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화 - 우 리 과 학 자 이 야 기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라….
바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화학자 이태규 박사님이 활약했던 곳이기도 하지!
그럼 지금부터 이태규 박사님의 발자취를 더듬어볼까?
1907년 충남 예산. 다섯살의 이태규.
??
어? 박사님?
거긴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도둑질 당한 기분 나쁜 동네잖아요!
허… 그렇게 악연만 있는 도시는 아니란다!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학박사이자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른 과학자 이태규.
사실 그는 양자역학에 관한 연구로 외국에 더 잘 알려진 과학자다.
한 평생을 연구에 헌신한 과학자 이태규를 만나보자.
| 글∙그림 | 황중환∙386c@donga.com |
노벨상에도전한최초의한국인
※ 전북대 과학학과 김근배 교수가 인물선정과 자료 수집에 도움을 주고 있다.
휴우, 그만 묻고 형을 따라 다니며 신학문을 배우거라.
네 나이 이제 과거 볼 나이가 됐으니
경성으로 떠나거라!
그리고…
이말을 명심하거라
? 정신일도
하사불성!
네.
늘 끊임없이 노력하면 안될 일이 없다는
말씀이지유?
혼자유?
안됩니다. 이 아이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학습진도를
따라올 수 없을 겁니다.
그럼 그냥 학교 안에서 놀게
해주세유.
움직이기 때문이여!
어떻게유?
어린시절부터 사물에 대한 궁금증이 남달랐던 이태규…
정식입학도 아닌 청강생의 신분으로 학교에 다니게 된 이태규는
성적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월반을 거듭해 4년 만에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1915년 도지사의 추천으로 당시 최고의 명문이던 경성고보에 입학하고…
개화한 한학자였던 아버지는 남달리 영특한 이태규를 학교에 입학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이태규에게 자립심과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가 역경을 극복하고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하는데 아버지의 가르침이 큰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과학자로 명성을 날린
그가 항상 가슴속에 품었던
‘Keen Observation and Everlasting Effort’는 사실 그의 아버지에게서 들은 말을 나중에 영문으로 만든 것이다.
만 화 - 우 리 과 학 자 이 야 기
처음 경성고보에 입학한 어린 이태규는 시골티 나는 행색에 열등감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성적에서는 곧바로 수석을 차지하고 열등감을 극복해냈다고 한다.
경성고보를 졸업한 이태규는 3학년 시절부터 화학을 가르치던 호리 선생의 조수로 남게 되면서 여러가지 실험을 도왔는데, 그 중 산소제조 실험이 가장 재미있었다.
소학교 교사가 되고자 했던 소박한 꿈은 어느새
세계적인 화학자로 바뀌어져 있었다.
1920년 일본땅을 밟은 이태규. 그에게 가장 큰 장벽은 영어였다.
일본이 우민정책을 펴 조선에서는 영어를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1년여를 밤낮으로 공부한 이태규는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일본 학생을 모두 제치고
수석의 자리에 올랐고…
1924년 교토제대에 장학금까지 받으며 당당하게 입학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저, 경성고보가
워디래유? 쟤 뭐야?
촌놈 아냐?
저 짚신 좀 봐!
나막신도 아니고….
산소를 만들려면 염소산 칼륨을 가열하면 되는군.
그런데 이산화망간을 넣으면 산소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왜 그럴까?
네가 열심히 그 이유를 캐내다보면…
박사도 되고 세계적으로 훌륭한 학자가 될 터이니 한번 연구해보도록 해라.
휴우�
만만치 않은 녀석이네!
허허허허, 촉매의 역할이란다!
남녀간의 중매와 비슷하지!
! 촉매! 박사!
세계적인 학자!
태규상은 시험 안보고도 대학을 갈 수 있다며?
어! 그냥 오라는 대학이 줄을 섰대!
아, 내가 아는 영어라고는 ABCD밖에 없으니… 그렇다면!!!
유학!
고맙습니다.
선생님.
태규군, 자네 성적이 우수해서
히로시마 고등학교에 관비 유학생으로
결정됐네.
촉매? 중매?
쉽게 이해가 안되는걸요!
난 구두는 좋은 거 신었는데!
오, 말로만 듣던 호리바 교수가 지도해준다니….
자넨,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가?
남들은 7년 걸리는 일을 4년 만에 끝냈다는군!
호리바 교수님 고맙습니다!
아닐세, 자네는 이미 일본 최고의 화학자일세!
이제 선진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꿈만 같은걸….
아이슈타인, 테일러, 아이링.
저렇게 뛰어난 분들과 함께 연구하다니…. 닥터 리, 우리가 함께
연구한 촉매작용을
‘리-아이링 이론’이라 부르면 어떨까요!
가자!
아메리카로…
그럽시다!
같은 일본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무슨 소리야.
이 사람은 조선사람이라던데!
저는 촉매작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일산화탄소의 분해에 관해 연구해보게.
옙!
1931년 이태규는 이 테마에 대한 연구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이학박사를 따내게 된다.
이 일은 일본 언론이 보도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7년 후, 조선인이라는 차별을 극복하고 교토제대의 조교수로 임용되는데…
이는 그의 실력을 높이 산 호리바 교수의 배려였다.
1938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이태규 박사는 아이링 교수와 함께 양자역학을 체계화하는 연구를 계속했고 큰 업적을 남기게 된다.
비록 조교수가 됐지만 학문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던 이태규는 세계 석학들이 모여있는 미국으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만 화 - 우 리 과 학 자 이 야 기
리-아이링 이론, 엑설런트!!
닥터 리
멋쟁이! 양자란… 양자라면
춘자 동생 아니므니까?
바보, 경자 동생이므니다.
이태규, 짱!
이 박사님, 일본의 양자역학은 어찌 되겠스므니까?
뭐? 좌익이냐, 우익이냐고?
과학에 좌우가 어디 있어?
연구를 계속 해야 해!
한국사람?
이 연구를 진짜로 했을까요?
에이�
설마….
그 사람이 그 연구를 했다는군요!
그럼 노벨상 추천위원으로
모십시다!
안가시면 안되겠스므니까?
뭐? 오늘도 또 술자리라고?
연구는 언제 한단 말인가?
가야지요! 나는 개인이 아닌 조국의 아들입니다.
이제 제 조국에서 연구를 더욱 열심히 할겁니다!
리-아이링 이론은 분자점성학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그의 명성을 학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1945년 우리나라가 해방되자 이태규는 조국으로 돌아온다.
43세의 왕성한 나이에 귀국, 경성대학 이공학 부장과 서울대 문리과대학 초대학장을 역임하며
후학을 위한 학문적 기틀을 닦았으나…
그는 행정직을 맡으면서 저녁시간에 갖는 술자리를 가장 큰 고통으로 여기면서 연구에 차질을 빚는 것을 괴로워했다.
그는 유타대 교수로 재직하는 25년 동안
다양한 업적으로 세계화학계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1969년에는 노벨화학상 물망에도 올랐으나…
국력과의 묘한 상관관계로 인해 받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후에 노벨상 추천위원이 된 것은
그의 학문을 인정한 결과였다.
그는 결국 1948년 9월 프린스턴대 시절 만났던 아이링 교수가 있는 유타대로 떠난다.
그러나 1941년 험악해진 미∙일간의 관계로 인해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양자역학’을 강의하게 된다. 일본에 양자화학을 도입한 선구자로 이태규 박사는 일본 화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다.
예민한 관찰과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과학자가 될 자격이 없다!
즉 정신일도 하사불성!!!”
이제 여생은 조국에서 노벨상을 받을 만한 후학을
길러내기 위한 것이다!
이태규 박사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요?
제가 무슨 말 할지 인제 짐작가시죠?
Remember! Keen Observation and Everlasting Effort!
응용과학은 기초과학 위에서 설 수 있어요.
한국의 과학도들은 미국의 명문 대학인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학생들보다 우수해요.
그러나 기초과학에 전념하려는 한국 학생이 드물다는 것은 매우 서글픈 일이죠.
인간의 부귀영화는 한낱 검불에 지나지 않아요.
순수과학자에게는 진리를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Keen Observation and
Everlasting Effort!! 어이쿠, 눈많은 유타에는 빙판도 많구나!
마침내 1973년 입버릇처럼 말하던 고국에 돌아와 후학을 가르치게 된다.
무려 3백여편에 이르는 논문을 발표하고 젊은이들과 어울려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고 일제시대에는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미국시민권을 가지라는 주변의 유혹을 물리친 이태규 박사.
1992년 9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나라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몸으로 실천한 곧은 과학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