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공공공사를 시작으로 40년 넘게 유지되어온 칸막이식 업역규제가 폐지된다.
우리나라는 1976년 전문건설업을 도입한 이후, 종합과 전문 건설업체의 업무영역을 법 령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생산구조를 유지하여 왔으나, 많은 문제점을 야기해 왔다는 비 판에 직면해 있다. 종합업체는 시공역량 축적보다는 하도급 관리나 입찰영업에 치중 하여 왔고 실제 시공은 하도급업체에 의존하며 입찰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가 양산되었 으며, 전문업체 또한 사업물량 대부분을 종합업체의 하도급에 의존하다 보니, 수직적 원 · 하도급 관계가 고착화되어 저가 하도급 등 불공정 관행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분 업과 전문화를 위해 도입된 업역 제한이 상호 경쟁을 차단하고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칸막이’로 변질된 것이다. 업역규제가 폐지되면, 발주자의 선택에 따라 종합과 전문업체 가 상호시장의 원 · 하도급이 모두 가능해진다. 상대 업역에 진출하는 경우 전부 직접시 공이 원칙이기 때문에 다단계 생산단계가 축소되고 시공효율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종합건설과 전문건설기업은 오직, 시공 역량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건설산업 의 미래를 열 수 있는 토대를 닦아줄 것이다.
업역, 업종 등 건설산업의 생산구조 외에도 정부는 시장질서, 건설기술, 일자리 등 다 방면에 걸친 전 방위적 건설산업 혁신을 추진 중에 있다. 부족한 기술력과 비효율적 생 산구조를 임금과 대금 조정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로 극복하는 종전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건설산업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이 성숙단계에 들어서면서 신규 인프라 수요 감소 등 국내 건설시장의 양적 성장이 한계를 노출하고 있 고 해외시장에서도 중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점유율이 하락하며 경쟁력이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은 글로벌 최고 수 준 대비 기술력은 약 80%, 노동생산성은 50%에 불과하다. 특히, 50대 이상 고령자가 건 설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20·30대는 채 20%도 되지 않는 인력구조는 우리의 근대화 과정과 열사의 사막에서 체득한 현장기술의 전수가 단절되고 아무도 찾지 않는
머리말
건설산업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공정경쟁과 상호 협력
주종완 |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 ([email protected])
제461호 2020 march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위기감마저 갖게 한다. 이제 건설산업 혁신은 미룰 이유도 없 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다.
우리는 아주 쉽게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수십 년 동안 쌓인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 선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혁신이라고 말하 지 않는다. 왜냐하면 혁신은 기존 방식과는 다른 변화를 통해 문제 상황을 해결해야 하 며,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 하는 방식의 변화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변화를 위한 노력 없이는 대부분 공사 수주 후 하도급 과정이 일반적인 종합건설사가 하루아침에 직접시공을 위한 조직과 네 트워크를 갖추기는 어렵다. 전문건설사가 현장관리와 공종 간 조정 계획을 수립하는 것 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결국, 건설산업 혁신의 성공여부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핵 심역량과 끊임없는 역량강화 노력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건설산업 혁신의 방향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위해 민관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 면, 건설산업에 요구되는 비전과 혁신역량은 무엇일까.
<그림 1> 건설산업 현주소
건설산업이 요구하는 혁신역량
자료: 국토교통부 2018b; 국토교통부 2019.
Global Top 대비 주요 기술수준
초고층건물 고효율에너지빌딩 서비스로봇(건설) 슈퍼 건설재료, 자재 최첨단 인프라 건설 미래 첨단도시 건설
77.5%
82%
74%
82.8%
77.5%
80.7%
건설업 노동생산성(2015)
업종별 R&D 투자규모(매출액 대비)
연령별 건설근로자 비율 전 산업 평균
1.29%
0.2%
1.78% 2.29%
건설업 농업 제조업
(대기업 기준)
45.0 40.0 35.0 30.0 25.0 20.0 15.0 10.0 5.0 0
20대 이하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2000.12 2001.12 2002.12 2003.12 2004.12 2005.12 2006.12 2007.12 2008.12 2009.12 2010.12 2011.12 2012.12 2013.12 2014.12 2015.12 2016.12 2017.12 2018.12
50대
60대이상 18.7
50
40
30
20
10
0
42.9
30.4
37.1 32.1
한국 스페인 영국 프랑스 독일
(단위: 달러/시간)
1. 수요자를 만족시키는 생산역량
기본적으로 수요(Needs)의 충족, 즉 발주자가 원하는 시설물 또는 건축물을 원하는 시기 에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은 그동안 국내와 세계 각지에서 근면성실하며 공기를 철저히 준수하고 가격에 비해 작업수준(quality)이 높다는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는 합리적인 현장관리 기법을 축적하고 발전시켜 나 가기보다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인력 의존도가 높은 밤샘작업과 정당한 대가요구보다는 저가로 공사를 수주한 결과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하도급사와 불법 십 · 반장 등에게 시 공을 외주화함으로써 공사비의 누수를 가져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우리나라의 건설 산업이 중층의 생산구조로 인해 선진국과 비교할 때 10% 이상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 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제 건설사업자가 적어도 자신의 주력 분야에 대해서는 직접시공 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투자를 통해 이러한 시공 기술력을 더욱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직접시공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현장인력 운영능력을 포함한 체 계적인 공정관리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며, 특히 체계적인 사업비 산정과 공사참여 주 체에 대한 합리적인 대가 산출능력 또한 요구된다.
정부는 불합리한 제도는 보완하고 시장에서 건설기업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 보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 생산역량의 혁신을 촉진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직적인 업역규제는 폐지하고 시공실적과 기술력 등 전문성 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대업종 중심으로 업종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종 합과 전문 건설사업자가 상호시장에 진출하는 경우, 직접시공을 의무화하고 이를 바탕 으로 상호 실적 인정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발주자가 원하는 우량업체가 선별될 수 있도록 주력분야 공시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주력분야 공시제도가 도입되면 업 역규제 폐지에 따른 당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발주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데도 크게 도
<그림 2> 주력 분야 공시제도 도입 방안
현행: 전문 분야를 알 수 없는 포괄적 업종 개선: 주력 분야를 참고하여 자유롭게 선택
토목건축
토목건축 토목
토목 토목
A업체 토목
A업체
아파트건축 도로 신설
도로 개보수 하천 정비
B업체
B업체
? ? 도급
?
C업체
C업체
※◊◊시 고속화도로 진입로 공사 ※◊◊시 고속화도로 진입로 공사
업종
주력 분야
자료: 국토교통부 2018a.
제461호 2020 march
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에 관련 통계, 실적, 사 고현황 등의 정보를 집적하여 공개하고 건설사업자 평점 · 이용후기 등과 같은 발주자의 의견이 피드백을 이룰 수 있도록 건설산업의 정보관리 체계도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2. 모든 참여자들의 근로가치를 보호하는 상생역량
수요자를 만족시키더라도 내부의 참가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산업은 계속 존속할 수 없다. 개별 기업의 노력을 넘어 원청은 물론 하도급사, 자재 · 장비업자, 현장근로자에 이르기까지 근로의 가치가 온전히 보호받는 시스템을 내재화하기 위한 역량이 요구되는 이유다. 저가 하도급이나 불공정 갑질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지만, 결국 핵심은 발주 자부터 적정 공사비를 지급하고 공사비가 원 · 하도급사는 물론 근로자 임금과 자재 · 장 비대금까지 누수 없이 전달되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2019 년 6월부터 국가 · 지자체 ·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는 건설사업자 임금 등의 유용을 원천 차단하는 기능을 갖춘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 활용을 의무화하는 ‘공공발주자 임금 직접 지급제’를 전면 시행하였다. 압류, 선급금 지급, 사기성 등에도 임금 등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함과 동시에 발주기관이 책임감을 갖고 체불근절 노력을 강화 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할 계획이다. 다단계 도급과정에서 임금삭감을 방지하고 발주 자가 정한 노임단가 이상 지급을 의무화하는 ‘적정임금제’도 2018년부터 진행한 시범사 업에 대한 성과분석을 토대로 올해 상반기 내 도입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체불을 완전히 근절하고 공사비가 누수 없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참여자들 간의 ‘상생협력 문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건설현장에는 적게는 수십 명 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다양한 관계를 맺고 참여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관행까지 시스템만으로 예방 ·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그림 3> 대금지급시스템 개편 방안
자료: 국토교통부 2019.
대금지급 시스템 개선 개요
발주기관
(공공기간) 원도급사社
(종합건설사)
일반계좌 일반계좌 일반계좌
① 청구금액 지급
② 원도급 몫 지급 ③ 하도급 몫 지급 ④ 노무비 장비대금
자재대금 지급 하도급社
(전문건설사) 소상공인
(근로자, 장비/자재)
대금지급시스템 전용계좌
•원도급 몫
•하도급 몫
•임금 및 장비·자재대금
대금 지급 등에 대한 관리가 강화됨에 따라 건설업계의 경영부담이 일부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생협력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는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하여 적 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이에 민간공사에서도 직불시 스템을 활용하는 기업에는 상호 협력평가 가점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며, 적정임금제 도입의 기반인 적정공사비 확보 방안도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나 갈 계획이다.
3. 현장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역량
무엇보다 이 모든 혁신 노력들은 안전이라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도 건설산업은 전체 산업재해의 절반을 차지하며,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건설업 사망 만인율은 미국 대비 1.8배, 영국 대비 8.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실 제 권한을 가진 발주자와 원도급사 등의 처벌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책임과 위험이 하 위로 전가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안전한 귀가를 담보할 수 없고 위험한 3D업종이라 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건설산업은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안전역량은 아 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권한에 비례하는 책임이 부여되는 산업구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책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발주자가 능동적인 안전 관리의 주체로 탈바꿈하고 예방비용이 사고대가보다 경제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정한 책임 부과와 서로의 안전을 염려하는 상호 협력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다 행히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캠페인, 결의대회 등 현장안전 노력을 강화하는 자정노력 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소형 타워크레인, 추락 · 굴착 사고 등 취약분야를 집 중 관리하고 종합적인 시설물 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건설안전 체질혁신을 이루어 야 할 것이다.
건설경기 위축 우려가 있지만, 고도성장 과정에서 압축적으로 공급한 인프라와 건축물 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유지보수 시장이 점차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제 3기 신도시, 광역교통망 계획, 생활SOC 등 서민 주거안정, 편리한 교통과 생활환경 조 성을 위한 대규모 공공 투자계획을 지속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물량 지 원을 통한 단기부양에는 한계가 있다. 성장잠재력의 근본적인 확충을 위해 산업 경쟁력 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중국에서는 신선한 시도가 이루어지 고 있다. 외신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에 1만 3천여 개의 병상을 모 듈러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천 개에 달하는 병상을 갖춘 병원을 단 열흘 만에 건설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건설산업에서 프리캐스트 공법을 개발하거나 활성화하는
맺음말
제461호 2020 march
차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아직은 모듈이 다양화되지 못하고 단가도 높은 편이지만, 어쩌면 앞으로의 건설시장은 제조업의 일환으로 종속되거나 제조업체가 건설사업자와 경쟁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즉, 융복합이 일상화되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 우리가 생각하던 건설과는 다른 건설이 다가올 수 있다. 결국 건설산업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건설산업의 지속가능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건설산업 혁신을 더는 미룰 수가 없 다. 물론 혁신의 세부방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이해의 유불리를 강조하거나 자 칫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은 분명히 있다. 정부는 사항마다 업계와 현장 근로자, 그리고 국민의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하고 공정경쟁과 상호 협력의 기반 위에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2018a.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 11월 7일. 발표자료.
______. 2018b. 건설산업 혁신방안, 6월 28일. 발표자료.
______. 2019. 건설 일자리 지원 대책, 11월 19일. 발표자료.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