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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라스카 평원으로의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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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3년 버지니아 출생인 캐써가 만 아홉 살 때 네브라스카의 웹스터 카운티 (Webster County)와 레드 클라우드로 이주했을 당시의 미국사회는 이미 대륙횡 단철도의 개설, 자영농지법의 통과, 인디언들의 위협 감소로 인해 서부 개척에 대 한 열기가 크게 고무되어 있던 시기였다(introduction ⅺ). 이후 직업적인 작가가 되기 위해서 후기 빅토리아 문화의 성역할에 대한 관습적 기대를 뛰어넘어야 했

102) 스턱((David Stouck)은 짐의 물질적인 성공은 공허함이 내재되어 있기에 진정한 성공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54),

던 그녀가 문단의 주목을 받는 일은 『오 개척자들이여!』(O Pioneers!)를 발표한 마흔 살의 나이에야 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평범하지 않은 삶,103) 가정 내에서의 양육이 아니라 여성 작가로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공적인 영역에서 인정받는 삶을 선택하고자 한 캐써에게 특히 배우 이사벨 맥클룽(Isabelle McClung)이나 편집자 이디스 루이스(Edith Lewis)와 같은 지적인 여성들과의 수십 년간에 걸친 친분관계가 큰 역할을 차지하기도 했다.

작가로서의 캐써의 자세는 링컨에 위치한 네브라스카 대학의 예비학교 학생일 당시에 발표한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에 대한 짧은 논문을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캐써는 무릇 예술가란 ‘자연’으로부터 얻은 예술의 영감 을 되도록 ‘간결하게’ 표현해야 하고 또한 철저한 고독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종교의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반드시 ‘헌신해야’(Cather “Concerning Thomas Carlyle” 423-24) 한다는 신념을 밝히고 있다. 또한 그녀는 1922년에 작성한 에세이 「완비되지 않은 소설」(“The Novel Démeublé”)에서 자신의 문 학적 전통은 사실주의와 낭만주의의 혼합104)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사실적인 경험 을 토대로 글을 써나가되 인물, 장소, 사건들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반 드시 상상을 가미하여 해석하는 것을 작가적 지침으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introduction xvii). 이러한 인식에 비추어 본다면, 『안토니아』도 출간될 당시에 사실상 이미 종결되었던 개척의 시대를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이라기보다는 캐써 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상력을 가지고 재해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마치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이 1920년에 1870년의 옛 뉴욕을 그리워하 며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를 쓴 것처럼 『안토니아』 역시 제 1 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16년에서 1918년 사이에 캐써가 수십 년 전 자신만의

‘순수한 시대’에 대해 그녀만의 상상력과 해석을 가미해 작성한 것이라 할 수 있

103) 캐써는 어린 시절부터 남장을 즐겼는데 고등학교 시절에는 머리를 깎고 남장을 하고는 자 신을 ‘의학박사 윌라 캐써’로 부르도록 했다(Bennet 110-14).

104) 캐써는 사실주의를 ‘소재에 대한 작가의 심적 태도, 주제를 받아들이는 솔직함과 공감’(an attitude of mind on the part of the writer toward his material,... the sympathy and candour with which he accepts... his theme)이라고 정의하고 작가는 ‘단순히 그럴 듯하게 쓰려고 하지 말고 현대 미술의 양상처럼 단순한 나열이 아닌 암시로서 상상력을 가지고 해 석할 수 있어야 한다.’(break away from mere verisimilitude and, following the development of modern painting,...interpret imaginatively... by suggestion rather than...enumeration)고 설명한다(introduction xviii).

다(introduction xvi). 스턱(David Stouck)이 말하는 ‘팽팽하게 균형 잡힌’ 긴장 (‘tautly balanced’ tensions) 즉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소망과 그런 욕망은 실 현 불가능하다는 분명한 인식 사이의 사라지지 않는 긴장’(introduction xx-xxi) 이 『안토니아』를 통해 전달되는 것은 과거의 순수함을 찬양하는 목가(pastoral) 형식이지만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캐써의 작가적 상상력과 주관이 크게 개입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이 작품의 화자에 관한 문제에 다시 주목해 보아야 한다. 『안토니아』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나(I/editor)가 작가인 캐써 자신인지 먼 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또 짐이 기록한 ‘My Ántonia’는 우리가 소설로 직접 읽 고 있는 My Ántonia 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Wilhite 271). 만약 양자 간에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 간격만큼은 캐써 자신의 시 각이 개입된 것이라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짐은 자신의 글에 대해서 “일정한 형식이 없고 두서없이 써내려간”(7) 것이라 변명을 하고 있는데 실제 소설로 접하 게 되는 『안토니아』는 여러 에피소드가 삽입이 되어있다는 점을 예외로 둔다면 상당히 ‘질서정연한’105)면모를 갖춘, 편집자 혹은 직업작가의 손길을 거친 글이라 는 인상을 준다. 따라서 캐써의 시각이 안토니아의 직접적인 목소리나 짐의 설명 속에 이미 충분히 녹아 있다고 전제할지라도, 편집자로 보이는 도입부의 화자를 작가인 캐써와 동일시해서 그녀만의 시선과 견해가 등장인물들의 묘사에 어떤 영 향을 미치고 있는지 따로 그 간극을 살펴보는 일은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안토니아』에 숨어있는 캐써의 시선은 크게 세 가지 측면 즉 안토니아를 비 롯한 레나와 타이니 등의 개척지 여성들과 결혼제도, ‘자연’ 혹은 ‘개발’ 그리고 작가로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캐써의 견해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개척지의 이민자 여성들에 대한 캐써의 입장은 대평원이나 블랙호크에 거 주하는 남성인물들과의 대비를 통해서 더 분명하게 밝혀진다. 안토니아나 레나, 타이니, 안나 등은 한마디로 강인한 ‘모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인데 이들의 모 성은 단순히 결혼을 통해 자신이 낳은 ‘자녀들을 돌보는’ 모성이 아니라 자신의

105) 이는 가 5개의 부(book)와 여러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신중하게 붙여진 제목 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형식상의 질서뿐만이 아니라 상당히 문학적인 필체로 쓰여 있다는 점 을 고려해보면 분명해진다.

‘가족을 돌보는’ 더 확대된 의미로서의 모성이다. 이들 이민자 처녀들은 잘 생긴 데다(handsome) 시골에서 자란 덕에 그 곳 특유의 건강한 빛을 지니고 있는, 눈 에서 청춘의 광채(106)를 발하는 처녀들이다. 주로 보헤미아나 스칸디나비아 출신 인 그녀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정도로 교육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교 사와 같은 전문직을 얻지는 못하는 형편에 처해있다(110). 자신의 집안을 빚에서 벗어나도록 돕겠다고 결심한 그들에게 품팔이로 나서는 길 이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읍으로 일을 나온 그들 중에 간혹 보헤미아 출신인 세 명 의 메리처럼 시골 들판에서 잃어버린 시간들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자유분방 하게 살아가는 처녀들도 있었지만 자신들이 힘들게 번 돈을 농기구 값이나 수송 아지 값 등 이런저런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시골집으로 보내 살림살이를 돕는 일 을 척척 해내는 것만큼은 어느 누구의 예외도 없었다. 따라서 캐써가 통찰한 그녀 들의 모성은, 낯선 땅에서 자신의 가족들이 생존을 넘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돌보아주려는 마음가짐에서 발견되는 확대된 의미의 모성이다.

누구와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90) 레나의 경우처럼 캐써는 이들에게 기 존의 결혼제도를 강요하지도 순결의 이데올로기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기 존의 결혼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존재방식들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의 고정관념들을 탈피해 보고자 시도한다. 『안토니아』에는 피터와 파블, 오토와 제이크, 짐과 클러릭 교수, 레나와 타이니 같은 동성 간의 짙은 유대가 자주 등장 할 뿐만 아니라 스티븐스 부인과 그녀의 남동생, 짐과 안토니아의 관계 등과 같이 가정의 역할을 대신해서 서로의 성장을 독려하는 남녀관계들이 자주 시사되고 있 다. 따라서 『안토니아』를 통해서 성별과 제도화된 양식을 넘어서는 다양한 인간 관계의 가능성들이 탄력적으로 모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윤조원 294).

아울러 캐써는 19세기의 타락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조차 해체시켜 안토니아 와 세 명의 보헤미안 처녀들(three Marys)을 마을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모두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그려내고 있다(MÁ introduction xxi).

레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관능적인 면모를 부각시킴으로써 자칫 과도한 성적 매력으로 인해 비극적 운명을 맞는 여성으로 귀착시켜버릴 수도 있었지만 캐써는 적절한 균형감각을 발휘하여 그녀의 매력적인 외모와 천진함 그리고 타고난 재능

(dressmaker)이 조화를 이룬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안배해둔다. 짐은 레나 를 처음 보았을 때 그녀가 평원에서만 사는 야생녀일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관능적인 외모와 더불어 상냥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를 겸비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무척 놀라게 된다(92).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머니에게 줄 손수건을 동생과 함께 고를 때에도 ‘mother’의 M자가 아니라 어머니 이름 버드(Berthe)의 첫 글자인 B 가 들어간 손수건을 고르는(95) 배려를 보이는 레나가 ‘항상 어린애들이 너무 많 고 화난 남편과 병든 아내 주위에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인’(157) 가정을 꾸리기 를 꺼려하는 것에는 당시의 결혼제도에 대한 작가 캐써의 판단이 일정부분 반영 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캐써는 가정을 구성하는 방식에 있어서 대가족을 이 루고 사는 안토니아의 삶도 자신의 주관을 따르는 레나나 타이니의 삶도 모두 용 인하려는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 결혼에 관한 다음과 같은 레나의 생각을 캐써 는 한편으로는 수용하는 듯이 보인다.

“글쎄, 남편이 있는 게 싫으니까 그럴 거야. 남자들은 친구로는 아주 좋은데, 그러다가도 결혼만 하면 즉시 잔소리 심한 늙은 아버지로 변해버려. 정열적인 남자들까지도 그래.

뭐가 똑똑한 짓인지, 뭐가 바보 같은 짓인지 아내한테 일러주기 시작하고, 또 여자가 항 상 집에만 박혀있길 원해. 난 누구한테 해명 같은 것도 할 필요 없이 내가 바보처럼 행 동하고 싶으면 바보처럼 행동할거야.”

'Well, it's mainly because I don't want a husband. Men are all right for friends, but as soon as you marry them they turn into cranky old fathers, even the wild ones.

They begin to tell you what's sensible and what's foolish, and want you to stick at home all the time. I prefer to be foolish when I feel like it, and be accountable to nobody.' (156)

블랙호크 출신으로 가장 모험적인 삶을 살고 세속적인 성공을 거둔 타이니 또 한 결혼이라는 제도에 무작정 편승하기보다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삶을 즐기 는’(161) 친구 레나에 의지하며 당시로서는 예외적이라 불릴 삶의 방식을 시도한 다. 그녀는 동상으로 발가락 세 개를 잃고 돈을 버는 일 이외에는 아무 것에도 흥 미를 느끼지 못하는 쇠진한 인물이 되어버렸지만 자신이 이룬 부에 대해 우쭐해 하지는 않는(162) 현명함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결국 안토니아가 보여주는 대 지와 밀착된 이상적인 대가족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부모와 형제들을 모성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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