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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 연구 방법론으로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도입 연구- 초기 사진 출현의 다층적 네트워크 번역을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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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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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_2021.06.10 심사기간_2021.07.01-14 게재확정일_2021.07.28 DOI https://doi.org/10.47294/KSBDA.22.4.17

사진사 연구 방법론으로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도입 연구 - 초기 사진 출현의 다층적 네트워크 번역을 중심으로 -

A Study on the Introduction of ‘Actor-Network Theory’ as a History of photography Research Methodology.

- focusing on multilayered networks translations of photography emergence -

이경률,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 공주희(교신저자), 중앙대학교 대학원 Lee, Kyung Ryul_School of Perfoming Arts & Media, Chung-Ang University/

Kong, Ju hee(Corresponding author)_Graduate School of Chung-Ang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개념적 이해 3. 사진 발명의 확산모델 분석

4. 사진 출현 네트워크의 다층적 번역 과정 5. 결론 및 제언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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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 연구 방법론으로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도입 연구 - 초기 사진 출현의 다층적 네트워크 번역을 중심으로 -

A Study on the Introduction of ‘Actor-Network Theory’ as a History of photography Research Methodology.

- focusing on multilayered networks translations of photography emergence -

이경률,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 공주희(교신저자), 중앙대학교 대학원 Lee, Kyung Ryul_School of Perfoming Arts & Media, Chung-Ang University/

Kong, Ju hee(Corresponding author)_Graduate School of Chung-Ang University

요약

중심어 사진사 방법론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초기 사진

출현

오늘날 사진과 카메라,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기술은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COVID-19 상황은 사진과 카메라의 전방위적 확산을 더욱 가속화 하였다. 현재 매우 복합적이 고 심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진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간 혹은 기술 중심의 사 진사의 틀을 넘어선 새로운 이해의 방법론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을 초기 사진사 연구에 도입하여 사진 출현 네트 워크의 다층적이고 관계적인 이해를 도모하였다. 연구자는 ANT의 다양한 개념 중에서도 사진사에 유 의미하게 적용 가능한 ‘비인간 행위자’, ‘관계적 존재론’, ‘하이브리드’, ‘일반화된 대칭성’, ‘블랙박스’,

‘번역’ 등에 주목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사진사의 대표적인 확산모델인 다게르와 다게레오타입의 발명 신화를 분석해 보았다. 이와 더불어 초기 사진 출현 네트워크를 크게 세 층위로 구분하여 기존의 사진사에서 부가적인 요소로 취급하거나 별도로 다루어 왔던 카메라 옵스큐라와 사진제판 기술의 역 사를 사진이미지 정착의 역사와 대칭적인 네트워크로 그려보았다. 연구자는 기존의 단선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사진 발명의 역사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초기 사진 출현 네트워크가 구축한 시스템적 기 반들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본 논문에서는 사진의 ‘발명’과 ‘발견’이란 용어 대 신 ‘출현’이라는 용어를 제시하고, 초기 사진 역사의 이해 범위를 사진제판으로까지 확장할 것을 제언 하고 있다. 본 논문의 이러한 시도가 현재 실천되고 있는 사진 연구들과 다양한 관계를 유발하고, 새 로운 출현을 독려하며,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사진 창발 현상들의 이해에 유용한 방법론적 모듈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ABSTRACT

Keywords

photographic history methodology actor-network theory early photography emergence

Today, photography, cameras, and related technologies are actively used in various fields of our society. The COVID-19 situation further accelerated the omnidirectional spread of photographs and cameras. In order to understand the currently complex and in-depth photographic network, a new methodology of understanding is needed beyond the framework of existing human or technology-oriented photographic history. Therefore, in this paper, we have introduced the Actor-Network Theory(ANT), which has recently been actively discussed in various fields, into early photographic history studies to promote a multilayered and relational understanding of photographic emergence networks. Among ANT's various concepts, researchers noted that

“non-human actors”, “relational ontology”, “hybrid”, “generalized symmetry”, “black box”, and

“translation” are significantly applicable to photographic history. Based on this, we analyzed the invention myth of Daguerre and Daguerreotype, the representative diffusion models of existing photographic history. In addition, the early photographic appearance network was divided into three layers, depicting the history of camera obscura and photomecanical reproduction technology, which had been treated as additional elements or separately by existing photographic history, as a history of photographic image settlement and a symmetrical network. The researchers wanted to examine the systematic foundations established by the early photographic emergence network, raising questions about the historical perception of the existing single-line and human-centered photographic invention. As a result, this paper suggests that instead of the terms ‘invention’ and ‘discovery’ of photography, the term ‘emergence’ and extending the understanding of early photographic history to photomedical reproduction. We hope that these attempts in this paper will lead to various relationships with the current photographic studies, encourage new emergence, and, above all, be a useful methodological module for understanding the various ongoing photographic phenomena.

이 논문은 2019년도 중앙대학교 연구장학기금 지원에 의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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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국내에서 2020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행위능력이 발휘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새삼 기술 과 공조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었다.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사진 을 활용한 기술들은 부지불식간에 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어느 때 보다 가속화 된 실용성을 보인다. 고성능의 핸드폰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찍고 다양한 앱을 활용하여 실시 간으로 이것을 공유하는 것은 일상화되었고, 이제는 비대면 화상 시스템에 적응을 전방위적으 로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불과 200여 년 전 사진의 출현은 실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와 질산은(AgNO3), 수은(Hg), 하이포(Hypo) 등과 관계 된 일련의 화학적 후처리 과정들, 그리고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 석판화(lithography) 등의 전문적인 지식과 실천들과 관계가 깊다.

계속된 변화의 과정들을 통해 구축되고 있는 현재의 사진의 시스템은 방대한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성을 창발시키면서 우리 삶의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사실 인간이 기술에 적응한다는 것은 세계를 인식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행동 양식들의 구조가 변화되는 과정이 수반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기술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사진의 관련된 수많은 하이브리드 현상들은 우리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으며, 그것에 대한 지혜로운 해결 모색에 다가설 수 있는지 고찰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최첨단 시대 속에서 기술과 인간을 명확히 분리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새로운 인식론적 태도와 방법론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던 것일지 모른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사진사 연구 방법론으로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도입을 초 기 사진 출현의 다층적인 네트워크의 번역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자가 적용을 꾀하고 있는 ANT는 국내에 과학기술학 분야와 사회학 분야를 중심으로 소개되었고, 현재 다양 한 분야에서 그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ANT는 근대 인간 중심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 행위자의 행위자성 개념을 오늘날의 물질, 기계, 기술 등 비인간의 차원으로도 확장해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즉, 비인간도 행위 할 수 있고, 그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생성하며, 그 안에 관련된 모두가 유동적인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고 보고 있다. 사진사 연구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된 논의가 도입되지 않았지만, 사진의 출현 자체가 기술, 사회, 환경, 인간 등의 매우 복합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ANT와 정합적인 연구 가능성 이 매우 커 보인다. 논문의 2장에서는 ANT의 다양한 기본 개념 중에서도 사진 출현 네트워크 에 유의미하게 적용될 수 있는 ‘인간/비인간’(human/nonhaman)’, ‘관계적 존재론(relational ontology)’, ‘하이브리드(hybrid)’, ‘일반화된 대칭성(generalize symmetry)’, ‘블랙박스(black- box)’, ‘번역(translation)’ 등에 주목하여 그 개념적 이해를 꾀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3장에서 는 기존 사진사에서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확산모델의 예로써 다게르(Louis Jacques Mande Daguerre)와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을 사회 ‧ 문화적으로 비교 분석하며, 사진 네트워 크의 출현을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가 공동 구성한 시스템 측면으로 이해해 볼 것이다. 4장은 기존 사진사의 이해에서 상대적으로 분리되어 진행되었던 ‘카메라 옵스큐라’와 ‘사진제판의 출 현’ 과정을 ‘사진이미지 정착의 역사’와 함께 대칭적으로 조명해 보면서, 초기 사진 네트워크의 출현을 세 층위의 관련성 안에서 이해해 보고자 한다.

약 200여 년 전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진은 가까운 역사이기 때문에 여러 남겨진 기록물들을 통해 그 과정과 사회의 반응, 변화의 양상 등을 비교적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사진 출현에 관한 자료들이 정치, 경제, 문화, 기술, 과학 등의 여러 측면에 연계되어 있어 다각적인 정보의 수집이 요구된다. 본 논문에서는 ANT의 사진사 도입을 시도하면서 현재 가장 보편적으 로 적용되는 프랑스와 영국의 초기 사진 발명 논의로 그 범위를 한정하였고, 관련된 국내 ‧ 외 자료들을 주요 참고문헌으로 선택하였다. 연구자는 오늘날 사진 매체의 확산 경위와 매체가 확보하게 된 힘의 맥락적 이해를 명확히 살펴보며 기존 사진사를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이해 해 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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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행위자-네트워크의 이론(ANT)의 개념적 이해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인간과 물질, 환경들이 지속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구조변천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철학이나 사회학에서는 고유한 의지와 의도를 가지고 행위할 수 있는 행위능력을 인간에게 제한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Park E., 2020, p.9). 그리고 대부분 의 경우 “비인간 사물을 인간과는 본질적으로 속성이 다른 실체로 취급했다. 즉 인간은 이성과 자유 의지가 있고 언어를 사용하는 능동적 ‘주체’로 본 반면, 비인간은 순수한 물질로서 인과적 결정 법칙을 따르는 수동적 ‘객체’로 보았다”(Yigam Literacy Research Institut, 2020, p.14).

하지만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는 “존재자 대부분은 수백만 년 전의 과거로부터 그들의 힘과 행위를 가져오면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투명하고 조용한 것처럼 침묵 속에 머무는 것이다. 그것은 특별한 존재론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존재 자가 행위 하지 않는 것이나 행위를 매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Bruno Latour, 1999/2018, p.295).

라투르는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다양한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인류학적 관찰을 진행하며, 서구의 근대적 인간중심 사유체계와 이분법적 사고방식 극복의 새로운 대안적 시도로서 행위 자-네트워크 이론(ANT)을 구상하였다(Bruno Latour, 1999/2019, p.9). 그는 ‘근대사회 특 징’을 주체와 객체, 사회와 자연, 담론과 사물, 서양인과 비서양인 등의 ‘이분법적 대분할의 역사’로 파악하고 있다(Yang J., 2019, p.124). 하지만 ‘우리들의 실재 세계는 결코 근대주의 신화에서처럼 이분되어 있지 않다.’ 현재 인공지능, 바이러스, 지구 생태계의 위기 등의 문제들 은 인간, 사물, 과학, 경제, 윤리라는 어느 하나의 구획만으로 수용하여 해결될 수 없다. 즉, 세계는 근대적 이분법적 단절로는 설명될 수 없으며 이곳은 수많은 ‘하이브리드(hybrid)’들이 마구 확산하며 증식해 간다(Yang J., 2019, pp.124-125). 사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사회 등의 공동 구성을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숱한 문제들은 다양한 요소의 것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복합체(collective)들이다.

“ANT가 묘사하는 세상은 복잡하고, 항상 요동치며, 서로 얽혀 있고, 서로가 서로를 구성하면서 변화하는 잡종적인 세상이다.” 즉 자연, 사회, 문화, 경제 등이 끊임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잡종 적인 존재들과 함께 서로를 만들면서 동시에 구성되고 있다(Bruno Latour, 1997/2010, p.20).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 환경, 도구, 자연, 동물, 사상, 불평등, 규모, 지리학적 배치 등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비인간’이란 개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인간은 “비인간과 어떤 동맹을 맺는가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생겨난다(Bruno Latour, 1997/2010, p.7). 라투르는 ‘총을 든 사람’을 예로 들며 비인간에 잠재된 수행 가능성과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설명하였다. 즉, 각각의 인공물에는 그것의 각본이 있고, 지나가는 이들을 붙잡 아 그것에 맞는 역할을 강요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Bruno Latour, 1999/2018, pp.282-285). 그러므로 ANT는 인간과 비인간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한 행위자로 인정하는

‘일반화된 대칭성(generalize symmetry)’를 피력한다(Bruno Latour, 1997/2010, p.22).

그리고 ANT의 경우 “이미 세계의 구성 요소들이 되어있는 실체들” 대신에 한 “행위자가 존재 하기까지 겪는 복잡하고 논쟁적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행위자(actor)는 인간과 비인 간을 모두 포함하며 어떤 행위를 하는 실체들을 지칭하는 개념이 된다. 그리고 행위자의 ‘행위 능력’(agency)은 그것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수많은 행위자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관계적 효 과’이며, 이것이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형성된 복잡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들이 서로 중첩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행위자는 “다양한 실험들(trials)을 통해 그 행위자가 나타내 는 성취(performance)에 의해 정의되며, 나중에 이로부터 그 행위자의 능력(competence) 혹 은 본질(essence)이 연역되는 것이다”(Kim H., 2006, pp.70-71). 따라서 “사물 자체에는 고 정된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출현”하는 것으로, “모든 실재는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함께 구축한 네트워크”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라투르는 하나의 행위 자가 ‘출현(emergence)’하게 되는 것을 하나의 ‘사건(event)’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하며, 다양 한 관계들 속에서 출현하는 ‘창발성(emergent creativity)’이 물질세계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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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주장한다(Park, E., 2020, pp.16-17).

학자들은 최근 여러 분야에서 ‘관계적 존재론(relational ontology)’을 언급하고 있다. “관계적 존재론이란 모든 실재자가 행위자들(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포함한) 사이의 관계적 실천들로부 터 창발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즉, 실재란 원래부터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관계들 속에서 창발한다는 것, 따라서 항상 복합적 성격을 갖고 불확실성과 가변성을 지니는 다중체라는 것이다.” 이것은 근대의 이원론적 존재론과는 전혀 다른 실재관으로, 여기 서 ‘실재’는 ‘존재’가 아닌 ‘생성(creation)’이 된다(Bruno Latour, 1997/2010, p.323). 그러므 로 관계론적 존재론의 세계에선 불변의 본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단지 잘못된 추상적 사고 속에서 그렇게 생각되거나 혹은 그 존재가 행위하고 기능하며 만들고 있는 네트워크 자체가 안정화되어 있기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Jo, K., 2020, pp.8-9).

ANT에서는 이렇게 오랜 기간 안정화되고 공고화된 네트워크들이 ‘힘’과 ‘권력(Power)’을 가 진다고 하는데, 다양한 네트워크 건설의 결과로 생겨난 이것은 통상적으로 “행위자가 자신이 바라는 대로 다른 행위자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이때의 권력이 인간들의 관계 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성공적인 네트워크가 되기 위해서 는 우선 그 “네트워크가 원래 느슨했던 초기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저항”하며, “대안적인 네트 워크나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드는 번역을 쉽게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 해야 한다(Bruno Latour, 1997/2010, pp.30-31).

ANT에서의 ‘번역(translation)’은 다양한 행위자들을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과정으로 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원래 번역은 다른 두 개의 언어를 동등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창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 “번역의 핵심은 한 행위자의 이해나 의도를 다른 행위자의 언어로(즉 다른 행위자의 이해나 의도에 맞게 치환하기 위한 프레임을 만드는 행위인 것이 다”(Bruno Latour, 1997/2010, p.25). 우리는 ‘번역의 과정’을 통해 ‘질서를 구축’함으로서 “서 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이종적인 행위자들이 공동의 목표 아래 하나의 네트워크 안으로 포섭 하여 성공적인 연결”을 이룬다(Park, E., 2020, p.10). 사실 다양한 인간/비인간 (human/nonhuman) 행위자의 연결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통해서 조절되는데, 서로의 다른 이해관계는 상충한다. 그러므로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과 전략을 동원해, 원래의 목표들과 조정 ‧ 적응하게 된다. 여기서 좋은 번역은 더 많은 요소의 연결을 설명하고, 보다 확장된 네트워크를 이루도록 하며, 성공적인 번역의 결과가 더 많은 요소를 연결함으로써 더 큰 권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Bruno Latour, 1997/2010, p.25). 이러한 네트워크의 구성 과정 이 매우 안정화되고 지속적으로 공고하게 진행되면, 우리는 그것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없는 하나의 개체로서 받아들이게 되는데,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블랙박스(black-box)’1)들을 어 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마디로 ANT는 ‘번역’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행위자들이 네트워크와 함께 연결’되고, 그 성공 적인 결과로 미시적 존재들이 마침내 세계 속에서 ‘행위자로 ‘출현’하게 되며, 이는 곧 ‘새로운 네트워크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ANT에서 ‘행위자는 누구/무엇인가?’보다는 ‘어떠 한 과정을 거쳐서 행위자로 출현하게 되었는가?’에 보다 주목한다(Park, E., 2020, p.11). 그리 고 이때의 행위자는 누군가에 의해 ‘발명(invention)’ 혹은 ‘발견(discovery)’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출현(emergence)’하는 것에 가까우며, 인간과 비인간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변형의 과정도 수반된다. 또 여기에는 인간과 비인간을 넘어서 아직은 겨우 잠재적으로만 존재하는 수많은 실재 역시 관계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Park, E., 2020, p.13).

그러므로 ANT 연구자들에게 “네트워크에 참여하거나 동원되고 있는 행위자들을 낱낱이 분별 하고 잘 기술하는 것, 그리고 각각의 행위자들이 네트워크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들이

1) ANT에서 ‘블랙박스(Black-box)’, ‘블랙박스화(Blackboxing)’, ‘결절화(punctualisation)’라는 용어는 과학적, 기술적 작업 방식이 탄탄한 안정성을 보이며 유연하고 성공적으로 작동함으로써 그 내용물이 무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사물들을 말한다. 이는 과학사회 학으로부터 유래된 표현으로 하나의 기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때 또 사실의 문제가 안정화될 때, 그것에 대한 입력과 출력만을 주 목하면 될 뿐, 그것의 내부적 복잡성은 주목할 필요가 없게 되는데, 역설적이게도 과학과 기술이 성공적일수록 그것들은 더욱 불투 명해지고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Bruno Latour, 1999/2018: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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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Jo, K., 2020, p.17). 이때 행위자가 ‘기입(inscription)’된다고 표현된다면 연구자는 ‘기술 (description)’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연구자가 가장 먼저 중요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은 “인 간 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를 정확하게 판별해내고 이들이 서로 어떤 행위를 해왔는가를 밝히 는 것이다”(Bruno Latour, 1997/2010, p.28).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은 1980년대 초부터 브뤼노 라투르와 미셀 칼롱(Michel Callon), 존 로(John Law) 등에 의해 구상되기 시작했고, 1986년경에 대강의 골격을 갖추었다 (Kim, S., 2020, p.264). 199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ANT는 많은 사회과학자의 주목과 동의를 받으며 현재는 과학학, 사회학, 철학, 예술학, 교육학, 생태학 등의 다양한 연구 분야에 적용되 고 있다. COVID-19 상황은 국내에서도 ANT의 활발한 연구 적용을 촉발하고 있지만, 국내 사진 연구 분야에서는 아직 도입이 시도되지 않았다. 근대사회의 대표적인 상징인 사진의 출현 은 인간과 기술, 과학, 사회, 지역, 경제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하이브리드 현상으로 이를 유동적인 관계 연결망 안에서 다각적으로 그려보는 것은 ANT 적용의 매우 정합적인 사례 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연구자는 이것을 기존의 인간 중심적인 시각과 기술 중심적인 시각 의 사이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자의 대칭적인 연결망 구조를 살펴보는 새로운 사진사 방법 론으로서 도입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것은 현대 사진 이해의 매우 풍부 하고 명확한 배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

3. 사진 발명의 확산모델 분석

공식적으로 사진술은 19세기 프랑스와 영국에서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사진은 오랫동안 19세기의 ‘발명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사진의 발명은 카메라 옵스큐 라의 물리적 “이미지를 화학적인 처리 과정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고정”하는 방법의 등장을 말 한다. 그리하여 “사진술의 ‘발명자’라는 영예로운 지위 또한 이미지를 고정시켜 내는 데 성공했 던 이들에게 돌아갔다”(Park, P., 2011, pp.7-8).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진학자는 19세기 사진 발명에 관한 논의의 범위를 다양하게 확장시켜 진행해 나아가고 있다. 제프리 베첸(Geoffrey Batchen)의 경우 “1790년에서 1839년까지 적어도 7개국 20여 명의 ‘원시 사진가’들이 존재했 다”고 밝히고 있다(Geoffrey Batchen, 1997/2006, p.11). 사실상 사진술의 출현은 과학기술의 대표적인 ‘동시 발견(simultaneous discovery)’ 사례로서 여기에는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 행위 자들이 연관되어 있고, 지식과 담론의 순환 과정이 함께 관계된다. ‘동시 발견’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여러 사람이 똑같은 이론을 발견하거나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일’을 말한다. 과학기술의 역사에서는 사진술과 같은 동시 발견 사례가 매우 빈번한 일인데, 그 이유는 가능하면 성과를 빨리 발표하려고 하는 과학기술계의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Jung W., 2020, p.22).

본 논문에서는 기존 사진 발명의 확산모델을 분석하기 위해 프랑스와 영국의 사진 발명 사례를 대표적으로 비교 분석해 볼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는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 문화, 기록, 기술 등의 비인간 행위자들을 인간 행위자들과 대칭적으로 엮어가며 새로운 사진사 이해에서 ANT의 개념 도입을 시도해 볼 것이다. 초기 사진의 등장과 진행은 서로 다른 국가에서 서로 다른 상황 속 인물들에 의해 그 결과가 발표되는 방식과 활용의 측면도 상이했다. 이러한 과정 의 이해는 우리로 하여금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의 비인간 행위자들 역시 인간 행위자와 함께 사진 출현 네트워크의 형성과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과학기술이 국가나 민족과 무관한 객관적인 지식이라는 기존의 믿음과는 달리 기술이 제안된 국가의 과학기술 분위기가 반영된 역사적 특이성을 가진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것은 다양한 요인들이 과학 기술적 성과의 탄생부터 적용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회구성론(social construction of science)’을 입장과도 관련이 깊다(Jung W., 2020, p.22).

공식적으로 1839년 다게레오타입을 발표한 프랑스는 유럽의 여러 국가 중 정부 주도로 과학 및 기술 관련 활동을 진흥한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는 1666년부터 과학 아카데미를 세워 유능한 과학자들을 회원으로 임명해 다양한 연구를 진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소속된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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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국가로부터 최고 과학자 대우를 받고 급료를 받았으며 자신의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는 기술자와 장인들의 특허 심사를 과학 아카데미의 공식업무로 지정하였다. 따라 서 과학 아카데미 소속의 과학자들은 접수된 특허를 과학적인 타당성과 기술의 독창성에 따라 심사하여 특허권 부여 여부를 결정하였다. 이렇게 과학 아카데미가 수행한 엄격한 특허 심사는 일정한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유용한 기술에 대한 확실한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프랑스 국가의 기술 발전에 기본적인 토양이 되어 갔다. 사진의 발명 역시 프랑스 차원의 과학기술 관련 활동 의 진흥과 관계가 있었으며, 이것을 다게르가 아닌 아라고(Francois Arago)가 공식적으로 나 서서 발표한 이유도 과학 아카데미의 특허 심사 제도와 연관이 있다(Jung W., 2020, pp.

24-25). 다게르와 다게레오타입에 대한 아라고 긴급 발표는 기술의 발명을 국가의 소유와 자랑거리로 삼으려는 당시 프랑스의 특징적인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비인간 행위자)의 중요성을 일찍이 감지하여 사회적으로 이를 번역하고 실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프랑스 과학계 인사들과 정부 역시 사진 출현 네트워크의 중요한 요소들로 작용하였다.

사진 발명에 관한 프랑스 정부의 공식적인 인정과 적극적인 지지와는 달리, 영국에서의 사진 발명은 국가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과학자 개인의 연구 업적 정도로만 여겨졌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비교지점이 된다. 왕립학회 회원이었던 탤벗(William H. Fox Talbot)은 1835년 ‘포토제닉 드로잉(photogenic drawing)’이라는 사진술을 발명했다. 그는 광학 및 화학 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1833년 사진술의 체계적인 방식의 출현을 아주 우연히 목격하고 자연의 이미지를 그 자체로 반복시켜 인쇄할 수 있도록 고착시킬 방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Beaumont Newhall, 1982/2009, pp.22-23). 하지만 영국의 탤벗은 프랑스의 다게르와 달리 자신의 발명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고, 이를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자신의 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당시 탤벗의 이러한 태도는 영국 과학계의 특징과 큰 관련이 있는데, 프랑스의 과학 아카데미처 럼 당시 영국을 대표하는 과학 단체는 왕립협회였다. 그런데 이 왕립학회는 왕립을 표방한 명칭 과는 달리 실제 국가 정부와는 거의 무관하게 자유로운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특징은 가졌다.

게다가 왕립학회의 회원은 전문 과학자가 아닌 ‘과학에 관심있는 신사(gentleman)’ 계층이 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왕립학회의 과학 활동은 전문적 연구보다는 ‘신사 계층의 고급문화 활동’과 유사한 분위기 속에서 수행되었다. 왕립학회의 회원이었던 탤벗 역시 자신의 연구를 ‘고상한 취미’ 혹은 ‘문화 활동’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는 연구의 결과를 ‘신사적’인 방식을 통해 ‘동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 결과 를 가지고 경제적 이들을 얻으려 특허권을 신청하는 일은 신사적 행위로 여겨지지 않았다. 당시 탤벗이 자신의 사진술 ‘포토제닉-드로잉’에 대해 특허를 신청을 하지 않았던 데에는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의심도 있었겠지만, 당시 영국 과학계의 분위기 역시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던 것이다(Jung, W., 2020, pp.26-27).

오늘날 사진 이미지의 최초 발명가라고 인정되고 있는 프랑스의 니엡스(Joseph Nicephore Niepce)도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서로 다른 과학계의 분위기 안에서 자신의 사진술 공포에 관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니엡스가 1827년 영국에 있는 형 클로드 니엡스(Claude Niepce)에게 갔을 때, 그는 자신의 엘리오그라피(heliography) 연구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줄 후원자를 찾으려 왕립협회의 인물들과 접촉을 꾀하였다(Jean-Claude Lemagny, Andre Roille, 1998/2003, p.26). 그리고 영국에서 니엡스는 아무런 대가 없이 즉각적으로 자신의 사진술을 대중에게 공포하여 명예를 추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니엡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프랑스로 돌아가 다게르에게 협력을 구했다. 왜냐하면 “그와 공조하여 성공을 할 경우 상당한 돈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Lee, K., 2006, p.134). 여러 자료의 정황상 당시 니엡스는 사진술의 발명을 통한 수익성과 활용성 등의 측면을 크게 염두하고 있었으며, 결과적 으로 프랑스라는 비인간 행위자와 다게르라는 인간 행위자를 선택하여 자신의 사진술을 연결 짓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판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니엡스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모든 영예의 결과가 다게르에게 집중되는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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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년 1월, 프랑스 언론의 대대적인 사진 발명 소식은 여름 동안 크로아티아, 헝가리, 리투아 니아, 그리고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폴란드의 세르비아에 도달했고, 그 과정에 대해 또 많은 과학 논문이 이 지역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술의 발전 과정은 사실 상 3대 산업 강국인 영국, 프랑스,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나라들의 경우 사진 매체의 기술적인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 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부유한 중산층이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반면 파리에서 먼

‘중앙 유럽’의 경우는 이러한 중산층의 많지 않아 사진술이 비교적 덜 보편화되는 현상을 보였 다(Naomi Rosenblum, 2007, p.23). 이는 지역과 문화, 자본, 정보, 기술 등의 서로 다른 비인간 행위자가 구축하고 있는 연결망의 관계적 특징들은 다시 비교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즉, 사진술의 발명과 확산의 네트워크들은 인간 행위자들의 뛰어난 행위능력만큼이나, 매우 다양한 비인간 행위자들의 요소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창발시킬 수 있는 연결망들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기 사진술의 연구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는 결과를 인정받기 이전에 실험가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해 볼 수 있다. 당시 니엡스도 삶의 모든 전선에 걸쳐 내부와 외부적으로 싸워야만 했을 것이다. 계속되는 발명의 과정에서 소진되고 있는 자신의 재산들을 점검하면서도, 실험의 소요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관련된 최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상류 계층과의 유대를 강화 하고 그들에게 연구 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실험 결과물들 이 상류 계급의 ‘필수통과지점(OPP)’을 넘어설 수 있도록 이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의 기대를 유예하고, 그들이 자신의 연구 과정을 너무 엄밀히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적절히 거리를 조절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를 구체적 으로 기록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이것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비밀 유지에 힘써야 했고, 더불어 연구 결과와 과정에 대한 정당한 보수와 명예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탤벗도 마찬가지로 귀족적 배경과 대학에서의 교육을 바탕으로 시대의 가장 진취적인 사고에 열중하면서도 엄정하고 명백한 제도 속에서 스스로 발견과 인정을 이끌어야 했으며, 동시에 상업적 수익과 명성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와 기술적 개선을 지속해 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역사서의 경우 “창시자들이 아주 위대한 나머지 그들이 이런 모든 것을 추진할 거인의 힘을 갖고 있다”며 과학적 발명가들을 지나칠 정도로 부풀려 놓은 측면이 있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신화적 차원의 ‘천재’들로 탈바꿈되었다. 19세기 니엡스와 다게르에 의한 사진 발명의 신화 역시 이렇게 지속적으로 주변인들을 설복시켜가며 핵심적인 논변을 구축해 온 것이다. 이러한 ‘확산모델’의 주창자들이 대부분 창시자를 향한 광적인 논리에 사로 잡혀, ‘누가 진짜로 첫 번째였는지만을 탐색’해 나가며 앞다퉈 계보도와 문장만을 제공하려 한 다. 그리고 이러한 부차적인 이 물음이 중요하게 되는 이유는 모든 영예의 결과를 ‘승자가 독식’

하게 되기 때문이다(Bruno Latour, 1999/2016, pp.269-272). 하지만 이 모든 일을 다 발명해 낸, 꾸며진 천재들은 단지 ‘개괄적으로’, ‘이론상으로’만 그런 일을 해왔을 뿐이며, 우리는 이제 그들이 함께 엮어지며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의 네트워크들을 다시금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렇듯 기존의 많은 역사 기록은 수많은 행위자를 쓸어내 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 들만을 중점적으로 그려 보이며, 나머지는 과정상의 발달일 뿐이고 진짜로 중요한 것은 독창적 인 아이디어로서 이외의 것들은 중심 원리들의 전개 과정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사실 상 사진 네트워크의 출현 과정에도 수천 명의 인간 행위자들과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비인간 행위자들이 함께 관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게르와 니엡스, 탤벗 등의 불과 몇 명의 천재들만이 사진 네트워크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모터로서 지칭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 서 이제 우리는 사진을 ‘누가 발명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특정한 작용들 안에서 사진의 출현이 라는 정합적 요소로 묶이게 되었는가?’로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들 은 오늘날 보다 복합적이고 심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진 현상 이해에 매우 실천적인 방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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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진 출현 네트워크의 다층적 번역 과정

연구자는 초기 사진술이 물리학, 화학, 산업,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형성되었으며, 몇몇 주요한 응집 기반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들이 복잡하게 얽혀 확산을 이루며 본격적으로 사진 현상이 창발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또 이것이 연관된 네트 워크들의 변화를 유발하는 강력한 계기로 작동하면서 지금까지 새로운 네트워크와 관계들을 지속적으로 출현시켜 오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사진사 연구 방법론으로서 ANT의 적용은 기존의 인간 중심주의적인 접근과 기술 중심주의적인 접근 사이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을 대칭 적으로 네트워크 안으로 위치시키며 그 이해를 새롭게 꾀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이는 기존의 단선적인 사진사 이해를 보다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그려줄 수 있는 틀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들도 사회 ‧ 문화 ‧ 기술적 맥락에서의 사진의 이해를 시도해 왔으나, 대부분은 인간 행위자(발명가) 중심의 사진이미지 정착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사진학자은 사진 출현을 다양한 기술적 논의와 담론을 시각 성, 사진제판2) 등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현재 많은 분야에 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면 오늘날 사진 매체에 대한 명확한 이해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본 논문도 이러한 사진사의 흐름을 반영하여 초기 사진 출현 네트워크의 층위 를 크게 카메라 옵스큐라을 중심으로 설정된 ‘사진적 시각성의 출현’과 ‘정착된 사진이미지의 출현’, 그리고 ‘사진제판의 출현’으로 구분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적 맥락의 이해를 시도하며 초기 사진 출현 과정의 ANT의 번역을 시도하였다.

19세기 사진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이후 사진술은 끊임없이 개량과 진화를 거듭”해 왔다. 오늘날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과정에서 사진 이미지의 특성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사진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기계장치인 카메라의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사진적 시각은 “사진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매우 핵심적”인 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즉, “사진은 시각의 역사에 속하며, ‘카메라 옵스큐라’는 사진적 시각을 확장해 온 도구”가 된다(Park, P., 2011, p.16). 따라서 연구자는 사진 출현의 1차 네트워크 층위를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3)’라는 비인간의 출현과 이와 관계된 다양한 행위 자들의 관계 연결망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사실 기존의 많은 사진사 역시 사진 의 출발을 카메라 옵스큐라와의 연계성 속에서 살펴보고 있어, 이것이 새로운 적용으로 볼 수는 없지만, 본 논문에서는 ANT의 비인간 행위자, 대칭적 일반화, 관계적 존재론, 하이브리드 등의 개념을 적용한 이해를 기반으로 ‘주요한 비인간 행위자로서 카메라 옵스큐라’와 사진적 시각성 의 출현 논의를 진척시켜 보고자 한다.

빛이 만드는 물리적 사진 현상은 오래전부터 동양과 서양에 알려져 있었다. “중국에서는 무려 2천년 전부터 사람들이 이러한 현상을 알았고, 고대 이집트나 인도 혹은 폼페이 유적에서도 렌즈 형태로 된 유리 조각이 발견되었다. 또한 근대 일본에서 차를 마시러 찻집에 온 사람들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에 의해 창호지에 거꾸로 비친 후지산을 보고 즐거워하는 판화 이미지도 있다”(Lee, K., 2006, p.12). 이는 당시 사람들이 빛에 이 만들어 내는 ‘광학 현상’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오늘날 ‘카메라 옵스큐라’로 잘 알려진 이 원리는 아리스토텔레스 와 11세기 알하젠(Alhazen)과 13세기 로저 베이컨(Roger Bacon)의 ‘기록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자연 현상’과 관계된 것으로, 이미 13세기 유럽에 널리 알려졌는데, 비록 문헌의 형태로 기록되지 못하였지만, 다양한 방법들로 어두운 방 혹은 그 일부가 이러한 원리를 설명하 는 모델로 활용되고 있었다(Lee, K., 2006, p.18).

이를 통해 우리는 우연한 광학적 사진 현상들이 오래전부터 사진 기술에 대한 다양한 잠재태로 대중에게 퍼져있었고, 16세기에 다빈치(Leonard de vinci), 포르타(Giovanni Battista della

2) 사진제판(Photomecanical Reproduction)은 “사진 원본을 지지체에 빛을 통하여 옮긴 다음 판화처럼 지지체에 잉크를 발라 종이에 인쇄하는 사진 복제 방법”(박상우, 2015:253)이다. 오늘날 모든 인쇄 미디어에 등장하는 사진은 바로 이 기술을 이용하여 복제된다.

3) ‘카메라 옵스큐라’는 우리말로 ‘어두운 방’을 뜻하며 16세기에 만들어져서 17세기에 완성되었다. 원래 데생을 위한 이미지 복사나 놀이 혹은 사물의 관찰 등의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지만, 초기 사진 발명가들에게 사진 이미지 포착을 위한 물리적 장치로 서 널리 활용되며, 본격적인 사진 출현의 중심 거점을 마련해 놓는 중요한 비인간 행위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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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a), 짜안(Johann Zahn), 놀레(abbe Nollet) 신부 등의 ‘기록물’을 중심으로 그 연구가 점진 적이고 중첩인 발전을 이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카메라 옵스큐라에는

‘렌즈’가 부착되었고, 17세기에는 그 기본 형태가 완성되었으며, 18세기에는 ‘여러 가지 형태’

로 대중들에게 ‘확산’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Lee, K., 2006, p.39). 당시 “자연과학을 바탕으로 한 인간 중심적인 근대사회”에서는 “실제에 대해 생생해 보이는 더 정확한 재현을 위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요구”가 있었다(Seo, H., 2017, p.105). 여기서 카메라 옵스큐라는

‘그림’을 그려내는 ‘보조도구’, 자연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축적해 나가는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던 것이다(Park, P., 2011, p.16). 19세기 초기 사진의 발명가들 역시 카메라 옵스 큐라에 비친 ‘이미지’를 고정하려 하는 데서 사진의 개념을 착상하고 있는데, 이것은 분명한 사진의 기원으로써, 사진 출현의 1차 네트워크 층위를 형성하는 매우 핵심적인 ‘비인간 행위자’

로 볼 수 있다.

이것과 연속적이고 중첩적으로 생성 ‧ 진행되는 사진의 2차 네트워크는 “르네상스 이전부터 시작되어 수 세기에 걸쳐 사용되고 개량되어 카메라 옵스큐라라는 ‘광학기구’와 ‘이미지의 정착 에 관여하는 화학이 결합’하여 마침내 이차원의 평면에 ‘사물의 흔적이 고정’되는 단계”에 표류 하게 되면서 구축되었다(Kim, W., 2006, p.8). “사실적 묘사는 16세기에 출현한 자연과학에 대한 탐구의 풍토가 자극하였고 또한 조장하였으며 18세기 후반의 계몽운동과 산업혁명 동안 중간계급에 의해 지지 되었다.” 그리고 “생생한 이미지를 기대하는 대규모의 새로운 청중이 출현하였다”(Seo, H., 2017, p.107). 여기에는 당시 아주 우연하고 우발적인 광학 ‧ 화학 물질 들과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의 달성 등을 위한 인간 행위자들의 다양한 접촉, 연구, 실험, 기록, 공표 등이 관계적으로 위치한다.

자연에는 수많은 ‘감광물질’들이 존재한다. 색의 변화를 동반하는 변질도 빛과 감광물의 화학적 반응의 결과물이다. 햇빛을 많이 쬐면 노출된 부분의 피부색이 검게 변하는 것 역시 일종의 자연적인 감광 현상이다. 18세기 빛에 반응하는 가장 대표적인 화학적 감광물질은 ‘질산은 (AgNO3)’과 ‘염화은(AgCl)’으로 알려져 있는데, 초기 종이 사진의 감광 유제는 대부분 염화은 을 사용하였다고 알려졌다. 요제프 마리아 에더(Josef Maria Eder)는 사진 발명을 가능하게 했던 결정적인 화학적 연구를 1727년 슐츠와 1777년 쉘레의 실험으로 보고 있다(Josef Maria Eder, 1945/1978, pp.60-63, pp.96-99). 독일의 자연철학자 요한 하인리히 슐츠(Johan Heinrich Schulze)는 빛이 비치는 쪽의 질산은은 검게 변하지만,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는 거의 변하지 않는 ‘현상’을 자신의 ‘실험실’에서 아주 우연히 알게 된다. 그리고는 “은이 결합된 화합물은 빛에 의해 검게 된다”는 ‘감광물질’의 출현을 최초의 실험적 ‘기록물’로 정리해 놓았 다. 스웨덴 화학자 칼 빌헬름 쉘레(Karl Wilhelm Scheele)는 이러한 감광물이 더 이상 빛에 반응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을 즉, “염화은에 질산(N)과 암모니아(NH3)를 각각 첨가”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기술’해 놓았다(Lee, K., 2007, p.341). 하지만 많은 감광물질의 출현과 르네 상스 이후 연구들 속에서도 아직 인간 손의 중재 없이 자연의 이미지를 그대로 포착하려는

‘사진의 최종적인 발상’은 기록의 형태로 출현하지 못했다.

오늘날 사진 발명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는 1893년 8월 19일, 프랑스 의회에서 아라고에 의해 공포된 다게르의 다게레오타입 등장을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물론 사진사학자 빅터 푸크 (Victor Fouque)와 헬무트 게른샤임(Helmut Gernsheim) 등이 다게르의 사진 발명의 반기를 들며 사진술에 관한 최초의 발상을 니엡스로부터 보았고, 마르셀 보비(Marcel Bovis) 역시 최초로 사진을 ‘생각해 낸 사람’으로 강조점을 옮겨 니엡스를 그 시작으로 삼고 있다. 이와 달리 요제프 마리아 에더는 은염류의 감광성을 처음 발견한 요한 하인리히 슐체를 최초의 사진 발명 가로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는 1952년 게른샤임의 연구가 많은 지지를 받음에 따라, 다게르보 다 12년 앞선 니엡스를 중심으로 한 사진 발명의 논의가 안정화되고 있다. 물론 다게레오타입 이 발표될 당시 영국의 과학자 탈보트(William Henry Fox Talbot)도 ‘칼로타입(Calotype)’이 라는 독자적인 사진 제작법을 완성하였으며, 바야르(Hippolyte Bayard) 역시 프랑스에서 완성 도 높은 사진을 완성한 사실이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는 브라질에서도 에르퀼르 플로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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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cules Florence)가 1833년에 독자적으로 사진을 발명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Kim, W., 2006, p.21), 19세기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초기 사진 출현의 논의들이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초기 ‘사진술의 출현’은 하나의 역사적 현상이었다. 우리는 초기 사진의 역사적인 맥락 을 통해 ‘사진을 향한 열망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하나의 담론을 형성하며 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사회가 어떤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 이르러 ‘사진’을 사고하는 것이 가능했 고, 사진의 역사적, 문화적 특정성이 하나의 ‘개념’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Geoffrey Batchen, 1997/2006, p.11). 사진은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에 이르러 사회적으로 요구된 현상의 출현이었으며, 다양한 논의와 실천들이 급속히 성장하여 광범위하게 확산해 나갔다.

그리고 이것은 사진이미지의 정착을 기반으로 출현하게 된 2차 사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 게 되는데, 여기에는 치열한 ‘특허권’ 경쟁과 지속되는 ‘과학기술’의 ‘혁신’들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사진술은 그 자체의 기록과 복제 발전을 위해, 그 성향이 비슷한 복제 매체들의 기술적 특징을 활용”하며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수작업에 의한 복제 매체인 판화 역시 사진의 기계적이고 화학적인 기록과 복제 특성을 활용하여 사진제판으로 발전”하게 된다(Seo, H., 2017, p.10).

프랑스 철학자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은 이러한 “기술의 핵심을 ‘관계’로 파악”했다.

“기술의 특성은 잘 확장되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가 쉽다는 것인데, 이러한 기술은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인간과 인간 간의 새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그는 ‘기술이 나름대로 행위능력을 가진 존재들로서 인간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낸다’고 보았다(Bruno Latour, 1997/2010, p.137). 사실 사진술의 출현과 그 발전의 운동성은 “어떤 특정한 기준으로 분류하 기 힘든 그리고 각자의 다양한 방식으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으며(Lee, K., 2010, p.629), 이것은 카메라, 감광판, 화학약품, 판화, 미술, 인쇄 등의 다양한 관계적 연결된 변화들 을 촉발하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러한 네트워크들의 연결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으로 구축 됨에 따라, 현재까지 사진은 그 여세를 폭발적으로 확장되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사진사에서 사진술의 발전 사항만을 주로 다뤄왔고, 사진제판의 역사 는 별도의 인쇄 역사 맥락 안에서 또 다른 이해를 요구했다. 하지만 연구자는 사진의 3차 네트 워크 층위의 출현을 바로 사진제판과 관련된 많은 기술적 혁신들이 함께 점진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 사진 이미지로 인한 인식의 변화를 촉진 시킨 근본적인 배경 이 되며, 여기서 사진은 ‘인간 손에 의한’, ‘단일 이미지’가 ‘기계에 의한’, ‘복제 이미지’로 이동과 관계되고, 또 다른 복제 시스템인 인쇄 미디어와 결합을 꾀하게 되었다(Park, S., 2015, p.

255). 그리고 마침내 한 장의 사진이 대량으로 복제되고 유포되면서 수많은 사진적 하이브리드 현상을 야기하고,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면서 그들의 지각방식, 지식, 세계관, 정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진의 역사 이해에서 사진제판의 발달과정과 그 의미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19세기 ‘사진술’의 출현은 ‘사진제판 기술’의 출현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당시 “빛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법(사진술)을 발견한 사람들은 프린터 잉크로 사진을 재현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떠올리게 되었다”(Seo, H., 2017, p.15). 이는 ‘유사성에 대한 욕망’에 따라 이 세계를 정확하게 재현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복제에 대한 욕망’으로 재현된 이미지를 간편하고 저 렴하게 무한히 복제하여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확산시키고자 했던 것을 말한다(Park, S., 2015, p.261). 이러한 속성 때문에 “19세기 사진 발명의 역사에서 복제 불가능한 사진 기술이 었던 다게레오타입과 바야르의 사진 기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반면, 탈보트의 칼로 타입은 다게레오타입에 비해 훨씬 덜 선명했음에도 복제가 가능한 ‘네거티브-포지티브 (negative-positive) 기술’이었기 때문에 이후 사진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아 나갔다.” 칼 로타입 이후 19세기의 콜로디온 프로세스(collodion process), 젤라틴 실버 브로마이드 (gelatine silver bromide)등의 ‘다양한 사진 기술’은 모두 복제 가능한 네거티브-포지티브 기 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Park, S., 2015,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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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의 네거티브 사진은 여러 기술적인 제약들로 바로 인쇄시스템에 적용될 수가 없었 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사진의 비싼 인쇄 비용과 느린 복제 속도, 사진 전송 기술의 부족, 중간 톤 표현의 어려움, 항구적이지 못한 사진 이미지의 변질, 글과 사진의 동시 인쇄 불가능성 등이 있다. 따라서 당시 출판계는 아직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실용적인 사진보다는 오랫동안 사용해온 안전하고 효율적인 판화 기술을 더 선호했다. 그렇지만 20세기를 향해가며 그 기술적 한계들이 끊임없이 극복되어 가면서 “잉크 처리된 사진적인 이미지(사진제판과 인쇄)가 더 일반화되었고, 그리고 결국 그 방법으로 만들어진 수가 모든 화학적 인화물을 월등히 초월”한 다(Richard Benson, 2010, p.110/Seo, H., 2017, p.143 재인용).

“1820년대 근대 석판 인쇄술의 발명으로 고무된, 베르톨레(Claude Louis Berthollet)와 니엡스 는, 조각된 이미지들은 유리와 금속판 위에 아스팔트(aspalatrum)에 대한 빛의 작용을 통해 모사하고 압착으로 잉크 인쇄가 될 수 있도록 그 판들을 화학적 처리를 시도”하였다(Seo, H., 2017, p.15). 당시 발명가였던 니엡스는 지금까지 발명하는데 쏟아부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독일의 알로이스 세네펠더(Alois Senefelder)가 1796년에 발명한 석판화(lithography) 기술 을 개선하여, 당시에 점차 증가하는 이미지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이미지 복제기술 만들고자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니엡스의 ‘엘리오그라피(heilography)’는 사진 이미지의 출현과 사진이미지 복제기술의 측면에서 동시적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으며, 사실상 니엡스의 사진제 판 기술이 이후에 등장하는 모든 사진제판 기술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리(사진 기술과 판화 기술의 결합)가 담겨 있다(Park, S., 2015, pp.256-258). 다게르와 많은 연구자들 역시 다게 레오타입을 바탕으로 한 사진제판술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공적이지 못했고, 탤벗의 네거티브-포지티브 사진 복제 기술인 칼로타입이 프랑스에 도입되면서 이러한 실험은 사실상 끝이 났다. 여하간 당시 사진 발명의 핵심 주역들 역시 사진술뿐 아니라 사진제판 기술을 동시 에 염두하고 있었으며(Park, S., 2015, p.261), 이는 사진 복제성과 그 확산 가능성, 경제적 실리 등이 얽힌 사진 출현 네트워크의 3차 층위를 형성해 나갔다.

이후 1855년 프와트뱅(Alphonse Poitevin)의 ‘사진 석판술(Photo lithography)’과 1870년대 의 ‘우드베리타입(Woodburytype)’, ‘콜로타입(collotype)’ 등의 다양하고 새로운 ‘사진제판 프 로세스’들은 점진적으로 그 체계를 구축하며 189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산업화 ‧ 상용화되기 시작한다. ‘볼록 사진제판 기술(half-tone)’과 ‘망점 사진제판(photo gravure) ’, ‘옵셋인쇄 기 술(offset printing)’ 등의 출현은 그 여세를 가속화하고 1920년대 말부터는 사진이미지가 전면 적으로 ‘인쇄 미디어’를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Park, S., 2013, pp.448-449). 마침내 사진은 신문, 잡지, 책 등에서 전통적인 도판인 판화를 몰아내고, 어제 벌어진 사건을 수백만 부 복제하 여, 다음날 사람들의 눈앞에 배달하였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동시적인 속도의 사진 연결망 안에서 또 새로운 차원의 이미지 복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다층적인 사진 네트워크의 구성과 이를 통해 만들어진 모든 궤적은 ‘센터가 동원되고 (mobilize), 조작하고(manipulate), 조합하고(combine), 다시 기록하고(rewrite), 연결하는 (tie together) 교차로를 의미’하는데, 센터 내부의 또 다른 센터들은 그 이동성과 조합 가능성 에 대한 다시 한번 가속화를 제공하게 된다. 만일 여기에 동원의 규모가 증가한다면, 필연적으 로 모든 연결망의 교차로에서 생산물이 증대되고 이들 교차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혁신은 또 센터에 결정적인 우세를 부여하게 된다(Bruno Latour, 1999/2016, p.474). 이렇게 사진 네트 워크들이 구축하게 된 사진적 시스템은 사람에게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지각방식의 변화 를 종용하며 그들의 감각과 인식과 지각, 나아가 총체적인 삶의 변화를 유발하면서 계속해서 확산하며 공고해지고 있다. 초기 사진의 다층적인 네트워크들의 관계적이고 중첩적인 연결을 통한 이해는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 기기,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기술의 출현은 또 다른 층위에서 형성되어 진행 중인 사진의 4차 네트워크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무수히 많은 새로운 네트워크들이 연결되어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변화를 유발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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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및 제언

지금까지 우리는 본 논문에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을 새로운 사진사 연구 방법론으로 도입하여, 초기 사진 네트워크 출현의 다층적인 이해를 진행해 보았다. 여기에는 인간 행위자와 함께 무수히 많은 비인간 행위자들이 대칭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사진의 역사 속에는 ‘기술’이라는 비인간 행위자가 촉발한 수많은 변화의 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게레오타입의 등장에는 카메라 옵스큐라, 기록물, 수은, 은판, 잠상, 렌즈 등의 중요한 비인간 행위자들의 출현들이 관계되어 있다면, 에티인-쥘 마레이(Etienne-Jules Marey)의 연속 동작 사진 이미지는 근본적으로 초 이하의 노출 속도를 가능하게 하는 젤라틴 취화물의 출현과 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식 셔터라는 비인간 행위 자들의 능력이 필수적이다. 요즘 우리 손에 항상 들려있는 휴대폰 카메라 역시 통신과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 기기,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등의 다양한 비인간 행위자들이 구축하고 있 는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행위자의 출현들은 주변 관계망들에 영향을 미치며 또 다른 새로운 네트워크들의 창발 가능성을 잠재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진의 역사는 인간 중심의 논의들에만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제프리 베첸이나 요제프 마리아 에더 등 몇몇 사진사 기술들만이 사회 ‧ 문화적인 측면이나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본 논문에서는 기존의 인간 중심적인 사진사의 접근과 기술 중심적인 사진사의 접근 사이에서 양쪽이 놓칠 수 있는 다양한 부분을 함께 포섭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적 모듈로서 행위자 네트워크-이론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으며, 현재에 도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기존 사진사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해보려 하였다. 인간 과 비인간 행위자들은 대칭적이고 균형적으로 사진적 네트워크 안에서 엮어내는 작업은 현대 의 사진 연구자들에게 매우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

연구자는 결코 지금까지 공식적인 사진 발명가들과 그 결실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사진적 결실을 취합하기까지 이미 잠재적 네트워크 안에 수많은 사진적 여명들과 다양한 행위자들의 우연적 출현 과정들 역시 우리는 새롭게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인간 대 기술이라는 인간 중심적인 이분법적인 찬반 논쟁들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현재 우리는 지속되는 기술 발전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외의 결과들에 너무 당황하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 및 구조변화해 나가기 위해서 인간과 기술의 가속화된 공조 현상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사고의 전환을 함께 꾀할 필요가 있다.

ANT 개념을 초기 사진사 이해에 적용해 보며 연구자가 결과적으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기존 사진 ‘발명(invention)’ 혹은 ‘발견(discovery)’과는 다른 용어의 사용으로서 사진의 ‘출현 (emergence)’이다. 일반적으로 “‘발명’은 인간 행위자가 물리적 작용과 기계적 장치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또 ‘발견’은 새로운 화학적 원소를 찾아내거나 이미 존재한 사실을 밝혀내는 것을 의미한다”(Lee, K., 2010, pp.612-613). 그렇지만 이는 모두 기존 인간 중심적인 언어의 사용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출현’은 ‘어떤 것이 나타나거나 나타나서 보이게 되는 과정’과 그러한 사건이 주목한 ‘새로운 존재의 등장’을 의미하는 용어이 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비교적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다양한 비인간 행위자들을 인간 행위자 와 대칭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으며, 사진 네트워크 안에서 관계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존재들의 우발적인 출현과 현상들에도 가치를 부여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본 논문에서는 기존의 사진사에서 세부적인 연구들이 별도로 진행되었던 카메라 옵스큐 라와 사진제판의 역사를 사진이미지 정착 기술의 역사와 대칭적으로 그려보면서 초기 사진 네트워크의 다층적인 관계의 이해를 시도하였다.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인 사진적 확산을 비단 사진이미지 정착의 역사적 층위에 머물러서 해석하는 것은 오늘날 많은 한계점을 지닌다. 이와 더불어 사진과 관련된 수많은 하이브리드 현상들은 특정한 하나만의 맥락 안에서는 결코 읽어 낼 수 없는 특징을 가진다. 우리가 현재 사진 매체가 확보하게 된 권력과 힘의 경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기반으로 하는 물리적 시각 현상 출현과 화학적 사진이미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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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기술, 그리고 다양한 확산의 기반이 되는 사진제판 등의 다층적인 네트워크들을 관계적인 맥락으로의 엮어가며 그 이해의 확장을 꾀할 필요가 있다.

즉, 사진사의 새로운 연구 방법론으로서 ANT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본 논문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왔던 다양한 인간/비인간 행위자들이 구축한 네트워크 측면을 재인식 하게 하고, 기존의 인간중심적이고, 단선적인 사진사의 이해를 보다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우리 생활에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대한 이해의 기반이 되며, 사진이 구축하게 된 힘과 권력의 관계들을 실천적으로 드러내 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도 마련해 주고 있다. 또 무엇보다도 현재 사진 관련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섬세한 고찰의 계기로 분명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본 논문에서는 초기 사진의 서로 다른 네트워크 층위를 구분하여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행위 연결망들이 많은 부분 생략되었다. 그리고 거시적인 접근을 시도하며 네트워크 층위가 갈라지는 주요 시작 지점에 해당 논의를 집중시킴에 따라, 각 층위 별로 진행되는 네트워크 확장의 세부 진행 사항 과 변화의 과정 역시 본 논문에서 모두 기록하지는 못했다. 이번 논문에서 다루지 못한 많은 부분은 연구자의 후속 연구 결과물들에서 통해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요즘 ANT에 관한 활발한 논의들이 국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사진사에 적용될 수 있는 보다 명확하고 정확한 개념으로의 접근 역시 필요할 것이다. 사진사 이해에서 ANT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는 일은 매우 섬세한 네트워크의 번역 과정을 필요로 하며, 이제 현재의 기술기반 사회 속의 사진 연구자들은 번역가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때의 우리는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의 언어와 관심, 실천과 관계의 양상들을 영민하게 포착하여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을 진행해야 하며, 인간 과 비인간 행위자들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파악하며 이를 변경, 조정하면서도 그 네트워크들의 연결이 서로 끊어지지 않도록 확장의 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우리 사회에서 유의미한 토대를 마련해 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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