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263호
(2021. 5.25)
북한의 한국 재래식 전력 증강에 대한 비판
김보미 한반도전략연구실
제263호
May 2021. No. 263
국문초록
북핵위협에 대응하여 우리 군은 재래식 전력 강화를 기반으로 하는 ‘핵·WMD 대응체계’를 통해 억지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수립하여 이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일부 용어를 삭제하고 명칭에 변화를 주었으나 지난 두 달간 김여정, 리병철 등 주요 지도부의 담화나 대남선전매체 등을 통해 한국 재래식 전력 증강에 대한 비판이 여러 차례 가해졌다. 북한은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을 억지력 강화를 위한 조치로 이해하기보다 자국에 대한 위협과 군비경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중간자적 역할이 손상되지 않도록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가동을 조속히 추진하고 어떠한 한국의 군사적 대응도 한반도 평화정착보다 중요할 순 없다는 의사를 북한에 분명히 표명할 필요가 있다.
핵심어 : 북한, 재래식 무기, 핵·WMD 대응체계, 군축, 군비경쟁
이슈브리프 263호
북한의 한국 재래식 전력 증강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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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국 재래식 전력 증강에 대한 비판
북미대화의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마무리되었고 북한에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은 현재까지 미국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1월 제8차 당대회 이후 2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3월초 제1차 시군당 강습회와 4월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들을 개최하여 내부결속에 주력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 역시 살림집 건설현장 방문이나 공연예술 관람과 같은 내치와 관련된 활동들이 주를 이루었다. 현재까지 북한은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여 국내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골몰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처럼 내부정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은 한국에 몇 차례 날 선 비판을 가하였는데, 군사력 증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전략자산 도입에 대한 북한의 격앙된 반응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최근 한국군의 재래식 군사력 강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 또한 높아 지면서 이를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 계획
북한의 핵 능력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한국의 대응능력과 정책방향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북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재래식 전력의 증강을 추구하였고 2012년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Korean Air and Missile Defense, KAMD)에 이어 2016년 대량응징보복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KMPR)을 추가하여 ‘한국형 3축체계’를 완성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북한과의 협력이 중요시 되면서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선제타격과 전면적 대응을 의미하는 킬체인과 KMPR은 「국방백서 2018」에서 삭제되었고 한국형 3축체계는
‘핵·WMD 대응체계’란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김보미 (한반도전략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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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명칭의 변화와는 달리 내용적 측면에서 전력증강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국방예산은 2020년 최초로 50조 원을 돌파하였다. 2021-2025 국방중기계획 재원규모는 약 300.7조 원으로 한국은 2020년대 중반까지 재래식 전력의 획기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국방백서 2020」에 따르면 우리 군의 독자적인 감시·정찰능력 확보와 핵·WMD 위협대응 능력 확충을 위해 5년간 35.2억원이 배분되었다. 구체적으로 우리 군은 감시와 정찰, 전략표적에 대한 정밀타격을 위한 군정찰위성, 중고도 정찰용무인항공기 (MUAV), 차기 잠수함,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신형미사일 등을 확보하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Ⅱ, 장거리지대 공유도무기(L-SAM) 등을 전력화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동시다발적인 장사정포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 한국형 아이언돔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있었다.
북한의 반응
최근 북한은 한국군의 군사력 증강을 예의주시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이 같은 비난 발언은 1월 10일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한국 정부가 “첨단 공격장비 반입 목적과 본심을 설득력 있게 해명해야 할 것”
이라고 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난 두 달 사이에는 김정은 정권의 주요인사들에 의한 직접적 비난이 몇 차례 있었다. 김여정은 3월 16일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관련 담화를 낸 이후 3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첨단군사장비 개발을 높이 평가한 발언을 문제삼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2021년 3월 27일에는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또한 담화를 발표하여 한국과 미국이 “위험한 전쟁 연습과 첨단무기 반입놀음”을 지속적으로 벌이며 한반도에 군사적 위험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4월에는 주로 대남선전매체들을 통해 한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메아리’는 4월 14일 “새로운 무력증강 소동의 저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군이 북침전쟁준비를 위해 헬기와 구축함을 추가 도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4월 18일에는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가 우리 방위 사업청의 무기 확보 계획을 두고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대결기도”라고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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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이어 4월 21일 ‘메아리’는 우리군의 항공전력 강화 관련 KF-X 1호기 출고식을 겨냥하여 “동족대결야망”이라고 비판하고 우주분야에서 한미의 협력을 군사적 야합으로 규정하며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동 매체는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이한 4월 27일, 우리 국방부의 국방개혁 2.0 추진점검회의 (4월 15일 개최)에 대해 “첨단과학기술에 기초한 정예화,” “선진화된 군대 육성 명목”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침략을 노린 불순한 야망의 선물”이라고 맹공하였다.
북한은 이처럼 한국의 독자적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동족 대결의 광기”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될 때마다 기회를 빌어 경항공모함 건조사업과 지대공미사일·고고도 무인정찰기, F-35A 도입 등 한국의 전력증강 사업에 대한 비난을 가한 바 있으며 남북군사분야 합의에 어긋나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하였다.
남북 이해관계의 충돌
한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을 재래식 전력으로 억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 계획은 일면 타당한 부분이 존재한다. NPT 회원국 으로서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할 수 없는 한국이 아무런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북핵위협에 상시적으로 놓일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인구의 절반가량이 밀집해 있는 서울·경기도권은 북한의 방사포·장사정포의 위협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국으로서는 최소한의 방어수단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향후 전시작전권 환수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나름의 대비책으로서 군사력 증강이 필요한 측면이 존재한다.
오히려 핵무기를 재래식 무기로 억지하는 것은 다소 불완전해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재래식 무기 수 백, 수 천 개를 합쳐야 핵탄두 하나의 폭발력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화력 차이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목표 타격’의 경우,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때 이를 사전에 포착해 선제적으로 타격하여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해외전문가들은 재래식 전력을 통해 ‘선제적’으로 북한 위협을 막겠다는 한국의 전략이 위기시 북한의 핵사용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핵무력 중추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이 핵무기를 중심으로 하여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핵무기가 재래식 군사력에 맞서 상시적으로 사용가능한 무기가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재래식 전력을 선제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은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인 북한이 선제핵사용의 필요성을 강화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참수작전의 경우에는 북한 지도부에게 “사용하지 않으면 잃어버린다(use-it-or-lose-it)” 딜레마를 심어주어 위임된 핵지휘통제체계를 채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1) 실제로 북한은 2017년 12월, 한국의 참수작전을 맡는 특임여단이 창설되었을 당시 이들이 가장 빠른 처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위협하였으며 앞서 2017년 3월에는 참수작전과 관련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포착되는 즉시 보복작전이 개시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었다.
현재 북한은 같은 군사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군사행위만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협력을 원하면서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한국의 입장은 모순적이라는 판단하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을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각은 북한 주요 지도부의 발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은 8차 당대회에서 “남조선당국이 이중적이며 공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고관점을 가지고 ‘도발’이니 뭐니하며 계속 우리를 몰아붙이려 할 때에는 우리도 부득불 남조선을 달리 상대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김여정 또한 지난 3월 30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남과 북의 탄도미사일시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였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비롯하여 자신들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 조치’를 국제사회에서 위협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줄곧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1) Ian Bowers and Henrik Hiim, “South Korea, Conventional Capabilities, and the Future of the Korean Peninsula,” War on the Rocks, February 11, 2021.
https://warontherocks.com/2021/02/south-korea-conventional-capabilities-and-the-future-of-the-korean-peninsula/
이슈브리프 263호
북한의 한국 재래식 전력 증강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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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한국의 재래식 전력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증강되고 있으며 2020년대 중반까지 대대적인 투자가 예정되어 있는 탓에 북한의 강한 비난에 직면해 있다. 지난 3월 두 차례 발표된 김여정 담화(3.16, 3.30)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첨단 군사장비 도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차원에서도 조심 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 증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반영하는 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군비증강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2)
현재 한국은 재래식 전력은 핵무기가 아니므로 북한에게 덜 공격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북핵문제 해결과 재래식 전력 발전을 별개로 분리 하여 대응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이 한반도 군비경쟁과 안보불안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우리군은 재래식 전력 증강은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오직 북핵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도가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북한에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은 과제로 남는다. 가령 북미대화가 비핵화의 해결점을 찾더라도 잔존하는 한국의 우월한 재래식 능력이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더디게 만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으로 하여금 자칫
“국방력을 강화하면서 북한과 협력”하겠다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어 북미사이에서 한국 정부의 중간자적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을지 모른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성과와 여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주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에 대한 대응수위를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이 기회를 살려 북한에 한국의 군사적 대응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2) Ian Bowers and Henrik Stålhane Hiim, “Conventional Counterforce Dilemmas: South Korea's Deterrence Strategy and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International Security, Vol. 45. No. 3 (2020/21 Winter), pp.
7-39; Sangsoo Lee, “Missile Deployments on the Korean Peninsula: An Accelerating Arms Race,” 38 North, May 7, 2021,
https://www.38north.org/2021/05/missile-deployments-on-the-korean-peninsula-an-acclerating-arms-race/
(검색일: 2021.5.20.)
앞설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할 필요가 있다. 핵·WMD 대응체계는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미국과의 공조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 한 가동될 수 없음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실질적 군축을 위한 첫걸음으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가동이 시급하다. 속히 당국자간 만남을 재개하고 위원회의 구성을 완료하여 운영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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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