지가 페미니스트냐 이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는 평생으로서 남자로서의 혜택을 받 고 살아왔고. 아들로써 혜택을 받았고 그게 취업뿐만 아니라 대학교부터 모든 것에서 본 인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혜택을 누리고 살아온 이상 한남이고. 그거에 대해서 반박할 여 지가 사실 없잖아요. (사례6)

사례6에게 남성은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의 수혜자다. 자신에게는 여성들의 “행복”,

“부흥”이 중요하게 와 닿는다고 말하는 사례6은 남성은 가부장적 한국사회에서 태어 난 이상 혜택을 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한들, 그냥 “한남”

일 수밖에 없다는 친구의 의견이 반박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남성들도 기득권자로서 개인이 경험해야 됐던 차별이 있다 는 것을 긍정하고. 그렇지만 일단, 이 문제에서는 남성은 수혜자고 여성은 구조적으로 봤을 때 피해자이기 때문에 여성이 당사자로 가장 먼저 우선권을 가져야, 발언의 우선권 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만 남성의 발언을 배제하자는 건 아니죠. (사례11)

성차별적 사회구조의 피해자인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가 우선되는 것이 중요하다

고 생각하는 사례11은 “남성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낙태죄 시위에 남성도 참여 가능해서 가지 않았다고 하는 그는 남성은 페미니즘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페미니즘은 여성의 실천을 통해 여성의 삶이 변화되는 것이고 여성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만 “의식적으로 초점”을 두고 있다.

“페미니즘이 던지는 아젠다에 동의하는 남성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닌 “페미니스트 앨 라이(Alley)”라고 부르자는 제안에 동의하는 그는 남성 개인이 경험하는 차별이 있다 는 것도 알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봤을 때 남성은 수혜자이고 여성은 피해자이기 때 문에 페미니즘 운동에서 있어서 여성이 “당사자”로서 “발언의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 고 생각하고 있다.

사례3은 여자만 페미니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도, 동의하지 않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여성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성우선”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성별싸움의 연장”이라고 생각했었던 사례3은 여 성학 수업을 듣고 사회 구조가 문제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범죄와 가해자 남성에 대한 비판이 자주 오고가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이수역 사건 의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을 “남자 챙기는 것처럼 보일까 봐” 전하지 못한 경험을 말해준 사례3은 친구들이 남자를 믿지 않고, 여성의 피해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니 라, 너무 많은 여성대상폭력을 듣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또래의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을 지나치게 배척하고 ‘혐오’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연 구 참여자들도 있다. 남성들과 함께 살며 세상을 바꿔나가야 하는 이상 설득하고 소 통하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례8은 남성들도 “사회의 틀 안에서 남성성 이란 것도 강요”되는 등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는데 자신이 너무 “이분법적으로 생각”

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한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는 남학생이 이상한 소리를 하면 고쳐주려고 해야 되는데 “남자는 쓰레기야”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남 혐”을 하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걔네가 그 남성혐오 그거에 단체로 너무 미쳐서 약간 혈안이 되어 있어요. 막. 그래서 그런 걸 보면서 약간 사이비 종교 같이 다 같이 뭔가 홀린 것처럼 거기에만 너무 맹목 적으로 약간 미쳐가지고 (중략) 저건 너무 심하지 않나. 그러니까 막 남자애들도 이해를 못하고 막 다 같이 들고 일어나서 그러지. 물론 좋은 말로 해도 뭐 이해를 할까는 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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