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중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2011년 연말에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 1995년에 한 고등학생이 같은 학교 학 생들로부터 집단 폭행, 금품 갈취, 협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함으로써 ‘학교폭 력’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사회문제화 되었다. 두 연도의 학교폭력 현실을 비교하 는 것은 어렵지만 불행하게도 2011년에 자살자의 연령이 낮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학교폭력이 동일한 학교 내에서 같은 반 학생들 간에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 음을 알 수 있다.2) 2회 이상 피해시 피해 학생들의 40.3%가 처음 피해를 준 학생 으로부터 피해를 당했고 29.5%가 처음 피해를 준 학생과 친한 학생으로부터 피해 를 당했다. 피해를 당한 학생의 50.8%가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폭력을 당했고 20.7%가 같은 학교 선배 또는 후배로부터 폭력을 당했다. 가해 학생이 집단(2명 이상)을 이룬 경우는 전체 가해 학생의 66%로서 대부분의 학교폭력에서 가해자가 집단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해 장소를 보면 학교 교실, 복도, 화장실 등이 전체의 66.5%이고 피해 시간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 수업 시간 등이 전체의 51.4%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교육 당국, 사회 차원 등, 여러 차 원에서의 예방 또는 억제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여기에서는 다 른 조건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공유의 비극 또는 학교 소유권 관점에서의 대책을 검토하고자 한다.
학생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공유의 비극’
앞에서 보았듯이 학교폭력이 주로 학교 밖이 아닌 학교 내에서 행해진다는 점에 서 학교(재단)의 역할이 중요하고, 같은 반 학생들 간에 폭력이 주로 행해진다는
1)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편, 『교육관계법 개정방향과 개정안』, 미발표 원고의 일부를 발췌하였다.
2) 청소년폭력 예방재단이 작성한 『2008년 학교폭력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 학교폭력의 자세한 실태와 대책을 참조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분석과 이해를 위하여 폭력 실태의 중요한 점만 아주 간략히 요약해 본다.
학교폭력과 공유의 비극 1)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2012-01-09
점에서 교사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하면 학교폭력을 해 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당위(當爲)의 관점 에서도 교사와 학교가 학교폭력에서 가장 중요한 책임을 맡아야 한다. 학교라는 공 간과 학생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은 교사와 학교가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의 국공립화가 심화됨으로써 학교와 교사 차원의 노력이 예전과 같지 못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60-70년대에는 국공립학교도 수강료, 기성회비 등을 받았다. 이 점은 당시의 국공립학교가 실질적인 의미에서 사립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그 이유로 당시의 학교와 교사는 교육 서비스의 소 비자인 학부모와 학생의 각종 요구에 비교적 잘 부응했다. 그리고 학교는 명성을 올리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우렸다. 그러나 평준화 정책, 무상 교육의 확대 등으 로 국공립학교는 명실상부한 국공립학교가 되어왔다. 그리고 사립학교도 실질적 의 미에서 국공립학교가 점차 되어왔다. 사립학교가 등록금 등의 결정에 있어서 정부 의 통제를 받을 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과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사립 학교의 재산권이 훼손되어 온 것도 사립학교의 국공립화를 촉진해 왔다.
학교들의 국공립화가 진행될수록 학교와 교사 차원의 노력은 감소한다. 그에 따 라 학교폭력은 증대하게 된다. 즉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면 국공립화의 정도와 학교 폭력은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비록 그 관계가 간접적이지만 말이다. 그 관계에 대해 서 논의해 본다. 사립학교와 달리 국공립학교는 사실상 공유 자원이다. 여기에서 자 원이란 학교의 건물과 장비, 교사도 포함하지만 학교의 명성(reputation) 또는 지명 도도 포함한다. 공유 자원은 거의 언제나 ‘공유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 발 생한다. 여기에서 공유의 비극이란 학교와 교사가 학생에게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엷어지거나 학교의 명성이나 지명도를 올리는 데 관심이 적어지는 등이 일 어남으로써 발생하는 비극을 말하는 것으로서 학교폭력이 대표적인 예이다. 교사가 피해 학생의 호소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나 가해 학생을 퇴학 후에 동일한 학교에 재등교하게 하는 등의 행동이 가능한 것은 국공립학교가 사실상 공유자원이기 때문 이다. 이 점은 공유의 비극이라는 문제가 예상되지 않는 사립학교와 비교하면 잘 알 수 있다. 사립 초등학교인 서울의 영훈초등학교는 체벌, 학교폭력, 촌지 등이 없 다고 한다. 다른 학교와 비교하여 학교 재단은 교사에게 상당한 임금을 주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요구한 결과로 그런 폐해를 없앤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중학교까지는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고등학교 수준에 서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다양한 학교가 그렇게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지금 있 는 사립학교마저도 엄청난 금전적·비금전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점은 사립학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초등학
교로 갈수록 공유의 비극이 더 심각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폭력은 초등학교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교장책임제, 학교선택권 등 공유의 비극을 해결하는 다양한 시각 필요
공유의 비극을 해결하면 학교폭력 문제는 상당히 해결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 면 공유의 비극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는 학교의 소유권을 민영화하는 것이다.3) 그러나 단기에 국공립학교를 민영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단 기적으로는 국공립학교를 사립학교처럼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학교 의 최고 책임자인 교장에게 인사권, 재정권, 내규 (학교폭력, 체벌 등에 관한 내규) 제정권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권한을 주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책임도 동시에 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교장은 지방 교육청이 감시와 감독을 하면 될 것 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감독 공무원의 책임회피, 무사안일, 무능, 교장과의 담합, 부패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즉 교장보다 윗선에서의 공유의 비극을 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공립학교는 독점으로 정의되는 데 현실에 서는 독점의 폐해도 중첩되어 있다.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바우처 제도)을 주면 이런 폐단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장책임제와 학교선택권을 동시에 시행하는 방법은 임시방편으로서 공유의 비극과 독점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 책은 되기 어려울 것이다.
30여년을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교사는 오늘날의 중학교 교실을 생존경쟁이 지배하는 ‘정글’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필자에게 알려주었다. 학교폭력이 이토록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긴 시간에 걸쳐 공유자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극 의 범위가 확대되고 심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공유자원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한에 있어서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를 고착시킬 것이다.4)
3) 미국에서는 공립 학교와 사립 학교가 매우 또렷이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공립 학 교에서 발생하고 있다.
4)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가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점차 낮아지면서 육체적으로는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중학생이 대학 진학 준비에 대한 저항으로 학교폭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증언하고 있다. 이 말이 옳다면 대학 진학에 드는 비용이 규제되면서 대학 진학 초과수요가 예전보다 더 커지고 그 결과 대학 진학 준비가 저학년으로 내려간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학교폭력 이 저학년으로 내려간 것은 가격규제와도 관계가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가격규제는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생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