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경제력집중 한국적 인식의 문제점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경제력집중 한국적 인식의 문제점"

Copied!
101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경제력집중 한국적 인식의 문제점

: 국제비교분석

1997.2

황 인 학

(2)

WHY DOES THE KOREAN ECONOMIC CONCENTRATION MATTER?

The Comparative Analysis of

International Aggregate Concentration

Inhak Hwang

(3)

발 간 사

우리나라 기업은 외국기업에 비해 규모면에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 대재벌의 평균규모는 1993년 자산기준으로 미국 10대기업의 약 1/8, 일본의 약 1/5, 프랑스의 약 1/2에 불과하며, 고용기준으로도 미국의 약 1/5, 일본의 약 1/4, 프랑스의 약 1/2에 불과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 기업의 규모는 아직도 더 확장될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WTO의 발족, OECD의 가입과 더불어 이 제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무한경쟁시대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즉,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극대화하고 현지생산․판매체제의 구축을 통해 국제분업의 이점을 내부화하고 있는 외국의 경쟁기업에 상응하는 규모와 조직을 갖추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충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력집중의 심화에 대한 지나친 우려 때문에 재벌이 나 대기업의 규모팽창이나 다각화에 대해 전통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재벌을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에서 기형적으로 형성된 병리적 산업조직이며 이들에 의한 경제력집중은 전 세계에 유례없는 한국 특유의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 되어 있다. 좀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시장실패의 결과로 한국경제를 독점화하는 집단이 형성되었고, 그 결과 이들 집단은 경제영역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각 부문에 기업패권을 행사함으로써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정부도 경제력집중은 한국 특유의 현상이라 는 문제인식하에 30대재벌을 중점관리하는 한국 특유의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을 펴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제비교분석을 통해 경제력집중에 대한 한국적 인식과 정책이 실 상과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력집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도, 결코 한국 특유의 현상도 아니다. 30대재벌의 경제력집중이 증가하는가의 여부는 어느 변수, 어느 자료를 이용하여 집중도를 측정하는가에 따라 다소 상이 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매출 또는 고용을 기준으로 집중도를 측정하 면, 80년대에 비해 90년도에는 집중도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OECD 선진국과 비교해보아도 우리나라의 경제력집중도는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시장경쟁의 동태적 측면을 반영하는 진입․퇴출, 상위 대기 업간의 순위변동 등 이동지표를 통해 볼 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100 대기업의 변동폭이 더 높다. 이는 그만큼 한국경제내에 독점력이 낮음을 뜻한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지금까지의 경제력 일반집중 억제정책이 객관적인 사실 분석보다는 막연한 정서와 예단을 기초로 형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력집중

= 재벌문제, 재벌 = 한국 특유의 산업조직이므로 경제력 집중 또한 한국 특유의

(4)

현상이라는 논리는 객관적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재벌이라는 기업형태 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금의 경제력집중 억제논리는 향후 시장구조와 기업행태 에 초점을 맞춘 경쟁촉진논리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력집중을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출발가설 부터가 잘못된 것이며, 열린 경제의 시대환경과도 부합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력집중을 과대평가해온 데에는 한국경제구조의 기형성을 부각시키 려는 학계와 언론의 관행에도 그 원인이 있다. 학계 일부에서는 경제력집중을 한 국적 현상으로 당연시하여 체계적인 비교제도분석을 외면하고 독점논리를 앞세우 는 경향이 있었음이 사실이다. 또한 언론은 단편적인 통계조합을 기초로 경제력 집중에 대한 국민일반의 우려를 촉진시킨 책임이 있다. 다양한 변수를 이용하여 집중도, 집중분포, 이동지표 등을 측정하고 국제비교를 시도하고 있는 본 보고서 를 계기로 사실관계의 규명을 위한 좀더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끝으로 짧은 기간내에 이 연구를 성실히 수행해 주신 본원의 황인학 연구위원 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한 이 연구보고서가 나오기까지 번거로운 통계작 업을 담당한 김정하 연구조원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아울러 본 연 구보고서에 담긴 모든 내용은 필자의 견해이며 본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혀둔다.

1997년 2월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조석래

(5)

목 차

I. 서론 ···1

1. 연구배경과 목적 ···1

2. 보고서 구성 ···3

II. 경제력집중 무엇이 문제인가 ···4

1. 경제력집중의 유형 ···4

2. 경제력집중 무엇이 문제인가-폐해가설과 문제점 ···6

(1) 제도학파의 기업패권론과 문제점 ···6

(2) 주류경제학의 시장실패론과 문제점 ···13

(3) 신제도학파의 시각 ···22

(4) 자유주의 학파 ···27

Ⅲ. 한국적 인식의 특징과 문제점 ···30

1. 한국적 인식의 특징과 정책 ···30

2. 한국적 인식의 문제점 ···35

(1) 개념정의상의 문제 ···35

(2) 현상인식의 문제점 ···40

Ⅳ. 한국의 경제력 일반집중 ···43

1. 정태지표분석 ···43

(1) 측정지표 ···43

(2) 30대재벌의 경제력집중도 ···45

(3) 30대재벌의 경제력집중분포 ···50

(4) 100대기업의 일반집중과 분포 ···54

2. 동태지표분석 ···56

(1) 정태지표분석의 한계 ···56

(2) 30대재벌 이동지표 ···58

(6)

V. 일반집중의 국제비교 ···63

1. 통계자료 ···63

2. 경제력집중도 국제비교 ···66

(1) 고용집중도 ···66

(2) 매출 및 자산집중도 ···68

3. 한국, 미국, 일본의 100대기업 비교 ···72

(1) 집중도 추세 비교 ···72

(2) 집중분포 ···74

(3) 이동지표 ···76

Ⅵ.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78

참고문헌 ···82

부 록 ···87

(7)

표 목 차

<표-1> 카터 행정부하의 3자위원회 회원명단 일부 ···9

<표-2> 한국 30대재벌의 영위업종수 분포 ···20

<표-4> 미국의 경제력 일반집중의 변화추이(Entropy Index) ···29

<표-5> 경제력집중 억제와 관련된 주요법령과 대표적 규제조항 ···34

<표-6> 10대공기업과 재벌의 평균규모 연도별 비교 ···36

<표-7> 다각화가 시장집중 및 일반집중에 미치는 영향(시뮬레이션) ···39

<표-8> 30대재벌 부가가치 집중도 변동추세 ···45

<표-9> 전산업 30대재벌의 경제력 일반집중 ···46

<표-10> 제조업 부문 30대재벌의 경제력 일반집중 ···46

<표-11> 제조업 부문 30대재벌의 경제력 일반집중(OECD통계) ···47

<표-12> 30대재벌 경제력집중도 장기변동추세(80년대 후반→90년대 전반) ···48

<표-13> 허핀달 지수로 본 30대재벌의 경제력 분포 ···51

<표-14> 30대재벌에서 4대재벌 비중(CR4) :금융/보험제외 전산업 ···51

<표-15> 100대기업의 경제력 일반집중 ···54

<표-16> 100대기업 경제력집중도 장기변동추세(80년대 후반→90년대 전반) ···55

<표-17> 100대기업 집중분포지수 요약 ···56

<표-18> 진입․탈락에 의한 30대재벌 구성의 변동 ···59

<표-19> 잔류재벌의 내부이동지표 ···61

<표-20> 집중지표와 이동지표의 상관계수 ···62

<표-21> 비교대상 8개국 개요(1993년) ···63

<표-22> OECD STAN D/B 자료와 국내자료 비교 ···64

<표-23> Fortune 500대기업의 8개국간 분포 ···65

<표-24> 10대, 20대, 30대기업의 고용집중도 국제비교(1993년) ···66

<표-25> 한국 10대, 20대, 30대재벌의 고용규모와 집중도(제조업:1986∼93) ···68

<표-26> 10대, 20대, 30대기업 매출집중도 국제비교(1993년) ···69

<표-27> 10대, 20대, 30대기업 자산규집중도 국제비교 ···71

<표-28> 한‧미‧일 100대기업 집중도 변화추세 ···72

<표-29> 100대기업 평균규모의 한‧미‧일 비교 ···73

<표-30> 4대기업 누적시장점유율(CR4)의 한‧미‧일 비교 ···75

<표-31> 100대기업 허핀달지수(HHI)의 한‧미‧일 비교 ···75

<표-32> 100대기업 이동지표의 한․미․일 비교 ···76

(8)

그 림 목 차

<그림 1> 독과점에 의한 후생손실 ···16

<그림 2> 공정위가 본 경제력집중의 문제점과 정책목표 ···33

<그림 3> 공기업 10대와 재벌의 평균규모(당기순이익) 비교 ···36

<그림 4> 30대기업 고용집중도 추세변화 국제비교 ···67

<그림 5> 30대기업 매출집중도 추세변동 국제비교 ···69

<그림 6> 30대기업 자산집중도 추세변동 국제비교 ···71

(9)

부표목차

<부표 1-1> 30대재벌 경제력집중도와 평균규모(금융업 포함) ···88

<부표 1-2> 30대재벌 경제력집중도와 평균규모(금융업 제외) ···89

<부표 1-3> 30대재벌 경제력집중도와 평균규모(제조업) ···90

<부표 1-4> 30대재벌의 부가가치 연도별 변화추이(전산업) ···91

<부표 1-5> 30대재벌의 부가가치 연도별 변화추이(제조업) ···91

<부표 1-6> 30대재벌 경제력집중분포(HHI) ···92

<부표 1-7> 30대재벌 경제력집중분포(CR4) ···93

<부표 1-8> 30대재벌의 이동지표(금융업 포함) ···94

<부표 1-9> 30대재벌의 이동지표(금융업 제외) ···94

<부표 1-10> 100대기업의 경제력집중도와 평균규모(금융업 포함) ···95

<부표 1-11> 100대기업의 경제력집중도와 평균규모(제조업) ···96

<부표 1-12> 100대기업의 경제력집중분포(HHI) ···97

<부표 1-13> 100대기업의 경제력집중분포(CR4) ···97

<부표 1-14> 100대기업의 진입‧탈락지수(1986-93) ···98

<부표 1-15> 100대기업 진입‧탈락지수(1986-95) ···99

<부표 2-1> 미국 경제력집중도 변화추이 ···100

<부표 2-2> 일본 경제력집중도 변화추이 ···101

<부표 2-3> 독일 경제력집중도 변화추이 ···102

<부표 2-4> 영국 경제력집중도 변화추이 ···103

<부표 2-5> 프랑스 경제력집중도 변화추이 ···104

<부표 2-6> 스웨덴 경제력집중도 변화추이 ···105

<부표 2-7> 스위스 경제력집중도 변화추이 ···106

<부표 3-1> 한국, 미국, 일본 100대기업 경제력집중분포지수 비교(HHI) .107 <부표 3-2> 한국, 미국, 일본 100대기업 경제력집중분포지수 비교(CR4) .107 <부표 3-3> 한국, 미국, 일본 100대기업 진입‧탈락지수 ···108

<부표 3-4> 한국, 미국, 일본 100대기업 내부이동지표 ···109

(10)

<부표 3-5> 8개국 경제력집중도 비교분석(1986년) ···110

<부표 3-6> 8개국 경제력집중도 비교분석(1988년) ···111

<부표 3-7> 8개국 경제력집중도 비교분석(1990년) ···112

<부표 3-8> 8개국 경제력집중도 비교분석(1992년) ···113

<부표 3-9> 8개국 경제력집중도 비교분석(1993년) ···114

<부표 4-1> 1995년 주요공기업 재무자료 요약 ···115

<부표 4-2> 10대, 20대 공기업의 경제력집중도와 평균규모 ···116

<부표 4-3> 30대재벌과 공기업 포함 30대기업집단 경제력집중 비교(자산) ·· ··· 117

<부표 4-4> 30대재벌과 공기업 포함 30대기업집단 경제력집중 비교(매출) ·· ···117

<부표 4-5> 30대재벌과 공기업 포함 30대기업집단 경제력집중 비교(고용) ·· ···117

(11)

CONTENTS

Ⅰ. INTRODUCTION ···1

1. Research Objectives ···1

2. Outline of the Remaining Chapters ···3

Ⅱ. WHY DOES ECONOMIC CONCENTRATION MATTER? ···4

1. Four Types of Economic Concentration ···4

2. Controversies over the Effects of Economic Concentration ···6

(1) Debate over Institutionalists' Corporate Hegemony Hypothesis ···6

(2) Neoclassical Tradition of Monopoly Power Explanation ···13

(3) Challenges from the New Institutional Economics ···22

(4) Laissez-Faire View ···27

Ⅲ. THE FEATURES AND LIMITS OF KOREAN PERSPECTIVES ON ECONOMIC CONCENTRATION ···30

1. Korea-Specific Perception and Policy on Economic Concentration ···30

2. Problems with Korea-Specific Perception and Policy ···35

(1) Conceptual Limits ···35

(2) Perceptual Limits ···40

Ⅳ. TREND OF AGGREGATE CONCENTRATION IN KOREA ···43

1. Measuring and Analysis of Static Concentration Indices ···43

(1) Methods and Data ···43

(2) Concentration Indices of the 30 Largest Chaebols ···45

(3) Monopoly Power in Chaebol Market ···50

(4) Concentration and Monopoly Power of the 100 Largest Firms ···54

2. Measuring and Analysis of Mobility Statistics ···56

(1) Limits of Static Analysis ···56

(2) Mobility Analysis of the 30 Largest Chaebols ···58

(12)

Ⅴ. INTERNATIONAL COMP ARATIVE STUDY ···63

1. Methods and Data ···63

2. Comparative Analysis of the 30 Largest Firms' Concentration in Eight Countries ···66

(1) Employment-Concentration Indices ···66

(2) Sales and Assets-Concentration Indices ··· 68

3. Comparative Analysis of the 100 Largest Firms' Concentration in Korea, U.S.A., and Japan ···72

(1) Concentration Indices ···72

(2) Monopoly Power Indices ···74

(3) Mobility Statistics ···76

Ⅵ. SUMMARY AND POLICY IMP LICATION ···78

BIBLIOGRAPHY ···82

APPENDIX ···87

(13)

I. 서론

1. 연구배경과 목적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력집중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고 심각한 것 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의 경제력집중 억제정책도 입안, 집행되고 있다. 또한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은 경기변동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소 기복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꾸준히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경 제력집중에 대한 일반적 우려와 정책강화의 이면에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제의식 이 존재한다. 이 중 세가지를 들어보면, 첫째, 경제력집중의 문제를 재벌문제와 동일시한다. 재벌에는 소유집중, 시장집중, 복합 및 일반집중 등 모든 유형의 경 제력집중에 따른 문제점들이 종합적으로 융해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재벌이라는 기업조직은 시장경쟁을 통한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정부 의 비호와 기업가의 결탁에 의해 형성된, 한국 특유의 형태로 본다. 그 결과 재벌 을 자연스러운 산업조직으로서가 아니라 비정상적, 또는 병리적인 산업조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경제력집중 = 재벌문제, 재벌 = 한국 특유의 (기형 적) 산업조직이라는 인식은 종종 경제력집중 = 한국 특유의 문제라는 논리비약으 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음의 인용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러한 경향은 경제력집 중 억제정책을 주관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집중현상은 지난 60년대 이후 30여년간의 경제개발 추진과정 에서 생성되고 심화되어 왔다. 이는 기업가의 창의 및 노력이나 확장위주의 기업 전략에 기인하는 바도 크나 정부의 …(중략)… 경쟁제한적인 경제시책의 추진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결과로서 우리나라에 특유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1)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경제력집중은 과연 전 세계에 유례 없는 한국 특유의 현상인가. 더 나아가 21세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려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 腱」, 또는 「한국경제의 동태적 경쟁력을 잠식하는 惡」인가.

본 보고서는 정부, 학계, 국민일반에서 정서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이러한 의문점 들에 대해 경제력집중의 국제비교를 통해 재접근해보고자 한다. 그동안 경제력집 중과 재벌에 대한 문제의식이 심대한 만큼 그에 관한 연구도 많이 축적되어왔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경제력집중의 문제를 포함하여 재벌의 공과를 가리는 작업 은 이미 기존의 연구만으로 충분하며 새로운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제시하 기 힘들 정도로 진부한 연구테마로 보기도 한다.2) 그러나 경제력집중에 관한 기

1) 공정거래연보 1996년판, 115쪽. 밑줄강조는 인용자에 의한 것임.

2) 유승민(1996), 2쪽. 그러나 이 연구보고서의 익명 평가자는 재벌의 공과를 가리는 연구가 미흡 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재벌공과의 가능성들이 나열만 되었지 계량적 분석은 거의 이루어지 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재벌형성요인분석, 경제력집중, 기술혁신 등에 관한 체계적 연구가

(14)

존연구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추세분석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외국 의 경제력집중 수준에 비해 한국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경제력집중 문제가 한국 특유의 문제인지, 한국 특유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 할 만큼 위험한 수위에 있는 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국제비교분석이 반드시 전 제되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실증연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경제력집 중에 대한 가치판단과 정책결정을 하기에 앞서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는 실증연구 는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 작업이라 하겠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본 연구에서는 결과가 너무나 자명하여 새로운 연구의 한계생산성이 0에 가까울 것으로 여겨지는 경제력집중 문제에 대하여 체계적인 국제비교분석을 통해 재조명하고자 한다. 경제력집중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지 만, 여기서는 일반집중을 중점대상으로 하여 1986∼93년 기간의 한국,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스웨덴 등 8개국의 경제력집중을 비교한다. 경제력집 중의 국제비교는 어느 변수를 기준으로 집중지표를 작성, 비교하는가에 따라 결 과가 왜곡될 수 있다3). 이런 문제점을 감안하여 본 연구에서는 고용, 매출, 자산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기준으로 각국의 일반집중도를 작성, 종합적으로 비교평가 한다. 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집중분포지수는 경쟁을 과정(process)이 아니라 상 태(state of affairs)로 보는 정태지표라는 점에서 시장경쟁상태의 진면목을 제대 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4) 이런 까닭에 충분한 자료가 뒷받침되는 한국, 미국, 일본에 대해서는 100대기업의 신규진입과 탈락, 기업간 순위변동을 감안한 동태적 이동지표를 작성, 보완하여 비교한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제력집중을 분석한 결과를 미 리 밝히면, 한국의 경제력집중은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스웨덴 보다 전반적 으로 낮다.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은 기준변수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순위를 가리기 힘들지만 국제비교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여겨지는 고용집중도에서는 한 국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특히 한국 30대재벌을 미국 30대기업과 동등하게 비교 한 경우에도 한국의 집중도(18.5%)는 미국(22.9%)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 다. 이러한 결과는 한․미․일 100대기업으로 확장해본 경우에도 동일하며, 이동 지표로 본 시장경쟁강도에서도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같은 연구결과는 한국의 경제력집중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실제 현상간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력집중을 한국 특유의 현상으로 잘못 인식해온 이면에는 제도학파의 대기업패권론과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시장실패론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즉, 이 두 학파

필요하다는 평가자의 의견은 본 보고서의 연구동기와 다르지 않다.

3) Scherer-Ross(1990), 제3장 참조

4) 정태지표의 한계와 동태지표의 이점에 대해서는 Baldwin-Gorecki(1994), Deutsch-Silber(1995), Joskow(1960), Sandler(1988) 등을 참조.

(15)

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경제구조의 기형성을 부각시키려는 연구가 성행하고, 사실 에 입각한 객관적 분석보다는 정서적, 이념적 가치판단의 전제위에 경제력집중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을 만연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 보고서의 객관적 비교 분석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는 바와 같이 경제력집중은 한국만의 문제도, 한국에서 가장 높은 것도 결코 아니다. OECD 선진국과 비교하여 한국의 경제력집중은 오 히려 낮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본 연구결과는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경제력 집중을 「傳家의 寶刀」인 양 정부의 직․간접적 시장개입논리의 근거로 사용해 온 정책관행에 근본적인 방향수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2. 보고서 구성

본 연구보고서의 구성체제는 다음과 같다. 제Ⅱ장에서는 경제력집중을 일반 집중, 시장집중, 복합집중, 소유집중 등 네가지 유형별로 정의하고, 각 유형별 집 중에 내재된 폐해가설을 둘러싼 논점을 살펴본다. 제도학파, 주류경제학(신고전학 파), 신제도학파, 자유주의학파 등이 어떤 이유에서 어떤 유형의 경제력집중을 문 제삼는지, 또 그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정리한다. 제Ⅲ장에서는 제Ⅱ장의 논의를 토대로 경제력집중에 대한 한국적 인식의 특징과 문제점을 살펴본다. 특 히 여기서는 경제력집중에 대한 한국적 인식이 제도학파의 대기업패권론과 주류 경제학의 시장실패론의 상호결합에 기초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제Ⅳ장에서는 우 리나라의 경제력 일반집중을 30대재벌과 100대기업을 전산업과 제조업으로 나누 어 살펴본다. 1985∼95년간 추세변동을 볼 때, 일반적 인식과 달리 한국의 경제력 집중이 반드시 증가했다고 할 수 없으며 기준변수에 따라서는 오히려 감소했음을 보인다. 본장은 또한 30대재벌시장을 대상으로 집중분포와 이동지표의 분석을 통 해 재벌시장의 경쟁강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 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제Ⅴ장 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국의 경제력 일반집중의 추세와 현황을 비교분석한 결 과를 담고있다. 고용, 매출, 자산 등 다양한 기준의 정태지표와 동태지표로 국제 비교해 본 결과, 경제력집중에 대한 한국적 인식과 현상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 함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일반집중은 외국에 비해 결코 우려할 만큼 높은 수준이 아니며, 많은 경우에서 외국보다 오히려 낮다는 점에서 경제력집중 이 한국 특유의 현상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단은 자료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마 지막으로 제Ⅵ장은 지금까지의 주요결과를 요약하고, 정책적 시사점, 분석상의 한 계, 추후의 연구과제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결론맺는다.

(16)

II. 경제력집중 무엇이 문제인가

1. 경제력집중의 유형

일반적으로 경제력집중은 생산수단이나 경제활동 총량의 상당부분을 소수 의 경제주체들이 통제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업과 관련된 경제력집중은 전통적 으로 일반집중(aggregate concentration)과 시장집중(market concentration), 두가 지 측면에서 논의되어 왔다.5) 일반집중은 전산업 또는 제조업부문과 같이 광범위 한 경제영역에서 일정한 수의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정의된다. 통계적으로 일반집중도는 해당부문의 총매출액, 총자산, 고용 또는 부가가치 등의 경제총량에 서 100대, 또는 200대기업과 같이 일정 수의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측 정된다. 그러나 경제총량의 추계가 어렵거나 총량자료가 개별기업 자료와 다른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집중도 통계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따 라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분포지수를 측 정, 일반집중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때 흔히 이용되는 불균등 분포지수에는 허핀 달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나 지니계수(Gini Coefficient), 또는 엔트로 피 지수(Entrophy Index) 등이 있다. 니산-케이브니(Nissan-Caveny, 1988)의 연 구에서 미국 500대기업의 분포지수를 통해 일반집중을 분석하고 있는 것은 후자 의 방법에 속한다.

시장집중은 승용차산업이나 철강산업처럼 세분류된 개별 상품시장에서 선 도적 기업들의 상대적 비중을 의미한다. 시장집중은 그 시장내의 4대 또는 8대기 업과 같이 일정한 수의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의 누적합계를 통해 보기도 하지만, 허핀달 지수, 엔트로피 지수 등 다양한 집중분포를 통해서 보기도 한다. 이밖에 학자에 따라서는 일반집중과 시장집중 외에 소유집중(ownership concentration)과 복합집중(conglomerate concentration)을 추가하기도 한다.6) 소유집중은 거대기업 의 발행주식 또는 잔여청구권이 소수의 자연인이나 그 가족에게 집중되어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반면에 복합집중은 여러 시장 또는 산업에서 활동을 하는 대규 모 다각화기업이 전체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따라서 복합집중은 일반 집중과 유사한 개념이나 기업규모의 방대함 뿐만 아니라 소위 문어발식 사업팽창 이라 불리우는 다변화력(diversification power)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 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거론되는 30대 재벌의 경제력집중은 복합집중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상 네가지 유형의 경제력집중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5) Clarke-Davies(1983), 183쪽

6) Khemani-Shapiro-Stanbury(1988), 2-3쪽.

(17)

아니다.7) 예를 들어 대기업의 다각화 활동은 복합 및 일반집중을 증가시키지만 시장집중은 감소시킬 수 있다. 여기에 경제력집중 각 유형이 어떤 폐해를 유발하 는가에 대한 가설도 서로 다르다. 따라서 정책적 측면에서는 어느 유형의 경제력 집중을 최우선적인 문제로 삼고 정책처방을 내려야 할 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복합집중을 문제삼는 입장에서 본다면 대기업의 다각화 억 제를 위한 업종전문화제도는 유용한 정책수단이라 할 수 있지만, 시장집중을 문 제삼는 입장에서는 다변화진입을 억제시킴으로써 기존의 시장구조를 고착화시키 는 동 제도는 경쟁제한적 정책수단으로 비판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 등등으 로 국가별로나 연구자별로 기업성장과정, 정치사회적 환경과 연구자의 이념에 따 라 문제삼는 경제력집중의 유형이 다르며, 또 정부개입의 필요성과 강도에 대해 서도 의견을 달리한다. 예를 들면, 제도학파에서는 대체로 복합 및 일반집중을 중 시하는 반면, 시장집중은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신제도학파)은 시 장집중을 중점적 분석대상으로 삼고, 부분적으로는 복합집중에 의한 경쟁제한 가 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반면에 일반집중은 대체로 문제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시장집중, 복합집중, 일반집중에 비해 소유집중은 다소 독립적 위치에 있 다. 소유집중은 자본주의가 기본적으로 사적 재산권의 토대위에 형성된 만큼 형 평성의 관점을 제외하고, 경제효율성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중요한 연구과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유집중을 상장기업의 소유와 경영, 또는 소 유와 지배가 분리된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하면서 경영학자와 일부 경제학 자를 중심으로 소유집중과 기업가치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 활발히 진행되는 추세 이다. 특히 기업소유구조가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로 이어지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경영효율에 미치는 영향 뿐만 아니라 기업지배권 시장이 경영효율에 미치 는 영향,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경영책임의 관계, 책임경영 확 보를 위한 이사회구성과 이사의 자격요건 등 다양한 사안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소유집중, 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여부가 경제효율에 미치는 영향 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되는 가설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고8) , 소유집중은 다른 유 형의 경제력집중과 비교적 독립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 는다.

7) 시장집중, 복합집중(다각화), 일반집중의 관계에 대하여는 제Ⅲ장 2절 경제력집중에 대한 한국 적 인식의 문제점에서 상세히 재론된다.

8) 예컨대 1930년대에 벌과 민스(Berle-Means)가 이미 인지한 바와 같이 근대기업에서 소유와 경 영은 분리되는 추세에 있으며 이는 전문가에 의한 기업경영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유경영자에 비해 전문경영인은 불안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업자산을 남용하려는 속성(경영참호효과: entrenchment effect)이 있고, 외부주주의 요구에 편승하여 기업의 장기실적보다는 단기실적에 연연하는 근시적 경영태도(management myopia) 때문에 오히려 경영 효율을 저하시킨다는 대립가설이 나타나고 있다. Mork-Schleifer-Vishney(1988) 참조.

(18)

2. 경제력집중 무엇이 문제인가-폐해가설과 문제점

경제력집중이 심화되면 어떤 문제점이 어느 경우에 어느 정도 발생하는가.

또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부개입이 필요한가. 경제력집중에 대한 폐해가설과 정책처방에 대해서는 연구학파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각을 스펙트럼으로 정리하면 가장 좌측에는 마르크스 학파, 그다음 좌 측에는 제도학파가, 중간에는 주류경제학이, 그 우편에는 거래비용이론을 포함하 는 신제도학파가, 그리고 맨 우측에는 시카고 학파와 오스트리아 학파 등 자유주 의 학파가 위치한다.

마르크스 학파는 자본주의의 발전단계를 자유경쟁과 독점자본주의의 2단 계로 구분한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19세기 말까지는 경쟁단계에 있었으나 그 이 후 꾸준한 경제력집중으로 인해 점차 독점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9) 마 르크스 학파가 한 경제의 독점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사실은 이윤율이 산업별로 다르고 또 그 차이는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이다.

시장 전부문에 충분한 경쟁이 존재한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높은 이윤이 발 생하는 산업으로 자원이 이동하고 궁극적으로는 산업간 이윤율의 차이가 좁혀져 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현실을 보면, 산업별 이윤율 차이는 장기안적적인 구조 를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10) 그 이유는 경제의 독점화 현상때문이라고 마르크 스 학파는 주장한다. 이 독점력의 증가 때문에 자본주의는 불안정하게 되고 결국 독점자본주의 단계를 거쳐 사회주의로 이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 경제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구 학자들의 진지한 주목을 끌지 못했고 더구나 공 산권이 붕괴한 지금, 경제학설사의 한 부분으로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여 기서는 제도학파의 논의부터 정리한다.11)

(1) 제도학파의 기업패권론과 문제점12)

<기업패권론>

제도학파는 힘과 규모가 서로 보완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경제력집중, 특

9) Ottosen(1991), 81쪽.

10) 산업간 이윤율이 다르고, 또 그 차이는 장기적으로도 안정적 구조를 유지한다는 주장은 실증 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예로서는 Glick-Erbar(1990) 참조.

11) 마르크스 학파의 경제력집중에 대한 시각에 대한 세부내용은 강명헌(1990), 91-134쪽을 참조.

12) 여기서 제도주의 학파라 함은 베블렌(Veblen), 커먼스(Commons), 갈브레이스(Galbraith), 더 거(Dugger), 뮨크리스(Munkris) 등으로 이어지는 구제도학파이다. 구제도학파와 신제도학파의 차 이점은 김석용(1996) 또는 에거트슨(Eggertsson, Economic Behavior and Institutions, 1990) 참조.

(19)

히 복합 및 일반집중이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고 또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학파는 기본적으로 시장메카니즘에 의한 경쟁 적 자원배분기능을 불신한다. 그리고 사회의 광법위한 영역에서 대기업의 힘과 강제가 실재하고 작용한다는 기업패권론(corporate hegemony)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조망하고 있다. 이처럼 ‘힘과 강제(power & coercion)'를 강조하는 제도학파의 시각은 뮨크리스와 뇌들러(Munkris-Knoedler, 1987)에 의해 세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① 생산과 배분은 비인격적인 시장원리가 아니라 힘과 강제에 의 해 결정된다. ② 힘은 한 사회의 여러집단간에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다. ③ 따 라서 상당한 힘과 강제력을 가진 대기업은 항상 민주적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

제도학파가 경제력집중의 폐해로서 기업패권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분야는 경제, 정치, 사회․문화영역 등 광범위하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 로 보면, 첫째, 경제영역에서는 시장구조와 가격을 상당히 왜곡시키는 방향으로 기업패권이 작용한다. 한 나라의 경제는 상당부분 거대복합기업에 의해 계획, 또 는 통제되고 있으며, 시장가격은 더 이상 경쟁가격이 아니라 대기업의 관리가격 (administered prices)이라는 것이다. 둘째, 정치영역에서는 기업패권은 시민사회 를 우회하여 정부정책의 형성에 간섭한다. 대기업은 공익과의 상충여부를 불문하 고 기업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정부정책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셋째, 교육, 홍 보의 수단을 통해 대기업은 일반대중의 가치관과 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부 의 축적과정을 정당화하고 기존의 지배질서를 유지, 강화시킬 수 있는 이데올로 기를 사회에 확산시킴으로써 대기업 중심의 원활한 재생산 구조를 보호하려는 한 다는 것이다. 이 결과 사회문화는 다원적 문화구조에서 대기업이 확산시킨 공유 가치와 믿음으로 대체되는 기업패권문화(hegemonic corporate culture)로 변질된 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제도학파 논리의 출발점, 즉, 경제력집중이 상당히 우려해야 할 만큼 심각 한 수준에 있고 또 계속 증가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인식은 많은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서구에서 이들 주장은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 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제도학파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경제력집중 을 한국 특유의 문제로 보는 인식이 제도학파의 문제인식과 비슷하기 때문에 기업패 권론에 입각한 제도학파 논리가 더욱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홍덕률, 공제욱(1996)이 재벌문제를 경제사회 영역의 문제, 정치사회와 시민사회 영역의 문제로 나누어 보고 있는 것이나 각 영역에서 형평성과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 는 것은 제도학파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제도학파적 논리의 문제점을 언 급하기 이전에 기업패권이 경제, 정치, 사회의 각 영역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지에 대한 제도학파의 설명을 좀더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경제영역에서 기업패권이 실재하고 어느 정도 작용하는가. 뮨크리스 -뇌들러(1987)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경제에서 대기업이 계획, 통제하는 부문은

(20)

최소한 55-6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는 독과점 산업 뿐만 아니 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후방 연관관계에 있는 산업들, 예를 들면, 자동차 대리 점, 주유소, 식품점, 농업도 포함된다. 이들 산업에는 다수의 경쟁업체가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적인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 나 외양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부품업체나 대리점은 계약을 통해 대규모 완성차업체에 의해 지배되고, 주유소 또한 정유업체에 의해 통제되 는 계약적 위성산업(contractual sattelite industry)으로 본다. 또 약국이나 식품소 매점 등은 비록 명시적 계약은 없어도 공급독점적 위치에 있는 제조업자에 의해 실질적으로 통제받는 비계약적 위성산업(non-contractual sattelite industry)으 로13), 농업부문은 주변산업(peripheral industry)으로 본다.14) 더 나아가 제도학파 는 중소기업의 숫자 증가가 경제의 경쟁도 제고와는 별무상관이라는 입장을 취한 다. 중소기업의 창업이 대기업의 위성산업, 또는 주변산업에서 증가한다 하여 경 제의 유연성이 제고되거나 시장구조가 경쟁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15)

둘째, 정치영역에서 작용하는 기업패권은 제도학파가 경제력집중의 폐해로 서 가장 우려하는 부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벌의 공과를 평가함에 있어서 쉬 이 우열을 논하기 어렵다고 보는 경우에도 정경유착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한다. 특히 5, 6공 전직대통령들이 독직사건의 연루로 재판을 받고 있 는데 이어 최근에는 한보 당진제철소의 특혜자금대출사건으로 인해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는 일반국민 사이에도 빠른 속도로 증폭,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정부의 재량권이 기업의 힘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지대추구형 권력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차원에서 정경유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향후 경제력집중이 더 진전되면, 대기업의 힘이 보다 적극적인 정치간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경제정의실천연합회에서 경제단체의 해체를 주장하는 것도 대기업들이「이익공동체(community of interest)」를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결정에 조직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제도학파의 기업패권론적인 시각과 다르지 않다.

13) 제도학파는 식품소매점을 식품제조업체의 비계약적 위성산업으로 분류한다. 미국의 음식료품 제조업체는 약 2만2천여개(1984년)로 외양상 경쟁적 시장구조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중 15개 대기업이 생산하는 품목수는 약 3만개인데 비해 식품소매점의 평균 취급품목수는 약 만오천 에서 2만개에 불과하다. 제도학파는 이러한 사실에 기초하여 음식료품의 생산량, 품질, 가격은 식 품소매점간의 경쟁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료품을 제조, 공급하는 대기업에 의해 통 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14) 미국의 농업부문은 약 2백만 이상의 농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농기계의 약 85%가 5개 대기업에 의해 공급되고 농약이나 종자 등의 투입물도 약 80% 가량을 소수의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생산된 농산물도 대규모 식가공업체에 의해 수요독점되고 있다는 이유로 제도학파에서는 농업부문을 대기업의 주변산업으로 분류한다.

15) 김상권(1996)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중소기업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도학파적 시각을 유추․적용하면, 중소기업의 숫자가 증가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으며 단지 대기 업의 비중이 증대하고 있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21)

서구의 정치영역에서 기업패권이 작용하는 것으로 흔히 인용되는 대표적 사례에는 미국의 「사업가 원탁회의(BR: Business Roundtable)」와 「3자 위원회 (TC: Trilateral Commission)」가 있다. 주로 소수의 대기업 대표이사들로 구성된 BR은 1970년대에 창설된 기구로서 미국에서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로비집단 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BR은 그 목적에서 부터 정부정책과 입법에 가시적이며 직접적인 영향(visible and direct effect on public policy and legislation)'의 행사 를 천명하고 있으며, 소비자보호법, 노동법 등에서 기업이익을 성공적으로 옹호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16)

또 다른 단체인 TC는 1972년에 록펠러(D. Rockfeller)가 설립한 기구로서 BR과 달리 북미, 유럽, 일본 등 3개지역의 저명인사들이 서로 협력하여 국내외 정치, 경제현안에 대해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C는 주로 두 경로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나는 공공정책에 관한 의제를 연구, 개 발하여 정부로 하여금 채택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서 TC 회원, 또는 기업이익을 대변할 다른 사람들을 직접 정부요직이나 국제기 구에 임명토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표-1>에 나타나 있는 TC 회원명단

<표-1> 카터 행정부하의 3자위원회 회원명단 일부

이 름 직 함

Jimmy Carter Walter F. Mondale Harold Brown Cyrus R. Vance W.Michael Blumenthal Paul A. Volcker Andrew You ng Anthony M.Solomon Zbigniew Brzezinski Warren Christopher Richard N. Cooper Richard Holbrooke Lucy Wilson Benson Richard N. Gardner Paul C. Warnke

Gerard C. Smith Elliot L. Richardson

Robert R. Bowie Jean-Luc Pepin Sol Linowitz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Vic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Secretary of Defense

Secretary of State Secretary of Treasury

Chairman, Federal Reserve Board Ambassador to the United States

Under Secretary of the Treasury for Monetary Affairs Assistant to President for National Security Affairs Deputy Secretary of State

Under Secretary of State for Economic Affairs

Assistant Secretary of State for East Asian and Pacific Affairs Under Secretary of State for Security Assistance

Ambassador to Italy

Director, Arms Control & Disarmament Agency; Chief Disarmament Negotiator

Ambassador at Large for Non-Proliferation Matters

Ambassador at Large with Responsibility for U.N. Law of the Sea Conference

Deputy Director of Intelligence for National Estimates Co-Chairman, Task Force on Canadian Unity

Chief Negotiator, Panama Canal Treaty and Presidential Envoy to the Middle East

16) Munkris-Knoedler(1987), 1692쪽.

(22)

자료: 뮨크리스-뇌들러(1987)에서 전재

의 일부는 동 기구가 미국내에서 갖는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17) 셋째, 제도학파는 교육 및 문화부문에서도 기업패권의 영향을 우려한다.

특히 반기업적인 사회분위기를 불식시키고 자유시장원리를 일반대중에 확산시킴 으로써 대기업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한편, 또 다른 이윤추구활동을 원활히 하 기 위해 사회가치관을 변혁시키려는 대기업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높다. 미국 에서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회가치관의 변화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 은 1970년대 이후였다. 당시 기업가에 대한 사회의 평가가 인색해지고, 기업제도 와 자유경쟁의 결과에 대한 비판이 나타나는 등 반기업적인 사회분위기가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유시장원리와 자유기업제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대대적인 켐페인을 전개하였다. 제도학파에서 는 미국 대기업의 이러한 태도를 시장경쟁의 창달을 위해서는 정부개입이 축소 되어야 한다는 논리 만큼 독점기업의 성장에 유리한 것은 없다18) 는 인식에 기 초한 것으로 해석한다.

구체적으로 미국 대기업들의 켐페인 운동을 보면,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제품홍보에서 기업이미지 홍보로 광고전략의 수정, 기업문화의 창출 등을 통해 기업친화적인 사회가치관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 성인 중 95%가 경 제학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바 없다는 당시의 조사결과에 따라서 반기업적인 사 회분위기가 대두되는 원인은 자유시장원리에 대한 무지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판 단되었다. 이에 따라 1970년대에 미국의 대기업들은 일반대중의 경제지능지수 (Economic IQ)’를 높이기 위한 교육켐페인을 전개하게 된다. 특히 초중등 교과과 정에 경제학 과목을 공식 편입시키는 한편, 초기의 부족한 경제교육자재와 교사 훈련을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지원했다. 대기업이 이런 태도는 궁극적으로 자유방 임적 자본주의, 자유기업이념을 사회저변에 뿌리내리도록 함으로써 자신들의 지 배력을 고착화시키고 확대재생산 구조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으로 제 도학파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대기업의 홍보전략이 바끤 것도 대략 이 시기였다. 그때까지 홍보는 자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판매촉진전략의 수단으로 사 용되어 왔으나 점차 자유기업제도의 찬양과 기업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광고로 바 뀌기 시작했다. 예로써 1976년 11월 Sports Illustrated 誌에 나타난 일부 광고를 보면, Texaco는 신뢰경영을, U.S.Steel은 자유기업제도가 국가번영의 길임을, 그

17) TC는 1980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레이건 진영에 의해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 다. 그러나 1985년과 86년 국제정상회담을 위해 레이건이 마련한 주요 의제는 1984년 TC에서 출 간한 Democracy Must Work: A Trilateral Agenda for the Decade와 동일하다. 따라서 TC의 정 치적 영향력은 레이건 집권이후에도 지속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당시의 부통령 (George Bush)과 국방장관(Casper Weinberger) 등도 TC회원이었음에서도 알 수 있다.

18) Clarence E. Ayres(1944), 1695쪽.

(23)

리고 Bethlehem Steel은 환경친화경영 또는 녹색경영을 강조하고 있다.19) 이와 같이 대중을 상대로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홍보전략 외에도 대기업은 조직의 효율 적 운영을 위한 임직원의 가치관 변혁활동을 통해서도 사회전체의 문화 및 가치 관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즉, 하나의 대기업이 방대한 조직과 자원을 쉽게 통제하 고 대리비용(agency costs)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업의 공유가치와 믿음(shared values & beliefs), 즉 기업문화를 종업원에 주입,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내부의 가치관 변혁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대기업문화는 여러 경로를 통하여 사회전체로 파급되게 된다. 그 결과 일국의 문화는 다원문화(pluralistic culture)에서 기업패권문화(hegemonic corporate culture)로 단순화된다는 것이 제 도학파가 주장하는 경제력집중이 사회문화에 미치는 폐해의 하나이다.20)

제도학파가 주장하고 있는 경제력집중의 문화적 폐해론은 한국에도 적용 가능하며 또한 일부 산업사회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1996년 초 우리나라의 재벌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가치경영(현대), 감동경영 또는 상생경영(삼성), 정도경영(LG) 등 사회가치를 표방한 것은 70년대 반기업적 사회 분위기에 대한 미국 대기업의 대응방식과 유사하다.21) 특히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재벌총수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으로 기업가의 평판과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와중에 사회가치의 추구를 표방하는 기업이미지 광고가 전면 에 부각된 것은 1970년대 초 미국 대기업의 전략변화와 비숫한 배경과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22) 더 나아가 홍덕률, 공제욱(1996)은 우리나라 재벌의 경우에는 언론, 각급 교육기관, 그리고 경제연구소를 직접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원리의 대중적 확산, 기업문화의 시민사회 전파 등 대기업의 이데올로기 전 파에 더욱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제도학파의 문제점>

19) Texaco: Texaco is working to keep your trust. U.S. Steel: We believe the American system has proved itself superior to any other. If we allow it to function freely, it will continue to provide the material things we need for a strong and prosperous America.

Bethlehem Steel: …We've already spent $700 million for polution control equipment…

20) Dugger(1988)에 따르면, 기업패권문화는 다원문화가 국가, 종교단체, 학교, 가정 등 다양한 제 도의 갈등과 종합을 통하여 사회의 공유가치와 믿음으로 형성된 것임에 비하여 대기업 주도로 형 성되며, 따라서 대기업의 기득권과 지배력을 당연시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이미 다원문화가 아닌 기업패권문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중견간부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어 있다고 한다(101쪽).

21) 예를 들면, 현대는 ‘사람, 사회, 미래를 위한 가치경영‘을, 대우는 ’큰 나라를 만드는 세계경영’

을, 그리고 LG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22) 1996년 10월 KDI 부설 국민경제교육연구소에서 전국의 청소년 2041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69%가 기업가는 국가경제발전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긍정적 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번 재벌이나 기업인에 대한 이미지는 존경스럽다 (42.7%)보다는 존경스럽지 않다 (57.2%)고 부정적 인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4)

힘과 강제 의 관점, 기업패권론의 시각에서 경제력집중의 폐해를 거론 하는 제도학파의 주장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일반집중과 복합집중이 이미 위 험수위에 이르러 있으며 또 이들 집중도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인 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점은 Dugger(1988)의 다음 설명에서 잘 나타나 있다.

힘과 규모는 상호 보강적으로 움직인다. 힘에 대한 욕구는 규모의 증대로 이어 지고, 확대된 조직을 통합하고 경영하기 위해 또 다른 힘의 보강을 필요로 한다.

이처럼 힘의 증대는 기업규모의 증대로, 규모의 증대는 다시 더욱 큰 힘으로 이 어지는 상호보강 관계속에서 기업패권으로 치닫는다.23)

그렇다면 제도학파가 우려하는 기업패권이 경제, 정치, 사회 등 제분야에 서 나타날 만큼 경제력집중이 높고 또 심화되는 추세에 있는가. 제도학파의 논리 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경제력집중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예측에서 출발하 는 만큼 경제력집중이 실제 증가하는가의 여부는 제도학파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 이다. 예측이 현실과 다를 경우 당연히 제도학파의 그 이후 논리가 설득력을 잃 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학파는 경제력집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사실을 규명할 거증책임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부문에 대한 제도학파의 노력은 비교적 적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많은 헛점을 보이고 있음이 사실이다. 예컨대 Dugger(1988)는 자산 2억5천만 달러 이상의 기업을 초대형기업으로 분류하고 이 들 기업의 매출이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65년 31%에서 1982년 52%로 크게 증가한 것은 경제력집중의 심화되었음을 입증하는 사례로 들고 있다. 그러 나 실질가치가 아닌 명목가치를 기준으로 대기업의 비중을 계산함으로써 Dugger 는 경제력집중을 과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24)

경제력집중이 필연적으로 심화된다는 제도학파적 예측은 일반집중의 추세 분석을 처음 시도한 Berle-Means(1932)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1909-29년 기간중 미국 200대기업(금융제외)이 전체기업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 속도로 증가하여 1929년에는 49%에 달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같은 추세라면 1950년에 70%, 1972년에는 100%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25) 물론 이같은 예측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다. Ottosen(1991)에 따르면, 오히려 500대기업의 자산 점유율은 1960-68년기간중 63%에서 69%로 증가하였으나 이후 감소추세로 전환, 1984년에는 55%에 머물렀다. 이와 같이 제도학파 논리는 그 출발점 부터 많은 학자들로부터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력집중이 위험수위에 있으면서 계속 증가되고 있다는

23) Dugger(1988) 80쪽.

24) 법인세를 납부한 전체 기업에서 Dugger의 기준에 따른 초대형기업이 점하는 비중은 1965년 0.06%, 1982년 0.11%로 약 2배 증가하였다.

25) Scherer-Ross(1990), 59-60쪽

(25)

인식을 바탕으로 제도학파적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함은 전술한 바와 같다. 특히 경제력집중은 재벌이라는 한국 특유의 산업조직 때문에 발생한 한국 특유의 문제 로 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서구에서는 경제력집중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 에 따른 폐해도 크게 문제될 까닭이 없고 따라서 제도학파의 기업패권론도 대중 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고 주장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서구와 달리 한국의 경제력집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가, 서구 선진국에 비해 위험수위에 있는가. 이들 문제는 각각 제Ⅳ장, 제Ⅴ장에서 입 증할 과제이지만 여기서 그 결과의 일부를 미리 밝히면, 30대재벌의 자산점유율 은 80년대 후반(1985∼89)의 평균 44.3%에서 90년대 전반에는(1990∼95) 평균 43.0%로 감소하고, 매출점유율은 48.0%에서 42.8%로 감소하는 등 경제력집중이 반드시 증가하고 있지 않으며, 또 OECD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경제력집중이 높 지도 않다. 따라서 최소한 일반집중의 측면에서 보면, 제도학파의 경제력집중 폐 해론이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확산되어야 할 논리적 근거는 없다고 하겠다.26)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힘과 규모가 상호 보강관계를 유지하며 기업패 권을 형성해 나간다 는 제도학파의 핵심가설은 실증분석으로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이밖에 대기업 집단이 정치권력과 유착하여 공익에 반하는 정책형성을 유 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권력이 개인화된 정치체제에서라면 몰라도 권력이 제 도화되고 서로 상충하는 이익집단이 경합하는 성숙된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기 업패권이 일방적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결함 때문에 제도학파의 주장에 동조하는 서구학자들은 많지 않고 소수 견해로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학파 학자들은 다른 학자들이 현실에 실재하는 기업패권을 인정하 지 않는 까닭은 경제력집중의 문제를 시장집중의 문제로 단순화하고 있기 때문이 라고 항변한다. 기업집단(economic group), 초대형기업(mega corp), 또는 제국적 복합기업(imperial conglomerate) 등 다양하게 불리우는 대기업은 여러 산업에 걸 쳐 활동을 하기 때문에 복합 또는 일반집중분석을 통해 접근해야 하며, 한 산업 내의 경제력집중에 불과한 시장집중분석을 통해서 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실증분석보다는 다소 이념에 경도되어 논리를 전개하는 제도학파 학자들은 많은 학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야 말로 경제력집중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는 경제학자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 주류경제학의 시장실패론과 문제점

26) 제도학파는 일반집중 뿐만 아니라 복합집중의 폐해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집중 하나 로 제도학파의 논거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 연구는 일반집중의 분석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복합집중, 또는 다각화가 한국에서 유난히 심각한 현상인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분석 이 필요할 것이다.

(26)

경제력집중에 대한 시각의 스펙트럼에서 중간에 위치하는 주류경제학 (mainstream economics)은 경제력집중을 독과점 현상과 동일시한다. 즉, 완전경 쟁하에서는 가격메카니즘의 자연스러운 조정에 의해 자원이 최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데 비해 경제력집중은 가격메카니즘의 작동을 저해함으로써 시장실패(market failure) 를 야기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같은 주류경제학의 시각은 앞서 본 제도 학파와 세가지 점에서 구분된다. 첫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원배분을 환상 (myth)이라고 보는 제도학파와 달리 주류경제학은 본질적으로 시장기능을 신뢰 한다. 즉, 자유경쟁의 효율성을 신뢰하는 입장에서 자유경쟁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서는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이 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둘째, 제도학파는 경제력집중의 문제를 기업패권이 경제, 정치, 사회분야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제로 보는 반면, 주류경제학은 주로 효율성의 관점에서 경제력집중에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경제력집중현상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믿는 자유경쟁의 부산물이면서도 결과적으로 자유경쟁을 제한하는 시장실패요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셋째, 제도학파가 복합 및 일반집중을 중시 하는 반면, 주류경제학자는 대체로 시장집중을 중시한다. 일반집중과 복합집중(다 각화)에 대해서는 주류경제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려 있다. 예컨대 베인-퀄스 (Bain-Qualls, 1987)같은 학자들은 일반집중연구는 시장집중분석과 연계되는 경우 에만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즉, 일반집중의 증가가 시장집중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한 독점력의 증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반집중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 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셔러-로스(Scherer-Ross,1990) 와 같은 학자들은 시 장집중 뿐만 아니라 복합집중의 경쟁제한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따라서 복합집중을 독점력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나 뉘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집중>

먼저 <그림 1>을 이용하여 시장집중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폐해가설과 문 제점을 살펴본다. <그림 1>에서 시장수요함수는 우하향하는 직선, p=g(x)로 표시 되어 있다. 편의상 산업의 사회적 한계생산비용(smc)은 생산량과 관계없이 일정 하고 고정비용은 없다고 가정한다. 이같은 가정하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적정 생산량은 한계생산비용이 시장수요곡선과 일치하는 점에서 결정된다. 즉, <그림 1>에서 OXc가 사회적정생산량이고 시장가격은 사회적 한계생산비와 동일하게 되고 산업내 초과이윤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는 완전경쟁상태에서 도 달가능한 균형점이며 불완전경쟁(독과점)이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생산량은 OXc보다 적은 OX에서 결정되고 시장가격도 한계생산비용보다 높은 P에서 결정 된다. 이로 인해 소비자 잉여는 완전경쟁하에서 보다 감소하고 그 감소분 중 일 부는 기업이윤으로 이전되고, 일부는 경제에서 영영 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이 불 완전경쟁으로 인해 경제에서 사라지는 소비자 잉여를 사회적 후생손실(DWL:

(27)

deadweight welfare loss)이라 하며, <그림 1>에서는 빗금친 삼각형으로 표시되 어 있다.

DWL은 자원배분상의 비효율을 의미하며, 시장집중(독과점) 때문에 발생 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주류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경제력집중의 폐해이다. 시 장집중과 DWL의 함수관계는 다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27)

DWL = Π․ H(1+λ)/ 2

위에서 Π는 산업이윤을, H는 허핀달 집중지수(HHI)를, λ는 경쟁기업간의 기 대변이(conjectural variation)의 가중평균을 나타낸다. 따라서 한 산업에서의 사회 적 후생손실은 시장집중도(H), 기업행태변수(λ), 시장성과변수(Π) 등 산업조직론 에서 중시하는 구조-행태-성과의 세가지 변수에 의해 정의된다. 즉, 위 함수식에 서는 집중도가 높을수록, 기업간 담합과 같이 경쟁제한적 행태가 클수록, 그리고 산업의 초과이윤이 높을수록 사회적 후생손실(DWL)이 커짐을 알 수 있다.28)

<그림 7> 독과점에 의한 후생손실

dx = H ( 1+λ)x

η= p

x ⋅ dx dp 소비자 잉여

가격

P0

P

0

X XC

한계생산비 수요곡선 P = g(X) 산업이윤 P⋅ Π

R = dp

27) 본문의 후생손실규모 계산식의 도출과정은 필자의 미발간 논문, On the Measure of Welfare Performance in Oligopoly Market(1992)을 참조

28) 위 계산식은 몇가지 특수한 경우를 포함한다. 예컨대 완전독점이나 담합의 경우에 DWL = ∏ /2, 쿠르노 경쟁(Cournot quantity competition)의 경우에는 DWL = ∏․H/2로 단순화될 수 있다.

참조

관련 문서

The index is calculated with the latest 5-year auction data of 400 selected Classic, Modern, and Contemporary Chinese painting artists from major auction houses..

If both these adjustments are considered, the resulting approach is called a bootstrap-BC a -method (bias- corrected-accelerated). A description of this approach

Five days later, on 15 January 1975, the Portuguese government signed an agreement with the MPLA, FNLA and UNITA providing for Angola to receive its independence on 11

Usefulness of co-treatment with immunomodulators in patients with inflammatory bowel disease treated with scheduled infliximab maintenance therapy.. Oussalah A, Chevaux JB, Fay

In the current context, where the interconnectedness of the global economy has intensified greatly and the importance of a collective response to

Inclusion and Inclusiveness: Shared Vision of Youth for Local, National, and Global Village Inclusion at large stands for embracing populations with disabilities and

웹 표준을 지원하는 플랫폼에서 큰 수정없이 실행 가능함 패키징을 통해 다양한 기기를 위한 앱을 작성할 수 있음 네이티브 앱과

It is impossible to change the voltage across a capacitor by a finite amount in zero time, for this requires an infinite current through the capacitor.. (A capacitor resi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