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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과학기술과 문명에 대한 균형감각을 제공하는 학문이므로, 이공 계 대학에서 인문교육은 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게다가 사회가 복잡해지고 미래가 불확실해질수록, 분과학문 간의 통합과 비판적 사고력의 함양은 대학교육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포스텍은 인문통합교과로서 ‘인문학의 세계와 비판적 사고’를 개발하였다.

본 교과목은 문학·역사·철학의 학제간 통합교과로서, “‘인문학’이라는 학문 적 공통기반”, “‘인간소외와 유토피아’라는 학기별 공통 주제’, ”‘비판적 사고 력 함양’이라는 공통의 교과목표’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특히 문학, 역사, 철학의 해당 수업 내용이 별개의 것으로 이해되거나 중복된 느낌을 주지 않 도록, 각 분야별 수업 내용을 한 가지 주제를 통해 긴밀하게 조직할 뿐 아니 라, 팀티칭에 참여한 문학, 역사, 철학 전공 교수 3인이 교수학습방법을 공통 으로 개발하고 그것을 각 분야별 수업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노력을 기 울였다. 그리고 각 분반의 첫 학문 영역을 담당하는 교수가 그 분반의 담임 교수가 되도록 하여, 수업을 운영하는 교수가 바뀌더라도 학생 개개인에 대 한 지도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하였다. 과제로는, 개별적으로 각 분야별 고전 을 총 3편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하였고, 조별로(5인 1조 단위) 소논문 형식의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특히 조별 과제의 경우 통합적 사유와 시각을 반영하고 소논문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각 분반별 담임교수가 담 당 분반의 일정을 관리하고 학생들과의 개별 혹은 조별 면담을 정기적으로 수행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학생들은 문학, 역사, 철학이라는 개별 학문 의 사유방식을 탐구하면서, 동시에 ‘인문학’이라는 보다 큰 틀을 통해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비판정신을 함양할 수 있었다.

본 교과목은 포스텍의 1학년생 전원이 수강해야 하는 ‘기초교양필수’ 과 목인 만큼 이를 개설하기까지 약 1년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등 매우 많은 노 력과 신중을 기울였지만, 교과목을 함께 개발하고 담당해온 교수들의 입장에 서는 역시 적잖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인문통 합교과목을 좀더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이 더 검토되고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문학, 역사, 철학 간의 통합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인문학적 기 반과 교과목표, 그리고 학기별 주제를 공유한다는 외적인 통합 요건도 중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학, 역사, 철학 수업의 내용이 ‘물 흐르듯’

이어질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유기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교수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수업에 관한 한 가급적 많은 것을 공유하고 논의하 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학생 중심의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는 데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대 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교수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얻게 되는 것은 실제 수업에서 활용 가능한 교수법뿐 아니라 가르치는 자에게 필요한

‘인성’과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실제 수업에 유용한 교수법에 관한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있음에도 그것이 대학 교육에 적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한데, 이는 교수법에 대한 교수들의 관심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 문일 것이다. 모든 교과가 그렇듯이, 본 교과 역시 교육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에 걸맞은 교수학습법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 다.

셋째, 읽기, 쓰기, 말하기를 실질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본 교과를 실제 운영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지도를 담당교수가 도 맡는 것은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인 방안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지도를 담당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마련하 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education)의 어원인 라틴어 ‘educare’(에듀까레)는 e(ex:밖으 로)+ducare(끌어내다)의 합성어로, 인간은 선천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 고 태어났기에, 그 잠재력을 교육을 통해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 내부에 잠재된 것을 이끌어내는 작업, 다시 말해서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현실로 불러내 오는 인내와 기다림의 작업’이 바로 ‘교육’

인 것을, 그 어원을 통해 새삼스럽게 다시 새겨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강의실에서는 학생에 대한 교수자 본위의 판단에 의해 외부로부터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교육이 교 육다워지기가 힘들다는 것일 테다. 부디, 우리 학생들의 잠재력을 내부로부 터 최대한 끌어올려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많은 대학의 교 육 현장에서 더 치열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끝으로,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이공계 중심대학뿐 아니라 국내 여러 대학에서 인문교양교육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더 확산되면서 학제간 통합교과의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그 교육적 효과를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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