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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 기후변화는 탄소 탓이 아니라 탄소 순환에 끼어든 우리 탓이다. - 조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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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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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MAY 20 1 9 42 저자약력 조천호 박사는 대기과학자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일하고 원장으로 퇴임하였다. 연세대학교에서 대기과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전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모델과 전 세계 탄소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구축하였다. 기후변화 과학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공부하고 있고, 현재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 워크(ESC)’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탄소 탓이 아니라 탄소 순환에 끼어든

우리 탓이다.

조 천 호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스승이 주인공에게 약 초와 독초를 고르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정답은 “약도 독 도 없다, 얼마나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약도 되고 독도 된 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기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탄소가 바로 그런 경우다. 탄소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물질이다. 대기 중에 탄소가 없다면,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없어 먹이 사슬이 무너지고 지구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 생명 체가 살 수 없다. 우리는 탄소를 섭취해 몸의 18%를 만들고 에너지를 얻고 유전 물질을 만든다. 탄소로 따뜻해진 환경에서 모든 생명이 탄소에서 나오고, 탄소로 성장하며 마지막에 탄소 가 된다. 결국 탄소는 우리가 되고 우리는 탄소가 된다. 탄소는 그 상태로만 머물지 않고 다른 원소와 잘 결합할 수 있어 다양한 화합물로 변신할 수 있다. 3대 영양소인 탄수화 물, 지방, 단백질 모두 탄소화합물이다. 탄소는 대기 중에 떠돌 아다니는 기체로, 바다에 녹아있는 액체로, 고정된 암석 성분 이 되기도 한다. 대기 중에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화석연료 에는 수산화탄소로 존재한다. 물이 대기, 육지, 강, 해양 사이를 이동하는 ‘물 순환처럼, 탄소도 지구 시스템의 여러 부분을 이동하는 ‘탄소 순환’을 한 다. 탄소는 땅속, 바위, 공기, 바다, 생명체 간을 뱅글뱅글 돈 다. 탄소 순환은 물 순환처럼 생명체에게 자연스럽고 꼭 필요 한 과정이다. 암석으로 퇴적된 탄소의 양은 3,000만에서 1억 기가 톤(1기 가 톤10억 톤)이다. 주로 석회암과 같은 탄산칼슘으로 존재 한다. 바닷속에 용해된 탄소량은 4만 기가 톤이며 바이오매스 속에 저장된 탄소량은 450에서 최대 650기가 톤이다. 그리고 토양에 2,000기가 톤, 영구동토지대에 1,700기가 톤, 채취 가 능한 화석연료에 1,500기가 톤 정도가 저장되어 있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빗방울에 흡수되면 빗방울은 약한 산성을 띠게 되는데 이것이 암석에 떨어지면 중탄산 이온이 되어 물길을 따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중탄산 이온은 바다 에서 칼슘 이온과 반응해 탄산칼슘이 되고 결국에는 바다 밑 으로 가라앉는다. 오랜 세월이 지나 석회암이 되어 지각 변동 으로 물 위로 솟아오르기도 하고 맨틀에 끌려 들어가 있다가 화산 폭발과 함께 이산화탄소로 공기 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태어난 뒤부터 지금까지 탄소가 약 30번쯤 지구 순환을 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호흡으로 내뱉은 이산화탄소에 포함된 탄소가 수많은 과정을 거쳐 석회 암이나 맨틀에 30번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이보다 빠른 탄소 순환도 있다. 공기 중 탄소는 광합성으로 식물을 키우고 거기에 저장된 탄소는 그 식물을 먹는 동물의 몸으로 이동하고, 그 동물이 호흡하거나 죽어 몸이 썩으면 공 기 중으로 탄소를 방출한다. 이 탄소가 다시 식물의 광합성 재 료가 되어 끊임없이 순환한다. 또한 일부 탄소는 식물이 죽어 토양 안에 저장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죽은 동식물 안에 들 어있던 탄소는 산소가 없는 깊은 땅속에 묻혀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석유와 석탄이 될 수 있다. 지난 300만 년 동안 지구 대기는 탄소 순환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의 번성에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280 ppm 이 하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해왔다. 이렇게 산업 혁명 이전까 지 탄소순환이 평형을 이루고 있었다. 문제는 이 탄소 순환에 인간이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지난 수억 년 동안 땅속에 가둬져 있던 석유, 석탄, 석회석을 캐내어 탄 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였다. 석탄과 석유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태우고 나면 이산화탄소가 되어 대기로 방출된다. 석회석 도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이산화 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된다. 대기 중 탄소의 약 5분의 1이 매년 순환한다. 이 일부는 육 상 생태계에서 또 다른 일부는 바다 표면에서 일어난다. 이처 럼 인간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는 파괴되지 않고 다른 탄소 저장고로 재분배된다. 이런 점에서 이산화탄소는 화학작용으로 며칠 이내에 파괴되는 다른 대기 오염가스와 차이가 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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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MAY 20 1 9 43 러므로 대기오염과는 달리 이산화탄소는 장기간 지속적인 영향 을 미친다. 대기 중에는 탄소가 산업 혁명 이전 589기가 톤이었으나 현 재 약 880기가 톤이 부유한다. 인간이 대기에 탄소를 해마다 8기가 톤을 배출하고 이중 절반이 해양과 식생에 흡수되어 대 기에 매년 4기가 톤이 누적된다. 이것이 탄소 순환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 앞서 인간이 배출한 탄소가 대기에서 매년 절반 제거된다고 하였지만, 실제로는 여러 제거 과정이 각기 다른 시간 규모로 작용한다. 탄소 제거 기간은 1년 이내에서 수십 년(바다 표면 과 육지 생물의 탄소순환)과 수천 년(해저로 침전되는 탄소순 환)에 이른다. 이는 이산화탄소 농도에 변화가 일어나면 다시 균형에 도달하는 기간이 각 과정에 따라 일정하지 않음을 의 미한다. 예를 들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후 다시 제거 되는 기간이 이산화탄소가 50퍼센트 증가한다면 30년, 80퍼센 트 증가는 몇 세기, 100퍼센트 증가는 수천 년이 걸린다. 대 기 중 이산화탄소가 제거되는 기간을 종종 100여 년으로 말하 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단일한 시간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탄소 순환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영구동토층에 매장된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 다는 사실이다. 영구동토층이란 2년 이상 온도가 0도 이하로 유지되는 땅을 말한다. 영구동토층에는 막대한 양의 썩은 식물 이나 동물의 사체 같은 유기물이 들어 있다. 현재 대기 중에 있는 총 탄소량의 약 2배에 달하는 탄소가 영구동토층에 저장 되어 있다. 영구동토층의 두께는 해당 지역의 기후에 따라 몇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은 주로 시 베리아, 캐나다와 알래스카에서 많이 나타나며 육지의 약 25 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북극 지방에서는 지구 평균보다 지구 온난화가 약 3~4배 빠르게 일어난다. 영구동토층이 깊숙한 곳까지 완전히 얼어 있을 때는 탄소가 거의 비활성 상태이지만, 기온이 올라가 영구동토가 녹으면 얼 어 있던 유기물도 녹게 되고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형태로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로 인해 온난 화가 일어나고, 이는 더 많은 영구동토를 녹여 온난화를 강화 하는 양의 되먹임이 일어난다. 영구동토층의 탄소가 본격적으 로 배출되기 시작하면, 이 과정은 인간의 힘으로 손쉽게 되돌 릴 수 없다. 자연이 인간 없이도 스스로 지구 온난화를 증폭하 는 상황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열대 우림의 탄소순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 생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는 주로 아한대 숲에서 이루어진다. 열대 우림은 이산화탄소의 흡수량과 방출량이 거의 같아 이산 화탄소 흡수원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식물 호흡뿐만 아니라 축 축한 토양에서 낙엽 등이 썩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온이 상승하면, 식물의 호흡이 광합성보다 온난화에 대한 반응성이 더 클 뿐만 아니라 토양 미생물 호흡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커져 현재의 균형을 깨뜨린다. 그리고 열대 숲을 벌채하면 토 양에 고정되어 있던 탄소도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이산화탄 소를 대기로 방출한다. 현재 바다에는 대기보다 50배에 가까운 많은 양의 탄소가 녹아 있다. 바다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온도에 반비 례한다. 예를 들어 차가운 사이다에는 톡 쏘는 탄산가스가 많 이 녹아 있지만 미지근한 사이다에는 탄산가스가 별로 없다. 그래서 온도가 낮은 고위도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활발하게 흡 수하지만, 열대 바다는 그렇지 못하다. 기온이 계속 올라가서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든 다. 만약 바다에 저장된 탄소의 2퍼센트만 방출되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두 배로 상승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탄소가 고정되는 속도보다 대기 중으로 방출 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인간의 속도는 지질학적 시간 단위 를 뭉개 버렸다. 오늘날의 탄소 시대는 통상 몇 천 년, 몇 백 만 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던 사건들이 이제는 한 사람이 나 고 죽는 사이에 일어난다. 즉, 인간의 시간 단위와 지질의 시 간 단위의 경계가 지워졌다. 이는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이로 인해 기후 변화는 탄소 탓이 아니라 탄소 순환에 끼어든 우리 탓으로 일 어났다. 탄소는 대기에 말없이 쌓여 가는 물질이 아니라 생명 의 능동적인 순환을 담당한다. 지구 탄소의 균형에서 우리의 삶과 문명을 재조정해야만 한다. 탄소의 균형만이 생명의 흐름 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 아태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태이론물리센 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http://crossroads.apctp.or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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