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됨으로써 불안정한 요소가 항상 존재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형식적으로는 정전협정과 이것을 관리하는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감시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반 도의 평화는 북한의 군사력과 한·미연합 군사력간의 불안정한 균형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실질적인 군비통제나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군사적 균형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남북한은 각종 협력사업이 미칠 군사적 파급효과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더욱이 비무장지대 와 접경지역에서 각종 남북협력사업이 전개됨으로써 남북협력사업은 불가피하게 군사적 측면에 대해서 영향을 미친다. 남북협력사업의 군 사적 의미는 남북협력사업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가운데 하 나다.
셋째, 동서독은 기본조약 체결이후 협력사업에 관한 각종 합의서와 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회의와 기구를 신설함으로써 양독간 협력을 제도화하였다. 동서독이 양독간 협력을 제도화한 이유 는 각기 다르다. 동독은 각종 협정체결과 협력사업의 이행 자체 보다 이를 통해 동독의 주권을 인정받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지니 고 있었다. 동독은 서독으로부터 동독의 국제법적 실체를 인정받음으 로써 동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동독 체제의 존속을 보장받고자 하였 다. 반면 서독은 동독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되 분단체제의 공식화 보다는 실질적인 협력사업에 의해서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고 다양한 형태의 접촉을 통해서 중·장기적으로 동독을 변화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남한의 대북화해·협력정책이 화해·협력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촉진하 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북한의 개방·개혁을 유도하려고 하는 점은
서독의 동방정책과 유사하다.39) 남한이 북한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 하되, 북한의 국제법적 실체를 인정하는 점에 대해서 유보적인 입장 을 지니고 있는 점도 서독의 동방정책과 비슷하다. 그러나 북한은 동 독과 같이 협력의 제도화에 의해서 북한의 실체를 인정받으려고 하기 보다는 협력사업에 수반되는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 일차적인 관심을 지니고 있다. 북한은 동독과 같이 분단체제의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아직도 한반도통일이라는 국가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넷째, 서독은 교통망 연결 및 각종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각종 관리·유지비용을 부담할 뿐만 아니라 추가로 동독에 대해 물질적 보상을 제공하였다. 서독은 동독에게 통과여객 및 승용차의 도로사용 료, 세금, 사증비용 등을 일괄금액으로 지불하였다. 서독은 동독에게 교량복구, 고속도로의 보수, 철도보수 등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였다. 또한 서독은 이산가족 상봉, 정치범석방, 통행자유 확대, 국경통제절 차의 완화, 국경지대의 무장해제 등에 대한 대가로 동독에게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였다.
남북협력사업에 있어서도 북한이 남북협력사업에 호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이익이다. 남한은 금강산관광의 대가로 경 제적 보상을 제공하고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장비와 자재를 제공하였 으며, 개성공단 건설의 비용도 부담할 예정이다. 또한 남한은 앞으로 철도·도로망의 유지·관리비용, 수자원협력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부담 할 예정이다. 남한의 대북보상은 북한의 협력을 유도하는 유인요인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교환관계를 형성하는 촉매제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동서독의 협력사업은 특히 국경지역의 재난방지와 공동이 익 추구라는 관점에서 추진되었다. 동서독은 국경지역에서의 협력을
39) 대북포용정책과 서독의 동방정책의 비교연구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하기 바람. 황병덕 외, 「신동방정책과 대북포용정책: 브란트와 김대중 의 민족통일 대구상」 (서울: 두리, 2000).
위해 「국경위원회」라는 특별 기구를 구성·운영하여 실무적인 문제들을 논의하였다. 동서독은 특히 국경지역에서 공동재난 방지, 수자원이용, 천연자원 개발, 환경오염 방지 등과 같은 실질적이고 파급효과가 큰 사안들을 중심으로 협력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신뢰구축에 기여하였다.
남북한의 경우 대부분의 사업이 비무장지대를 통과하거나 접경지역 에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접경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한 접경지역에서의 협력은 철도·도로 연 결, 수자원 관리, 공동어로, 관광, 해로 개설, 항로개설 등과 같은 사 안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접경지역에서의 협력사업은 접경지역 의 이익 개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신뢰구축에 기여 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여섯째, 동서독 국경지역에서의 협력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결 과를 가져왔다. 특히 동독은 서독의 경제적 보상에 대한 대가로 국경 지역의 자동발사장치와 지뢰를 제거하였다. 국경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는 접경지역의 대치상황을 완화시켰으며 동서독간 주민 이동을 용이하게 하였다.
한반도의 경우 동서독에 비해 비무장지대의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훨씬 더 군사화되어 있기 때문에 협력사업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완화 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철도·도로 연결은 비무장지대 일정지역의 군사시설 및 지뢰를 제거하고 군사당국간 핫 라인 설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군사적 신뢰구축의 선례가 되었다.
남북한간 수자원 관리, 공동어로, 재난관리, 해난구조, 산림의 병충해 방지, 조림산업 등의 분야에서 협력사업이 추진될 경우, 이러한 사업 들도 필연적으로 군사적 분야에서의 남북대화와 신뢰구축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