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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운변화와 패러다임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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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운변화와 패러다임의 상관관계*

35) 김 경 아**

❙국문초록❙

우리는 이 논문에서 순경음의 변화에서 원순성이 사라지는 예외적인 변화가 특정의 파생 패러다임의 압력에 의해서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기존의 음운론적인 설명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설명은 피사동 파생접사 ‘-이-’나 부사 파생접사 ‘-이’가 결합하는 파생 패러다임의 생산성에 근거한 것 인데, 이 경우의 생산성은 결합 가능성과 분석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즉 ㅸ말음 어간과 파생접사들의 결합에서 원순성이 소거되는 이유가 파생접사들에 대한 분석 가능성 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여 ‘분석’이 접사들의 생산성을 확인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음을 검토하였다. 따라 서 파생접사들에 대한 화자와 청자의 분석력이 ㅸ>w라는 변화에 저항하여 이들 파생접사의 ‘라는 표 면음성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보았다. 또한 접사 이형태의 선택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파생어들 이 재형성되는 문제도 분석에 근거한 파생 패러다임의 생산성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논의는 표면발화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형태소들 간의 결합에 근거하여 공시적 생산성의 개념을 정 의하는 입장에 대하여 재고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굴절 패러다임에 비해 상대적인 생 산성의 차이는 있더라도 파생 패러다임을 통시적인 변화의 결과로 처리해 버리려는 음운론의 기술 태도 는 반성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끝으로 새로운 파생어의 형성이 파생 패러다임을 넘어서 활용 패러다임과의 상관관계 속에 만들어짐 을 확인하여 패러다임 간의 유추가 문범 범주의 틀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정 역시 해보았다.

[주제어] 패러다임, 패러다임 간 유추, ㅸ>w, 피사동 파생, 부사 파생

❙목 차❙

Ⅰ. 들어가는 말

Ⅱ. 피사동사 파생의 경우

Ⅲ. 부사 파생의 경우

Ⅳ. 맺는 말

* 이 논문은 2010학년도 서울여대 인문과학연구소 교내학술연구비에 의해 이루어졌다.

** 서울여대 교수 / kga@swu.ac.kr

(2)

Ⅰ. 들어가는 말

1. 음운변화의 예외에 대한 설명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본 논의에서는 그 예외를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설명해 보려고 한다. 국어사의 가장 대표적인 변화 공식으로 받아들여지는 ㅸ>w의 변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숭녕(1954)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졌는데 ㅸ의 변화를 다음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1)

① ㅸ의 원순성 유지

② ㅸ의 완전 탈락

③ ㅂ으로의 환원

④ 기타 ㅂ음의 탈락

특히 현대국어에서 ㅂ불규칙 활용을 하게 되는 ‘ㅸ’말음의 어간들의 경우는 ①의 변화가 주된 것 이었다. ‘더>더워/ 더니>더우니’, ‘도>도와/ 도니>도오니’와 같이 ㅸ>w의 공식에 따라 원순 성의 유지를 보여주는 활용 패러다임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러나 피사동사와 부사를 파생하는 ‘-이 (-)’ 접사와 결합하는 경우에는 원순성이 소거되어 ㅸ>w 공식의 중대한 예외를 만들었다.2) 이러한 변화의 예외에 대해 음운론적으로나 형태론적으로 여러 관점에서 기술해 보려는 논의들이 많았지만 여전히 정답이라고 할 만한 논의는 없었다.3)

우리는 ㅸ>w의 변화의 예외로 주목 받았던 피사동 파생어와 부사 파생어의 경우를 패러다임 간의 유추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4) 순경음의 변화 공식은 음운변화를 규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에서 제안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음운변화가 모든 음운론적 환경에서 예외 없이 적용 되기를 기대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원순성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굴절범주인 활용 패러다임인 반면 원순성이 사라진 경우가 파생 패러다임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그 차이의 원천을 찾아보아야 하 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시음운론의 논의에서의 대부분의 기술들이 굴절과 파생 범주에 따른 음운과정 상의 차이를 당 연한 언어적 사실로 기술하면서 ㅸ>w라는 공식에 대해서는 문법 범주에 따른 변화의 차이에 대해서

1) 김주필(2001:29)의 논의를 참조하였다.

2) 명사어간으로 ‘사>사이’의 예가 있지만 동일한 변화를 보이는 다른 어간의 예가 보이지는 않는다.

3) ‘-이’ 접사류의 결합에서 나타나는 w의 소거를 형태론적인 제약이 아닌 음운론적인 측면에서 해결하여 변화의 공식 에 예외를 두지 않고 ‘ㅸ>w’로 설정하려는 노력이 대부분이었다. 이기문(1972:45)에서는 표기 ‘ㅟ’가 /uy/를 나타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음성형인 [wi]가 드러날 수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고 김완진(1972:57)에서는 당시의 유행이었던 추 상음운론의 영향으로 이들 접사의 기저형을 /yi/로 설정하여 w의 필수적인 탈락을 설명하고 있다.

4) 일찍이 이숭녕(1954:71)과 이숭녕(1960:23)에서 순경음이 어간 말음인 경우에 결합하는 부사 파생접사 ‘-이’ 앞에서 원순성이 아예 사라지는 이유를, 다른 어간들과 결합하는 ‘-이’ 파생접사들에 의한 ‘유추’로 보고 있어 흥미롭다. 즉 문법형 통일에 의한 심리적 동기인 ‘유추’에 의한 변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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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오히려 외면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파생 패러다임의 어떠한 특성이 이들 파생접사가 결합된 파 생어들의 경우 ‘>이’와 같은 변화의 과정을 거쳐 원순성을 사라지게 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 국어는 활용과 곡용어미가 다양하게 발달한 언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굴절과 파생 범주를 구분하여 기술하고 있다. 굴절과 파생을 구분하기 위한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우리의 논의와 관련하여 가장 의미 있는 기준은 패러다임 상의 빈칸이다.5) 즉 파생의 패러다임에는 빈 칸이 많이 나타나지만, 굴절의 패러다임에는 빈 칸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파생접사들이 굴절접사들과는 달리 어기에 대해 어휘적인 선택제약이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파생 범 주의 속성은 굴절 범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시적 생산성을 떨어지게 한다. 또한 어순에 있어서도 굴절접사는 반드시 파생접사에 후행해야 하는 제약이 있는데 이는 피사동 접사를 굴절접사가 아닌 파생접사로 규정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생산성의 개념을 제대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음운론에서 공시적인 생산성이 있다고 이야기 하면 그것은 전적으로 결합의 관점에서 음운과정을 기술하는 태도와 직결 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접사 의 생산성을 이야기 하면 접사가 만들어 내는 단어의 수가 많을수록 생산적인 것이므로 결국 출현빈 도수가 생산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어느 정도가 생산적인 것인 가 하는 정량적인 기준이 아직은 객관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을 정의하기는 어렵 다. 그러나 굴절접사(조사나 어미)가 파생접사에 비해 생산적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생성음운론의 도입 이후 기저에서 표면으로 발화가 산출되는 과정에 논의의 초점이 놓였기 때문 에, 역으로 표면 발화형을 화자나 청자가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분석 가능성이 결합(혹은 생성)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분석은 생산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살펴볼 피사동과 부사 파생어들의 경우만을 놓고 보아도, 분석 가능성은 여러 가지 유추 과정의 기제로서 작용하여 어간이나 어미의 재구조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산성의 문제와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광호(2007:57)에서는 어기와 접사의 분석적 처리가 접사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임을 밝히고 있다. 즉 어기 와 접사가 분석적으로 처리되는 파생어는 접사의 표상을 강화시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았다.

이제 본론에서는 순경음의 변화와 관련하여 쉽게 해결하지 못했던 원순성 소실의 문제를 파생접 사들이 결합한 몇몇 어간들의 패러다임과 관련하여 살펴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음운변화의 원인을 음운체계 내에서만 찾으려고 하거나 특정의 어미나 접사와의 결합에만 초점을 두어 검토하려 고 하는 미시적 입장을 극복하는 기술 태도를 지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5) 파생과 굴절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새로운 단어를 형성할 수 있는가의 여부, 어기의 통사범주를 변경할 수 있는 가의 여부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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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피사동사 파생의 경우

1. 피사동사 파생의 특성

국어의 피사동사 형성에 관여하는 ‘-이-~-히-~-리-~-기-’ 등은 국어 문법체계 내에서의 위상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다. 초창기 문법 체계에서 ‘보조어간’으로 기술된 이후, 구조기술문법의 틀 안에서는 일반적으로 파생접사로 간주되다가 변형생성문법적 논의가 도입된 이후에는 일종의 통 사적 요소로 기술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개의 국어학적 논의에서 이들 형태소는 피사동사를 파생 하는 접사로 기술되는 입장이다.

이처럼 피사동사를 만드는 이들 형태소의 문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피동과 사동이라고 하는 통사적 과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통사적 요소인 굴절어미 즉 활용어미로 기술될 가능성도 있고, 반면에 어기와 직접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어간을 형성하기 때문에 파생접 사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모두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굴절과 파생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은 지금 우리의 논의와 관련하여 대단히 중요한 속성이라 할 수 있다.

송철의(1992:174-9)에서는 여섯 가지 중요한 근거를 제시하여 ‘-이-~-히-~-리-~-기-’에 의한 피 사동사의 형성을 파생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함을 밝히고 있다. 우리의 논의 역시 이들 형태소를 피 사동을 형성하는 파생접사로 기술하는 입장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지는 부 분은, 이들 접사에 의한 피사동사의 형성이 파생에 좀 더 가까운 것이라 할지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 었던 만큼의 ‘굴절’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즉 화자와 청자가 이들 피사동 파생접사가 결합된 파생어간을 활용 패러다임과 동일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피사동사 형성은 이처럼 이 패러다임이 굴절인지 파생인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포함할 뿐 아니 라 공시성과 통시성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피사 동 파생에 대한 공시적 생산성의 문제는 음운론적인 측면에서 먼저 검토되어, 비음운론적인 제약의 문제라든지 어휘화 등의 개념과 더불어 피사동 파생을 통시적인 재구조화 과정으로 기술하였다. 형 태음운론적으로 이들 파생어는 공시적인 생산성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처리되었는데, 이는 공시음운 론의 논의가 생산성이 분명한 활용과 곡용의 굴절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기술됨으로써 파생의 경우 통시적인 현상으로만 이해했던 경향과 관련이 있다.6) 김성규(1987)에서는 피사동접사의 이형태들의 출현 조건과 관련한 음운론적 환경을 정확히 명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 파생 과정의 공시성은 근본적으로 부정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음운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들 접사가 결합된 어간들은 어휘화의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는 등

6) 피사동 파생의 경우가 통시적이라는 것은, 어기와 접사의 결합이 공시적으로 생산적이지 않고 이전 시기에 만들어 진 피사동 파생어 자체가 하나의 단위로 어휘부에 등재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명옥(1988)과 곽충구(2004) 등의 논의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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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공시적인 생산성을 논의하기 힘든 통시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형태소들 간의 결합을 근거로 하는 생산성 개념에 근거한다면 파생의 공시성은 분명 상대적으로 활용이나 곡용에 비해 뒤 떨어진다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의 공시음운론의 논의가 암묵적으로 활용과 곡용 패러다임에 주로 국한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전적으로 생산적인 굴절어미(조사와 어미)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공시성 을 논의하는 한계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피사동 파생의 경우, 음운론적인 규칙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다소 결여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공시적 생산성을 무시하고 모든 피사동 어간들이 어휘화되어 있다고 보기는 무리인 것 같 다. 특히 논의의 대상을 현대국어에 국한하지 않고 보면, 시기에 따라 방언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 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단정은 금물이라 하겠다. 이러한 논의는 특히 형태소들 간의 ‘결합’만이 아 닌 ‘분석’의 관점에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은 대단히 유효한 판단 기준이 된다.

소신애(2007)에서는 피사동 파생의 경우 어기나 접사의 변화에 따라 통시적으로 새로운 파생어 형 성의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피사동 접사가 결합하는 어기의 재구조화에 따라 파생어 가 재형성 되는 경우와 어기는 그대로인데 새로운 접사가 결합하여 새로운 파생어가 형성 되는 경우 를 살펴 파생어의 통시성 문제를 재고하고 있다. 기존의 논의에서 피사동 파생의 경우를 통시적인 현상으로 기술한 것은 현대국어라는 시점과 표준어라는 기준에 근거한 때문이라고 보면서, 어떤 활 용어간이 재해석, 단일화, 차용, 유추 등과 같은 비음운론적인 요인에 의해 재구조화하였을 때 새로 운 파생어가 재형성된다면 이는 피사동 파생을 단순히 통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없게 하는 증거라고 주장하였다.7) 또 하나, 어기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도 기존의 접사 대신 새로운 접사가 결합하여 새로운 피사동 파생어를 형성하는 경우 역시 그 통시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라고 기술 하고 이 같은 파생어의 재형성을 이형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하였다.

송철의(1992:182-5)에서도 이미 음운론적인 관점에서 피사동 파생의 공시적 생산성을 전적으로 부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능동사의 패러다임과 피사동사의 패러다임의 관계 가 분석적인 측면에서 분명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무조건 이들 피사동 파생의 경우를 통시적인 결과 라고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다음과 같은 두 패러다임의 비교를 통해 화자와 청자는 자연스럽게 피사동 파생접사를 분석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익고 익어 익히고 익히어(~혀) 익지 익으니 익히지 익히니 익게 익으면 익히게 익히면

이러한 분석은 화자나 청자가 이 파생어간의 형태론적 구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7) 소신애(2007:8-15)의 논의를 참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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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이제 피사동사 형성이 지닌 문법적인 속성(굴절적 속성을 지닌 파생 범주)과 화자나 청자가 지닌 분석 능력에 근거하여, 피사동 파생접사 ‘-이’가 결합된 파생어가 어떤 변화 과정을 거치는지 그리고 왜 ‘>이’에서처럼 원순성을 소거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2. 피사동 파생접사 ‘-이-’의 변화 과정

이 같은 과정을 확인해 보기 위해 피사동 파생접사 ‘-이-’가 결합된 중세국어의 예들이 어떤 변화 를 거치는지 검토해 보도록 하자.8) 다음은 ㅿ의 소실 이후 활용어간이 재구조화된 후 그 어기를 바 탕으로 파생어가 재형성되는 경우를 보여주는 예들인데, 어간말음의 변화에 따라 접사 ‘-기-’가 새롭 게 결합하여 새로운 파생어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사동 접사 ‘-이-’는 현대국어와는 달리 생산적이었지만 후대로 가면서 그 생산성이 약화되어, 중세국어 이후 어간말음의 변화에 따라 새로 운 음운론적 환경에 맞는 ‘-기-, -리-, -히-’를 새롭게 선택하여 새로운 파생어를 형성하였다.

(笑)-: 이- > 우이- > 웃기-

(奪)-: 이- > 아이- > 앗기이- > 앗기-

15세기에 ㅿ을 어간말음으로 가지고 있었던 다른 어간들도 피사동 접사 ‘-이-’의 생산성을 반영하 듯 ‘이-, 이-, 이-, 이-’ 등으로 나타났지만 이들의 후대형을 현대국어에서 찾을 수가 없어 서 위의 두 어간들과 동일한 변화를 겪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위의 두 어간은 어간말음의 변화 와 함께 다른 /t/말음을 가진 어간들처럼 피사동 접사로서 ‘-기-’를 선택하여 재구조화 하였다. 소신 애(2007)에서는 이와 같은 파생어 재형성의 기제가 규칙일 수도 있고 유추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 은 기존의 파생어를 화자나 청자가 ‘분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고 이는 피사동 파생이 시기에 따라 단순히 통시적인 현상으로 기술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ㅿ을 말음으로 가지고 있는 어간들의 파생어가 ㅿ말음이 ㅅ으로 재구조화되면서 새로운 음운 론적 환경에 타당한 새로운 파생접사 ‘-기-’를 선택했다는 것은 공시성과 통시성의 정의가 단지 ‘결 합’의 차원에서만 논의되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웃기-’로 변화하기 위해서 는 어간말음의 변화에 대한 인식과 어간과 파생접사간의 경계 인식과 같은 분석적 인식에 근거하여 음운론적으로 타당한 새로운 이형태를 결합하게 되는 과정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접사 ‘-이-’ 대신에 ‘-리-’를 결합하여 새로운 파생어간을 만들어낸 경우이다.

벌(羅)-: 버리- > 벌리- 얼(冰)-: 얼우- > 얼리-

8) 널리 알려진 예들이므로 인용은 생략하고 어간과 접사가 결합된 형태만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7)

‘벌-’은 원래 ‘버리(벌-+-이-)-’와 같이 ‘-이-’를 결합하는 파생어간이었지만 ‘ㄹ’을 어간말음으로 가진 대부분의 어간이 ‘-리-’를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표면음성형에 이끌려 ‘-리-’를 결합하는 새로운 파생어간을 형성한 것으로 생각된다. ‘얼-’의 경우는 이러한 패러다임 상의 압력을 더욱 분명 히 보여주는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이 어간의 경우는 원래 접사가 ‘-우-’였으나 역시 어간말음이

‘ㄹ’이었던 까닭에 다수의 ‘ㄹ’말음 패러다임에 유추되어 ‘얼리-’와 같은 파생어간을 새롭게 만들어 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어간말음의 음운론적 조건에 따라 예외적인 패러다임을 제거해 내고자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접사 ‘-이-’ 대신에 ‘-히-’를 결합하여 새로운 파생어간을 만들어낸 경우인데, 순경음을 말 음으로 가지고 있었던 어간들의 피사동 파생어로서 이상의 파생어들보다 좀 더 복잡한 변화의 과정 을 보인다.

더(汚)-: 더러- > 더러이- ~ 더레- ~ 더레이- > 더럽히-

(臥)- :누이- ~뉘이- > 눕히-

(暑)- :더이- > 덥히-

(履)- :이- > 피-~ 피- ~ 히이- > 밟히-9)

어간말음 ㅸ이 존재하던 시기에 파생접사 ‘-이-’가 결합되던 것이 순경음의 소실과 더불어 어간말 음이 ‘ㅂ’으로 변화하고 이 음운론적 조건에 적합한 이형태인 ‘-히-’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보아 왔던 예들이다. 단선적으로 보면 ‘더러->더러이->더럽히-’로 변화하는 과정을 상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어간말의 순경음이 모든 어미나 접사 앞에서 규칙적으로 ‘ㅂ’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기 때문 에 ‘더러->더러이->더럽히-’의 과정으로 기술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한데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 자. 어간 ‘더-’은 어간말음 ㅸ이 w로 변화한 후 현대국어에서 ㅂ불규칙활용을 보이는 경우이다.

현대국어의 활용 패러다임과 피사동 패러다임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더럽고 더러워 더럽지 더러우니 더럽게 더러우면 더럽히지

반면 순경음을 말음으로 가지고 있었던 시기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9) ‘-’의 경우 ‘피-~ 피- ~ 히이-’로의 변화를 보이는데, 어간말음이 ‘ㄹ’계 자음군이어서 그런지 순경음의 소실 이후, 새로 ‘-히-’접사를 결합한 후 표기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기만 한다. 연철표기인 ‘피-’, 중철표기 인 ‘피-’ 그리고 분철표기인 ‘히이-’가 문헌에 나타나고 있다.

(8)

더럽고 더러

더럽디 더러니 더럽긔 더러면

더러디(~더러이디)

두 패러다임을 비교해 보면 피사동 파생의 경우 순경음을 말음으로 지니고 있던 시기에는 모음으 로 시작하는 활용어미들과 동일한 패러다임을 보이다가 순경음이 소실되어 어간의 재구조화가 진행 된 후에는 자음어미들과 동일한 패러다임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순경음의 소실 이후 모음으로 시작하는 환경 앞에서 ‘w’로 변화한 다른 활용형들과 비교해 보면 ‘더럽히-’의 출현은 결코 ‘더러

->더러이->더럽히-’의 단선적 결과라 할 수 없다. ‘-’과 ‘-’의 경우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이지만 순경음이 연철표기로 등장하지 않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역시 ㅂ불규칙활용의 양상을 보이는 ‘눕 -’과 ‘덥-’의 활용과 피사동 파생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눕고 누워 덥고 더워 눕지 누우니 덥지 더우니 눕게 누우면 덥게 더우면 눕히지 덥히지

순경음을 말음으로 가지고 있던 시기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눕고 누 덥고 더

눕디 누니 덥디 더니 눕긔 누면 덥긔 더면

*누디 *더디

순경음 말음이 연음되어 표기된 ‘누-’와 ‘더-’와 같은 형태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더-’과 동일한 패러다임 실현 양상을 보일 것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피사동 파생의 경우 접사 결합 의 기반이 되는 어간말음을 ‘ㅂ’으로 선택함으로써 중세국어 시기와 다른 패러다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파생접사의 결합은 어떻게 실현된 것일까? 소신애(2007:20-3)에서는 이형태를 최소화 하려는 제약이 작용한 것으로 보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방향성을 지향하게끔 하는 기제가 무 엇일까 하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더럽히다’의 경우와는 달리 ‘눕히다’나 ‘덥히다’의 경우는 ‘누이 다(뉘다)’나 ‘데우다’와 같은 과거의 접사를 결합한 상태의 파생어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다음의 변화 단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9)

더러이- > 더레- > 더레이- 누이- > 뉘- > 뉘이-

엄밀한 의미에서 위의 파생형들은 거의 공존에 가까운 것이지만 음운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약간 의 시차를 드러낸다. ‘더러이-’와 ‘누이-’가 ‘더레-’와 ‘뉘-’로 표기될 수 있다는 사실은 하향이중모 음화를 겪었다는 것이고 이후 다시 ‘-이-’가 결합한 ‘더레이-’와 ‘뉘이-’의 등장은 이중모음의 단모 음화에 의해 파생접사가 어간으로 어휘화하자 다시 파생접사를 중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이 경우는 그래도 동일한 이형태의 중가이지만 ‘데우다’의 경우는 또 다른 피사동 접사(이형태)의 결합 이라는 측면에서 ‘-이-’의 약화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10)

더이- > 데- > 데우- 서이- > 세- > 세우- 자이- > 재- > 재우- 차이- > 채- > 채우- 타이- > 태- > 태우-

위에서 볼 수 있는 일련의 예들을 통해서 피사동 접사가 어간모음과 하향이중모음화한 후 또 다 른 피사동 접사 ‘-우-’가 다시 결합되어 새로운 파생어간으로 어휘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 럼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접사가 결합하여 ‘눕히다, 누이다’ 그리고 ‘덥히다, 데우다’와 같은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두 가지 패러다임이 공존할 수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과거의 파생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히-’가 결합된 새로운 파생형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형태의 수를 줄이려 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라면 이러한 공존은 의미적 차이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어 휘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이-’결합형의 파생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히-’결합형의 파생어가 등장하게 된 과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다음과 같은 가상의 패러다임을 한번 살 펴보자.

눕고 누워 덥고 더워 눕지 누우니 덥지 더우니 눕게 누우면 덥게 더우면 누이지 *더이지

10) 그러나 동일한 음운론적 환경을 가지고 있는 ‘지내-’나 ‘건네-’ 등은 ‘-우-’를 결합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규칙적 인 변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패러다임의 변화 유형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중세국어 당시의 정 확한 표기를 제시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10)

‘*더이지’ 형은 현대국어에 존재하지 않지만 ‘누이지’형은 ‘누이다’의 활용형으로 현대국어에 존재 하고 있으나, 지금 위의 가상 패러다임의 그것과 동질적인 것은 아니다. 위 패러다임 속의 ‘누이지’

는 통시적으로 ‘눕히지’의 출현이 없었다는 가정 하의 가상적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가상 패러다임 내에서 파생형인 ‘누이-’의 존재가 분명 현대국어의 진짜 패러다임에 비해 훨씬 불규칙적인 어간 패 러다임을 만들어 냄을 알 수 있다. 어차피 불규칙한 패러다임이라고 하더라도 다음 패러다임들을 비 교해 봄으로써 그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 ⓒ 눕고 누워 눕고 누워 누이고 누여 눕지 누우니 눕지 누우니 누이지 누이니 눕게 누우면 눕게 누우면 누이게 누이면 눕히지 누이지

ⓐ는 현대국어의 ‘눕-’의 불규칙 패러다임이고 ⓑ는 가상의 패러다임이며, ⓒ는 현대국어의 ‘누이 -’의 규칙 패러다임이다. ⓐ패러다임과 ⓑ패러다임의 복합기저형을 비교해 보면 ⓐ의 기저형은 /눕 -~누우-/로 설정되고 ⓑ는 /눕-~누우-~누이-/로 설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11) ⓒ의 경우 규칙적 인 어간 패러다임이므로 단일기저형 /누이-/를 설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와 ⓒ의 두 패러 다임을 공존케 하는 것이 ⓑ와 같은 복합기저형을 설정하여 어휘부에 부담을 주는 것보다 더 경제적 이라 할 수 있다.12)

굴절 패러다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앞에서 규정하였지만 피사동사의 형성이 통사적 요소로서 굴절적 속성을 지니고 있음도 앞서 언급하였다. 사실 피사동 파생의 경우 기본적으로 용언 어간을 만드는 과정이므로 굴절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고, 일반적인 화자나 청자의 경우 파생과 굴절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순경음의 변화에 의 해 어간이 재구조화하고 동시에 접사의 이형태들 간의 생산력에도 차이가 생김으로써 피사동 파생어 의 형성에 굴절(활용) 패러다임은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위의 세 패러다임 가운데 ⓑ의 존재가 부정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파생형이 굴절 패러다임과의 음성적 유사성을 잃게 된 때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파생이지만 굴절 패러다임을 참조하게 되고 동시에 어간과 접사를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 에 새로운 파생형 ‘눕히-’를 생성해 낼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Booij(2005:74)에 의하면 화자와

11) 종래에 ‘다중기저형’ 내지는 ‘복수기저형’이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여 왔으나 최명옥(2004:225)에서는 ‘복합 기저형’이라는 표현이 ‘단일기저형’에 대립되는 표현으로 적합하다고 주장하였다. ‘누이-’가 사동사 어간이므로 ‘눕 -~누우-’와는 별개의 기저형으로 설정되겠지만 ⓑ패러다임의 실재가 불가한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 편의상 묶어 설 명하였다.

12) 송철의(1983:52-4)에 의하면 현대국어에서 ‘누이(뉘-)-’와 ‘눕히-’ 그리고 ‘데우-’와 ‘덥히-’는 일정한 의미 차이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즉 이미 이들은 각각 별개의 어간으로 완전히 재구조화한 것이므로 ⓐⓒ 두 패러다임의 공존 은 어휘부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11)

청자는 서로 다른 패러다임들을 참조함(cross-referencing)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성해 낼 수 있 다고 보았다.

ⓒ패러다임의 존재는, 단순히 이형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눕히-’와 같은 새로운 파생형이 등장 한 것이라고 한다면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되는 패러다임이다. 굴절 패러다임의 영향으로 새로운 파생 어가 형성되어 좀 더 예측 가능한 패러다임을 형성했음에도, 기존의 파생어가 아예 어휘화하여 독립 적인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것 역시 단순히 이형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피사동사가 만들어졌다 고 볼 수 없는 문제임을 우리에게 이야기 해준다.

3. ‘>이’의 변화와 파생 패러다임

피사동 파생의 패러다임 전반에서 이형태 선택은 큰 변화를 겪게 되어 아래의 예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원래 ‘-이-’접사가 결합되었던 어간들이 ‘-히-’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도 하였다.13)

니기-(닉-+-이-) > 닉키-(닉-+-히-) > 익히- 닐기-(닑-+-이-) > 닑히-(닑-+-히-) > 읽히-

기-(-+-이-) > 키-~키-~히-(-+-히-) > 밝히-

이들은 어간 자체의 변화가 없는데도 접사의 선택이 달라져 새로운 파생어를 만들었기 때문에 파 생접사의 이형태 패러다임 자체에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근대국어 시기 이후 파생접사

‘-이-’와 ‘-히-’의 결합 조건에 변화가 생겨 ‘-이-’에 비해 ‘-히-’의 생산성이 우월해졌다고 보아야 한다.14) 결론적으로 ㅸ을 어간말음으로 가지고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우리는 피사동사를 만들어 내 는 파생접사의 생산성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피사동 파생이 현대국어 이전 시기에 굴절 패러다임만큼은 아니더라 도 상당한 공시적 생산성을 지녔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파생접사의 다른 이형태를 결합함 으로써 새로운 피사동사를 만들어냈는데, 이와 같은 과정이 가능하게 한 것은 화자와 청자의 분석력 과 그러한 분석을 가능케 하는 능동사 활용 패러다임의 존재였다.

파생접사 이형태들의 생산성 변화의 문제와 그에 따른 파생어 재형성의 문제는 그만큼 피사동 파 생어간을 만드는 파생 패러다임의 체계가 공고함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피사동 파생 접사 이형태들 간의 선택 조건을 떠나 전체적인 피사동 파생 패러다임 자체의 생산력을 증명하고 있

13) 소신애(2007:16)에서는 동일한 어기에 상이한 접사가 결합하여 파생어가 재형성된 것으로 보았다. 즉 문법적 기능과 의미가 동일한 경쟁관계에 있는 접사가 기존의 접사 대신 어기에 새로 결합함으로써 이전 시기와는 다른 파생어가 형성되는 것이므로 피사동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았다.

14) 송철의(1992:183)에서는 근대국어 시기에 이와 같은 파생접사 이형태들 사이의 생산성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 고, 연대 상으로 당시의 유기음화 현상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12)

는 것이다. 따라서 순경음의 변화공식에 따라 원순성을 드러낼 여지는 아예 없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순경음을 말음으로 가진 ‘더러-’ 류의 어간들이 파생접사 ‘-이-’와 결합한 경우, 접사 ‘- 이-’에 대한 화자와 청자의 분석이 명확하였기 때문에 음소로서의 순경음이 사라진 뒤에는 파생접사 형태소를 명확히 드러내고자 ‘더러이-’로 실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활용형들의 경우 어미와의 결합에서 원순성을 드러내어 현대국어에서 불규칙 활용 패러다임을 실 현하게 된 반면, 피사동 파생의 경우는 이형태간의 교체조건이 자동적이지는 않더라도 현대국어에서 도 여전히 분석 가능한 존재라는 점에서 활용 패러다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활용어미들 이 순경음의 변화에 의해 어간과의 경계를 무너뜨려 재구조화의 과정을 밟게 된 것과는 달리, 피사 동 파생접사는 역시 ‘피사동’이라는 문법 기능의 구현 때문인지 자신의 형태론적 구성을 확고히 하 고 있다. 활용어미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어간의 생성에 참여하지 않는 반면, 피사동 파생접사의 경우는 새로운 파생어간의 생성에 참여하는 통사적 속성이 있기 때문에 화자와 청자는 어간으로부터 파생접사를 분석해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러한 속성이 중세국어 시기에 피사동접사

‘-이-’가 결합하는 경우에 원순성을 드러내지 않고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게 해준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리하면, 피사동 접사 ‘-이-’가 결합하는 경우 ‘>이’와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ㅸ>w를 압도했던 파생 패러다임의 압력이라고 할 수 있다.15)

활용 패러다임에서와는 다른, 순경음의 변화에 대한 독자적인 속성을 보면 파생 패러다임과 활용 패러다임은 서로 관련이 없거나 견제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파생접사 이형태 간의 위계가 변화하여 ‘-이-’가 생산성을 잃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두 패러다임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패러다임 간의 간섭 내지는 압력은 피사동사 형성이 지니는 파생과 굴절 사이의 경계적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어기의 생성에 패러다임이 작용하는 경우 동일 범 주만을 고려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파생 범주와 굴절 범주 사이에도 패러다임 간의 유추는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16)

실제로 화자와 청자는 음성과 의미라는 언어의 가장 근본적인 범주에 근거하여 많은 어휘항목들 의 연관성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 직관이 언어학적으로 타당하냐의 문제는 차원이 다른 것인데, 과도 교정이나 오분석 등을 보면 화자나 청자의 언어적 분석이 반드시 타당할 수는 없 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어휘 항목간의 연관성은 기본적으로 계열관계에 근거할 수밖에 없어서, 계열관계를 통해서 이형태, 형태소 혹은 단어를 선택하게 되고 이를 근거로 어휘 항목의 확 장이나 변화 내지는 재구조화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계열관계는 결국 패러다임을 형성하게 되고 이들 패러다임은 결코 단순치 않게 서로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같은

15) Booij, G.(2005:71-4)에서 제시한 ‘Paradigm Pressure’의 개념을 수용하였다. 패러다임의 압력에 의한 재구조화에 대 한 언급은 곽충구(1994:583)에서 ‘유사한 패러다임 체계의 구조적 압력’이라는 기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16) 김경아(2008)에서는 동일한 문법구성을 가진 동일한 표면음성형에 유추되어 서로 다른 활용 패러다임 간의 유추가 이루질 수 있고, 그로 인해 하나의 어간 형태소에 대해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공존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13)

관점에서 볼 때 ‘눕히-’류 파생어의 생성은 규칙적인 활용 패러다임을 참조함(cross-referencing)으로 써 불규칙한 피사동 패러다임이 좀 더 규칙적인 패러다임을 실현하게끔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Ⅲ. 부사 파생의 경우

1. 부사 파생의 특성

국어의 부사들 가운데 파생부사들은 대부분 접사에 의해 형태론적 구성을 만들어 나가는데, 그 가 운데 파생접사 ‘-이’에 의한 부사파생의 경우는 대단히 생산적이다. 그러나 다음의 예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순경음의 변화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음운변화의 결과 설령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파생부 사의 경우에도 어휘화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들이 꽤 있다.17)

쉬(이), 고이, 가벼이, 가까이, 두터이, 새로이, 외로이 곧이, 굳이, 같이

오래18)

위의 예들을 현대국어에서 생산적인 부사파생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파생부사들로 보려면, 접사 의 생산성뿐 아니라 어간의 생산성도 고려해야 하는데 위의 예들의 경우 접사의 분석이 가능해도 어 간의 형태가 기존 패러다임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즉 ‘쉬, 고, 가벼, 가까, 두터, 새로, 외로’ 등의 형태는 현대국어 ‘ㅂ’불규칙어간의 패러다임 내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이므로 이들 파생부사는 접사의 생산성과 무관하게 하나의 형태소로 어휘화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경우들이다.

결국 어간과 접사들 사이의 분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의 파생접사 ‘-이’가 공시적으로 생 산적인 파생의 과정을 통해 결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위의 예들은 순경음의 소실과 구 개음화 그리고 이중모음의 단모음화와 같은 음운변화들에 의해 어간과 접사가 결합한 채 어휘화하였 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굳이’와 같은 예들은 구개음화에 대한 화자와 청자의 인식이 분명하여 어 간과 접사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기형에 대한 분석이고 이 표기가 실제 음성형 인 /고지, 구지, 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어간과 접사의 분석은 불가능 하고 따라서 공시적인 파생의 과정이라고 할 수 없다.19) ‘오래’의 경우는 공시적으로 파생접사 ‘-이’

17) 중세국어에서 사용되었던 많은 ‘-이’파생부사들이 현대국어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 기, 기, 거츠리, 드므리, 모디리, 어두이, 더(>더이) 18) ‘오라다>오래다’는 피사동 파생접사가 결합한 채 재구조화한 것이다.

(14)

를 분석해 낼 수 없으므로 의당 어휘화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국어에서 나 중세국어에서나 ‘-이’ 접사에 의한 부사 파생의 패러다임은 대단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2. 부사 파생접사 ‘-이’의 변화 과정과 파생 패러다임

앞서 살펴본 피사동 파생접사 ‘-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사파생접사 ‘-이’의 경우 역시 그 음 성의 동일성 때문인지 ㅸ말음 어간과의 결합에서 유사한 변화의 양상을 드러낸다. 다음의 예를 통해 서 알 수 있듯이 동일한 변화의 과정을 보인다.

더(汚)-:<피사동파생> 더러- > 더러이- ~ 더레- ~ 더레이- > 더럽히-

<부사파생> 더러 > 더러이

‘-이’가 결합하는 부사 파생어의 경우 순경음의 변화와 관련하여 예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피사동접사 ‘-이-’가 결합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이’의 변화를 보인다.

셜 > 셜이 수 > 수이 > 쉬 갓가 > 갓가이 > 가까이

우리는 피사동 파생접사가 결합하는 경우와 동일한 관점에서 ‘-이’ 부사 파생어에서 원순성이 소 거되는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순경음을 말음으로 가지고 있었던 어간들의 기 저형 설정 문제를 간략히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현대국어를 대상으로 한 그 간의 논의들에서 모음어미 앞에서의 기저형을 /Xw-/로 보느냐 /X우-/

로 보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는데, 현대국어에서 하향 이중모음 그것도 w계 하향 이중모음을 인정하 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측면에서 /X우-/가 복합기저형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았다. 지금 우리의 논의 에서 새삼스레 기저형 설정의 문제를 언급할 필요까지 느끼지는 않지만, 통시적으로 순경음이 소실된 직후의 단계에서는 w계 하향 이중모음을 가진 /Xw-/와 같은 기저형이 존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추측 해 본다. 즉 그 시기에 다음과 같은 복합기저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20)

/ 더w- ~ 덥- / / 도w- ~ 돕- /

19) 치조 파찰음이 전설모음과 전설반모음 앞에서 구개음화하는 현상은 이미 통시적인 변화이지만 규범 교육 등을 통 해 인식하고 있는 현상인 까닭에 ‘굳-+-이’와 같은 분석을 유도해내는 것이 용이하다.

20) 김경아(2006:53)의 논의를 참조하였다.

(15)

그러나 /Xw-/와 같은 기저형의 설정은 현대국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세국어의 경우에서도 그다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세국어 시기에 y계 하향 이중모음 체계가 존재했다 하더라도 w계 하향 이중모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당시 모음체계에서도 큰 부담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담 때문에 후행하는 모음어미와의 연결을 통해 ‘오’와 ‘우’로 변화하여

‘더우-’나 ‘도오-’와 같은 기저형을 복합기저형의 하나로 설정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우리가 과도적으로나마 w를 어간의 말음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 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부사 파생접사 ‘-이’나 피사동 파생접사 ‘-이-’ 앞에서 w가 사라진다는 사 실에 있다. 먼저 음운론적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ㅸ>w’ 공식의 예외로 취급되던 ‘>이’가 /Xw-/라는 기저형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다소 의외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음자 ‘ㅟ’의 음소 표시가 /uy/라는 사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의 실제 표면음성형에서의 변화는 ‘βi>wi’이지만 ‘wi’와 같은 음성적인 층위의 이중모음을 표 기할 수단을 이 시기의 국어는 갖지 못했고 ‘ㅟ’는 y계 하향 이중모음인 /uy/를 나타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표기상으로 ‘ㅟ’가 아닌 ‘ㅣ’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중모음 체계상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나 ‘-’의 변화를 한번 생각해 보자. 만일 ㅸ>w의 변화이 후 ‘더w-’가 아닌 ‘더우’로 이미 재구조화하였다면 ‘더우-+-이→더위’라는 표기가 가능하였을 것이고 이때 ‘위’는 /uy/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어간의 모음이 ‘고w-’가 아닌 ‘고오-’였다면

‘고오-+-이 →고외’였을 것이고 이때 ‘외’는 /oy/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간말음이 모음

‘우’나 ‘오’로 이미 재구조화하였다면 후행하는 부사 파생접사와 연결되어 당시의 모음체계에서 합당 한 지위를 가지고 있던 y계 하향 이중모음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헌에 실제로 등장하는 표기형은 ‘더이’와 ‘고이’라는 사실은 이들 용언어간의 말음이 ‘w’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kow-+-i→kowi).

그러나 w계 하향 이중모음을 어간의 기저말음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당시의 모음체계를 고려할 때 분명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표기를 통해 외현되지 않기 때문에 그 시기를 정확히 가늠 하기는 어려우나 ‘-이’계 접사들 앞에서의 원순성이 표기에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w가 완전히 사라지 는 것(βi>wi>i)과 더불어 /더우-/ 내지는 /고오-/와 같은 기저형으로 재구조화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과도기적으로 w를 어간말음으로 한 기저형을 거쳐 재구조화의 과정을 밟아 나 갔다고 보지만, 이것이 표기로 드러날 수는 없었다.21)

그러나 부사 파생접사가 ‘-이’가 결합되었을 때, 원순성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단지 이중모음 체계나 표기가 가진 한계 때문만이었을까? 우리는 과도기적으로 존재하여 음성적 실재성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wi’라는 표면음성형이 ‘-이’ 부사 파생접사 패러다임의 큰 압력 역시 받았을 것

21) ‘(笑)-: 이- > 우이- > 웃기-’의 경우 ‘ㅿ’이 연철되지 않기 때문에 ‘-이-’의 음성적 실체를 [ɦi]로 보는데, 그 럴 경우 이 접사는 원래 ‘-기-’였을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파생어간의 ‘-이-’도 표기의 한계를 드러낸다 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16)

으로 생각한다. 그 시기에 대단히 생산적이었던 ‘-이’ 접사는 화자나 청자에게 분석력에 있어서나 결 합력에 있어서나 강력한 존재였을 것이고 이러한 힘은 음소적 지위를 지니지 못한 ‘wi’를 표면에 충 분히 드러나지 못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22) 이러한 사실은 예들이 많지는 않지만 부사 파생접사 가 결합되지 않은 경우에는 원순성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치 > 치위 더 > 더위 디 > 디위(~디외~디웨)

위의 예들은 ㅸ>w의 공식을 충실히 따라 ‘>위’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명사 파생접사의 경우 단 언하기는 어렵지만 ‘치, 더’의 예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 파생어 자체가 하나의 단위로 인식되 어 접사에 대한 분석이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보이고,23) 연결어미‘-디’의 경우는 형태소 내부이기 때문에 분석적 인식이 불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결국 패러다임적인 압력이 가해지지기 어려 움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러한 특성이 음성적인 특성을 반영할 수 있게 한 것은 아닐 까 추측해 본다.

결론적으로 피사동 파생접사 ‘-이-’에 비해 현대국어에서까지도 여전히 생산적인 부사 파생접사

‘-이’라면 중세국어 시기에도 ㅸ>w라는 변화를 거부하며 ‘-이’의 형태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Ⅳ. 맺는 말

우리는 이상의 논의를 통하여 음운변화의 예외를 설명하기 위해 패러다임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 보았다. 순경음의 변화에서 원순성이 사라지는 예외적인 변화가 특정의 파생 패러다임에서 나타난다 는 사실에 주목하고 기존의 음운론적인 설명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고 하였다.

사실 파생 범주가 굴절 범주에 비하여 덜 생산적인 것으로 기술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형태소들의 결 합력 때문이다. 생성문법적 기술 태도의 습관이기는 하지만, 기저에서 표면으로 도출되는 과정을 상정 하게 되면 당연히 결합의 문제가 생산성의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형태소들의 결합력은 공시적인 생산성을 판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어서, 결합력을 지니지 못하면 통시적인 관점에서 기술되었다. 그러 한 측면에서 파생 범주가 상대적으로 굴절 범주에 비해 비생산적인 것으로 처리되었던 것이다.

22) 중세국어에서 어간모음 ‘/으’는 주격조사 ‘-이’나 명사 파생접사 ‘-이’ 앞에서는 탈락하지 않고 유지되는 반면 부사 파생접사 ‘-이’ 앞에서는 반드시 탈락한다. 이는 부사 파생접사 패러다임의 힘을 보여주는 한 예라는 생각이 든다.

23) 심사위원의 지적에 따르면 정확한 표기는 ‘치, 더’이기 때문에 아예 예외적일 수 있다.

(17)

그러나 화자나 청자들은 결합력과는 별개로 어떤 형태소 혹은 형태들을 분석해 낼 수 있는 능력 이 있다. 과도교정이나 재분석 혹은 오분석 등은 결합이 아닌 분석과 관련한 현상들이다. 이 경우 화자나 청자가 분석해 낼 수 있는 형태소 혹은 형태는 공시적으로 결합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 는 경우들도 많다. 따라서 결합력에 근거한 공시적인 형태음운론의 논의에서 이러한 부분들은 당연 히 논의되기 어려웠고, 통시적인 변화 과정으로 기술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왜냐 하면 형태음 운론적 교체라는 개념 자체가 ‘공시성’과 ‘생산적인 결합력’에 근거하고 있는 까닭에 공시적으로 생 산적인 활용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음운과정을 기술하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는 ㅸ말음 어간과 파생접사들의 결합에서 원순성이 소거되는 이유가 파생접사들에 대 한 분석 가능성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여 ‘분석’이 접사들의 생산성을 확인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음 을 검토하였다. 즉 파생접사들에 대한 화자와 청자의 분석력이 ㅸ>w라는 변화에 저항하여 ‘이’라는 표면음성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접사 이형태의 선택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파생어들이 재형성되는 문제도 분석에 근거한 파생 패러다임의 생산성에 근거한 것이라는 결 론에 이르렀다. 특히 새로운 파생어의 형성이 파생 패러다임을 넘어서 활용 패러다임과의 상관관계 속에 만들어질 수 있음을 확인하여, 패러다임 간의 유추가 문범 범주의 틀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정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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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2010년 10월 20일에 투고되어,

2011년 1월 4일에 편집위원회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2011년 1월 17일까지 심사위원이 심사하고,

2011년 1월 20일에 편집위원회에서 게재가 결정되었음.

(19)

❙Abstract❙

A Correlation between the Phonological Change and the Paradigms

24)Kim, Gyeonga*

This paper examines a correlation between the phonological change and the paradigms. ‘β>w’ is the famous formula by the regularity of phonological change. The ‘β>w’ processes evidently affect the restructuring of underlying form and they push forward the direction of ‘>와/>워/>오/>

우’ on the majority of paradigms. But there is a serious exception against ‘β>w’, w disappears on some derivational paradigms like ‘>이’

In fact, the argument about ‘>이’ processes mainly focuses on changes in the phonological system. Up to the present, the restructuring related paradigms rises up as the important issue of phonology and morphology. As you know, ‘paradigmatic analogy’ and ‘reanalysis’ should be critical facts on the restructuring. Based on this approach, I argue in favor of the paradigmatic analogy on

‘>이’ change.

The reason why paradigms are so important for the analogical mechanism is that there are some examples for restructuring hard to explain through the rule mechanism. Nevertheless, the argument about analogical processes and paradigmatic analogy is not examined thoroughly. In this paper, I try to explain the paradigmatic analogy between inflectional paradigms and derivational paradigms.

Especially, I concentrate on the analogy cross some paradigms related the phonological change.

[Key Words] paradigmatic analogy, derivational paradigms, inflectional paradigms, phonological change, β>w

* Professor, Seoul Women’s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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