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9(16), 10237-10239

65) Lammert. E. (2008). Brain Wnts for Blood Vessels. Science, 322, 1195-1196.

최근에 한자교육을 중요시 하는 단체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평균 나이 27세인 남녀 대학생 각 12명씩을 대상으로 2음절짜리 한자단어 와 한글단어를 소리내지 않고 읽는 실험에서, 한자를 읽을 때가 한글 을 읽을 때보다 더 많은 부분이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fMRI 뇌 영상 사진이 공개하였다. 그리고 한자이름 단어 학습이 한글이름 단어를 학습할 때의 경우보다 좌측 해마(hippocampus)와 방추상회(fusiform gyrus)와 2차 시각영역 등에서 뇌 활성화가 증가하고, 한자이름 학습 이 인지기억에 유리하다고 주장하였다.67)

이러한 연구결과는 연구자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다하더라도, 마치 한자가 한글보다 우수하다는 편견에 빠지기 쉽게 한다. 같은 상황에 서도 서로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의 뇌는 서로 다르게 반응하고 특히 언어의 경우, 언어의 구성 체계에 따라서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이미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서도 밝혀졌다.68) 따라서 표의문자인 한자와 표음문자인 한글은 언 어를 구성하는 체계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다 를 수 있다.

평소에 많이 사용하는 한글에 적응되어 있는 뇌는 한글을 사용할 때 무의식적으로 적응(adaptive unconscious)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fMRI 뇌 영상은 활성화된 부위를 밝은 색깔 로 구분하여 표시하는데, 이 색깔은 뇌가 어떤 과업을 실행 하는 상 태(executive mode network)에서 깨어 있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상태인 기저 상태(baseline resting state)를 뺀 값을 통계적으로 처리해서 보여

66) 홍성욱,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fMRI 뇌 영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 바다출판사, 2010, 309∼337쪽.

67) 조장희, 「뇌과학으로 본 한자의 특성」, 󰡔동양고전 현대화의 어제와 오늘 그 리고 내일󰡕, 전통문화연구회, 2013, 47∼49쪽.

68) Han, S., & Northoff, G. (2008). Culture-sensitive neural substrates of human cognition: A transcultural neuroimaging approach. Nature Reviews Neuroscience,

9(8), 646-654.

준 것이다. 사진 상으로는 활성화된 부위를 제외한 부분은 마치 뇌가 활동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떤 과업을 수행할 시 색깔로 표시된 부위만 작용하고 다른 부분은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또한 보이는 사진의 뇌 역시 실제 피실험자의 뇌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표준화한 뇌에 피실험자의 실험치를 중첩시켜서 보여주 는 것이다.

깨어 있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뇌의 기저 상태를 다른 말로 기본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고도 한다. 이 네트워크는 주 로 외부 환경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환경에 의해 활성화된다. 쉽게 말해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는 쉼 없 이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기본 네트워크는 뇌가 사용하는 에너 지 총량의 6080%를 사용한다고 하며, 외부 환경에 의해 작용하는 뇌의 소비는 총량의 0.51%에 불과하다고 한다.69) 일반적으로 어떤 주어진 일을 할 때 뇌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 제로 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기본 상태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 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의식적 활동보다 무의식적 활동에 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쉬운 예를 들어보자. 야구선수가 타격을 잘 하기 위해서 하 는 스윙 연습은 의식적 반복 훈련을 많이 함으로써 좋은 타격감을 무의식화 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즉 훌륭한 타격선수는 투수의 어떤 공에도 즉각적(무의식적)으로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 뇌의 상 태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처럼 한자 수업을 별도로 받지 않은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한 문은 한글보다 그 적응성이 낮을 것이다. 다시 말해 한자가 한글보다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자를 사용할 때는 더 많은 의식적

69) Raichle, M. E., MacLeod, A. M., Snyder, A. Z., Powers, W. J., Gusnard, D. A., &

Shulman, G. L. (2001). A default mode of brain func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8(2), 676-682.

인지 작용이 필요할 것이며, 이에 비해 한글 사용은 무의식 즉 기본 네트워크에서 처리될 비율이 높을 것이다. 따라서 한자를 사용할 때 뇌는 한글을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부위가 활성화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자가 한글보다 더 우수하거나 학습 효 과에 더 효과적이라고 단편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한자 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중국인의 경우 한글을 배울 때에 중국어를 사 용할 때 보다 더 많은 의식적 인지 작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인에게 한글이 중국어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처럼 fMRI를 활용한 한자와 한글의 단순 비교 연구는 생물학적 환원론이나 뇌 근본주의에 빠질 오류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언론이 나 한문 교육기관의 실익을 위해 오도될 위험성이 있다.

비근한 예로, 1995년 남녀의 음운 인지 과정에 있어 그 차이점을 fMRI을 활용하여 연구한 실험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 남성의 경우 좌뇌만 활성화되었고 여성은 양쪽 뇌 모두 활성화되었다. 이 연구 결 과는 언론에 의해 마치 남녀의 사고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도된 바가 있다. 그러나 남녀가 보여준 음운 인식의 차이가 남녀의 사고가 다르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70)

한글과 한자의 비교 연구도 이와 비슷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한글 단어와 한자 단어의 사용에 있어 뇌 활성화 부위의 비교만으로 는 한자의 우수성을 증명할 수도 없으며 증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인에게 있어 한문은 한글과의 조화로운 사용에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는 배우기 쉬워 야 좋은 언어가 아니겠는가?

70) 홍성욱,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fMRI 뇌 영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 바다출판사, 2010, 309∼337쪽.

Ⅶ. 결론

1990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은 23년 만인 2013년부터 공휴일로 다시 지정됐다. 아마 국제적으로 한글의 위상이 드높아지 고 있으며 한글 창제가 갖는 의미가 민족사적으로도 크다고 판단됐 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종이 한글을 창제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우 리 민족에게는 그 이전부터 우리말이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 고 있다는 것이다. 말은 단순히 상호 소통의 수단만이 아니다. 말 속 에는 그 말을 사용하는 민족의 정신이 스며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말을 쓰는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나쁜 말을 쓰는 사람은 나쁜 사람 으로 인식한다. 이 원리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로 나아가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말씀’이란 ‘마음을 쓰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마음’을 줄이면

‘맘’이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마음은 몸과 다른 것이 아니며 한 단 어, 에서 나온 말이다.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을 나누어 놓고 어느 한쪽만을 강조한다. 몸을 물질로 보고 물질을 강조하면 유물론이 되 고, 반대로 마음이나 정신만을 강조하면 유심론 혹은 관념론이 된다.

우리말에 따르면 몸과 마음은 나눌 수가 없는 것인데, 분리될 수 없 는 것을 분리해 놓으니 세상도 자연히 조화를 찾지 못하게 된다.

우리 민족정신의 표상인 우리말은 우리글 즉 한글이라는 아주 과 학적인 문자로 체계화되었다. 그렇기에 한글 역시 우리 민족정신이 물질로 드러난 대표적인 결과물인 것이다. 이렇게 정신은 물질로 드 러나는 것이며 물질은 바로 정신의 표상인 것이다.

우리말의 사용이 뇌 활용에 있어서 유용하다는 필자의 생각은 그 동안 한국선도와 신경과학을 융합한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언어의 발달이 뇌의 활용71)과 관계가 있음은 이미 여러 신경과학자들에게

의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신경과학적 학설을 배경으로 우리말과 글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필자처럼 메타적 해석을 통한 신경과학적 가설이 필요할지도 모른 다. 그 가설은 이렇다. 우리말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뇌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다른 말로 똑똑해지는 것이다!

71) 현재 인류의 뇌의 용량은 이미 20만년전에 진화되었지만, 복잡한 도구의 사 용은 4만년전이 되어서야 나타났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Ramachandran 의 글(Mirror neurons and imitation learning as the driving force behind “the great leap forward” in human evolution, From the Third Culture:

http://www.edge.org/3rd_culture/)을 참조 바람. 인간의 뇌는 20만년전에 하 드웨어적으로는 완성이 되었지만 그런 뇌의 활용 즉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으 로 발전해왔다고 보는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뇌의 진화’가 아니라 ‘뇌의 활 용’이라고 서술한 것이다.

【參考文獻】

【원전 및 사전】

󰡔世宗實錄󰡕.

󰡔禮記󰡕.

󰡔譯解倧經四部合編󰡕, 대종교총본사, 1999.

󰡔한한대자전󰡕, 민중서림, 2001.

【국내서적】

고영근, 󰡔민족어의 수호와 발전󰡕, 제이앤씨, 2008.

김용석, 󰡔메두사의 시선󰡕, 푸른숲, 2010.

김영욱, 󰡔한글, 세종이 발명한 최고의 알파벳󰡕, 루덴스, 2007.

이규호, 󰡔말의 힘-언어철학󰡕, 제일출판사, 1975.

이승헌, 󰡔단학인󰡕, 한문화, 1993.

, 󰡔단학󰡕, 한문화, 2003.

, 󰡔국민이 神이다󰡕, 한문화, 2012.

, 󰡔행복의 열쇠가 숨어 있는 우리말의 비밀󰡕, 한문화, 2013.

정영근, 󰡔인간이해와 교육학-인간학⋅교육학개론󰡕, 문음사, 2007.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WHO/WPRO 표준경혈위치(한글공식판)󰡕, Elsevier Korea L.L.C, 2009.

토마스 홉스, 최공웅, 최진원 옮김, 󰡔리바이던󰡕, 동서문화사, 2011.

스티븐 로저 피셔, 박수철 옮김, 󰡔문자의 역사󰡕, 21세기북스, 2010.

졸탄 커베체쉬, 임지룡, 김동환 공역, 󰡔언어 마음 문화의 인지언어학적 탐

졸탄 커베체쉬, 임지룡, 김동환 공역, 󰡔언어 마음 문화의 인지언어학적 탐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