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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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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경계를 넘어: 맥베스 에 드러난 폭군과 반역의 담론

김 유 (성균관대)

I

맥베스 (Macbeth)를 “잉글랜드의 새로운 왕인 제임스 1세의 정신을 경 유”(via the mind of the new King of England - James I, 38)한 도덕적 역사 (moral history)로 파악한 헌터(G. K. Hunter)의 1967년 발언은 여전히 강력한 비평적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는 두 가지 보수주의적 맥베스 담론의 한 줄 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 준다. 작품에 내재하는 선과 악의 구조적 대립에 주목 하면서 “악에 대한 가장 심오하고 성숙된 비전”(140)으로 해석해 낸 나이트 (Wilson Night)처럼 맥베스 의 구체적이고 모순적인 역사적 공간을 보편적 진 리를 구현하는 형이상학적 비극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일련의 시도가 그 하나라면, 제임스 1세의 정신이 고스란히 반영된 도덕적, 정치적 텍스트로서 보려는 헌터의 시도는 본질적으로 유사한 보수주의 비평 담론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한다. 새로 등극한 왕의 적법한 계보를 찬양하고 확립하는 텍스트로 읽고 자 하는 헌터의 입장은 폴(Henry N. Paul)의 저명한 왕실 연극으로서의 맥베 스 (The Royal Play of Macbeth 1950) 속에서 이미 하나의 영향력 있는 정설로 서 자리 잡은 바 있다. 나이트가 구체적 갈등의 사회적 공간을 맥베스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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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의 ‘영혼’ 속으로 간단히 축소시켜버렸다면, 헌터는 그 동일한 갈등의 공간 을 정치적, 도덕적 알레고리가 추출되는 피상적인 외피로 격하시킨다. 이러한 두 가지 보수주의적 담론은 반 역사주의와 역사주의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극에 내재한 도덕적 이분법 그리고 더 나아가 작가의 의도와 텍스 트의 통일성에 대한 일정한 전제와 합의 속에서 작동한다.

물론 텍스트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긴장과 모순의 목소리에 대한 인식은 기존에 제기되어 왔던 비극과 역사극의 장르 구별의 문제나 셰익스피어의 보 수적 정치관에 대한 일련의 주장 속에서 그 맹아를 찾아볼 수 있다. “신중한”

말콤의 승리를 다루는 결말의 정치적 초점은 그 “가장 덜 비극적인 음조”(the least tragic in tone)로 인해 순수 비극으로 읽어나가려는 브래드부룩(Muriel Bradbrook)에게 불만의 대상이었다(Turner 120 재인용). 버크(Kenneth Burke)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애매한 ‘음조’는, 부상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가치들과 봉건 적인 가치 규범들 간의 모순된 병치로 인한 결과물로서 “비극적 모호성”(tragic ambiguity)이라는 용어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즉 셰익스피어는 “야심에 대한 새로운 부르주아적 개념들”(the new bourgeois concepts of ambition)을 “그 로테스크한 형태”(in grotesque guise)로 형상화하려는 시도에서 거기에 “범죄성 이라는 금단의 의미”(the forbidding connotations of criminality)를 부가했던 것이 다(29). 버크의 진술은 맥베스의 욕망에 봉건주의와 개인주의 간의 충돌이라는 사회적 역사적 문맥을 부여하는 비판적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작가 의 정치적 보수성 논의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폴이나 헌터가 개진한 제임스 1 세를 위한 찬사로서의 극 해석과 그 명백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유 사한 궤적을 그린다. 따라서 이러한 독법에 의하면, ‘결국’ 셰익스피어는 “왕권 의 개념을 신비화하고 적법한 권력의 행사와 연관된 기호와 상징들을 재활성 화하며 나아가 극으로 하여금 더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말하도록 만드는” 것 이다(Tennenhouse 130).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보수성 논의는 개별적인 작가나 텍스트에 있어 전복 적인 사고와 정치적 보수주의가 변증법적으로 맞물려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을 고려하거나(Dollimore 22), 작가의 의도, 장르나 스타일의 전통적인 규범 등 을 포함해서 스스로에 부여된 모든 제한들을 넘어서려는 텍스트의 개방성을 인식하는 순간 그 경직성과 비생산성을 드러낸다. 더욱이 텍스트의 도덕적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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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함과 정치적 보수성을 규명해내려는 기존의 해석이 작품의 시원으로서의 작 가적 상상력의 자율적 주권과 이데올로기적 통제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해석들은 실상 작품에 대해서라기보다 는 이러한 주장을 펴는 평자들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드러내 주고 있는 셈이 다(Goldberg 93). 대표적인 신 역사주의 비평가인 그린블랏(Stephen Greenblatt) 에 따르면 문학적 의미화 과정에 있어서 해체에 의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의 미의 “미결정성”(undecidability)은 문학적 자율성에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한다.

즉 “기표(signifiers)는 언제나 의도를 넘어서서 그것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러한 “끊임없는 초월”(constant exceeding)은 “모든 안정된 대립들의 붕괴”(the collapse of all stable oppositions)를 유도할 뿐더러, “하나의 해석적 입장이 항 상 그것의 급진적인 반명제의 흔적들(traces of its radical antithesis)에 의해 오 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429). 맥베스 에 대한 기존의 보수주의적 담론은 이러한 반명제의 흔적을 지우면서 안정되고 단일한 의미의 구축을 시 도해 왔다. 그러나 당대의 정치 사회적 맥락, 연극의 이데올로기적 기능, 관객 의 복합적인 반응 등을 포괄하여 연극과 문화, 정치권력 간에 촘촘히 형성되어 있는 광범위한 상호 텍스트의 장, 즉 텍스트의 내부와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 의 장 속에서 생산되는 맥베스 의 의미의 확장은 그것을 봉쇄적이기보다는 전복적인 텍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본 논문은 맥베스 텍스트의 통일성(에 대한 주장)이 미묘하게 억제하고 있는 그 잠재적 분열성을 반역과 폭군의 담론 속에서 추적하고자 한다. 이는 맥베스 를, 반역과 폭군 담론을 지탱하는 도덕극적, 이원론적 구조를 해체하 는 동시에 이러한 담론을 구성해내는 통치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노출시키는 전복적인 텍스트로 읽고자 하는 시도이다. 통치 이데올로기와 필연적으로 연계 되어 생산된 반역과 폭군 담론은 당대의 민감한 정치적 관심사였으며 따라서 이는 맥베스 텍스트의 잠재적 전복성이 작동하는 지극히 구체적인 역사적 토 양과 현실적인 갈등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 극을 텍스트의 이데올로기성에 주 목하면서 텍스트가 현실과 맺고 있는 사회적, 역사적 역학 관계의 장 속에서 읽어낸다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맥베스 의 비극적 텍스트가 부여하는 감정적 충격에서 의식적으로 한 걸음 떨어져 읽기를 시도하는 것이며, 보다 구체적으 로는 튜더 및 스튜어트 절대주의의 단일한 목소리에 가해진 파열의 틈새를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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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읽는 일이다. 이러한 논의는 씬필드(Alan Sinfield)가 언급하듯이, “인간 존 재에 대한 진실을 구성해내는 이데올로기”를 “인간 자체”에 대한 진실로서 오 인하(려)는 인본주의적 접근을 지양하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인간에 대한 개념들을 수반하는 텍스트적 배열들”(“Introduction” 6)로 읽어내려는 다분히 의 식적인 시도에서 출발한다. 텍스트의 역사성/역사의 텍스트성에 토대를 두는 이러한 시각은 맥베스 의 텍스트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 투쟁의 공간을 열어 젖힐 뿐만 아니라 텍스트가 지닌 전복성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II

극에서 맥베스의 삶의 궤적은 실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모순적이기도 하 다. 막강한 전투 능력을 지닌 총애 받는 신하에서 왕을 시해하는 반역자로, 다 시 왕으로 추대된 뒤 폭군으로서 죽음을 맞이하는 맥베스의 극단적인 운명은 개인적 비극의 문제를 넘어 왕권과 통치 이데올로기 전반에 걸친 당대의 민감 한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있다. 맥베스라는 단일 인물 속에서 관객은 신하와 왕, 폭군이라는 넘지 못할 경계선들이 차례로 와해되는 것을 목격하며, 이러한 경계의 위반과 오염은 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통치 세력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사실 역사적으로 침략과 폭력에 기원하고 있는 군주 권력 의 정통성(legitimacy) 개념을 신적인 속성으로 치환함으로써 안정시키려고 했 던 르네상스 절대주의 이데올로기에 있어서 도덕적인 문제를 배태하는 폭군의 존재는 항상 골치 아픈 쟁점을 제공해 왔으며(Kastan 169-70), 더 나아가 민중 항거의 가능성을 사전에 무마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수반하기도 했다. 폭 군의 이미지들을 사용하여 왕과 폭군 간의 차이를 역설하기도 했던 제임스 1 세의 궁극적인 결론은 폭군도 왕이므로 어쨌든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폭군의 개념은 선왕(a good king)의 반명제로서 성립하기보다는 신의 명령에 따라 등극하였으므로 어쨌든 복종해야만 하는 “가장 끔찍한 형태의 왕”으로서 규정되었으며, 따라서 “정통성(legitimacy)만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구별의 표식 이 됨”으로써 왕과 폭군 간의 도덕적인 차별은 사실상 극도로 약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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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hnell 74-75). 더군다나 저항의 근거를 폭군의 전제정치에서 찾음으로써 폭 군의 퇴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던 뷰캐넌(George Buchanan)의 전복적인 견 해는 제임스 1세의 왕권 개념에 대한 저항 담론의 공간으로 작용했으며, 제임 스 1세의 왕권신수설을 믿지 않았던 화약 음모 사건 연루자들의 태도에서도 반영되었듯이, 이러한 전복적인 견해가 제임스 1세의 이론에 철저하게 세뇌당 한 관객들에 의해 아무렇지 않게 묵살되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임에 틀림없다(Kamps 8).

문학 담론에 있어서도 적법한 왕과 폭군의 이분법적 경계선은 견고히 유지 되어지기보다는 항상 상호 침투되어졌다. 폭군의 비극 (Tragedies of Tyrants 1990)이라는 저서를 통해 그리스, 로마를 거쳐 튜더 및 초기 스튜어트 군주 시 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산문과 드라마 속에 드러난 폭군 담론들을 분석한 부 쉬넬(Rebecca Bushnell)은, 작가들이 야수성(bestiality), 과도한 성적 욕망 (excessive sexual desire), 연극성(theatricality) 그리고 여성성(effeminacy)이나 아 내 의존성(uxoriousness)등과 같은 고전적인 폭군의 요소들을 차용, 변형시켜옴 으로써 폭군의 담론을 구성하고 확장시켜온 과정을 추적한다. 그녀에 따르면 16세기 영국 인본주의자들이 주로 도덕적 관점에서 폭군과 왕을 대비시키고자 하였다면, 17세기 초기에 이르러 폭군의 형상화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여 결 국 절대 군주의 상으로 편입, 흡수되었으며, 164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폭군 은 도덕적 이슈라기보다는 민중들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법적인 문제로 변 형되었다. 사실 부쉬넬이 강조하는 것은 폭군을 제시하는데 있어 문학, 더 구 체적으로는 비극이 왕과 폭군 간의 대립 구조를 지탱하기보다는 종종 혼란스 럽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186). 그녀는 적합한 군주 상을 확립하려는 “인본주 의적 작가들”(the Humanist writers)과 “절대주의적 작가들”(the Absolute writers) 과는 달리 군주의 이미지를 무대 위에서 형상화하려고 시도한 “군주 비 극”(tyrant tragedy) 작가들의 경우에 종종 극의 정치적 메시지가 불명확한 경우 가 존재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는 적합한 왕과 부적합한 왕을 “연기와 위 선의 공간”(the realm of play and hypocrisy)속에 같이 몰아넣음으로써 그들 간 의 구별을 와해시키는 효과를 초래하는 드라마 특유의 재현 양식에 기인한다.

즉, 군주 비극은 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단지 단일한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천명 하는데 국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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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담론과 마찬가지로 반역의 담론은 통치 이데올로기를 지탱해 온 동 시에 그 균열을 노출하고 나아가 공략하는 지점으로 작용한다. 대륙으로부터 예 수회(Jesuits) 수도사들의 유입에 힘입은 영국 내 로마 카톨릭 세력이 통치 권력 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투쟁의 입장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1580년대 초기부터 약 30여 년에 걸쳐 활성화된 반역의 담론은 영국 정치 문화 전반에 있어 핵심 적인 의제를 형성해 왔다. 가우리 음모 사건(the Gowry Conspiracy 1600)과 화약 음모 사건(the Gunpowder Plot 1605) 등 왕의 시해 미수와 관련되어 지속적인 정치적 논쟁이 이어졌으며 이러한 반역과 음모 사건들은 데커(Thomas Dekker) 의 바빌론의 창녀 (The Whore of Babylon)를 비롯하여 맥베스 , 겨울 이야(The Winter’s Tale), 폭풍 (The Tempest) 그리고 자에는 자로 (Measure for Measure) 등 당대 드라마 속의 반역의 모티브를 형성해왔다. 반역에 대한 재현 은 국민 포고령, 선전 책자, 설교, 연대기, 드라마 등 문서 형태로서 뿐만 아니 라, 반역자에 대한 체포와 구금, 재판, 공개 처형, 처형된 신체의 전시 등 육체 적 처벌의 형태를 통해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통치 후반부와 제임스 왕 집권 초 기에 걸쳐 하나의 “담론적 장”(the discursive field)을 구성해 왔다(Breight 2-4).

그러나 지배 계급의 권력을 확고하게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생산된 공식적인 반 역 담론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미미하긴 했으나 저항 담론 또한 다양한 대 안 텍스트들과 교수대 앞 관객들의 불신의 목소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산출되었 다. 악마화(demonized)된 반역 음모자들이 교수대로 끌려가는 행렬은 정권의 수 호자들과 비판자들 간의 이데올로기적 논쟁을 동반하였으며 단두대는 어느 면 에서 무대보다 더 극적인 “미니 드라마들의 장”(the scene of mini-dramas)으로 확장되었다(Breight 5).

실제로 단두대에서 처형되기 직전에 행해지는 이른바“단두대 발언”(scaffold speech)은 범죄자의 ‘자발적인’ 자백을 통해 일탈한 개인에 대한 국가적 처벌을 정당화할 계기를 부여함으로써 결국 세속적이고 종교적인 권위를 합법화하는 효 과적인 이데올로기적 장치로서 기능하였다(Sharpe 163). 멀레이니(Steven Mullaney)에 따르면 “자백을 세속화하고 연극화하려는” 이러한 단두대 발언은

“가장 퇴행적인 국가 성원들에게조차 내재화된 복종을 주입시키려는” 국가 권력 장치의 표본적인 일례였다(The Place of the Stage 112). 그러나 이는 단지 막강한 군주 권력에 대한 시각적 전시를 넘어서서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해석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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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열려 있었다. 런던 브리지의 정문에 걸려있는 무수한 반역자들의 목으로 대 변되는 반역의 시각적 재현과 이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담론 투쟁의 장에 다분히 익숙해진 관객들은, 이러한 단두대 발언이 단지 신체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 고 종교적인 압력에 굴복한 반역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자백과 사죄 그리고 기도로 이루어지는 거의 천편일률적인 공식적 언어의 진정 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Lemon 33). 비극의 감정적 정화 기능을 강조 한 아리스토텔레스나, 전제 군주들에게 “그들의 폭군적인 기질을 드러내 보 임”(manifest their tyrannical humors)(Lemon 26 재인용)으로써 미래의 통치에 대 한 경고로서의 비극의 역할에 주목한 시드니(Philip Sidney)의 교훈적 비극론은, 국가 권력에 의한 봉쇄와 이의 전복적 가능성이 교차하는 장으로서의 단두대의 복합적인 경험 속에서 아무런 균열 없이 성취되기는 쉽지 않았다. 푸코(Michel Foucault)는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은 통치 군주의 권력이 범죄인의 육체적 징벌 을 통해서 가장 시각적인 형태로 재구성되는 단두대에서의 경험이 초기 근대 유 럽의 사법적이고 정치적인 기능을 담당해왔음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지배 계급 의 의도와는 달리 민중의 정치적 저항의 공간을 창출해내었다는 사실 또한 인정 했다(48). 비록 소규모였지만 단두대 처형이 불러일으킨 무수한 군중 난동의 예 들은 범죄인의 고통과 군주 권력의 막강함을 단지 수동적으로 목격하도록 동원 된 군중들이 지닐 수 있는 또 다른 반응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즉, 군중들은 범 죄인의 고통만을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판사, 법, 종교, 정부를 저주하는 것을 청취했으며, 심지어는 범죄인에 대한 극심한 고 문과 처형에 동정심을 느끼고 그를 영웅이나 성인으로 격상시키는 와중에서 “일 시적인 농신제적 축제”(momentary saturnalia)(Foucault 60)가 지니는 전복적인 순 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군주의 끔찍한 권력만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이러한 처형 사건들 속에서,

규율이 전복되고 권위가 조롱당하며 범죄인들이 영웅으로 변모되는 카 니발의 총체적인 측면이 존재했다. 불명예는 다른 곳으로 돌려졌다; 비 난받은 자들의 눈물과 절규처럼 용기는 오직 법에 대한 저항을 야기했

다 [...] 거기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군주의 가장 극단적인

복수에서조차도 항상 복수를 위한 핑계의 맥락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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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se executions, which ought to show only the terrorizing power of the prince, there was a whole aspect of the carnival, in which rules were inverted, authority mocked and criminals transformed into heroes. The shame was turned round; the courage, like the tears and the cries of the condemned, caused offence only to the law [...] For the people who are there and observe, there is always, even in the most extreme vengeance of the sovereign a pretext for revenge. (61)

코오더 영주의 반역과 처형에서 시작하여 맥베스의 잘려진 목으로 끝나는 맥 베스 의 텍스트에는 이러한 당대의 복합적인 반역의 심리학이 팽배해 있다. 맥 베스에 부여되는 야수성(bestiality)과 이중적인 연극성(theatricality) 그리고 아내 의존성(uxoriousness) 등은 맥베스 를 당대의 공식적인 지배 담론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보수적인 폭군 비극의 텍스트로 자리매김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맥더프의 말대로 “희귀한 괴물처럼 장대에 매달린 채” “이 세상의 구경거 리”(5.8.24-27)1)로 전시되는 맥베스의 머리는 단두대를 둘러싼 복합적인 반응만 큼이나 관객들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시각을 유도한다. 더욱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임스 왕이 견지한 정치적 입장을 고려한다면 왕/폭군의 잘려진 머리 를 들고 등장하는 맥더프의 존재는 합법적인 질서 회복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폭군이라 하더라도 순종해야만 하는) 신성한 왕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 즉 불 법적인 반역의 이미지를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당대의 공식적인 지배 담론과 저항 담론의 복합적인 그물망 속에서 분출하는 맥베스 텍스트의 전복적 에너 지는 감정적 정화와 교훈적 봉쇄 속에 제한되기를 거부한다. 이와 같이 텍스트 의 내부와 외부를 관통하는 상호 텍스트성, 잉여적이고 과도한 폭력의 형상화, 그리고 유사한 이미지와 등장인물들의 반복적 배열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차이 를 지속적으로 삭제하는 극적 구조는 지배 권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행사되어 져야만 하는 상징적 봉쇄의 한계를 노출한다.

1) 본 논문에서 맥베스 텍스트는 Muir, Kenneth. Ed. Macbeth (The Arden Shakespeare, 9th ed.)을, 번역문은 최종철의 번역을 이용했다( 멕베스: 세계문학전집 99 , 민음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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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적법성과 불법성, 충성과 반역, 자연과 초자연, 선과 악 간에 드러나는 맥 베스 의 대립적 구조에 치중한 기존의 비평적 접근은 작품 내의 금기된 경계 의 횡단에 대해서는 함구하거나 또는 도덕적 이분법을 구성하는 차이의 논리 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외면해왔다. 사실상 극의 도덕적 메시지를 확대 재생산 하려는 이러한 비평적 접근은 위계적 정치 질서를 정의하려는 지배적 용어가 실제로 그것의 “악마화된 반명제”(demonized contrary)와 상호 보족 관계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부인함으로써 성립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Kastan 166). 서로에게 자신의 존재를 빚지고 있는 이러한 반명제들 간의 연루 관계를 드러내는 일은 정상적인 사회 질서와 이를 교란하는 맥베스의 반역 간의 이분 법적 대립을 해체하는 작업이며, 이는 맥베스의 욕망을 추동하는 사회적 구조 를 설명해 냄으로써 어느 정도 성취되어질 수 있다. 물론 맥베스는 반역자이고 도덕적인 지탄의 대상임에는 틀림없으나 그의 행동의 선택이나 그 결과에 대 한 책임 문제는 단지 개인의 도덕적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 구조 내의 개인의 능동적 행위의 가능성 문제와 결부되는 양상을 보인다. 즉, 맥베스는 악의 형 이상학적 형상화나 비정상적이고 탈사회적인 욕망의 재현으로서가 아니라 자 신이 속한 사회의 구조적 산물이라는 시각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사회적 금기 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맥베스의 욕망은 절대주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구조적 모순, 즉 왕의 권력과 봉건 귀족들의 군사적 영향력 간의 상호 의존적 관계 속 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구조의 단층선”(Sinfield, “Cultural Materialism, Othello”

71)에 주목함으로써 명백해 진다. 물론 맥베스 의 직접적인 배경은 자코비안 시대의 전사(prehistory), 즉 초기 봉건주의 사회이지만 이러한 봉건주의 이데올 로기나 사회적 구성체들은 여전히 자코비안 영국의 정치 구조에 잔존하고 있 었다(Turner 86). 정치적 권위의 구심점으로서의 지위를 전적으로 봉건 귀족들 의 군사력에 의지하고 있었던 봉건주의 체제는 “군주 권력을 해체하고자 하는 강력한 경향”과 “실질적인 재편을 초래할 수도 있는, 권력의 최종적 구심점이 직면한 절대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 간의 내재적 긴장에 기인하고 있었 다(Anderson 152).

맥베스 에서 형상화되는 폭력은 이러한 사회적 구조의 내재적 모순을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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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핵심적인 현상이자 원동력이다. 폭력이 형이상학적이거나 제식 기능을 갖 는 여타의 셰익스피어 극들과는 달리 맥베스 의 적나라한 폭력의 형상화는 그 잉여성 속에서 폭력이 양날의 칼이 되는 사회의 폭력적 통치 구조를 부각시킨 다. 1막 2장에서 부상당한 장교의 전황 보고 속에서 드러나는 맥베스의 파괴적 분노와 폭력은 보고자의 의도와는 달리 이미 충성스런 행위와 반역 행위 간의 절대적 차이에 근거하는 도덕극적 수사학을 넘어서는 과도함을 노출한다: “용감 한 맥베스가[...] 피비린 살상으로 김이 서린 칼을 휘둘러 [...] 몹쓸 놈과 맞섰고 악수나 작별의 인사도 전혀 없이 그놈의 배꼽부터 턱주가리까지 실밥을 확 자 르고, 그자의 모가지를 우리의 성벽 위에 꽂아놓았으니까요”(1.2.16-23). 도덕극 적 수사학에 제한되기를 거부하는 과도한 살상(overkill)의 에너지를 함축하는 맥베스의 폭력 행사는 던컨의 통치를 지탱시켜주는 토대가 되는 동시에 정권 유지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인 도덕적 이분법을 와해시키는 전복적인 효과를 산 출한다. “지쳐서 서로 엉겨 붙은 채 헤엄치는 사람들”(1.2.8)의 비유에서 드러나 듯이 차별적이지만 중첩되는 이미지가 생산하는 경계의 모호성은 충신 맥베스 와 반역자 맥도널드 간의 절대적인 구별을 붕괴시킬 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적 기능을 상실한 무차별한 폭력의 사용이 내재화된 던컨의 통치 구조를 부각시킨 다. 맥베스를 “용맹한 사촌, 훌륭한 신사”(1.2.24)로 만들고 다시 “끔찍한 폭 군”(5.7.10)으로 규정하는, 폭력에 대한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적 합법화 노력 은 동시에 “또 다른 골고다를 남기려는”(1.2.41) 듯 “화약을 두 배로 과도하게 장전한 대포”(1.2.37)의 포신이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하려는 가능성에 항상 직 면해있다. 왕의 주목을 간청하는 장교의 보고를 역설적으로 만드는 것은 통치 권력의 입장에서 볼 때 질서를 유지시키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그 동일한 질서 를 전복하는 파괴적인 에너지 간의 불확실한 경계선이다: “태양이 비치기 시작 하는 곳에서 난파의 폭풍과 불길한 천둥이 터지듯이 안도의 샘물이 솟는 곳에 서 불안이 터졌죠”(1.2.25-28).

텍스트의 언어 속에 잠재된 이러한 전복적인 유사성은 반역의 극적 구조에 도 여실히 반영된다. 관객은 1막 4장에 채 이르기도 전에 이미 던컨의 왕국이 아일랜드의 기마병과 용병의 원조를 받은 맥도널드의 반역과, 코오더 영주와 결탁한 노르웨이 연합군과의 전쟁에 시달리고 있음을 목격하며, 이러한 내전과 침략은 이상적인 왕으로서의 던컨에 대한 비평가들의 찬사와 모순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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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ger 4). 이러한 극 서두의 폭력적 상황의 도입이 반드시 던컨의 무력한 지 도력을 증명하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적어도 그것은 스코틀랜드가 직면하고 있 는 위기의 원인을 전적으로 맥베스 개인의 야심과 반역으로 돌리는 것을 차단 한다. 더군다나 말콤의 전언대로 “자신의 역모를 솔직히 고백하고 폐하의 용서 를 빌면서 깊이 참회”한 코오더의 ‘단두대 발언’(1.4.5-7)은 “사회적 질서의 불 가침성에 대한 공적인 상징이나 그 질서를 유지하는 도덕적 법에 대한 명백한 암시”(Felperin 138)라기보다는 폭력의 구조적 순환의 강력한 이미지로서 기능 하며 더 나아가 저항 세력에 대한 지배 권력의 지속적인 상징적 봉쇄의 노력 과 그 한계를 노출한다. 말콤의 보고 속에서, “가장 귀한 소유물을 하찮은 물 건처럼 팽개쳤다”는 코오더의 참회를 기록하는 공식적인 언어의 진정성은 “마 치 죽음을 외우며 연습해 온 사람처럼 죽”었다는(1.4.7-10) 연이은 문장으로 인 해 모순을 드러내며,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담론적 구성물로서의 단두대 발언 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반란의 역사를 증언하고 다가 올 사건들의 전조 로서 기능하는 단두대 장면은 영웅이 반역자로 탈바꿈하는 구조적 패턴을 제 공할 뿐만 아니라 반역에 대한 사전 경고와 징벌의 교훈이 지속적으로 실패했 음을 암시한다. 코오더의 ‘모범적인’ 참회의 죽음에 이어서 등장하는 맥베스와 마녀와의 조우는 맥베스의 잠재적인 반역적 욕망을 오히려 추동한다. 마치 영 주의 지위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듯한 반역적 욕망의 순환성은 “그 자[코오더 영주]가 잃은 것을 맥베스가 얻도다”(1.2.69)라는 던컨의 대사 속에 다시금 투 영된다. 이러한 순환적 구조성은, 코던(Karin S. Coddon)이 지적하듯이, 도덕극 의 경우에 구조상 결말에 위치되어 전형적인 타블로(tableau) 기능을 하는 단두 대 장면이 극의 서두에 배치되는 “시기상조의 서술 구조”(narrative prematurity) 속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494).

코오더의 반역에 직면하여 “사람의 얼굴에서 마음씨를 알아내는 기 술”(1.4.10-11)이 없음을 통탄하는 던컨의 다소 혼란스런 반응은 통치자로서의 그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심각한 회의보다는 오히려 미덕과 순수함을 드러내 는 지표로 해석됨으로써 그의 통치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효과를 생산했다.

셰익스피어가 사용하고 또 변형을 가했던 역사적 사료들과 맥베스 텍스트 간 의 치밀한 비교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플롯이 통제해왔던 반명제들의 흔적들을 추적한 골드버그(Jonathan Goldberg)는 극의 왕실 선전극적 구조를 지탱하는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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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의 언어가 홀린셰드(Raphael Holinshed)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연대기 (Chronicles of England, Scotland, and Ireland 1587) (이하 연대기 )에 서의 마녀들의 대사였음을 드러낸다. 그는 “비평가들이 셰익스피어의 것이라고 주장했던 절대적 차이와 도덕적 명확성이 실제로는 던컨의 것”이었음을 강조 한다(94). 상호 텍스트성이라는 맥락에서 마녀와 던컨의 궁극적인 연루를 지적 하는 과정에서 그가 드러낸 극의 구조적 거울 효과는 극의 이분법적 구조를 던컨의 통치 양식과 연계시키려는 시도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실 던 컨이 베푸는 선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자신의 통치 구조에 대한 취 약성에 대한 인식이 그의 특정한 통치 양상을 형성해낸다는 점이다. 상호적 신 뢰의 정치라고 불릴 수 있는 이러한 통치 형태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사회의 정치적 풍토와 필요성에서 배태된 것이며, 따라서 근원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이 다. 던컨의 사회는 그것을 실질적으로 구성하고 관통하는 계급적 차이와 성적 위계질서를 인간과 자연과 신간의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총체적 질서의 틀 로 수렴해냄으로써 “마치 가장 사소한 단어와 행위조차 그것이 한 부분으로 참여하는 총체성을 상징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사회이다(Turner 128). 신하가 입은 봉사와 충성의 은혜는 실천을 통해서 지불되고, 왕은 신하를 “심어놓고 최고로 자라도록 힘써주”(1.4.28-29)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는 가족의 유기적 결 합을 넘어 생물학적 통합의 이미지마저 띠고 있다. 이러한 상호적 신뢰와 위탁 의 관계는 맥베스의 성에 대한 던컨의 찬탄 속에서도 드러나듯이 자연의 질서 와 법칙에도 총체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성이구려. 공기 가 가볍고 향긋하게 과인의 감각에 몸을 맡기는 구려”(1.6.1-3). 그러나 끊임없 이 감사와 보상의 비례를 계산해야 하는 왕의 역할은 단순히 존경받는 것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모든 걸로 갚아도 그대 [맥베스] 몫을 못 갚는다”(1.4.21) 는 던컨의 치사 속에는, 신하들의 찢어진 상처가 끊임없이 경쟁적으로 보상과 인정을 요구하는, 무차별적이고 잉여적인 폭력의 행사로 구조화된 사회 속에서 상징적 언어와 제식을 통해 위계적 차이를 구별하고 역할을 한계 지으려는 긴 장과 불안이 투영되어 있다. 맥베스 앞에서 말콤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는 던컨의 결정은 직계 장손이 자동적으로 왕위를 승계하는 장자 계승 체계 (primogeniture system)로의 선회를 의미한다(Norbrook 240-41). 맥베스와 뱅쿠오 의 왕위 계승권을 가능하게 했던 켈트족의 전통적인 공개 선출 체제(tan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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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에 대한 이러한 직접적인 도전은 던컨 자신의 취약한 통치 구조에 대한 인식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강력한 영주의 권력에 대한 의식적인 견제와 봉쇄 의 노력과 긴밀히 연관된다.

IV.

던컨의 ‘정치적’ 세계는 선과 악, 반란과 적법한 통치의 회복이라는 ‘도덕 적’ 이분법으로 피상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회이며, 필연적으로 마녀들의 세 계를 그 존재의 반명제로서 요구한다. 양성적이고 불완전한 화자로서의 그들의 존재는 던컨으로 대변되는 절대적 차이와 위계적 질서의 변두리에 위치하면서 직선적인 시간(역사)을 해체하고 언어(기호)의 안정성을 공략할 뿐만 아니라 성 적 차이의 토대를 침식한다. 그들의 존재의 (초)현실성을 논하는 비생산적인 접근은, 인식론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대립 항을 구조화하려는 가부장적 정치 체계의 헤게모니와 그 합법화 과정을 노출시키는 그들의 극적 역할을 축소시 키는 경향이 있다. 제한을 넘어서려는 잉여적인 폭력성과 마찬가지로 마녀들이 드러내는 것은 언어적인 잉여성이다. 더글라스(Mary Douglas)가 언급한 바와 같이, 그들은 이데올로기적 구성체로서의 악마화된 대상, 즉 부적절한 요소들 을 축출하려는 지극히 “체계적인 질서화와 분류화 과정의 파생물”(Stallybrass 190 재인용)이며 그들의 존재에는 자코비안 시대의 반역에 대한 (피)지배계급 의 시각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당대 반역자들의 언어를 특징짓는 “모호한 어 법”(amphibology)과 “기원이 없는 언어”(a language without origin)를 통제하려 는 지배계급의 시도를 추적한 멀레이니에 따르면, 진실과 거짓의 명백한 경계 를 혼란시키는 반역자들의 수수께끼 식 언어와 예언자적 담론은 “정복과 통제 를 위한 무기”로서의 언어의 권력 내부에 기생하는 분열과 모순의 힘을 드러 낼 뿐만 아니라, “반역의 모호한 장면을 단지 지켜보고 경청할 수밖에 없는 통 치의 한계선들을 도표화”하는 효과를 창출했다(“Lying Like Truth” 38). 통제할 수 없는 언어적 모호성의 영역에 거주하는 마녀들의 존재는 맥베스의 행위를 제어하는 외부적인 힘이라기보다는 맥베스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을 풀 어헤치면서 ‘이미’ 사회 속에 구조화된 반역의 욕망을 투사한다. 이름붙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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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회적 타부로서의 그들의 존재는 지배 계급의 적극적인 담론적 생산물 인 동시에 그 이데올로기적 재현 망과 봉쇄를 넘어서는 욕망의 존재로서 “극 의 무의식”(Eagleton 2)을 형성한다.

이처럼 계급과 성, 도덕의 절대적인 구분에 근거하는 총체적인 사회의 위 기 속에서 기생하는 잠재적인 저항과 반역의 공간으로서 마녀를 위치시키는 것은 마녀의 세계와 던컨의 세계를 이분화하려는 극의 도덕적 구조화를 해체 하는 일이며, 더 나아가 사회적 욕망의 구조 속에서 맥베스의 모살을 설명해내 고자 하는 시도와 직결된다. 사실 셰익스피어가 홀린셰드의 연대기 를 변형하 는 과정에서 맥베스를 도덕적으로 고립시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 다. 맥베스 에는 10 년간의 맥베스 통치의 번영 시대가 누락되어 있으며 뱅코 우의 반역 연루에 대한 암시 또한 억제되어 있다. 더군다나 연대기 에서 노르 웨이의 스코틀랜드 침략의 배후세력으로 묘사된 잉글랜드는 맥베스 에서는 협조적인 우방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맥베스의 자멸은 내전의 맥락 속에서 설 명되기보다는 영주들의 자의적인 도덕적 결정으로 축소되고 있다(Turner 122).

이러한 맥베스의 도덕적 고립화는 단검에 대한 환상, 살인에의 직접적인 가담, 뱅코우 유령의 출몰이라는 일련의 에피소드 속에서 그의 행위의 폭력성과 도 덕적 타락을 부각시키는 극적 이미지를 통해 강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맥베스의 국왕 살해를 단지 개인의 날뛰는 야망으로, 그리고 그 파 국적인 결과를 도덕적이고 영혼적인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국왕 살해의 의미 와 사회적 구조가 맺고 있는 필연적인 상관관계를 삭제한다. 맥베스의 폭력적 인 욕망은 총체적인 도덕적 사회를 완벽하기 구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던컨의 정치적 세계가 고무하는 동시에 억제하고 추동하는 동시에 타자화하는 대상이 다. 작품 속에서는 결코 정확히 명명되지 않는 맥베스의 욕망이, 모슬리(Andy Mousley)의 언급처럼 사회적 타부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위반적 속성(209-15) 이든, 보다 구체적으로 버크나 라이언(Kiernan Ryan)이 제시하는 것처럼 “내 이익을 위해서 만사는 뒷전”(3.4.134-135)으로 돌리는 개인주의 이데올로기의 반영(93)이든 간에, 이는 지극히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결부되며 구체적인 통 치 구조와 역사적 질서에 대한 인식과 분석을 동반한다. 1막 7장에서 맥베스가 던컨의 살해의 부당함으로 나열하는 친척, 신하, 주빈으로서의 세 가지 적합한 도리의 위반은,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도덕적 양심의 반영이라기보다는 봉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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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가치에서 파생되는 구체적인 규율에 대한 인식이며 따라서 그의 갈등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집합체로 제시된다. 코헨(Derek Cohen)이 언급하듯이, 어느 면에서 맥베스의 욕망의 근저에는 “던컨은 왕이며 그는 살해될 수 있 다”(132)라는 사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잠자고 있는 던컨 속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있는 맥베스 부인처럼 가부장제로 대변되는 총체적인 사회를 파괴하는 일이며, 맥베스 “자신의 삶의 물질적 근거를 뿌리 채 뽑아버리는” 일 이다(Eagleton 7): “지금 이 순간부터 삶에 중요한 건 전혀 없을 테니까 [...] 삶 의 즙은 다 빠지고 남아있는 자랑거린 찌꺼기들뿐이오”(2.3.90-94). “파멸이 들 어가는 생명 벽의 구멍”(2.3.111)과도 같은 깊이 베인 던컨의 상처는 정치적 질 서의 모순이 그대로 노출된 시각적 등가물이다. 던컨의 살해는 정치적 세계의 파괴이며 스스로 그 모순을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를 전경화한다. 같은 맥락에서 맥베스의 자기 소멸은 형이상학적인 고뇌나 도덕적인 죄책감이 아니 라 혼란스런 정치적 인식의 모순을 동반한다. 이는 그를 역사적 주체로서가 아 니라 단지 역할을 수행하는, “무대 위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가 사라져 버리는”(5.5.25) 배우로 전락시킨다. 씬필드의 언급처럼, 어느 면에서 “맥베스의 실수는 던컨의 이데올로기에 매혹되어 굴복하는데” 있는지도 모른다(“Cultural Materialism, Othello” 72). 그러나 맥베스의 자멸은 그의 반역이 지배 이데올로 기에 의해 흡수되어 다시 그 안으로 접혀 들어가는 봉쇄적 과정만으로는 설명 되어 질 수 없다. 영주들의 잠재의식 속에 잔재하는 욕망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맥베스는 무엇보다도 폭력적 사회구조의 산물이며, 맥베스를 배우로 만 드는 이러한 폭력의 순환성 속에서 그와 여타 영주들 간의 차별은 근원적으로 미미한 것이다. 맥베스에는 이전에 이미 존재해 왔고 그의 욕망을 생산해 왔던 지극히 탈 개인적인 반역의 힘, 즉 서술적 효과로서 반역자의 역할이 각인되어 있다. 사회적 구조를 반영하는 극적 구조 속에서 반역자의 죽음이라는 스펙터 클은 봉쇄의 환상만을 제공한다. 즉 “반역의 탈개인화되고 악마화된 언어”는 끊임없이 그것을 생산하는 통치를 정의하고 그 한계를 탐색하고 또 이를 넘어 서려는 것이다(Coddon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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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기존의 보수적 비평은 극에 존재하는 대립 항들 사이의 근원적인 유사성을 도덕적 적법성의 개념을 통해서 절대적 차이들로서 재생산함으로써 왕권이 구 조화하는 실질적인 정치적 권력 관계를 신비화하는데 기여해왔다. 구조적으로 던컨의 선정을 파괴하는 맥베스의 폭정 뒤에 위치함으로써 깨어진 질서를 정 상화시키는 말콤에 대한 전통적 시각 또한 이러한 도덕적 구조화의 이데올로 기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없다. 말콤의 정치적 궤적은 ‘비정상적인’ 폭력적 순 환 고리를 깨기보다는 오히려 통치 질서의 회복이 지니는 성격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킨다. 이데올로기적 봉쇄의 성격을 띠고 있는 그의 최종적인 집권은 극 을 관통하는 구조적 상동성에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왕의 권위와 이름 에 유기적 총체성을 다시 부여하려는 그의 노력은 오히려 왕의 이름을, 그것이 악마화하는 야만성을 현실적으로 규정하고 불법화하는 능력을 지닌 정치적 동 인의 영역으로 끌어내림으로써 극의 도덕적 구조화에 저항하는 관객의 정치적 인식을 촉구한다(Kastan 182).

말콤과 코오더 영주 간의 유사성에 주목함으로써 말콤의 존재 속에서 반역자 의 언어와 왕의 통치 기술 간의 접목을 찾아낸 레몬이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말 콤과 주위 인물들 간의 경계의 오염은 텍스트 속에서 상대적으로 미묘하게 구축 되어 있다(3). 이는 말콤이 지니는 언어에 대한 각별한 인식을 통해 드러나는데 그는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이 없는 던컨과는 달리 언어가 지니는 의미의 불안정 성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치의 적극적인 수단으로 사용한다. 반역자의 언 어와 연극성을 차용하지만 곧 자신의 의도를 노출시키고 마는 맥베스와 그의 부 인과는 대조적으로, 언어의 이중성에 대한 말콤의 인식은 코오더 영주의 단두대 발언의 진의에 대한 그의 회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도 아버지의 살해에 “입을 다무는”(2.3.116-18), 절제된 혀의 이미지를 통해 증폭된다. 맥베스의 통치 자체가 반역자와 왕 간의 절대적 경계선의 해체를 드러내는 전복적인 효과를 창출해 냈다면 말콤을 통해 드러나 는 것은 도덕적 절대적 차이들을 구성해내려는 통치 이데올로기의 작동 양상이 다. 맥더프의 충절을 시험해보기 위한 말콤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그의 의도와는 달리 왕과 폭군, 그리고 통치와 반역 사이의 근원적인 도덕적 대립성을 와해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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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효과를 산출한다. 말콤과 맥더프를 단순하고 결단력 있는 인물로 이해하면서 맥베스의 세계와는 달리 이들이 거주하는 세계를 “빛의 세계”(97)로 규정한 깁슨 (Andrew Gibson)의 해석은 정치권력과 남성성을 결부시키고자하는 차후의 노력 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 장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적 차이의 해체에는 눈을 감음으로써 일면적인 비판에 그치고 만다. 말콤이 맥더프의 충성을 시험하 는 이유는 “한때는 정직하다고” 여겨졌던 맥베스가 “이름만 불러도 혀가 타 는”(4.3.12-13) 폭군이 됨으로써 야기된 왕과 폭군의 절대적 차이의 삭제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 그는 맥베스를 전형적인 폭군으로 설정한 후 동일한 잣대로 사용하여 “조목조목 너무 많이 접목되어 있어서 그것들이 싹틀 때면 저 검은 맥 베스는 눈처럼 깨끗”(4.3.51-53)해 보이게 만드는 자신의 악덕들을 나열한다. 이 러한 과정에서 말콤과 맥베스의 절대적 차이는 부지불식간에 악덕의 정도를 비 교하는 상대적 개념으로 치환된다. 즉, 맥더프의 선과 악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 고자 하는 말콤의 시도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그 경계선의 자의성, 즉 도 덕적 구조화를 추동하는 통치 이데올로기의 작동 양상이다. 폭군과 왕이라는 넘 을 수 없는 절대적 경계는 미덕의 존재 유무에 의해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구성하려는 지극히 상대적인 도덕적 수사학의 효과로 노 출되고 만다. 동시대적 맥락에 놓고 본다면 “제임스 왕이 절대주의 군주와 동일 시하려 했던 미덕들이 이데올로기적 전략”(“History, Ideology and Intellectuals”

129)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선하게 보이기만 한다면 악덕이 왕위 계승에 결정적 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득하는 맥더프의 다음 대사를 통해서 설득력 있는 의 미를 획득한다.

무절제한 방탕은

내면의 폭정으로 행운의 옥좌를 졸지에 비우게 하였고 수많은 왕들을 몰락케 했지요. 하지만 자기 것을 갖는 걸 두려워는 마십시오. 쾌락을 은밀히

충분히 즐기고도 차갑게 보일 수가-

세상 눈은 그렇게 가릴 수 있습니다. 원하는 여자도 넘치고. 높은 분의 그런 뜻을 알고서 자기 몸을 바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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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자들을 다 삼킬 괴물은 당신 안에 없습니다.

Boundless intemperance

In nature is a tyranny; it hath been Th'untimely emptying of the happy throne, And fall of many kings. But fear not yet To take upon you what is yours: you may Convey your pleasures in a spacious plenty,

And yet seem cold - the time you may so hoodwink:

We have willing dames enough; there cannot be That vulture in you, to devour so many As will to greatness dedicate themselves, Finding it so inclin'd. (4.3.66-76)

“나의 첫 거짓말은 날 두고 한 이것이요”(4.3.130-31)라고 말하면서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했던 오점과 비난을 취소하고 자신의 본성이 이러한 악덕들과 상 관없음을 강조하려는 말콤의 차후 노력은 선왕과 폭군 간의 오염된 경계선을 회복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연극성을 전면에 노출시키는 효과를 초래한다.

사실 이 장면의 핵심은 말콤의 거짓말에 놓여있으며 자신을 보호하고 왕위를 회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그의 언어적 기교와 연기의 이중성이 무대 위의 관객 인 맥더프 뿐만 아니라 무대 밖의 관객들에게 실제적으로 경험된다는 점이다.

적법한 왕과 폭군 간의 경계선의 와해에 대한 관객의 혼란은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직면하여 “이렇게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한꺼번에 조화하기 어려 운”(4.3.138-39) 맥더프의 반응 속에 고스란히 투사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맥더프의 이중적 반응은 맥베스에 대한 그의 모순된 평가와 그가 수행하는 역할 속에 각인되어 있다. 이와 같은 언어적 혼란은 정치적 구조의 모순 에 기인한다. 맥더프는 맥베스를 “피의 왕홀을 잡은” “권리 없는 폭군”(4.3.104)이 라고 칭하는 동시에 어쨌든 이미“추대되어 옥좌에 오른”(2.4.31-32) 왕임을 인정한 다. “왕권은 맥베스로 가겠군요”(2.4.30)라는 로스의 언급 역시 맥베스가 부인할 수 없는 살인자이긴 하지만 적합하게 승계의 절차를 밟은, 신하들의 충성을 받을 자 격이 있는 왕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극에서는 직접적으로 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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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되지는 않지만 당대 왕위 공개 선출 제도(tanistry system)에 따른 맥베스의 권력 승계 권한을 인정한다면 그를 전적으로“권리 없는” 왕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더군다나 폭군도 왕이며 어떠한 맥락에서도 반란은 악이라는 제임스 왕의 정치적 주장과 더불어 읽혀진다면, 극에서 유지되는 “정통적인 도덕적 입장”이 당 대의“정통적인 정치적 입장”과 상충되는 아이러니를 산출한다(Kastan 177). 이와 같이 당대 정치적 맥락을 극 안으로 가져오는 상호 텍스트의 공간이 창출하는 극 의 도덕적 배열과 정치적 배열 간의 괴리는 폭군이자 왕의 목을 들고 들어오는 맥더프의 행위를 통해 최대로 증폭된다. 맥베스와 유사한 행동 궤적을 그리면서 영웅과 반역자의 양면적인 지위를 함축하는 그의 존재는 갈등의 구조적 모순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이를 제어하려는 통치 권력의 이데올로기적 봉쇄가 지니는 한 계를 노출한다. 이러한 구조적 상동성은 잉글랜드의 도움을 얻어 맥베스에 대한

‘정의로운’ 공격을 가하는 말콤의 군대와 극 서두에서 역시 외세의 도움으로 스코 틀랜드를 침략하는 반란군 간의 근본적인 차별성을 삭제한다. 던컨과 맥베스, 맥베 스와 말콤, 그리고 맥베스와 맥더프 간의 근원적인 유사성, 즉 동전의 양면성은 엄격히 말해 “경계심(watchfulness) 이외에는 배운 것이 없는”(Turner 145) 말콤의 치세를 안티 클라이맥스로 절하시킨다. 말콤의 질서 회복의 선언을 넘어서는 폭력 의 사회적 구조에 대한 인식은 관객의 시선을 통치 이데올로기의 역사성, 즉 끊임 없는 전복적인 욕망과 유혹을 배태하는 사회적 조건들에 굳게 머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VI

본고는 텍스트 읽기의 근원적인 인식론적 실패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해체주 의 뿐만 아니라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한, 저항의 궁극적인 봉쇄(containment)에 주 목한 신 역사주의의 결정론적 시각 역시 경계하고자 하였다. 신 역사주의는 서로 모순되는 담론들이 서로 교직하고 충돌하는 역동적인 투쟁의 장을 열어놓았음에 도 불구하고 (지배) 구조 내의 개인/주체의 저항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복보다는 봉쇄에 주목했다. 따라서 그들의 초점은, 웨인(Don E. Wayne)이 간명하게 요약한 대로, “어떻게 지배 담론이 대안 담론들을 통제하면서 궁극적으로 그들의 활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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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하고 저항적 힘들을 억제해내는지”에 맞추어진다(“Cultural Materialism, Othello” 70 재인용). 모든 것을 통제해내는 절대적 군주 권력의 스펙터클한 전시 (display)에 대한 강조, 즉 군주로부터 시작해서 군주로 되돌아가는 영원한 환원적 구조 속에서 움직이는 권력을 발견해내고자 하는 신 역사주의의 노력은 절대주의 이데올로기의 모순, 즉 이데올로기적 권력과 군사적 권력 간의 괴리 속에서 드러 나는 당대 정치적 구조의 단층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본론에서 언급한 것처 럼 왕권/반역자 논리의 첨예화된 이분법적 통제는 끊임없는 반란 기도로 점철된 당대 현실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문학 담론의 장 속에서도 항상 안정되게 유지되 지 못했다.

맥베스 를 통치 주체로서의 군주와 통치 대상인 백성 간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재구성”(132)하고자하는 텍스트로 보았던 테넨하우스의 견해는 뱅코우 로부터 제임스 왕에 이르는 통치의 적법성을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전형적인 제임스적 독법을 그대로 답습한다. 그러나 맥베스 속에서 노출되는 통치 이데 올로기의 불안정성은 언어의 이중성에서뿐만 아니라 구조적 유사성을 드러내 는 텍스트적 배열들, 그리고 당대의 정치, 역사를 포괄하는 상호 텍스트의 그 물망 속에서 전통적인 반역과 폭군의 담론의 이면을 형성한다. 반역자인 동시 에 왕을 상징하는 맥베스의 머리는 단두대에 기입된 관객의 이중적 시각을 그 대로 노출한다. 그것은 사회 구조적 모순의 결정체로서 극을 관통하는 구조적 상동성의 정점에 해당한다. 폭군과 반역의 담론 속에서 생산되어 온 통치 이데 올로기의 상징적 봉쇄의 시도는 결코 제어되지 않는 극의 언어적 잉여성과 폭 력적 과도함 속에서 단지 환상으로 남는다. 텍스트 자체라기보다는 보수적 비 평담론에 의해 철저하게 봉쇄되어온 되어온 맥베스 의 폭력적 잉여성은 사회 적 구조의 모순을 형상화할 뿐만 아니라 텍스트의 도덕적 구조화에 저항하는 전복의 가능성을 생산한다. 이러한 전복성은 콘텍스트와 텍스트 간의 긴장 관 계 속에서 뿐만 아니라 ‘반역자’ 맥베스와 ‘정상적인’ 사회 질서 간의 경계선과 차이를 끊임없이 오염시키고 삭제하는 극의 구조적 상동성에 의해 증폭된다.

사회 ‘안’의 맥베스에 주목하면서 그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집합체로 파악하 려는 시도는 맥베스를 고립시키려는 극의 도덕적 구조화에 저항하면서 관객의 시각을 그 차이를 구성해내는 통치 이데올로기의 정치적 메카니즘과 그 한계 에 대한 통찰로 유도하는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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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어: 맥베스, 폭군, 반역, 적법성, 상호텍스트/ Macbeth, tyrant, treason, legitimacy, intertexu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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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ing the forbidden borders:

The Discourses of Tyranny and Treason in Macbeth

Abstract Kim, Yoo

This paper reads Macbeth as a socially radical text which disrupts the didactic, morality-play structure based on the traditional discourses of tyranny and treason, thus exposing the political mechanism of the ruling ideology. As reflected in the countless treason cases during the Tudor and early Stuart monarchies, the historical events and the literary representations of tyranny and treason constituted a characteristically discursive field where the potential subversiveness of Macbeth operates. Located within the extensive inter-textual field established between the text and its context, and specifically in an illuminating relation to the conservative discourses which repressed the traces of radical antithesis to the ruling ideology, Macbeth opens up the possibility to question the stable relationships between the ruler and the ruled.

The subversiveness of Macbeth is initiated and amplified by the unsettling overlaps in structure, characters and images, which constantly blur and erase the politically prohibited boundaries and the socially tabooed borders, mainly between Macbeth, traitor and usurper, and legitimate kings. The inter-penetrations and contaminations between the differentiated but overlapping notions are reinforced through excessive violence, which cannot be safely contained in or recuperated by the dichotomy between good ruler and bad tyrant. The limitations of the ruling ideology’s attempt at symbolic containment could be clarified through explaining Macbeth’s desire with reference to the particular social structure. Even though it is not deniable that he stands as a clear case of unbearable moral degradation, Macbeth is also a product of the specific society which sanctions and forbids the certain types of violence.

(25)

In turning our attention to the nature of the political structure in which Macbeth’s treacherous desire is fermented and cultivated, we are encouraged to see him as an embodiment of the society’s structural contradictions. An unsettling symbolic challenge to the sacred status of a king, Macbeth’s severed head registers the audience’s contradictory responses to the contemporary treason cases The sense of excess in language and violence, which has been repressed not by the text itself but by the cumulative conservative criticisms, functions as a statement of the historical trajectory of the society, producing a subversive reading against the usual grain to succumb to the moral texture of the text.

Thus, the audience’s eyes are allowed to be firmly set on the particular historicity of the ruling ideology, and the social conditions which never cease to promote the subversive desire and temptation.

김 유 (단독연구)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영어영문학과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3가 53번지 ykim65@hotmail.com

논문 투고일: 8월 10일

논문심사일: 8월 11일 ~ 8월 31일 게재확정일: 9월 10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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