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경협의 추진방안
이상준|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북핵문제와 남북경협의 한계
2003년 9월 미국에서 개최된 제16차 한미연례경영
자회의에 참가한 한국과 미국의 기업인들은 이구 동성으로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안정적인 대북투 자환경 조성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 고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UN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경우 우리 정부가‘과감한 대북경제협력을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할 의사가 있음을 천명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의 핵개발 문제 (이하 북핵문제)는 대북투자 활성화의 핵심적인 선 결과제인 것이다.현재 미국과 북한은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북한측이 먼저 핵포기를 선언한 후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논의 하자는 미국의 입장과 핵포기와 체제보장을 동시 에 합의해야 한다는 북한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 서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차이는 2003년 8월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던 6자회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북핵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된 2002년말 이 후 남북경협은 위기를 맞고 있다. 민간차원의 교역 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2004년 초에는 개성공 단 시범단지건설사업도 시작될 것이라고 하지만 북핵문제라는 핵심현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 에서의 남북교류는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을 것 이다.
2003년 11월 평양에서 개최된 경제협력추진위
원회 제7차 회의에서 북한측은 개성공단 개발 등 남북경협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우리측에 촉구했 지만, 우리측은 북핵문제의 해결이 남북경협 추진 의 주요 선결과제임을 분명하게 강조한 바 있다.북핵문제와 이에 따른 긴장고조라는 상황 속에 서 남북경협은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인 가? 이 글에서는 북핵문제에 대한 남북한의 능동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남북경협의 추진방안을 모색 해 보고자 한다.
북핵문제와 남북경협 연계 필요성
1998년 이후 이른바‘햇볕정책’
을 추진한 김대중정부는 정경분리의 원칙1)하에서 남북한간의 정 치·군사적 상황과는 별개로 민간의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1998년 말부터 시작된 현 대그룹의 금강산관광사업은 정경분리의 원칙에 따 라 추진된 대표적인 대북투자사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협사업들이 남북한간의 상호이 해와 평화분위기 조성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 온 것 은 분명한 사실이다. 동국대학교 박순성 교수는
1999년과 2002년 서해에서 교전이 발생했을 당시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은 것은 남북경협을 통한 상 호 이해관계의 개선이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2).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남북경협 은 한반도의 긴장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3년 7월에 조사한
‘2003년 주요 기업의 남북협력 현황과 과제’라는 설문조사에서도 금강산관광사업이 남북관계 개선 에 기여했다는 응답비율이 75.9%로서 높게 나타났 는데, 이것 역시 경협사업이 남북관계에 미친 긍정
적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3). 그리고 북한이 우리 정 부와의 협력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 역 시 남북경협의 커다란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4).
그러나 북한은 남북경협이 지속되는 가운데에 서도 꾸준히 핵개발을 추진해 왔다. 때문에 김대중 정부가 견지한 정경분리 원칙이 결과적으로 북한 의 핵개발에 도움이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 다5). 북한은 남북경협 과정에서 경제적 실리6)를 얻 고 군사적 역량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정경분리 원칙에 기반한 대북정책은 재 고될 필요가 있으며, 핵문제 해결과 연계된 남북경 협의 추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 하고 안정적인 남북경협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전제로 한 경협사업을 추 진해야 한다.
또한 국민적 합의의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남북 경협 추진은 반드시 핵문제의 해결과 연계하여야 한다. 북한의 신뢰회복 없이 남북경협이 국민적 합 의를 얻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햇볕정책 기조하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경협을 추진해왔지만 북한의 핵개발은
1)이것은 기본적으로 정치·군사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분리하여 민간부문의 경제협력은 정부간의 정치외교적 관계와 구분해서 추진하 는 것을 의미한다
2)박순성. 2003. 「북한 경제와 한반도 통일」. p222 3)시사저널. 2003·8·21
4)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당시에도 우리측을 협력파트너로서 인정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 만 지금은 미국에게 남북경협을 방해하지 말도록 요구할 정도로 남북 당국간 협력에 대해서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8월에 개최된 북핵 6 자회담에서 북측은 미국이 남북경협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이 남한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서 남북경협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5)정경분리원칙으로 인해 북한은 대남정책을 바꾸지 않고도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서
해교전 등 정치·군사적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정경분리원칙은 북한으로 하여금 군사적 도발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김영윤. 2003. “대북 경제협력의 정책방향과 추진전략”. 「자유공론」. 2003년 3월호)
6)북한으로서는 남북경협을 통하여 커다란 경제적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1989년부터 2002년까지의 남북교역에서 5억 6,168만 달러의 흑자 를 거둔 것은 물론 금강산관광이나 기타 투자사업, 남한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DJ정부 5년간 남한에 서 북한에 건네준 외화는 현금 9억 달러 이상을 포함해서 모두 33억 달러가 넘는데, 정부가 지원한 33억 달러 중 9억 달러는 현금으로 지원됐고, 사실상 무상지원은 경수로 건설지원부문(한국측 지원분 7억 8천만 달러)을 제외하고도 무상원조 4억 6천만 달러와 차관 2억 4천만 달러 등 7억 달러를 넘는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연합뉴스. 2003·3·9)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신뢰관계를 크게 훼손시키고 말았다. 매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수억 달러에 이르는 원조를 받고 있는 북한이 핵무 기 개발을 비밀리에 추진해왔다는 사실은 북한의 대외신인도는 물론 우리 국민들의 대북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경 협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서도 핵문제의 해결은 필수적인 선결과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북정책의 주요 원칙 가운데 하나인 상 호주의의 원칙에서도 핵문제와 연계된 경협추진이 필요하다. 남북경협이 민족내부의 거래라는 특수 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국가간의 경 제교류이기 때문에 상호주의의 원칙하에 추진되어 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7).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상호주의의 원
시기구분 시기의 특징 특기사항 핵문제 관련사항 남북교역액
1988년 ~ 1993년초
조심스러운 시작과 급속한 확대
- 7·7특별선언 - 남북기본합의서 - 물자교역 급성장 - 다양한 인적교류의 시작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선언
(1992)
1억 7,343만 달러
(1992)1993년초 ~ 1994년말
북핵문제 발생과 교류협력의 침체, 군사적 긴장과 교류의 지속
- 북핵문제 발생 - 방북인원 급감 - 위탁가공교역 확대 - 비경제분야 교류협력 침체
북미 제네바 합의 (1994)
1억 9,455만 달러
(1994)1995년초 ~ 1997년말
교류협력의 전반적 활성화와 새로운 영역 탄생
- 경협활성화조치 - 주민접촉 급증 - 경제협력사업 시작 - 인도적 지원 시작
KEDO의 신포 경수로 사업 시작 (1997)
3억 834만 달러
(1997)1998년초 ~ 1999년말
남한의 경제위기와 김대중정부의 대북포용정책
- 방북인원 급증 - 남한 경제위기 - 금강산관광 시작 - 상업적 거래 침체
북핵문제와 관련한 페리보고서
(1999)
3억 3,344만 달러
(1999)2000년 ~
현재화해협력정책의 성과 발현, 새로운 준비단계
- 공동행사 확대 - 이산가족 상봉 - 대북지원 확대 - 당국간 경협 모색 - 교통망 연결 시작 - 북핵문제 재발
- 금강산육로관광 및 평양관광
북한의 핵개발 공개 시인 및
KEDO 대북중유공급 중단(2002),
북한의 NPT 탈퇴(2003), 베이징 6자회담(2003)6억 4,173만 달러
(2002)<표 1> 남북교류협력의 발전과정
자료: 박순성. 2003. 「북한 경제와 한반도 통일」. pp215-219에서 재구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2003. http://www.kotra.or.kr/main/info/nk/statistik
7)동서독의 경우에는 철저한 정경연계 원칙에 따라 상호주의 원칙도 제대로 지켜질 수 있었다. 대동독 협력관계에서 서독은‘상호주의’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실제 상호주의 성격을 엄격하게 띤 교류협력을 추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양측은 경제협력 대 인도주의 문제, 경 제지원 대 정치범 석방 등의 교차협상 방식을 통해 일정 수준의 정치적·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고 상호 이익을 추구했다. 정경연계와 상호주의는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함으로써 경제협력에 대한 동독의 적극적인 협력을 유도할 수 있었다(김영윤. 전게서)
칙이 남북경협 과정에서 보다 일관되게 지켜지기 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 역시 남 북경협을 북핵문제 해결과 연계해서 추진할 필요 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8).
마지막으로 동북아경제협력 측면에서도 북핵문 제 해결과 연계된 남북경협이 필요하다. 2003년 출 범한 참여정부는 동북아협력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주요 국정과제로서‘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과제는 남북경협을 기반으로 한 동북아경제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에서 볼 때, 북핵문제의 해결은 남북경협뿐만 아니 라 동북아경제협력에 있어서도 중요한 과제가 아
닐 수 없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남북경협은 북핵문제 해결과 분리해서 추진될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정 경연계의 원칙에 기반한 남북경협 추진은 최근 북 핵문제를 다자간 협력의 틀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 는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 을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과 연계된 남북경협 추진방안
1. 북핵문제와 개혁·개방 그리고 남북경협
북핵문제는 일차적으로 군사안보문제의 성격을 지
연도 주요 사항
1962
북한, 소형연구용 원자로 IRT-2000형을 소련의 지원하에 착공1974
북한, IAEA 가입1980
북한, 열출력 30Mw의 제1원자로 착공1985
북한, NPT 가입1991
한국과 북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서명1992
북한 - IAEA 안전조치협정서 비준, 북한은 최초보고서를 IAEA에 제출1993. 2 IAEA, 대북 핵 특별사찰 수용결의안 채택
1993. 3
북한, NPT 탈퇴 선언(6월에 탈퇴 잠정 유보)1994. 6
북한, IAEA 탈퇴 선언1994. 10
미북 제네바합의1994. 11
북한, 핵활동 동결 선언1998 IAEA총회, 북한 핵사찰 이행 결의안 채택
2002. 10
북한, 켈리 미 특사에게 핵무기 프로그램 존재 시인2002. 12
북한 외무성 담화, 핵시설 가동·건설 재개 선언2003. 1
북한, NPT 탈퇴 선언2003. 8
중국 베이징에서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6자회담 개최<표 2> 북한의 핵문제 전개과정
8)중앙일보가 창간 38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북정책의 기조가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식의 상호주의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66.8%(지난해 63.8%)로 나타나‘가능한 지원을 통한 개방 유도’(24.5%)를 크게 앞질렀다(중앙일보. 2003·9·23)
니지만, 북한경제의 근본적인 개혁문제와도 연결 되어 있다. 북한이 핵포기의 대가로 미국에 요구하 고 있는 것이 체제보장과 더불어 에너지 등 경제지 원이라는 사실은 핵문제와 북한경제의 재건문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 국은 핵문제 외에도 북한의 미사일무기 및 생화학 무기 개발에 대한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며 재래식 군사력의 감축도 요구하고 있다9). 재래식 군사력의 감축이란 결국 군수산업의 축소와도 직 결된 문제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군수산업은 북 한의 공업생산에서 매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군수산업 축소는 사실상 경제구조의 개혁을 전제하지 않고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북한이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는 개
혁과 개방도 북핵문제의 해결 없이는 성공하기 어 렵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도 잘 인식하고 있다10).
결국 북핵문제의 해결은 북한의 개혁·개방과 매우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복합적인 사안인 것이 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핵문제로 촉발된 북한과 미 국간의 대치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핵 문제에 국한된 해법을 모색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개혁·개방까지 고려한 ‘통큰 거래(Grand
Bargain)’
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11).우리 정부가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지향하고 있 는 남북경제공동체의 구축 역시 북한경제의 근본 적인 개혁·개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 을 고려한다면, 북핵문제와 북한경제의 개혁·개 방 그리고 남북경협은 상호 밀접하게 연계된 사안
9) In early 2001, the Bush administration stated that North Korea would need to reduce its threatening conventional force posture if it wished more aid and better diplomatic rel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Michael O’Hanlon, Mike Mochizuki, 2003, Crisis on the Korean Peninsula. How to deal with a nuclear North Korea, McGraw-Hill, p17
10)북한의‘시장도입형’개혁이 실시될 수 있는 근본 조건 중의 하나는 한반도 안보·군사 긴장의 완화다. 대외 정치적 긴장이 높고, 군사비 지출 압박이 크며, 외부의 자본과 기술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개혁과 개방에 대한 정책결정을 하기가 어렵고, 설령 실시된다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박형중. 2002. “‘부분’개혁과‘시장도입형’개혁의 구분 - 북한과 소련의 비교를 중심으로”. 「현대북한연구」. 제5권 2 호)
11)이와 관련해서는 Michael O’Hanlon, Mike Mochizuki(2003)의 Crisis on the Korean Peninsula. How to deal with a nuclear North Korea 참조
<그림> 북핵문제와 북한의 개혁·개방 그리고 남북경협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미·북관계의 개선
남북경협의 활성화
북한의 개혁·개방과
경제재건
들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남북경협은 북핵문제의 해결 뿐만 아니라 북한경제의 개혁과 개방이라는 보다 거시적인 구도하에서 추진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 다12).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경협의 속도와 수준은 북핵문제의 해결 및 북한경제의 개혁 및 개방수준 에 맞게 조절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에너지 및 군수산업 재편과 연계된 시범사업의 추진
현재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된 북한과 미국간의 가 장 핵심적인 쟁점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핵포기 의 지와 더불어 어떠한 방식으로 이를 검증할 것인가 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의도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으로 폐기(the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elimination of the North’ s nuclear weapons program)’
되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사 찰방식에 대한 논의를 이미 시작하였으며 IAEA와 같은 국제기구의 참여를 통한 사찰방식도 대안 가 운데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13). 그러나 단순히 IAEA 가 참여하는 형태의 국소적인 사찰은 별로 실효성 이 없을 것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IAEA가 미국 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 다. 미국이 원하는‘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 역적인’검증방식과 북한이 필요로 하고 있는 에너지확보 과제간의 접점을 찾는다면 구체적인 개발 프로젝트를 통한 문제해결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에너지부문의 개발 프로젝트가 핵폐기 검증을 위한 대안으로서 고려 될 필요가 있으며, 다음과 같은 중소형 화력발전소 개발프로젝트의 추진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북한의 핵시설개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주요 지역들(<표 3> 참조)을 대상으로 중소형 화력 발전소를 다수 건설한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주도 적으로 추진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과 일본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컨소시엄
을 구성하여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14). 둘째, 중 소형 화력발전소의 건설주체는 단순히 건설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시설의 완공 후 지속적 으로 운영을 담당하고 발전소와 연계된 지역송전 망 구축까지 추진한다. 그리고 북한인력에 대한 에 너지관련 기술교육도 실시한다.다수의 중소형 발전소에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 아, 미국, 일본의 인력들이 상주하면서 시설을 관리 하고 부대 교육시설을 통해 전력에너지와 관련한 북한측 인력을 교육, 훈련시키는 프로그램도 함께 가동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시급한 전력 및 기술확 보15)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 을 것이고,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대북사찰 효과 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16). 일차적으로 이러한 중
12)미국의 대북관련 전문위원회에서도 북한문제에 있어서 안보문제와 경제협력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다자간 회의 개최를 주장한 바 있다(Markku Heiskanen. 2003. “A Multilateral Scenario For Korea; The Role Of The European Union.”NORTHEAST ASIA PEACE AND SECURITY NETWORK SPECIAL REPORT March 25 참조)
13) Japan, the US and the ROK will embark on establishing an international inspection system to verify that the DPRK is dismantling its nuclear arms program. The envisaged system involves experts from various countries including the three nations as well as from the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the U.N. nuclear watchdog. Kyodo News, 2003. 9.25. “JAPAN, US, S. KOREA MULLING INSPECTION SYSTEM ON N. KOREA”. 14) 이 경우 국제컨소시엄은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 외에 유럽연합(EU)도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KEDO
에 참여한 전례가 있으며 북한도 EU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소형 화력발전소 건설 및 주변지역 송전망 구축사 업이 완료되면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 전 력망 개선사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렇게 함으로써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북한의 핵 폐기를 검증할 수 있고, 북한은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함으로써 경제재건의 기반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는데, 북한의 전 력망 개선은 남북교역 및 투자협력사업의 활성화 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핵문제와 더불어 미국과 북한간의 주 요 현안이 되고 있는 미사일개발의 중단과 관련해 서는 미사일의 개발 및 생산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
내 주요 군수공장에 대한 시범적인 구조재편사업 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이나 화학무기 생산 의 의심을 받고 있는 기계 및 화학공장을 우리나라 의 민간기업이 남북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하에 현 대화된 수출형 정밀기계 및 화학공장으로 재편하 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대량살 상무기의 폐기와 경제개혁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보다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 보할 수 있다는 측면 외에도 장기적으로 추진되어 야 할 북한 산업구조 개편의 시험무대로서도 중요 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의 미사일 폐기 및 재래식 군사력의 감축문제 는 북한경제의 구조전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
15)현재 북한은 발전소의 현대화를 통한 전력확보가 가장 시급한 경제현안이 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인용한 평양조선중앙통신의 보 도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인민생활공채’판매의 수입금은 발전소 건설과 현대화에 우선적으로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은 2003년 5월부터 3 개월 동안 10년 만기의 500원권, 1천원권, 5천원권 인민생활공채를 판매해 왔다. 이번에 마련된 공채 수입금은 우선 백암, 예성강, 원산, 흥봉, 어랑천, 금야강발전소를 비롯해 여러 곳의 발전소 건설공사와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와 같은 대규모 발전소의 현대 화 공사에 투입된다고 보도되었다(연합뉴스. 2003·9·29)
16) 국제사회의 입장에서는 중소형 화력발전소를 주요 핵시설 개발의혹 지역 주변에 건설하고 이것을 개발주체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비용 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면서 국제사회가 실질적으로 지속적인 사찰을 할 수 있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문 시설명 세부시설 및 성격 위치
연구단지 영변원자력연구단지
연구센터, 5Mw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 연료제조공장, 50Mw 원자로, 핵폐기물저장시설, 고폭시험장
평북 영변
평양원자력연구원 - 평양
원자로
제1호원자로 연구용 평북 영변
제2호원자로 플루토늄생산용 〃
제3호원자로 플루토늄생산용 〃
제4호원자로 플루토늄생산용 평북 태천
제5호원자로 상업용 함남 신포
기타시설
준임계시설 - 김일성종합대학
우라늄정련공장 - 황북 평산, 평북 박천
우라늄광산 - 황북 평산, 평남 순천
<표 3> 북한의 주요 핵관련 시설
자료: 이춘근. 2003. 「북한 핵문제의 과학기술적 이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 pp13-18에서 재구성
다. 북한 군수산업의 축소는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이기 때문에 주요 군수공장 에 대한 시범적인 구조개편 사업은 북한경제의 재 건과 구조전환이라는 측면에서 핵문제 해결과 더 불어 커다란 의미를 지닐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범적인 프로젝트의 추진은 북한 체제의 안전에 대한 미국의 보장과 국제사회의‘공 증’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핵문제가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의주나 개 성을 특구로서 개발하는 것은 우리나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문제의 핵심이 되는 부문과 지역을 대상으로 과감하게 개혁적 의지와 개방적 자세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시범사업들은 북핵문제의 해결 시 나리오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현 재 여러 가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나리오들 이 제기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제일 먼저 북한이 핵개발동결을 선언함과 동시에 현재 중단되어 있
는 중유공급을 KEDO가 재개하고(1단계)17), 북한 이 핵포기선언을 하면 북한의 체제보장을 미국 등 국제사회(6자회담 당사자)가 천명하며(2단계), 북 한이 핵포기를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시작함과 동 시에 미국이 북한과의 정치경제관계를 정상화한 후(3단계), 핵시설을 완전히 해체함과 동시에 국제 금융기구 등이 중심이 되어 북한경제 재건을 본격 적으로 지원(4단계)하는 시나리오를 중국측에서 제기한 바 있다18). 현재로서는 이것이 핵문제 해결 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앞에서 언급된 중소형 화력발전 소 건설 및 군수공장의 구조재편 시범사업들도 이 러한 시나리오의 단계별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1단계에는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남북한 당사자간
의 협의 및 개발사업의 추진체 구성을 완료하고, 2 단계에는 북한측과 공동으로 개발사업을 위한 구 체적인 입지를 결정하며, 3단계에서는 개발사업을 완료하고, 4단계부터는 완료된 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단계적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시 범사업들은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남북한이17) 미국 부르킹스연구소의 O’Hanlon은 핵프로그램 폐기, 일본인 납치문제, 재래식무기 및 생화학무기의 제거와 관련한 북한과 국제사회간의 협상 이 시작됨과 동시에 북한의 핵개발 활동중지 및 IAEA감시요원 복귀, 식량 및 중유 공급재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8) 시사저널. 2003·7·17
<표 4> 북한 핵문제 해결단계별 남북경협 시범사업 추진
단계구분
북핵 당사자들의 과제 남북경협 시범사업
미국 및 국제사회 북한 중소형 화력발전소 건설계획 수립 군수공장 시범정비
1단계
중유공급재개 핵개발동결 사업추진체 구성(남한주도의 국제컨소시엄)2단계
북한체제안전보장 핵포기선언 시범사업 대상지역 선정(화력발전소 및 군수공장 대상지 선정)
3단계
북미관계정상화 핵포기 조처 착수 시범사업 개발 완료4단계
북한경제회생을 위한국제원조 핵시설 철저 해체 발전소시설 및 공장시설의 지속적인 관리
공동개발주체가 되고 나머지 국가들이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사업추진을 위해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해도
KEDO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재원조달에 있
어서 가장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될 당사자는 우리나 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가 이러한 시범 사업을 주도해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맺음말
이 글에서는 북한과 국제사회간의 가장 핵심적인 현안인 핵개발 포기의 검증과정에 경협사업이 주 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소형 화 력발전소 건설 및 군수공장 구조재편사업을 제시 하였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핵문제와 관련되 어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북한의 핵포기 선언의 검 증방식이 될 것이다. 미국정부 내의 일부 대북 강경 파들은 북한정권의 신뢰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 며, 결국 북한정권 교체만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책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에 대북 온건파들 은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이라는 당근 을 통해 핵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 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도 효과적인 핵폐기 검증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보다 전향적인 시각에서 검증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앞에서 언급된 중소형 발전소 건설 및 군수공장 구조재편 시범사 업은 북한과 국제사회에 경제적 측면과 군사안보 적 측면에서 동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범사업을 우리 정부가 주도해서 추진 할 경우 일정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이 시범사업이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지속적인 검증에 기여할 수 있다면, 사업에 소요될 비용은 진정한 의미의‘평화비용’으로서 충분히 국 민적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북지원이 진정한 의미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는 수단으로서 제역할을 하 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지원효과가 검증될 필 요가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지원과 핵폐기 검증의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시범 적인 경협사업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 나 이와 같은 북핵문제와 남북경협의 연계 추진에 있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원 칙은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의 차별화다. 지난 15 년간 남북경협과정에서 얻은 가장 커다란 수확 가 운데 하나는 민족애에 기반한 인도적 지원이 상호 이해와 관계개선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는 것 이다. 이러한 경제협력의 성과는 앞으로도 계승하 여 발전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인도 적 지원은 북핵문제와는 별개로 꾸준히 지속될 필 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