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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Historical Characteristics and Modern Trend of Torajan Traditional Housing in Indo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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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또라자 전통주거의 역사적 특성과 현대적 양상에 관한 연구

A Study on Historical Characteristics and Modern Trend of Torajan Traditional Housing in Indonesia

박순관*

Park, Soon-Kwan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the basic historical characteristics and its modern trend of Torajan traditional housing architecture in Sulawesi Province, Indonesia. The Toraja culture belongs to the cosmological culture with Cosmos centric characteristics. A traditional house, being called ‘tongkonan’ in Toraja region, is more than just a structure, representing the symbol of family identity and tradition. The Torajan architecture is a combination of the myth and cosmos, also regional conditions. With a short description of the general conditions and spiritual values of the Toraja, this paper explains the space-composition, the stylistic characteristics, the ornamental elements, construction, and its modern trend, etc. In general, it is raised on stilts several metres high, with a dramatically boat-shaped roof. Village layout varies according to size. The houses are arranged in a row, side by side, with their front gables facing north.

Each house stands opposite its own rice-barn. The houses with their oblong ground-plans, built on piles set on stones.

The interior is divided into three or four rooms, having few window. The houses are embellished with carving and paintings, and the facades display engraved and painted geometric and figural designs. The most frequent motif is the buffalo head, ranging from the realistic to the highly stylized. The Torajan traditional housing have experienced radical changes during the Modern period. In spite of the popularity of new modern house-styles, the traditional architectural style is often now constructed as an icon of Toraja identity. This paper will be helpful for understanding regional diversity of the traditional housing in Southeast Asia.

Keywords : Indonesia, Torajan Traditional Housing, Historical Characteristics, Modern Trend, Symbol of Form 주 요 어 : 인도네시아, 또라자 전통주거, 역사성, 근대적 경향, 형태적 상징

I. 서 론

1. 연구의 목적 및 의의

20 세기 후반부터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 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커지면서, 문화 연구(cultural studies)는 이미 자국(自國)의 경계를 넘어 타 문화와의 소통과 결합을 진지하게 다루는 추세에 있다.

이는 문화를 이해하는 폭을 넓힘과 이울러 우리 문화의 절대성과 상대성을 더 분명하게 논하기 위함이다. 그런 면에서, 타 문화에 대한 연구는 곧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안목과 판단기준을 확대하는 작업과 다름 아니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타 지역에 대한 건축 연구는 주 로 유럽과 미국 지역에 치중되어 왔으며, 아시아 연구 또 한 중국과 일본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여 주었다. 이로 인 해, 우리 바깥의 문화적 상황을 폭 넓게 인식하고 논평하 는 데 있어 지역적 편협성과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 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이 논문은 인도네시아 술라 웨시(Sulawesi) 섬

1)

에 속해 있는 따나 또라자(Tana Toraja,

이하 또라자) 지역의 전통주거를 사례로 삼아 동남아시아 ( 이하, 동남아) 지역의 전통주거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 는 데 일차적 목적을 두고 있다.

한 지역의 문화(건축) 연구는 일반적으로 그 지역에서 발견되는 고유한 성분(속성)들을 파악하고, 그것이 역사 속에서 어떤 양상(형식)으로 자리매김 되어 왔으며, 현 시 점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삼는다. 또한 상이한 지역문화들 간 의 비교를 통해 차별성과 보편성(공통성)을 밝히는 것을 거시적인 목표로 삼기도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현대의 상황을 더 근본적이고 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함이다.

2)

이 논문 역시 그러한 논제의 맥락에서 시작되었지만, 우 리나라 바깥 지역(특히, 소수민족 지역)에 대한 연구에서

*정회원(주저자, 교신저자), 탐라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부교수

1) 인도네시아 군도에서 보르네오와 몰루카(Moluccas) 사이에 위치 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이슬람 세력이 미쳤던 남서쪽의 마카사르 (Makassarese)와 부기스(Bugis) 지역, 기독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북부 반도의 미나하사(Minahasa) 등이 섬 내부의 거점 지역으로 자 리 잡고 있다.

2)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역학연구회(2000). 지역학 연구의 과제와 방 법. 책갈피, 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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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게 되는 어려움-지역 언어, 1차 자료수집, 체계적인 현 지조사 등-으로 인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또한 문 화인류학이나 문화학 등의 관련 분야와 연계된 학문적 깊 이를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현실에서 일차적인 조 사 연구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건축계에서 소외되 었던 지역에 대한 건축문화연구를 통해 넓은 의미의 아 시아 건축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높이고, 그에 따른 사례 연구의 지역적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 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의 내용

이 논문은 제1장(서론)을 포함하여 모두 6장으로 구성 되었다. 제2장은 인도네시아 전통건축과 관련된 거시적 측 면과 이에 관한 일반적 특성을 간략하게 언급한 것으로, 본론에 앞서 검토되어야 할 기본내용이다. 제3장에서는 또 라자 지역의 자연지리와 인문적 성격을 요약·정리했다.

제4장에서는, 선행 연구와 현지조사(2006년 실시)를 바탕 으로, 또라자 전통주거가 역사적으로 드러낸 일반적 특성 과 의미를 배치, 지붕형태, 내부 공간, 장식, 건설기법 등 의 소절(小節)로 구분하여 고찰하였다. 제5장에서는, 앞서 살핀 역사적 특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또라자 전통 주거가 현대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폈다. 이는, 또라자 현대건축의 양식적 흐름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전통성의 재현’과 관련된 것으로, 소수민 족의 전통주거가 근대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회적 변 화와 문화적 충격을 건축적으로 어떻게 수렴하고 있는지 를 보여주는 하나의 독특한 사례로 읽혀질 수 있다는 점 에서, 그리고 근대 시기 이후 또라자 현대건축의 전개 양 상에서 발견되는 근대성(또는 현대성)의 한 단면(斷面)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큰 의 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제6장에서는 전체 내용을 종합 ㆍ정리하고, 또라자의 전통주거에 관한 고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과 한계를 비평적으로 검토하였다.

II. 인도네시아 전통주거의 일반적 특성

하나의 지역문화권으로서의 동남아는 물리적·관념적 측면에서 타 문화권과는 구별되는 다양한 건축양식을 드 러냈다. 특히, 무수한 군도(群島)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 의 경우는 동남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각 지역(섬)별로 인문적·지리적 상황에 따른 다양한 양식적 전통과 기술 적 특성을 드러냈다. 동남아의 다른 지역들에서와 마찬가 지로, 인도네시아의 건축(마을)에는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사회적 관계망(關係罔)과 신앙적(신화적) 이념 그리고 생 활관습 등과 연계된 일정한 질서와 계획원리가 존재한다.

각각의 주거는 그러한 체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로 기능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루마 아닷(rumah adat)’으로 통칭되고 있는 단위주거는 지역의 기후 조건과 재료에 따른 고유

의 미적(美的) 특성을 지닌 하나의 오브제로 역할하면서 마을의 관습체계, 사회적 관계, 전통적 규율, 신앙적 금기 와 신화, 그리고 종족의 역사에서 관습적으로 이어져 온 사회 질서(제도)의 물리적ㆍ상징적 결과물로 남아 있다.

3)

인도네시아 전역에는 대략 16-20개 정도의 전통주거양 식들이 존재하며, 각각에는 동남아 건축이 공유하고 있는 일반적 특성과 각 지역별로 창안된 고유의 개별적 특성 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즉, 1층 바닥을 지면에서 들어 올린 고상식(高尙式) 처리, 급한 경사를 지닌 뾰족한 지 붕, 좁고 어두운 내부 공간, 공예적인 장식기법, 가변성이 높은 목구조 등과 같이 주로 열대 기후와 지역재료에서 비롯된 건축적 해결을 공통분모로 삼는 일반적 특성을 지 니고 있으며,

4)

여기에 각 지역의 인종적 관습, 사회조직, 신앙(혹은 종교) 등과 연관된 개별적 특성을 갖는다. 각 지역의 전통건축양식에서 발견되는 건축적 차이-형태구성, 축조방식, 주거개념 등-는 바로 이러한 개별성을 확립하 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주거(혹은 주택)는 인간생활을 위한 물 리적 공간이라는 일차적 목적과 함께 종족(種族) 집단의 사회적 체계(질서)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기능하며, 동 시에 신앙적 의미(의례)를 표현하는 신성화된 상징물로 인 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 해, 주거건축의 계획적 방 향을 생활의 편리성과 기능성 그리고 구조적 합리성에 두 기보다는 종족의 역사 속에서 구축된 신앙적 가치를 보 존하고 사회적 질서와 연속성을 이어가는 데 더 큰 의미 를 둔다.

5)

예를 들면, 거대한 지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 부공간의 크기는 상당히 어둡고 작으며, 실생활을 위한 기능적 공간보다는 신앙을 수호하고 조상을 섬기는 숭배 공간이 더 높은 공간적 위계를 갖는다. 이런 점에서, 인 도네시아의 주거는 본질적으로 그 자체의 합목적성에서 의미화된 것이 아니라 종족 집단의 관념적 정체성을 형 성하고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역사 화 된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건축구조나 시공방식 등과 같은 기술적 측면에서보다는 형태, 공간구성, 장식 등에 더 명확하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6)

한편, 인도네시아 전통주거에는 지역 그 자체의 물리적 환경과 정신세계에서 비롯된 풍토성 이외에도, 인도와 중 국 그리고 유럽 등을 포함한 주변국들과의 문화적 교류 와 종교적 전파에 따른 변화도 반영되어 있다. 이들 각 나라의 무역 상인들과 전도사들은 새로운 건축적 사고(思 考)와 기술을 전달하고 마을의 배치와 생활방식에 따른 공간구성의 변화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쳤지만,

7)

전통적 건

3) Dawson, B. & Gillow, J. (1994). The Traditional Architecture of Indonesia. 10.

4) 권태호·박순관(2000). 말레이시아 반도 지역 전통주거건축의 일 반적 형식과 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농촌건축학회 논문집, 2(3), 26-27.

5) Dawson, B. & Gillow, J. (1994). The Traditional Architecture of Indonesia. 14.

6) 이러한 양상은 지역적으로 고립되거니 외진 곳에 위치할수록 훨 씬 강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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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조와 양식을 전환시킬 수 있을 정도의 질적(質的)인 변화를 이끌지는 못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9-15세기 에 걸쳐 이루어진 힌두교와 불교건축은 초창기에 인도의 건축양식을 차용했지만, 후에는 지역적 조건에 따른 영향 이 강하게 가미하여 인도의 것과는 다른 독특한 건축적 전통을 이루었다. 이슬람의 경우 역시, 비록 그 영향이 지 속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새로운 건 축적 힘으로 작용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토착적인 건축형태에 이슬람교의 종교적 기능을 끼워 맞추는 양상 을 보여주었으며, 그 과정에서도 건축기술적 측면보다는 종교적 이념을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소극적인 변화를 보 여 주었다.

8)

III. 또라자 지역의 역사와 전통적 관념체계

1. 역사 개관

인도네시아의 여러 전통사회들과 마찬가지로, 또라자

9)

역시 동남아의 역사와 문화권이 지니는 보편적 의미의 인 종적 특성

10)

과 지역성을 공유하면서, 한 편으로는 그것과

구별될 수 있는 종족 고유의 역사·문화적 흐름과 사회 체계

11)

를 이어 왔다. 그것은 신앙(혹은 신화)을 비롯해 사 회체계와 관습 전반에 걸친 차이(差異)를 낳았다. 또라자 의 역사와 문화는 가깝게는 주변의 큰 세력이었던 부기 스(Bugis)와 루유(Luwu) 종족들과의 국지적 관계를 통해 서, 그리고 멀게는 시암(Siam, 현 태국)과 인도 및 아랍 출신의 무역 상인들과 연계된 국제 교류를 통해 형성되 었다.

12)

이 과정에서, 17C 중엽에 이슬람교가 유입되었고, 이후 주변 종족들과의 전쟁에 따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가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일부 지역에 한해 점차적으로 이슬람 화가 진행되기도 했다.

13)

이 무렵부터 시작된 서양과의 접 촉을 통해 또라자 지역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하 지만 이는 곧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또라자는 종교와 사회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큰 변화를 겪 게 되었다.

14)

즉, 네덜란드가 추구한 교화 정책과 지역개 발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또라자의 전통신앙 과 조상숭배 의식은 점차 약화되었으며, 교육을 받은 새로 운 지식층이 사회 전면에 등장하게 되면서 신앙적 권위와 전통적 질서(위계) 역시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 같은 양상은 1945년 독립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넓게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전개된 민족주의 흐 름 속에서 또라자 지역의 근대화와 관련된 새로운 사회 적 이슈로 고착되고 있다. 이와 함께, 1970년대부터 강하 게 일기 시작한 관광산업의 활성화로 지역사회 전반이 외 부세계에 개방되면서 무분별한 관광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전통적인 지역 환경과 문화유산이 훼손되는 문제성을 드 러내고 있으며, 전통주거 역시 그러한 맥락 속에서 박제 된 역사물로 남거나 어설픈 현대건축으로 전락하는 ‘근대 적 운명’을 겪게 되었다.

7) 수마트라의 북서쪽 끝에서부터 이리안 자야 지역의 정글에 이르 기까지 약 3,500마일에 걸쳐 13,0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전체 인 도네시아 군도는 북동으로는 중국, 북서로는 아라비아와 유럽 그리 고 인도 사이의 무역 루트를 따라 퍼져 있다. 인도 문화의 영향은 자 바와 발리 지역의 만다라(mandala) 방식의 마을 배치에서 명백히 나 타난다(Fritz A. Wagner: 1988, 75-88). 중국 또한 인도네시아 문화 에 영향을 미친 주요 성분이다. 16세기 초에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 마지막으로 도래한 유럽 세력은 1600년경에 네덜란드가 이 지역의 동인도회사 무역권을 인계받은 이후 식민지배 세력의 전 기를 마련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강해지기 시작했다. 한편, 12세기 부터 점차적으로 인도네시아에 확산되기 시작한 이슬람은 수마트 라, 보르네오 해안, 술라웨시, 자바 등지로 급속히 퍼지면서 기존의 힌두교와 불교를 쇠퇴시켰다.

8) Tjahjono, G. (1998). Indonesian Heritage-Architecture. 6-7.

9)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의 남부와 중앙부에 걸쳐 위치한 석회석 질 (質)의 산악 고원지방(해발 평균 700-800m)이다. 크게 건기와 우기 의 두 계절로 나뉘며,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두 강을 축으로 삼는 지 형구조를 지니고 있다. 전체면적은 3,205 km2에 달하며, 연평균 섭 씨 14-26도의 기온 분포와 82-86%의 습도를 지닌 전형적인 열대기 후 지역에 속한다. 현재의 행정인구는 약 36만 명 정도(1995년 기 준)의 규모이며, 주로 벼농사(일모작)와 가축 사육을 주된 생계로 삼 고 있다. ‘또라자’는 과거에 ‘셀레베스(Celebes)’로 불렸던 지역에 해 당하며, 술라웨시 섬의 남부와 중앙 지역의 고원에 거주하는 종족을 일컫는다. 그 명칭의 기원은 ‘To-Raa 또는 To-Rara’에서 비롯된 것 으로, ‘To’는 ‘인류(mainkind)’를, ‘Raa or Raya’는 ‘환영(또는 유용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의 명칭은 서양의 인류학자들에 의해 명명된 것으로, ‘Tori-Aja’를 어원으로 삼고 있는데, ‘Tori’는 ‘사람’

을, ‘Aja’는 ‘윗쪽’을 의미한다. 결국, ‘또라자(Toriaja)’는 ‘산(높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또는 상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아마도 해안가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상 대적으로 서술된 것으로 추측된다(Jowa Imre Kis-Jovak: 1998, 13).

10) 또라자의 인종적 기원은 기원 전 2500-1500년 사이에 남중국에 서 배로 이동해 온 것으로 추측되며, 원시 말레이인(Proto-Malay) 계 통에 속한다. 이들의 전통 종교인 알룩(Aluk Todolo) 역시 이 시기 에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전설에 따르면, 또라자인은 바다를 통 해 북쪽에서 왔다고 전해지며, 항해 도중 폭풍을 만나 배가 손상되 어 그 잔해들을 이용해 새로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에 따라, 집의 배치는 항상 북쪽을 향한다(Dawson, B. & Gillow, J.:

1994, 110).

11) 또라자 사회는 전통적으로 세 계급-또까뿌(Tokapu), 또마까가 (Tomakaka), 또뿌다(Tobuda)-으로 구성된다. 또까뿌는 가장 높은 계 급으로 전 인구의 10% 정도가 이에 속하며, 또마까가는 두 번째 계 층인 중산층 계급으로 2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70%

에 달하는 또뿌다는 가장 낮은 계급으로 대부분 노동자나 소작인이 다. 한편, 이러한 계급적 틀 내에서, 전통사회에서 개인적으로 맡아 왔던 사회적 역할에 따라 6개의 계급으로 다시 세분되기도 한다. 참 고로, 또라자 종족 역시 인도네시아의 다른 종족과 마찬가지로 모계 와 부계 모두를 따르는 양성 동등의 사회 체계를 지니며, 사회적 권 리와 유산상속 또한 이에 준하여 이행된다(Sandarupa, S.: 1986, 63.

& Waterson, R.: 1990, 163).

12) 주로 옷감과 커피 등이 주요 품목이었으며, 때로 노예가 거래되 기도 했다. 특히, 이 중 인도로부터 유입된 옷감은 후에 또라자 예술 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국제 관계는 주변 종족인 부기스를 통해 이루어졌고 그 규모도 상당히 작았다. 엄격히 말해, 또라자가 대외적으로 독자적인 지위를 갖거나 주체적인 무역 관계를 주도한 것은 아니었으며, 여전히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 유의 전통신앙과 사회적 관습을 유지하고 있었다(Sandarupa, S.:

1986. 17).

13) 하지만 육류를 섭취하는 또라자인들의 음식 문화로 인해 대중적 인 포교를 이루지는 못했다.

14) 네덜란드는 17C 중엽 이후 선교사들을 앞세워 또라자인들을 교 화시키면서 교육정책의 수립과 기독교 전파를 통한 사회변화를 시 도하였으며, 1905년부터 이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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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통 신앙과 관념

역사적으로, 신앙과 관념은 지역의 역사와 인문적 내용 을 채우는 정신적 주체이자 문화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 심성분으로 기능해 왔다. 흔히, 우주관(세계관), 조상숭배, 민간신앙(샤머니즘) 등의 형태로 일반화되어 온 이러한 측 면들은 인간세상과 우주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임과 동 시에 인간사회의 질서와 관습을 비롯한 문화예술의 전반 을 지배하는 기본개념으로 작용해 왔다. 이는 건물의 방 위(향)와 배치를 비롯해 공간의 성격과 위계 및 형태적 의미를 결정짓는 디자인 원리로 활용되어 왔으며, 또라자 의 전통건축 역시 이와 직결된 일정한 특성을 지니고 있 다. 여기에는 동남아 전역에서 공유되고 있는 일반성과 함께 또라자에서 독립적으로 생성된 고유한 특성이 인과 적으로 얽혀 있다.

또라자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대부분 지역에서 거시적 으로 공유되어 온 토착적 신념체계는 우주(세계)를 크게 3 개의 영역(층)으로 계층화 하고 각각에 별개의 위계와 의 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신이 거주하는 신성한 영역으로 간주되는 상부세계, 인간의 생활영역인 중간세계, 낮은 계 급의 영령(英靈)과 동물이 거주하는 하부세계 등이 그것 이다. 건축에도 이러한 관념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건축 물(집)의 공간과 형태가 수직으로 3분할되어 있다. 즉, 고 상식 구조에서 지면(地面)과 맞닿아 있는 하부 공간은 동 물의 마구간으로 쓰이거나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불경스러 운 공간으로 간주되며, 지면에서 일정 높이로 올려진 중 간 공간은 일상의 삶을 위한 생활공간으로 활용된다. 또 상부 공간-다락이나 지붕 밑 공간 등-은 조상대대로 물려 받는 가보(家寶)나 영적(靈的)인 물건을 보관하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 해, 지붕공간은 신이나 조상의 영역과 동일시되며, 생활공간은 세속적(世俗的)인 일상세 계의 경험을, 그리고 하부 공간은 죽은 영혼이나 초자연 적 대상이 거주하는 지하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인 식된다.

15)

간혹 각 공간들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 해 장식이 강한 건축부재(굽도리널)를 생활공간 층 전체 에 설치하여 세속적인 하부 공간과의 분리를 시각적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16)

세계관과 관련된 또 다른 주요 원리(개념) 중의 하나로 태양의 방향에 따른 기본 방위(方位)의 설정과 그에 따른 건축물의 배치를 들 수 있는데,

17)

동서남북 각각의 방위 는 토착신앙이나 신화(神話)에 근거한 상징적 의미를 지 닐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습을 이끌어가는 관념적 틀로 귀결되기도 한다.

18)

이는 인간 삶의 과정을 태양의 움직

임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믿음 때문이며, 통상적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방향 외에도 주변의 지리적·지형적 특 성-산과 바다 등-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건축물의 내부 공간을 조직하는 의례적 의미와 질서를 창출하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상(生活相)을 구 체화시키는 데 활용된다.

이외에도, 조상숭배와 관련된 관념적 가치 역시 전통적 관습과 주거문화를 규정해 온 또 다른 측면으로 중시된 다. 넓은 의미에서, 조상숭배는 동남아 종족사회의 기본 관념으로 작용해 왔다. 이는 조상을 정신세계와 물질세계 사이의 매개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집(가족)을 보호하는 수 호자로서 인식하는 전통적 관념 때문이다. 우주적 세계관 이 집 바깥의 초월적인 의미와 관련된 가치체계를 지니 면서 방향성을 규정하는 거시적인 원리로 작용한다면, 조 상숭배는 사회적 질서와 생활방식을 규정하는 신앙적 원 리로 작용해 왔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족 단위는 하나의 사회적 그룹과도 같은 가계(家系)에 속해 있으며, 그것을 창시한 조상에 대 한 숭배는 가계의 역사와 종족의 문화를 인식하는 중요 한 측면임과 동시에 가계에 속해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자 격과 권리, 사회적·정치적 위상, 남ㆍ녀 사이의 관습적 관계와 의무 등과 같은 규율을 이끄는 중심개념으로 작 용해 왔다. 건축은, 실제적으로든 관념적으로든, 이러한 신 앙적·사회적 규율들에 의해 상당 부분 규정되어 왔으며, 그에 따라 건물의 규모와 공간의 분리(위계) 및 장식의 패턴(내용) 등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토착적 신념체계는 건축화 되는 과정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혼합되면서 하나의 표현 체계로 묶이게 되며, 그에 따라 원래의 의미와 상징의 폭이 더 넓어지거 나 다양하게 인식되는 양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를 들 면, 3개의 영역으로 분화된 수직 구성의 경우, 우주관에 따른 ‘상, 중, 하’ 개념 이외에도 사회적 신분-노예, 평민, 귀족-에 따른 위계와 인간 신체-머리, 몸, 다리-에 관한 개 념이 추상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19)

이상(以上)의 모든 형이상학적 관념은 또라자에서 ‘알룩 또도로(Aluk Todolo, 이하 알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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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불리는 전통 신앙

18) 예를 들면, 동쪽은 새로운 생명을 얻거나 삶을 고양시키는 행동 과 관련되며, 서쪽은 죽음(또는 조상의 신성함)과 연결되어 있는 곳 으로 인식된다. 이런 이유로, 여성은 동측에서 출산을 하고, 서쪽에 는 시체를 안치하며, 시체의 머리는 남쪽을 향하도록 한다. 또한 북 쪽은 삶과 연관된 활기와 경작지에 필요한 물을 얻는 원천이며, 동 시에 신(神)과 면하고 있는 신성한 곳으로 인식된다. 또라자의 우주 관에서 볼 때, 북쪽은 하늘의 지배자이며 인간 존재를 창조한 신으 로 불리는 ‘푸앙 마투아(Puang Matua)’의 영토가 있는 곳이며, 남쪽 은 사후세계(내세)가 있는 곳으로 간주된다. 즉, 북쪽은 하늘의 머리 를 의미하며, 가장 높은 수준의 신인 ‘푸앙 마투아’의 거주공간으로 인식된다. 한편, 영혼의 땅이 있는 곳으로 인식되는 남쪽은 서쪽과 유사한 맥락에서 ‘죽은 사람’ 혹은 조상과 동일시된다. 때문에 집안 의 가보(家寶)는 주로 남쪽 방의 남서 측에 보관되며, 경우에 따라 가보 대신 화로가 놓이거나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의식을 수행하는 곳으로 활용되기도 한다(Tjahjono, G.: 1998, 19). 한편, 서측과 동측 은 신체의 왼손과 오른손에 비유되기도 한다.

15) Tjahjono, G.(1998). Indonesian Heritage-Architecture. 18.

16) Waterrson, R.(1990). The Living House. 93.

17) 동남아의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는 토착적 우주론은 네 개의 기본방위를 따르지만, 이와는 다른 변형된 방위개념을 채택하고 있 는 지역도 있다. 이는 힌두 영향에 의한 것으로, 예를 들면, 자바의 마을 배치는 동서남북의 네 방위 외에도 중앙점을 추가하여 다섯 개 의 기본방위를 사용하는 힌두식 유형을 지닌다 (Waterson, R.: 1990, 88-94).

(5)

을 통해 확립되어 왔다. 또라자 전통 신앙의 주된 특징 중의 하나는 종족의 시조(始祖)에 대한 숭배의식이 상당 히 강하다는 점이다.

21)

이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도래하기 이전부터 또라자인의 삶 속에 강하게 밀착되어 있었으며, 신앙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관습과 의례에 관한 기준으로 고착되어 왔다.

IV. 건축적 구성과 특성

1. 주거(집)의 기원과 구성 요소

또라자의 언어에서, 주거(집)를 의미하는 단어로 ‘바누 아(banua)’

22)

와 ‘통고난(tonggonan)’

23)

을 들 수 있다. 또라 자는 이들 두 단어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단어다. 바누 아는 주거(집)를 의미하는 일반적인 말이며, 대체로 단독 세대의 소규모 가족이 생활하는 작은 규모의 일반적인 주 택을 통칭한다.

이와는 달리, 통고난은 바누아에 비해 역사적ㆍ신화적 으로 더 깊은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상 당히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역사적으로는 부족(씨족)을 창시한 조상들이 건립했던 거주처(집)를 뜻하는 것으로 주 거(건축)의 원형(기원)과 관련된 의미를 지니며,

24)

종족의 시조가 건립했다는 믿음 때문에 종족(가족)의 공동체적 삶

을 이끌어가는 역사적 상징성을 띠고 있다.

25)

또한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가족구성원이 서로 만나는 공공장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요한 일상사를 협의하거 나 신앙적 의례에 참여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26)

그 런 점에서, 통고난은 단순한 주거 기능을 넘어 종족의 동 일성과 전통을 상징할 뿐 아니라 또라자인들의 의식적인 삶과 연대감을 지탱하는 중심 개념으로,

27)

사회적이면서 동시에 종교적 의미를 지닌다.

28)

오늘날, 통고난은 부족이 나 가문의 사회적·종교적 측면의 전통성을 의미하는 단 어로 더 친밀하게 사용되고 있다.

29)

또라자의 전통주거는 크게 본채와 곡물창고(헛간)를 주 된 구성 요소로 삼아 전개되어 왔다.

30)

본채는 구조방식 에 따라 크게 파일(고상식, pile house) 타입과 블록 타입 ( 비고상식, block house)으로 나뉘며, 구조를 지지하는 기 둥의 수는 건물의 규모와 건물주(建物主)의 사회적 위상 ( 계급)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31)

흔히 고상식으로 알려 진 파일 타입은 측면에 4개 이상의 거칠게 자른 기둥들

19) 인도네시아에서 집은 사회적 그룹을 표현하는 ‘살아있는’ 구체

화로 인식된다. 집의 기둥은 ‘땅에 심어지는 것’이며, 다른 부재들은 성장의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열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 시 말 해, 집은 영혼과 생기를 북돋아 주는 원리를 지니고 있어야 하 며, 집의 각 부분들은 때로 구성방식에서 신체의 일부분으로 명칭화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지붕은 머리로, 내부 공간의 구조 기둥은 팔 로, 그리고 저층부의 외부기둥은 다리로 인식되며, 심지어는 환기를 목적으로 지붕에 설치된 개구부조차 어린아이의 머리카락으로 여겨 지기도 한다.

20) 알룩은 또라자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신앙으로써 다양한 성격의 신(神)을 섬긴다. 그 중에서도, 만물을 창조한 신으로 여겨지는 ‘푸 앙 마투아’는 가장 높은 신으로 추앙되고 있다. 푸앙 마투아는 북쪽 하늘에 거주하는 신으로 낮과 밤의 균형을 유지하는 태양과 관계가 있다(Jowa Imre Kis-Jovak: 1998, 36). 이런 이유에서, 북쪽은 가장 신성한 의미를 지난 방향으로 간주되며, 건축물에서도 이러한 의식 이 반영된다. 예를 들면, ‘린도 푸앙(lindo puang)’이라 불리는 북쪽 지붕에 설치된 박공 윗부분은 신이 출입하는 입구로 여겨지는 곳이 다. 참고로, 알룩의 신념 체계는 힌두교와 관련이 있으며 인도네시 아 정부에 의해 공식적인 종교로 인정되고 있다.

21) Sandarupa, S. (1986). Life and Death in Toraja. 63.

22) ‘바누아(banua)’는 원시-오스트로네시안(Proto-Austronesian) 언 어에서 아주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며, 주로 대륙, 토지(영토), 정 착지, 마을, 도시 등의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는 지역별로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데, 예를 들면, 사단 또라자(Sa'dan Toraja)에 서는 ‘주택’을 의미하는 반면, 이웃하고 있는 부기스 지역에서는 특 정 지도자의 통치 아래에 있는 ‘영토’를 의미한다. 또 다른 지역인 또바 바탁에서는 전통적인 우주론에 따른 세 영역(하늘, 땅, 지하)을 의미하기도 한다(Waterson, R.: 1990, 92). 한편, 원시-필리핀 언어에 서 ‘banuwa’는 ‘하늘’을 의미하기도 한다.

23) ‘tongkonan’은 원래 ‘앉다(sit)’라는 뜻을 지닌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부족(가문)을 창건한 존경받는 조상이나 높은 위계의 인물 이 앉는 곳(자리)으로 여겨지는 단어다.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누가 어디에 앉는가?’라는 것은 엄격하게 강조되는 위계적 개념에 속한다.

24) Dawson, B. & Gillow, J. (1994). The Traditional Architecture of Indonesia. 13.

25) 한편, 통고난은 또라자 지역의 옛 고유 명칭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건축적인 면에서는, 단독 주거를 의미하는 바누아 와는 달리, 여러 채의 집들이 모여 있는 집합적 의미로 활용되기도 한다. 참고로, 통고난에 대한 신화적 기원은 ‘푸앙 마투아’가 하늘에 처음으로 건립한 집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이는 네 개의 기둥과 지 붕 그리고 벽을 지니며, 인도의 옷감과 철과 대나무 등의 재료로 건 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Sandarupa, S.: 1986, 60).

26) Dawson, B. & Gillow, J. (1994). The Traditional Architecture of Indonesia. 109.

27) Dawson, B. & Gillow, J. (1994). The Traditional Architecture of Indonesia. 137.

28) 통고난은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의 사회적 신분에 따라 크게 세 가지의 위계로 구분된다. 최고 권위를 지닌 고위관료나 귀족 계급을 위한 ‘tongkonan layuk’, 일반 관료 계급를 위한 ‘tongkonan pekamberan’, 일반인을 위한 ‘tongkonan batu’ 등이 그것이다 (Sandarupa, S.: 1986, 64).

29) Kis-Jovak, J. I. (1998). Banua Toraja. 34.

30) 이외에도, 가축을 가두는 외양간, 곡식을 지키기 위한 망루(望 樓), 무덤 등이 부가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임 시건물의 성격이 강할 뿐만 아니라, 건축양식 면에서도 논의될만한 형식을 지니지 않고 있다. 참고로, 외양간은 동물의 종류-버팔로, 돼 지, 수탉 등-에 따라 규모와 형식을 달리하며, 무덤건축 또한 동굴무 덤과 장례용 가건물 등으로 나뉜다.

31) Kis-Jovak, J. I. (1998). Banua Toraja. 75.

그림 1. Bori Toraja 마을 전경

(6)

을 초석 위에 설치하여 건물을 지면에서 일정 높이로 올 리고, 여기에 구멍맞춤 형식으로 보를 교차시켜 연결하는 방식이다.

32)

이와는 달리, 블록 타입

33)

은 건물이 지면과 직접 맞닿아 있는 형식으로 모퉁이 초석 위에 원형의 보 를 걸쳐 양측을 직각으로 구멍맞춤 하는 방식이다.

본채와 쌍을 이루어 구성되는 곡물창고는 곡물(쌀)을 저 장하는 일차적 기능 이외에도 사회적 성격을 띤 다양한 기능들을 담고 있다. 즉, 저층부의 지반공간에 설치된 낮 은 높이의 플랫폼은 마을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 지는 공간으로, 작업공간이자 휴식공간이다. 또한 장례행 사에서 시신을 잠시 안치하여 곡물과 연관된 신화적 의 미를 실행하는 의례공간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는 쌀이 사후(死後) 세계를 안내한다는 신화적 믿음에서 비롯된다.

곡물창고는 ‘알랑(alang)’과 ‘코랑(korang)’이라 불리는 두 개의 타입으로 다시 세분된다. 이는 장식의 양상이나 수준에 따른 구분으로, 전자가 조각 장식을 강조한 반면, 후자는 주로 대나무를 주재료로 삼으면서 장식을 절제한 것이 특징이다.

34)

이들의 건축형식은 일반적으로 본채(통 고난)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지붕용마루의 곡 률이 본채에 비해 완만하게 처리되고 조각 장식이 단조 로운 것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집동물(쥐 등)의 접근을 막기 위해 지반의 기둥 길이를 본채보다 길게 만들고 표 면이 부드러운 목재(코코넛 등)를 사용한다.

2. 마을의 구성과 배치

전술했듯이, 마을 안에서 이루어지는 단위 건축물의 배 치는 신화적 우주론에 입각한 방위개념을 주된 기준으로 삼으면서 주변의 자연지형과 연관된 물리적 해결을 병행 하여 정해진다. 마을의 배치는 크게 단위 주거와 곡물창 고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위치와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마을에서는 여러 채의 단

위 주거들과 곡물창고들이 마당을 사이에 두고 일렬로 배 열되어 있는 규칙성을 보인다. 단위 주거와 곡물창고는 항상 하나의 유니트로 묶여서 배치되는 것이 특징이며, 하나의 주거에는 보통 1-3개의 곡물창고가 딸려 배치된다.

또라자에서 주생활이 이루어지는 주택(본채)은 남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남쪽에 배치된다. 반대로, 여성을 의미하는 곡물창고는 북쪽에 배치되는 것이 상례다. 각각 의 주택은 북-남향의 축을 따라 일직선으로 세워지며, 그 맞은편에는 각 주택에 딸려 있는 곡물창고들이 동일한 축 을 따라 배치된다<그림 2>. 즉, 여러 채의 주택들이 동- 서향의 축을 따라 일렬로 배열되고, 이와 평행하게 곡물 창고들이 배치된다. 각 단위 주거의 파사드는 북향을, 그 리고 곡물창고의 파사드는 남향을 향해 서로 마주한다.

35)

이는 북쪽을 하늘의 머리로, 남쪽을 하늘의 꼬리로 간 주하는 전통적 믿음 때문이다.

36)

곡물창고는 집의 축소판 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본채와 동등한 차원에서 만들어지 며, 그 규모와 수(數)는 사회적 신분과 부(富)를 상징하는 척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37)

본채 주거와 곡물창고 사이의 외부공간에는 ‘빠람빠(parampa)’라 불리는 마당이 마련되 는데, 이는 주로 아이들의 놀이터나 공동 작업공간으로 쓰이며, 때로 의례를 수행하거나 곡물을 말리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원래 또라자인들은 이웃 종족들과의 전쟁을 위해 전략 적으로 외부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산등성이나 언덕 위에 마을을 정했다. 산지(山地)에서는 여러 채의 집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이 평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에 단위 주거들을 최대한 근접시켜 배치했고, 주변 지형 또한 불 규칙했기 때문에 질서정연한 배치 유형을 실현하기가 어 려웠다.

38)

이 같은 근접 배치는 결과적으로 이웃 종족들 의 침입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상 호 소통을 원활하게 돕는데도 유리했으며, 북-남 배치에 따른 단점을 보완하는 배치기법이기도 했다.

산지에서 전통적으로 유지되어 온 이러한 배치 유형은 네덜란드의 지배가 시작되었던 1905년 이후부터 달라지 기 시작했다.

39)

네덜란드는 또라자인들을 효율적으로 통 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또라자 마을을 계곡 아래로 이

32) 파일 타입은 몬순 기후 지역에서 우기(雨期)에 발생하는 위생 문 제뿐만 아니라, 건기(乾期)에 환기를 용이케 하는 장점을 지닌다.

33) 블록 타입은 역사적으로 파일 타입이 성립되기 이전부터 또라자 에서 활용되어 온 오래된 축조방식으로, 원래 17세기 이전에는 주로 블록 타입의 단층 구조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후 시기를 통해 또라자인들이 다른 종족들과 교류하면서, 주변의 부기스 종족의 영 향을 받아 점차 파일 타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참고로, 블록 타입 은 원래 노예들이 사용하던 규모가 작은 주거양식이었지만, 때로 사 회적 계급이 높은 가족이 규모를 확대해서 사용하기도 했다(Kis- Jovak, J. I.: 1998, 68).

34) Kis-Jovak, J. I. (1998). Banua Toraja. 74.

35) 때로 주변의 지리적 특성에 의하거나 혹은 주변의 중요한 장소 (지형지물)가 배치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주변 강의 방 향을 따라 배치가 이루지기도 하며, 이 경우 곡물창고 역시 단위 주 택과 평행하게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직각으로 놓이기도 한다(Kis- Jovak, J. I.: 1998, 25). 이와 같은 예로 사단 또라자(Sa’dan Toraja) 지역을 들 수 있는데, 사단 강의 원류(상류)가 흐르는 방향을 우주론 의 한 축으로 삼아 배치를 결정한다.

36) 또라자 문화에서 북쪽(또는 동쪽)은 삶의 순환을 관장하는 방향 으로 인식된다. 집은 곧 대우주 속에서 소우주의 원리를 재현하는 곳 이며, 때문에 집은 우주와의 조화를 실현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이 역시 집이 북쪽을 향하게 된 주요한 이유이다(Sandarupa, S.: 1986, 63).

37) Kis-Jovak, J. I. (1998). Banua Toraja. 32.

38) Kis-Jovak, J. I. (1998). Banua Toraja. 23.

39) 또라자는 네덜란드로부터 벼농사 기법을 소개받은 이후 전통적 인 화전식 농경 정책을 포기했고, 현재는 벼농사와 가축(버팔로, 돼 지 등)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그림 2. Palawa Toraja 마을

내부 전경 그림 3. Sadan Toraja 마을의 통고난

(7)

동시키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근대 시 기 이후에 조성된 모든 마을은 계곡의 평지에서 일정한 규칙성을 갖는 배치 유형으로 바뀌게 되었다.

40)

3. 내부 공간

내부공간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웅장하고 독특한 외부 형태에 비해 상당히 좁고 폐쇄적 이며 어두운 것이 특징이다. 사단(Sa’dan) 또라자 지역에 서 가장 오래된 전통 통고난의 경우<그림 3>, 평면은 직 사각형의 모양을 취하며 북-남향을 축으로 삼아 3-4개의 공간(영역)들이 분할되어 있는 단순한 구성을 취하고 있 다.

41)

내부 전체는 대나무로 엮어진 목재 패널로 마감되 어 있으며, 공간들 사이에 약간의 높이 차이를 두어 공간 의 경계(위계)로 삼고 있다. 개구부는 최소한의 채광을 위 한 작은 창문과 무릎 높이의 문턱을 지닌 목재 출입문이 전부다. 공간은 칸막이벽으로 구획되며, 건축주의 취향과 부(富)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높이를 갖는다.

42)

평면의 전체 규모는, 일정하지 않지만, 평균 3.8 m의 너 비에 8.8 m의 길이를 지니며, 전통적으로 1:2.3 정도의 비 례를 보인다. 이는 또라자 지역에서 자생하는 목재의 재 질과 크기를 감안하여 결정된 것으로, 환기와 통풍을 비 롯한 자연공기조절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이해된다.

43)

이 러한 규모는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장변 ( 長邊)이 평균 18m 정도의 길이에 달하는 것도 있다.

44)

전체는 외관상 3개 층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 층(공 간)은 지역 고유의 우주관에 따라 ‘하부(지하)세계, 중간 ( 인간)세계, 상부(신화)세계’ 등으로 의미화 되어 있으며, 각각 고유의 공간적 성격(기능)과 명칭을 지닌다. ‘살룩 (sulluk)’ 이라 불리는 지반공간은 보통 가축을 가두는 곳 으로 사용되지만, 계절에 따라 저장(창고)과 휴식 등의 목 적으로 활용되는 다목적 외부공간이다. 2층은 실질적인 생 활공간이며, 3층은 구체적인 기능보다는 관념적으로 의미 화 되어 있는 천장공간으로 간혹 취침을 위한 다락이 설 치되기도 한다.

2 층의 생활공간은 다시 크게 세 공간(영역)-‘탕도 (tangdo)’

45)

라 불리는 북쪽방, ‘살리(sali)’

46)

라 불리는 중앙 방, ‘숨붕(sumbung)’이라 불리는 남쪽방 등-으로 분할된 다. 평면에서 북쪽에 위치한 ‘탕도’는 주로 노부모와 성 인(특히, 미혼 여성)

47)

의 침실로 이용되며, 경우에 따라 손 님을 위한 사랑방으로 활용되거나 신(神)에게 기도를 올

리는 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남쪽에 위치한 ‘숨붕’은 주 로 부부의 침실로 활용된다. 또라자에서 남쪽은 조상(또 는 죽음)을 기원하는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조 상과 관련된 신성한 가보나 귀중품을 보관하는 곳이다.

또한 장례식이 거행되기 전까지 시신을 안치하는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48)

중앙부에 위치한 ‘살리’는 내부공간의 중심 역할을 하는 다용도 공간으로 거실, 주방, 식당, 난 방(화덕) 등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이곳은 앞의 두 공간에 비해 약간 낮게 설치되며, 기능상 전통적 관념에 따라 동측과 서측으로 나뉘어 사용된다. 동측 부 분은 요리와 난방(화덕) 등의 일상(日常) 이외에 출산이나 결혼식 등과 같은 의례를 수행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49)

또 한 계단과 출입구가 설치되는 곳이다.

50)

이와는 달리, 반 대편의 서측 부분은 남측과 마찬가지로 죽음과 연관된 의 미를 갖는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장례식 동안 에 시체를 안치하거나 시신(屍身)을 옮기는 통로로 쓰인 다. 집의 규모에 따라 ‘살리’ 내 북측에 고용인(하인)이나

40) Kis-Jovak, J. I. (1998). Banua Toraja. 26.

41) 직사각형의 평면 모양에는 인류와 연관된 네 가지 상징-인간의 탄생, 인간삶, 신에 대한 경배, 인간의 죽음-이 은유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또한 동서남북의 네 방향을 상징하기도 한다.

42) Waterson, R. (1990). The Living House. 76.

43) Siregar, L. G. (2003). Ethical and Ecological Realization Facing Globalization. 4(2).

44) Kis-Jovak, J. I. (1998). Banua Toraja. 66.

45) 주변의 마깔레와 깐나 등의 지역에서는 ‘손동(sondong)’으로 불 리기도 한다.

46) 또라자에서 ‘살리’는 일반적 의미의 방을 지칭한다.

47) 미혼 여성의 침실공간을 ‘판둥(pandung)’이라 부른다. 하지만, 집 의 규모가 작아 ‘판둥’이 없을 경우, 미혼 여성이 ‘탕도’ 공간에서 기 거하기도 한다.

48) Sandarupa, S. (1986). Life and Death in Toraja. 67.

49) 주방 공간에 굴뚝을 설치하지 않는다. 환기는 지붕 중심부에 설 치된 작은 구멍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또라자에서 지붕의 환기 구멍 은 하늘과 연결된 신성한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50) 계단과 출입구는 일반적으로 중앙부 ‘살리’ 공간의 동측(또는 북 측)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남측과 서측에는 설치 하지 않는다.

그림 4. 단면 및 평면 출처: Jowa Imre Kis-Jovak, 1988: 86

그림 5. 중앙부 살리 내부 Palawa Toraja 마을 소재

그림 6. 남측 숨붕 내부 Palawa Toraja 마을 소재

(8)

미혼 남성을 위한 작은 규모의 침실공간이 덧붙여지며, 신분이 높은 집안의 경우에는 지붕 처마 밑으로 ‘롱가 (longa)’ 라고 불리는 별도의 공간을 덧붙여 여성을 위한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51)

내부 전체는 커다란 곡선형 지붕으로 덮여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게 돌출된 처마 밑 공간은 옥 외 발코니나 수납(저장) 공간으로 활용된다, 집의 전면에 해당하는 북측의 처마 밑 공간은 대개 발코니 용도로 쓰 이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내·외부공간을 이어주는 매개 공간이며 이웃과의 소통과 휴식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 거나 마을 행사를 위한 보조공간으로 활용된다. 반면에 집의 후면에 해당하는 남측의 처마 밑 공간은 주로 일상 적인 생활물품이나 곡식을 저장하는 수납공간으로 쓰인다.

4. 재료와 기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전역에서 적용되어 온 전 통적인 결구방식(結構方式)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부재(部 材)를 서로 연결하는 장부맞춤(mortise joint)이다. 부재들 은 주로 대나무 줄기나 새끼줄로 엮어지며, 나무못과 쐐 기 등으로 보강된다. 이미 알려졌듯이, 이러한 건설방식이 지니는 건축적 이점 중의 하나는 건물을 다른 위치에 이 설(移設)하거나 해체하는 데 유리하며, 지진에 대한 저항 력이 높고 안전성 또한 강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결구방 식은 기둥이나 벽을 세우는 작업보다는 지붕을 만드는 과 정에서 특히 중요하게 적용된다.

전통적으로 지붕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목재들 중에서 재질이 질기고 가벼운 것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며, 특히 대나무를 겹쳐서 이어가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 그림 7>. 또라자에서는 이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방가 (Banga)’ 라고 불리는 대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하여 트러스 와 크로스 빔 구조를 만들고, 여기에 작은 서까래와 널을

‘ 이죽(ijuk)’이라 불리는 야자나무 줄기로 고정시키면서 그 사이에 환기를 위한 통풍구

52)

를 설치한다.

지붕은 전체적으로 말안장 모양의 완만한 곡선을 취하 면서 양 끝의 처마를 길게 돌출시킨 기념비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곧은 용마루 보를 중심으로 추가 부재를 덧대 고 위쪽과 바깥쪽으로 동시에 각도를 조절하여 처마 제 작을 위한 캔틸레버 프레임을 만들고, 이 캔틸레버를 지 지하기 위해 ‘뚜락 솜바(tulak somba)’라 불리는 별도의 외부기둥을 세운다<그림 4>.

벽은 구조적 하중을 거의 부담하지 않으며, 하중을 전 담하는 기둥이나 보에 덧붙여진 조립식 칸막이 개념으로 설치된다. 각각의 기둥은 지붕과 각 층의 하중을 지탱하 는 기능 이외에도 사회적·신화적 상징성과 연관된 특별 한 위치(방향)와 의미를 갖는다.

53)

이와 관련된 가장 특징

적인 예로, 과거에 정치적 지배자(귀족)나 마을의 종가집 ( 통고난)에는 내부공간의 중심부에 커다란 기둥이 설치되 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일반 주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기둥은 거주자(居住者)의 정치적·사회적 신분을 상징 함과 동시에 마을의 중심이 되는 집임을 암시하는 것으 로, 위치상 내부공간의 중심에 세워졌지만 실제로는 집이 완성된 후 끼워진 것이며 구조적 하중을 담당하지 않는 다.

54)

‘ 페투오(petuo)’라 불리는 이 기둥은 오로지 공간의 위계와 우주의 중심을 상징하는 시각적 수직성을 암시할 뿐이며, 구조적 과장을 통해 상징성과 중심성을 부여한 것으로 이해된다.

5. 장식

또라자의 예술과 건축에서 이루어져 온 다양한 장식은 이 지역의 관념적 미(美)를 대변하는 또 하나의 영역이 다.

55)

또라자의 건축에서 장식은 단순히 건물의 외관을 꾸미는 미적인 측면을 넘어 신화와 삶의 안녕을 기원하 는 주술적 의미를 강하게 담고 있다. 장식 패턴의 모티브 들은 대부분 동손(Dongson) 시대에 발견된 것과 거의 유 사하다.

56)

주로 조각과 채색 기법으로 이루어진 장식은 크 게 인간, 식물, 동물 등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체계를 상 징적으로 드러낸다. 건축물에 새겨진 장식적 모티브의 디 자인과 배열은 단순히 장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적 위계(체계), 신앙적 의례, 우주적 질서, 정신적 가치 등 을 포괄하는 메시지의 표현이며,

57)

그에 따른 하위개념으 로써 진리, 정의, 행복, 번영, 삶과 죽음, 성(性) 등을 상 징하는 다양한 의미망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의미망은 상 호보완적인 이원적 개념들-즉, 하늘과 땅, 남성과 여성, 삶 과 죽음, 동쪽과 서쪽, 현실(사회)과 신앙 등-의 적용과 조 합을 통해 형성되는데, 일정한 위계에 따라 상부에서 하 부로 배열되는 것을 하나의 원리로 삼고 있다.

58)

51) Kis-Jovak, J. I. (1998). Banua Toraja. 31.

52) 통풍구는 용마루에서 점차적으로 각도를 조절하여 대각선 방향 으로 엮으면서 만들어진다.

53) 또한 건축물의 용도에 따라 기둥의 모양도 다르다. 한 예로, 곡 물창고를 지지하는 기초 기둥은 일반 주택과는 달리 4변형이나 직 사각형이 아닌 원형 기둥이며 표면 또한 매끄럽게 처리되는데, 이는 곡물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54) Waterson, R. (1990). The Living House. 89.

55) 하지만 지금까지 건축 장식에 관한 미학적 조사와 그에 대한 논 의는 그리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라자의 예술에 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지만, 그 역시 대부분 서양의 관점에 서 기술되거나 평가된 것이다.

56) Dawson, B. & Gillow, J. (1994). The Traditional Architecture of Indonesia. 137.

57) Tjahjono, G. (1998). Indonesian Heritage-Architecture. 20-21.

그림 7. 지붕 부재 연결 방식 그림 8. 지붕 시공 상세

(9)

일반적으로, 건물(주택)에 조각되는 장식은 식물과 동물 의 모티브를 직설적으로 묘사하거나, 또는 그 모양이나 의미를 자연(自然)의 형상과 연관시켜 상징적으로 도식화 한 다이어그램을 주된 내용으로 삼아 이루어진다. 원(圓) 은 태양과 힘을, 황금색 칼은 부(富)를, 곡식(쌀)과 물 및 가보(家寶) 장식은 풍성함을, 그리고 물소(버팔로)의 머리 는 번영과 신앙적(의례적) 희생을 상징한다.

59)

또한 일상 생활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소박한 모티브를 나선형 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 예로 길게 나부끼는 수초(水草), 올챙이, 호박덩굴 등을 들 수 있으 며, 이밖에도 X자 모양의 화관(花冠), 뱀 형상의 곡선, 마 름모꼴 그리고 종교적 의례와 관련된 상징성을 나타내는 나뭇잎 장식 등이 있다.

대략 150-200가지 정도60)의 다양한 형상으로 나타나는 기하학적 패턴들은 종족의 번영, 다산(多産), 다작(多作) 등을 염원하는 의미를 지니며, 대부분 물(水)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또라자에서 버팔로는 신화적·사회적·예술 적 측면 모두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모티브로 간 주되며,

61)

그 의미 영역 또한 다른 모티브들에 비해 상대 적으로 넓다.

62)

때문에 버팔로의 머리를 실물처럼 사실적 으로 조각한 목재 장식은 건축물의 전면을 꾸미는 중요 한 장식 요소로 활용되며, 건축구조상 중요한 기능을 맡 고 있는 내력벽이나 큰 기둥에 설치되는데, 대게 마을에

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나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 의 주택에서 사용된다<그림 9>.

이러한 장식은 투박하고 거칠게 처리된 채색작업을 통 해 다시 의미화 된다. 이와 관련된 한 예로, ‘빠부아 티 나(Paqbua Tinaq)’ 장식은 나뭇잎을 묘사한 것으로 가정 의 평화와 단결을 상징하며<그림 10>, ‘빠떼동(Paqtedong)’

장식은 버팔로의 얼굴을 형상화한 것으로 삶의 풍요와 부 ( 富)를 상징한다<그림 11>.

또라자에서 채색 작업은 기본적으로 4가지 색-흑색, 황 색, 백색, 적색(갈색)-으로 이루어지며, 각각은 토착 신앙 과 우주론적 의미를 드러내는 고유의 표현성을 지닌다.

63)

즉, 흑색은 죽음과 어둠을, 황색은 신의 축복과 힘을, 살 과 뼈를 의미하는 백색은 순수함을, 피를 의미하는 적색 은 인간의 삶을 상징하며, 성별 면에서 적색과 백색은 남 성을 그리고 황색과 흑색은 여성을 상징한다.

64)

이외에도 방위 개념과 관련하여 흰색은 가장 위계가 높 은 신(神)인 ‘푸앙 마투아’를 상징하는 색으로 북쪽을 의 미하며, 황색은 위계가 낮은 일반적인 신(神)을 상징하는 색으로 동쪽을, 적색은 석양을 지시하는 색으로 서쪽을, 그리고 흑색은 조상과 죽음을 상징하는 색으로 남쪽을 의 미한다. 모든 색은 주변의 자연물에서 추출되는데, 흑색은 화덕의 그을음에서 취해지며, 황색과 적색은 흙에서, 백색 은 석회에서 얻어진다.

65)

장식은 주로 북측 입면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전술했 듯이, 북측이 공공마당과 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신화적 으로도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성 한 기능을 갖는 북측 입면은 세련되고 화려하게 조각된 버팔로와 수탉의 머리 조각을 비롯한 다양한 장식이 설 치된다.

66)

특히, ‘손동(sondong para)’이라 불리는 지붕의 북측 박공 부분은 주택에서 가장 신성한 부분 중의 하나

58) Sandarupa, S. (1986). Life and Death in Toraja. 84-90.

59) Dawson, B. & Gillow, J. (1994). The Traditional Architecture of Indonesia. 112.

60) Kis-Jovak, J. I. (1998). Banua Toraja. 42.

61) 일반적으로, 동남아에서 버팔로는 부(富)를 상징하며, 신앙적 의 례(儀禮)를 위한 제물(祭物)로 사용되기도 한다. 전통적인 관점에 따 르면, 제물로 희생된 버팔로는 땅과 하늘을 연계시키는 역할을 한 다. 또한 버팔로를 타고 사후세계(死後世界)로 올라갈 수 있는 것으 로 믿어지기도 한다.

62) 또라자에서 버팔로는 신앙적 제물(祭物) 이외에도 부(富), 용기, 번영, 강함, 호전성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여러 종류의 버팔로 중에서도, 특히 유려한 곡선 뿔을 지닌 얼룩진 검은색 버팔로가 가 장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또라자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종(種)으로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참고로, 전통적으로 집을 장식하는 장인(匠人)들은 버팔로를 수고비로 받기 도 한다.

63) 각각의 색은 서로 상반되는 이항쌍으로 묶여 다양한 문맥으로 활용된다. 그 예로, 적색과 백색은 주로 삶과 연관된 의례에 사용되 며, 흑색과 황색은 죽음과 연관된 의례에 활용된다.

64) Dawson, B. & Gillow, J. (1994). The Traditional Architecture of Indonesia. 112. 이와 관련된 예로, ‘빠쎄꽁(passekong)’이라 불리 는 장식 패턴은 ‘남성적’인 디자인을 의미하며, 주로 적색과 백색으 로 구성된다(Sandarupa, S.: 1986, 90).

65) Waterson, R.(1990). The Living House. 94. 참고로, 색의 배합 에는 야자 기름이 사용된다.

그림 9. 전면 기둥 버팔로 머리 장식

그림 11. Paqtedong 장식 출처: J. S. Sande, 1989 그림 10. Paqbua Tinaq 장식

출처: J. S. Sande, 1989

(10)

로 간주되기 때문에 상당히 화려하게 장식된다.

전체 입면은 삼각꼴의 지붕 박공, 중앙의 본체, 지반층 등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각각은 하늘과 땅과 지하세 계를 상징하는 의미체계를 지닌다. 예를 들면, 삼각꼴의 지붕 박공은 또라자의 전통 신화에 등장하는 세 신(神)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67)

삼각꼴 박공 부분은 전체적 으로 남성적 범위를 표현하는 것으로, 남성의 강함 이외 에도 통치자의 권위와 숭고함(위대함) 그리고 신성화된 조 상을 상징한다.

68)

반면, 또라자의 토착적 관념에서 볼 때, 집의 하단부에는 여성적 범위와 함께 사회적 결속과 단 결 및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장식 요소들이 표현되는데, 이끼가 얽혀 있는 모양이라든가 물동이를 단단하게 묶어 놓은 모습, 그리고 풍성하게 자란 나뭇잎 등이 그 예에 속한다.

6. 형태적 특성과 변화

건축재료의 특질과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결구방식 상의 특성은 때로 상당히 독창적인 형태를 이끌어내는 단 초가 되기도 한다. 다시 말 해, 전통건축의 독특한 양식 은 부분적으로는 기술적 측면(한계)과 연관된 상상력을 통 해 발전하였으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종족의 미적 감각을 극적(極的)이면서도 이상적(理想的)인 방향으로 귀결시킨다.

동남아의 전통건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지붕 형태들은 그 반증이다. 이 지역에서 지붕은 그 자체의 형태로서 처 음부터 계획적으로 창조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내부공 간을 덮는 일차적인 목적에서 비롯되었으며, 시간이 지남 에 따라 점차 지역 고유의 물리적 조건(환경)과 관념적 특성에 따라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의 지붕 모양이 나타났다.

또라자 전통주거의 가장 큰 형태적 특징은 안장 모양 의 곡선과 길게 돌출된 박공처마를 지닌 지붕 모양이다.

69)

전반적으로 육중하고 과장된 그리고 강력한 시각적 이미 지를 지니고 있는 지붕은 동남아의 다른 지역에서 발생 한 여러 유형의 지붕 양식들과는 구별되는 기념비적인 독 창성을 보여주며, 그 자체로서 조형적 유일성과 지역적

정체성을 지닌다. 역사적으로, 또라자 전통주거의 양식적 변화는 크게 5가지 단계를 거쳐 이루어졌다<그림 12>. 가 장 큰 변화는 집의 규모와 지붕의 형태에서 발생했으며, 전체적으로 형태 그 자체의 획기적인 의미나 새로운 구 조기법의 응용보다는 규모의 확장에 따른 크기(높이)와 곡 률(曲律)의 변화에 집중되었다.

< 그림 12>에서 가장 앞의 것은 초기의 지붕양식에 해 당하는 유형으로, 지붕용마루선이 거의 직선에 가까울 정 도의 완만한 곡선을 지녔으며 집의 규모 또한 낮고 작았 다. 하지만 후기로 갈수록 지붕의 크기가 확대되고, 그에 따라 지붕용마루선과 처마선의 곡률도 점차 커지는 경향 을 보였다. 또한 지붕의 확대는 기후와 관련된 건축적 이 점을 얻는데도 유리했다. 즉, 또라자 전통주거의 양식적 변화는 전체적으로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극적인 효 과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는 집의 규모를 통해 사회적 신분과 권력을 암시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실제로 전면의 가장 작은 것은 신분이나 경제력이 낮은 계층의 주거 유형이며,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적 위상과 계급이 높은 계층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시기적으로도 근대에 가까운 것임을 의미한다.

반면, 내부공간은 외부형태의 확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공간구성과 규모(면적) 면에 서 새롭게 논의될만한 근본적인 변화를 드러내지 않은 상 태에서, 지붕의 확대에 따른 층고(層高)의 변화가 발생했 을 뿐이다. 이로 인해, 건물의 단변 폭이 높이에 비해 상 대적으로 좁아지게 되면서 건물의 전체적인 비례(比例)가 수직적으로 치우치는 양상을 드러냈다.

이는, 전술했듯이,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신앙적 관념과 생활양식의 변화가 상당히 더디게 이루어져 왔고, 또 내 부공간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되어 왔던 흐 름에서 종족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더 강렬하게 표현하 기 위해 일차적으로 형태적 상징성을 강화하는데 치중해 왔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V. 근대 이후의 건축적 변화와 전개 양상

또라자 전통주거의 형태성은 이 지역의 현대건축에서도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근대 시기 이후, 또라자 지역은 외 부 세력에 의한 사회적 질곡을 겪으면서 전통적 가치관

66) 또라자에서 수탉 역시 신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동물이

다. 수탉의 울음소리는 죽음을 회생시키고 충만한 희망을 살려내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의미하며, 하나의 별 자리로 이해되기도 한다(Tjahjono, G.: 1998, 22-23).

67) 창조(하늘)의 신인 ‘Puang Matua’, 땅의 신인 ‘Pong Banggai Rante’, 지하세계의 신인 ‘Pong Tulak Padang’ 등이 그것이다 (Sandarupa, S.: 1986, 86).

68) Sandarupa, S.(1986). Life and Death in Toraja. 90. 그 안에 새 겨진 햇살 모양과 수탉 등은 그와 관련된 의미를 지닌 장식요소들로 써, 주로 상류층 주택에서 활용된다.

69) 또라자 건축의 지붕 형태에 관한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지역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청동시대 동손(Dong-son)문화의 전통과 관 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Jowa Imre Kis-Jovak: 1998, 68). 이와 관 련된 몇 가지 논의들이 있다. 혹자는 지붕의 모양이 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옛 조상들이 배를 타고 사단(Sa’dan) 강을 따 라 이 지역에 도착한 후 거주처를 마련하기 위해 배를 해체하여 집 을 지었기 때문에 배의 형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 로는, 하늘의 형상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Sandarupa, S.: 1986, 61), 일부는 물소의 뿔 모양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그림 12. 전통지붕양식의 역사적 변화 양상 출처: Jowa Imre Kis-Jovak, 1998: 69

수치

그림 1. Bori Toraja 마을 전경
그림 5. 중앙부 살리 내부 Palawa Toraja 마을 소재
그림 7. 지붕 부재 연결 방식 그림 8. 지붕 시공 상세
그림 13. 마깔레 의회 청사 Makale 지역 소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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