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4년에 리슐리외(1585-1642) 추기경이 국왕참사회에 입각했다. 당시 유럽사회는 스페인이 최강국이었고 루이 13세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안 도트리슈와 결혼했다. 리슐리외는 신교도를 다시 억압하고 스페인에 저항하는 정책을 폈다. -> 프랑스가 1635년에 선전포고 하면서 30년 전쟁(1618-1648)1)에 개입하여 초반의 불리한 전황을 극복하고 승리.
1) 스페인 합스부르크가와 신성제국간의 대립으로 촉발된 전쟁. 신성제국은 로마 가톨릭 교회와 독일 프 로테스탄트의 지지를 받고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제국 등 대부분의 프로테스탄트 국가와 연합해서 가톨릭의 스페인과 맞섰다. 역시 가톨릭 국가였고 내부에서 프로테스탄트를 억합했던 프랑스였지만 합스부르크가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에 개입했다.
(자크 칼로, 전쟁의 비참(1632))
② 리슐리외의 정책
리슐리외는 군주제의 권위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국왕참사회에서 대영주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관직 보유자들, 법관들이 채웠다. 그래서 법복인사들(경멸적으로 robins(법복을 의미하 는 robe에서 나온 말)이라고 불렀다)의 정치적, 사회적 상승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이 시기의 주된 혁신은 지사(intendant)의 파견이었다. 앙리 2세부터 시작되었지만 리슐리외 는 이들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주었다. 지방적 수준에서 국왕명령의 실시, 사법, 타유세의 할 당, 군대 기율에 대한 감독, 음모의 진압 등이 그것이다.
리슐리외는 중상주의를 지지했다. 견직물, 장식용 융단, 사치품 제조업을 관세장벽을 통해 보 호하고자 했다. 디에프, 페캉, 르 아브르, 생 말로, 낭트, 브루아주, 보르도 등 항구에서 많은 토목공사를 벌이고 식민지 교역을 위한 회사 설립을 시도했다. (몬트리올(1642), 세네갈 (1626), 마르티니크 섬(1635) 등의 식민지)
30년 전쟁 참여를 위해 재정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편법으로 타유세와 소금세를 올리고, 군대 유지를 위한 특별세(crues(이 말은 croître동사에서 온 말로 ‘증가분’이라는 뜻이다. 타유세, 소금세 등에 부가되었다)가 징수되었다.
③ 문예운동
상류사회의 제한된 범위에서 품행을 순화하려는 움직임, 품위와 심지어 지나친 세련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다. 랑부예 후작부인(카트린 드 비본)은 파리에 사교적인 문학 살롱을 열었고, 여기에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언어, 분석의 섬세함, 우아한 화법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선멋 을 부리는 운동은 프랑스어의 순화에 기여했다. 보줄라의 문법은 1647년 국어로서의 최초의 규칙을 확정했다. 문학을 좋아했던 리슐리외는 1635년 사전을 편찬하고 문법적 용례를 확정하 고 문학작품에 충고하는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세웠다.
시라노 드 베르주락, 스퀴데리의 소설 등 멋을 부리고 갑작스럽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직하 지 않은 이야기가 특징적인 바로크 문학과, 고전적 위대함을 추구하면서 간결하고 절제되고 영웅적인 고전주의 문학이 대립하는 시기이다.
④ 바로크 건축
프랑스 사람들은 고전주의 (양식)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경멸적인 의미로 “바로크”로 명명되 기도 한다. 원래 바로크 양식은 이탈리아에서 온 것으로 화려함이 강조되고 과도한 장식과 원 근법이 특징적이다.
(발 드 그라스(망사르)) (뤽상부르 (브로스)) (생 제르베 교회(메트조))
2.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
① 데카르트의 이성의 재건
르네상스 시대 이후 과거의 모든 권위, 모든 지식, 모든 체계를 회의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회의한다면 확실한 진리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데카르트는 절대적 확실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철학을 시도하기 위해 먼저 회의주의 방법으로 시작한다. 그에게 회의주의는 현존하는 모든 지식과 확신들을 엄밀히 검증하는 방식이며 가능 한 모든 오류와 환각으로부터 정신을 해방시켜 본래의 순수성을 되찾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 나 그는 회의의 끝을 확인하기를 원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과 이론들을 위시하여 세인 들 사이에서 공인된 의견들, 거창한 형이상학적 체계, 우리의 지각과 사고의 주체인 감각과 이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회의해 보았다.
그러나 그는 극단적으로 나아가 나의 존재 자체를 회의하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에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내가 존재해야만 하지 않겠는지 묻게 된다. 여기에서 그의 유명한 코기토 명제가 도출된다. 내가 회의하는 동안, 즉 생각하는 동안 내가 존재한다 는 것은 확고부동한 사실이다. 물론 이때의 나는 ‘생각하는 실체(res cogitans)’로서의 나이 다.
② 방법서설(1637) :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방법서설의 원제목은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 있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서설, 그리고 이 방법에 관한 에세이들인 굴절광학, 기상학 및 기하학”이다. 그에 따르면 참된 철학 은 이성의 올바른 지도에 달려 있다. 그에 따르면 아무리 조잡하고 우둔한 정신의 소유자라도 올바르게 지도되기만 하면 확실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반면에, 방법이 없이 그저 학문을 탐구하는 사람은 결코 진리를 인식할 수 없다.
기존의 강단 논리학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꿰뚫어 본 데카르트는 새로운
‘발견의 논리학’을 창안한다. 그가 제시한 네 가지 규칙은,
1. 명증적으로 참이라고 인식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참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 즉 속단과 편견을 신중히 피하고,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석, 판명하게 내 정신 에 나타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리지 말 것.(명증성의 규칙) 2. 검토할 어려움들을 각각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가능한 작은 부분으로 나눌 것. (분해의 규
칙)
3. 내 생각들을 순서에 따라 이끌어 나갈 것, 즉 가장 단순하고 가장 알기 쉬운 대상에서 출 발하여 조금씩 올라가 가장 복잡한 것의 인식에까지 이를 것.(합성의 규칙)
4.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열거와 전반적인 검사를 어디서나
행할 것. (열거의 규칙)
3. 피에르 코르네이유와 르 시드(1637)
① 피에르 코르네이유(Pierre Corneille 1606-1684)
프랑스의 극작가. 비극은 물론 희극, 희비극에서도 재능을 발휘하며 다채로운 작품을 집필했 다. 풍부한 상상력, 관객을 열광시키는 영웅주의, 힘찬 시구로 장대한 규모의 작품 세계를 창 조했다.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짧은 시들을 짓곤 했던 코르네이유는 첫 희극 멜리트
(1629)를 써서 등단한다. 1636년 말에 공연된 르 시드는 코르네이유 개인에게 있어서나 프 랑스 연극사에 있어서나 명실공히 신기원을 이루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코르네이유 는 비극에 몰두하게 되고, 프랑스 연극은 고전주의 시대로 가는 확실한 길에 접어들게 된다.
코르네이유의 극작 활동은 다음의 3단계로 구분된다.
1. 초기-르 시드까지 : 희극으로 시작해서 비희극과 영웅비극을 쓰는 시기 2. 르 시드 논쟁기
3. 오이디푸스로 연극계에 복귀한 이후 새로 등장한 라신과 경쟁하는 시기
② 르 시드(몽도리 극단에 의해 마레극장에서 상연되면서 대성공을 거둔다)
원래 이 이야기는 스페인의 길렘 데 카스트로가 1621년에 발표한 시드의 어린 시절에서 줄 거리를 취한 것이다. 비희극으로서 비교적 규칙에 충실한 편이었다.
이야기의 무대는 기사도 사회인 중세 스페인이다. 젊은 기사 로드리고와 아가씨 쉬멘느는 서 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이들의 부친이 말다툼을 벌이다 쉬멘느의 아버지 동 고메스가 로드리 고의 아버지 디에그를 모욕하는 일이 벌어진다. 복수를 명령받은 로드리고는 사랑과 가문의 명예 사이에서 고뇌한 끝에, 쉬멘느의 사랑에 어울리는 영웅이 되기 위해서라도 아버지의 치 욕을 씻어야 한다며 고메스와 결투를 하고 승리한다. 쉬멘느는 로드리고를 사랑하지만, 그에 게 어울리는 연인으로서 국왕에게 로드리고의 처형을 호소한다. 그러나 로드리고는 나라를 침 입한 무어인을 격퇴하고 아랍어로 주군을 의미하는 ‘시드’로 불리며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받 는다. 로드리고는 재판을 요구하는 쉬멘느를 위해 결투를 신청한 동 상슈를 이긴다. 결국 로 드리고와 마음속으로 언제나 그를 사랑해 온 쉬멘느가 맺어질 것을 암시하며 막이 내린다.
③ 논쟁
스퀴데리는 르 시드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판한다.
1. 주제가 전혀 가치가 없다.
2. 연극의 주요 규칙을 어기고 있다.
3. 행동에 판단력이 결여되어 있다.
4. 좋지 않은 시구가 많다.
5. 이 작품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부분은 대개 표절이다.
아카데미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스퀴데리의 입장이 틀리지 않으나, 정열의 소박함과 격렬함, 사상의 힘과 섬세함, 결점 속에 섞여 있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은 가장 큰 기쁨을 주어온 프랑스 연극들 중 상당한 자리를 그 작품에 부여했다.
로드리고가 쉬멘느의 아버지를 죽이고 쉬멘느의 집으로 찾아와 그녀의 손에 죽겠다고 말한다.
“나는 해야했던 것을 했으니, 이제 해야 하는 것을 하는 것이오.” 그러자 쉬멘느는 로드리고 에게 “[당신이] 치욕에서 벗어난 것을 비난할 수 없다”고 답한다. 그녀는 로드리고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녀는 “당신이 정직한 사람의 의무를 다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쉬멘느]의 의무도 가르쳐주었다”고 말한다. 로드리고가 쉬멘느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를 죽였으니, 쉬멘느 역시 로드리고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그를 버려야 한다.
명예를 위해 사랑을 버려야 하는가? 코르네이유의 주인공들은 개인적 정념보다 더 큰 의무(가 문의 명예, 국가의 구원)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이는 이미 이 시대의 정치적인 주제이다. 주인 공의 결단과 의지를 인정하고 그것을 영광스러운 것으로 ‘판단’하는 자는 바로 (현명하고 공정 한) 국왕 자신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