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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현대단학, 그리고 뇌교육-우리말 속에 깃든 정신-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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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말 속에 깃든 정신-

이승호

*

65)

Ⅰ. 서론

Ⅱ. 말 – 생명 활동

Ⅲ. 얼 1. 얼굴

2. 어린이-어른-어르신

Ⅳ. 우리말과 뇌활용

Ⅴ. 우리말 – 수행을 통해 체화된 말

Ⅵ. 한글과 한자

Ⅶ. 결론

【국문요약】

많은 외침을 받아 온 우리 민족은 외래문화가 들어온 삼국시대 이 전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보존하기가 어려웠다. 외침에도 소실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우리말’이다. 따라서 우리말은 우 리 민족의 세계관을 품고 있으며 그 의미 속에서 전통문화와 사유체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2)

계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얼’, ‘어린이’, ‘어른’, ‘어르신’, ‘감사합니 다’, ‘고맙습니다’ 등과 같은 말을 통해 우리의 전통사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말들을 통해 ‘홍익인간 재세이화’ 정신과 ‘신인합일’ 사 상을 엿볼 수 있다. 뇌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말이 지니고 있는 의 미가 새롭다. 또한 우리말은 수행을 통해 체화된 말이기도 하다. 현 대단학과 뇌교육의 관점에서, 우리말이 갖고 있는 의미는 현시대에 적절한 시의성으로 드러난다.

주제어 : 한글, 현대단학, 뇌교육, 우리말, 국학, 체화

Ⅰ. 서론

삼국시대 이후에 들어온 외래문화의 역사는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지만, 이에 비해 한국 고유의 문화이며 사상인 국학(國學)

1)

과 관련 된 자료는 소실된 것이 많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 국학의 뿌리를

1) 전통문화와 외래문화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학(國學)’과 ‘한국학(韓國 學)’의 차이점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국학과 한국학은 엄연히 다르다. 고구 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에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이전, 한국에는 단군조선 시대와 그 이전부터 자생한 고유한 문화, 사상, 종교 등 일련의 사유체계가 존재했으며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국학’이라 한다. 단군조선 이후 삼국시대 에 중국으로부터 유교, 불교, 도교, 삼교(三敎)가 수입되었고 고려시대의 불 교문화, 조선시대의 유교문화, 근대이후의 기독교문화를 비롯하여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과 같은 이념들이 들어와 한국화 된 모든 문화와 정신 을 연구하는 것을 ‘한국학’이라 정의할 수 있다. 국학에 뿌리를 둔 한국학은 있어도 국학이 없는 한국학은 없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학은 단군조선을 포 함한 그 이전의 역사와 문화, 사상에 대해서는 연구하지 않는다(이승헌, 󰡔국 민이 神이다󰡕, 한문화, 2012, 89∼90쪽). 이러한 관점에서 본 글에서는 국학 을 한국선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한국선도를 현대화한 현대단학이나 뇌교육 모두를 동일한 것으로 본다. 필자의 논지와 한국선도, 국학, 현대단 학, 뇌교육의 관점은 동일한 것으로 보고 상호 구분 없이 서술한다.

(3)

찾기란 쉽지 않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세계사 교과서에는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이기에 고유한 전통문화가 없으며, 만 약 있다면 샤머니즘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2)

한국은 지난 2,000년 동안 주변강대국의 침략과 지배 속에서 끊임 없는 문화 침투를 당해왔고, 그러한 시련의 역사 속에서 민족의 본래 정신과 가치를 잃어버렸다. 특히 36년간 이어진 일본의 식민지배에 서 한국은 고유한 문화를 잃게 되었고, 문화적으로도 식민지화하였 다. 일본이 펼쳐왔던 우민화 식민정책은 민족의 정신과 뿌리를 부정 하게 만들었고, 국조 단군을 곰의 자손으로, 단군조선의 역사를 신화 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한국인의 심상 속에서 전통문화와 외래문화는 혼재되어 왔다. 더욱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면서 바로 서구 기독교문화의 영향권으로 들어섰고 근대화라는 미명 아래 한국 전통문화는 괄시되어 왔으며 아직도 복원되지 못하고 있 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많은 영토적 외침과 문화적 외침을 받아 온 우리 민족은 외래문화가 들어온 삼국시대 이전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문 헌을 보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런 병화에도 소실될 수 없는 것 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우리말’이다. 왜냐하면 민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민족이 사용하는 언어는 민족의 역사와 함께 흥망성쇠를 겪으며 지속되기 때문이다.

2) 미국 중등 교과서에 따르면 한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민족이지만 그 기원은 샤머니즘과 단군신화에 있다고 한다(김선미, 「미국의 중등 교과서에 나타난 한국」, 󰡔역사교육󰡕제75집, 역사교육연구회, 2009, 177쪽). 그리고 한국 문화 의 독자성보다는 중국과 같은 타문화의 영향을 강조함으로써 문화적 종속 을 부각시키고 전체 내용은 중국문화의 아류라는 이미지로 기술되어 있다.

한국의 자주성이나 독립성보다는 중국이나 일본이 침략한 나라라는 관점에 서 서술되어 있다(강선주, 최상훈, 「미국 세계사 교과서에 따른 한국-9학년 이상에서 사용되는 6권의 미국 세계사 교과서 분석」, 󰡔역사교육연구󰡕 창간 호, 한국역사교육학회, 2006, 34∼35쪽).

(4)

독일의 철학자 훔볼트(Humbolt, 17671835)는 모든 언어는 하나의 고유한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면서 각각의 언어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언어의 수만큼 서로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3)

모든 언어는 일정한 문화적 전통 안에서 생겨 나고 또 그 문화는 역으로 언어에 제시된 세계관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므로 모든 언어 속에는 일정한 문화적 전통과 더불어 이룩된 특 정한 형식과 카테고리들이 담겨 있게 된다.

4)

근대 국어연구의 선구자격인 주시경(周時經, 18761914)을 비롯한 최현배(崔鉉培, 18941970), 권덕규(權悳奎, 18901950) 등은 훔볼트 의 언어철학 관점을 수용하여, 언어를 독립자존의 필수요소로 간주 하였으며 언어를 민족의 정신활동 및 민족문화 창조와 관련시켜 해 석하였다.

5)

이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민족어 를 수호하는 국학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우리말과 글이 보존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은 우리 민족의 세계관을 품고 있으며 그 의미 속에서 전통문화와 사유체계를 확인할 수 있기에, 우 리말은 ‘국혼을 품고 있는 국학의 상징이며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이 러한 국학 운동은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났다. 비록 외래문화에 의해 우리 고유한 정신이 퇴색했을지라도 우리말을 중심으로 한 국학 운 동의 필요성은 강조되어야만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세종대왕 때 창제되었다고는 하지만,

6)

우리말은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3) 정영근, 󰡔인간이해와 교육학-인간학⋅교육학개론󰡕, 문음사, 2007, 401쪽.

4) 이규호, 󰡔말의 힘-언어철학󰡕, 제일출판사, 1975, 92쪽.

5) 고영근, 󰡔민족어의 수호와 발전󰡕, 제이앤씨, 2008, 38∼39쪽.

6) 세종 26년(1444) 2월 20일 집현전의 부제학인 최만리(崔萬理, ?∼1445)가 훈 민정음을 반대하는 상소의 내용을 살펴보면, “설혹 말하기를 언문은 모두 옛 글자를 본뜬 것이고 새로 된 글자가 아니라 하지만, 글자의 형상은 비록 옛날의 전문(篆文)을 모방하였을지라도 (중략) 가령 언문은 전조 때부터 있

(5)

올라가 단군조선시대부터 있었기에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대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대 이전까지 사용한 한문은 소수 지배층에 의 해 독점화 되었고 일반 대중들에게는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현재까 지 남겨진 한문으로 된 문헌만으로 한국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기에 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말은 한글이나 한문으로 표현 되기 이전에도 지배층에서부터 일반 민중들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 었기에 조상대대로 내려온 우리말 속에는 민족의 정신, 얼이 스며들 어 있다고 볼 수 있다.

7)

민족의 역사와 함께하는 말의 본질은 어떠한 경우에도 변함없고, 하나의 말은 최초의 골격을 갖추던 시점의 문화를 그대로 흡수하여 그것을 뼈대로 발전해 가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뼈대를 살펴보면 그 근본을 알 수 있다.

8)

평소에 우리가 쓰고 있는 말들을 잘 살펴보면, 그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사유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전승되어 온 우리말 중 지금도 많이 사용하 고 있는 말에 내포된 의미나 상징을 잘 해석한다면, 국학의 사상적, 문화적 배경과 한민족의 정신세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 다. 이글에서는 우리말이 갖고 있는 의미를 현대단학과 뇌교육의 관 점에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뇌와 연계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었다 하여도(儻曰諺文皆本古字 非新字也 則字形雖倣古之篆文 (中略) 借使諺 文自前朝有之)”라는 문구가 있다. 이를 통해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기 이전 에 이미 그 원형이 존재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안호상은 한글은 세종이 처음 만든 것이 아니라, 가림토 문자를 추리고 고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가림토 문자는 한글뿐만 아니라 일본의 신대문자(神代文字)의 뿌리 글자라 고 하였다.

7) 이승헌, 「국학, 새천년의 시대정신으로」, 󰡔한국학을 넘어 국학으로󰡕, 제25회 (사)국학원 정기학술대회 자료집, 2012, 26쪽.

8) 이승헌, 󰡔행복의 열쇠가 숨어 있는 우리말의 비밀󰡕, 한문화, 2013, 26쪽. 이하 이 책의 서명은 생략하고 쪽수만 인용한다.

(6)

Ⅱ. 말 – 생명 활동

말이 인간의 생명 활동으로부터 탄생한 것이라면,

9)

생명의 진화와 관련된 것이기에 그 기원과 발달사를 분명하게 밝혀내기란 쉽지 않 다. 본래 말이 문자보다 우선하지만 문자 생활에 익숙한 우리는 말과 글을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착각을 한다. 글은 기록될 수 있기 때문에 표면으로 드러난 사건들의 역사로 기술될 수 있었고, 이를 통 해 과거의 사실을 그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역사는 글, 즉 문자의 역사일 뿐 정신의 역사를 드러내지 못한다. 말이 문자화되 는 순간 개념화되고 범주화되기 때문이다. 개념화를 통해 보편적인 인식 안으로 들어올지라도, 마치 메듀사의 시선에 의해 화석화되는 것처럼

10)

개념화는 인식의 한계를 지우고 우리의 창조성을 일정부분 속박한다.

말이 글보다 먼저 시작되었기에, 말을 통해 정신의 뿌리와 문화의 근간을 확인할 수 있다.

11)

이처럼 말이 인간의 정신을 반영한다면, 말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본다면 정신의 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신의 뿌리를 ‘얼’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얼에서 우리말이 나오 고, 우리말을 통해 한국 사람의 사유의 틀이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틀은 개념적 범주의 구조화된 정신적 표상의 역할을 했다.

12)

따라서 사유의 틀은 인간 경험의 영역을 구조화한 정신적 표상으로 한국 문 화의 많은 부분을 구성한다. 이때의 인간 경험이란 마치 외부세계로 부터 오는 정보들을 입력하고 처리하고 출력하는 신경적 절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면세계를 지향하여 선험적으로 타고난 얼

9) 15쪽.

10) 김용석, 󰡔메두사의 시선󰡕, 푸른숲, 2010, 15∼16쪽.

11) 17쪽.

12) 졸탄 커베체쉬 지음, 임지룡, 김동환 공역, 󰡔언어 마음 문화의 인지언어학적 탐색󰡕, 역락, 2010, 116쪽.

(7)

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는 작업이다.

한민족의 고대 경전인 󰡔삼일신고(三一神誥)󰡕의 「진리훈(眞理訓)」에서는

“인간에게는 원래 하늘로부터 품부한 참 본성이 있으며, 지감(止感), 조식 (調息), 금촉(禁觸), 즉 감정을 그치고 호흡을 고르고 부딪침을 금했을 때 내 면의 본성이 밝아진다.”

13)

라고 하였다. 이 본성이 바로 우리말로 ‘한얼’이 며,

14)

여기에 ‘님’자를 붙이면 한국 고유의 신명(神名)으로 ‘한얼님’ 혹은 ‘하 느님’이 되는 것이다. 또한 󰡔삼일신고󰡕 「신훈(神訓)」에 따르면, 한얼은 인간 의 뇌에 내려와 있다고 하였으니,

15)

인간 모두에게 ‘신성(神性)’으로 내재하 고 있으며

16)

가장 보편적인 ‘인성(人性)’이 되는 것이다.

신성이 뇌 속에 있다고 해서 물질적인 실재로 존재하는 것으로 이 해할 필요는 없다. 일종의 생명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17)

신성이라 ‘본체(體)’는 생명 현상이라는 ‘쓰임(用)’으로 드러난다. 생명 현상 은 혼돈(chaos) 상태가 아니라 조화(造化)의 법칙과 질서에 따라 발현 한다. 인간 안에 조화의 법칙과 질서가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법칙 과 질서를 다른 말로 ‘율려(律呂)’라고도 한다.

18)

신성, 율려, 조화의 법칙 등은 모두 ‘광명(光明)’으로 상징화되며, 󰡔천부경(天符經)󰡕 의

13) 人物 同受三眞 曰性命精 人全之 物偏之 眞性無善惡 上哲通 眞命無淸濁 中哲 知 眞精無厚薄 下哲保 返眞一神 惟衆迷地 三妄着根 曰心氣身 心依性 有善惡 善福惡禍 氣依命 有淸濁 淸壽濁殀 身依精 有厚薄 厚貴薄賤 眞妄對作三途 曰 感息觸 轉成十八境 感 喜懼哀怒貪厭 息 芬 寒熱震濕 觸 聲色臭味淫抵 衆 善惡淸濁厚薄相雜 從境途任走 墮生長肖病沒苦 哲 止感調息禁觸 一意化行 返妄卽眞 發大神機 性通功完是. (대종교총본사, 󰡔譯解倧經四部合編󰡕(이하 󰡔사 부합편󰡕이라 함), 1999, 13∼33쪽).

14) 󰡔사부합편󰡕, 17쪽.

15) “自性求子 降在爾腦.”(󰡔사부합편󰡕, 17쪽).

16) 19쪽.

17) 이승호, 「뇌교육의 신성 개념과 신경과학적 접근을 통한 신성 인식에 관한 시론적 이해」, 󰡔선도문화󰡕 16, 2014, 59∼99쪽.

18) 이승헌, 󰡔단학󰡕, 한문화, 2003, 31쪽.

(8)

‘본심본태양양명(本心本太陽昻明)’으로 󰡔삼일신고󰡕 「신훈」의 ‘소소영 (昭昭靈靈)’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얼의 속성은 ‘밝음’인데, 우리말 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얼)인 밝음을 잘 표현하고 있어 ‘얼의 언어’라 고도 할 수 있다.

19)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이제 ‘얼을 어떻게 잘 드 러나게 할 수 있을까’하는 방법론 즉 수행론이 대두된다. 따라서 말 의 사용은 수행의 일부가 된다.

Ⅲ. 얼 1. 얼굴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우리말 중에 “얼굴이 환하군요.”,

“얼굴에서 빛이 나는군요. 무슨 좋은 일이 있나요?”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에게 좋은 일이 있어 행복하게 보일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행복한 표정은 얼굴에 빛으로 환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얼굴’이라는 우리말은 ‘얼’과 ‘굴’,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얼’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 ‘넋’, ‘혼’을 뜻하고, ‘얼’은 ‘마음’을 뜻하 기도 한다. 이때 마음은 몸과 다른 것이 아니며 한 단어()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한다.

20)

‘얼’은 한자말인 ‘정신’의 의미와 정확하게 동일 하지는 않다. 얼은 정신 중에서도 가장 핵심을 이루는 ‘의식의 본질’

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정신은 생각, 정서, 감정 같은 온갖 종류의 의식을 포괄하는데 비해, 얼은 그보다 더 본질적인 생명의 뿌리와 이 어져 맞닿아 있는 의식이다.

21)

19) 17쪽.

20) 이승헌, 󰡔단학인󰡕, 한문화, 1993, 77쪽.

21) 19쪽. 재인용.

(9)

신경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정신은 인지실행(cognitive executive) 기능이나 감정 기능과 관련이 있는 대뇌피질(cerebral cortex)과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와 관련이 있지만, 이에 비해 얼은 좀 더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뇌간(brain stem)의 생명활동과도 관련지을 수 있다.

22)

따라서 얼은 배워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감각으로 터득하 는 것이기에,

23)

누구나 얼을 알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갖고 있다. 잠재 되어 있는 얼은 수행을 통해 인식되고 체득(embodiment)되어야 하는 데, 체득된 얼은 말을 통해서 드러난다. 이때의 말은 얼의 표상과도 같다.

‘굴’은 ‘구멍’으로 눈구멍, 콧구멍, 입구멍, 귓구멍 등을 뜻한다. 따 라서 ‘얼굴’이란 ‘얼이 들락날락 거리는 굴’이라는 의미이다. 한국선도 (韓國仙道)에서는 7개의 구멍 외에 머리에 ‘대천문(大天門)’과 ‘소천문 (小天門)’이라는 보이지 않는 중요한 두 개의 굴이 더 있다고 한다.

동양의 경혈학(經穴學)에서는 이를 ‘백회(百會)’

24)

‘전정(前頂)’

25)

라고 하는데 머리 맨 위, 정수리 부근에 위치해 있다. 대천문은 천기 (天氣)가 흘러 들어오는 문이기에 ‘통천혈(通天穴)’이라고도 하며, 소 천문은 대천문 앞에 있는 혈로써 우주의 맑은 기운인 천기가 잘 흘 러들어오는 곳이다.

26)

이렇게 보면 얼굴에는 도합 아홉 개의 구멍 (굴)이 있는 것이다.

27)

얼은 단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만이 관련

22) 이승호, 「뇌교육의 신성 개념과 신경과학적 접근을 통한 신성 인식에 관한 시론적 이해」, 59∼99쪽.

23) 20쪽.

24) 백회(Baekhoe, GV20)는 머리, 앞이마 머리카락 경계선에서 위로 5촌, 앞정중 선 위에 위치한다.(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WHO/WPRO 표준경혈위치 (한글공식판)󰡕, Elsevier Korea L.L.C, 2009, 217쪽).

25) 전정(Jeonjeong, GV21)은 머리, 앞이마 머리카락 경계선에서 위로 3촌, 앞정 중선 위에 위치한다.(위의 책, 218쪽).

26) 󰡔단학󰡕, 134∼135쪽. 백회혈로 천기가 들어오기 위해서는 수련을 통해 기 감 각을 회복하고 마음이 열려야 한다.

(10)

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즉 천지의 기운과도 관련이 있다. 내재한 얼 은 내 안에서부터 밖으로, 빛으로 드러나는 것이기에 얼굴이 환하다 는 말을 사용한다. 이러한 의미는 우리에게 어떤 정보가 뇌에서 수동 적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신으로 외부 세계의 정보를 처리할 것인지의 의미로, 즉 정보를 능동적이고 주체 적으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얼굴을 영어로는 ‘페이스(face)’라고 하며 한문으로는 ‘안면(顔面)’이 라고 한다. 영국 철학자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에 따르면 페이스는 그리스인들이 ‘프로소폰(πρόσωπον)’이라는 말에서 유래했으 , 이는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에 해당하고 영어로는 ‘인격(person)’

해당한다고 한다. 페르소나는 분장하고 가장하여 무대에 선 사람 의 외관을 의미한다. 이 말은 후에 극장의 무대에서처럼 법정에서도 말과 행위를 대표하는 모든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따라서 ‘인격’이란 무대 위에서나 일상생활에서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actor)의 속 성을 갖고 있다.

28)

한문 사전에 의하면 ‘顔’은 ‘얼굴 안’이라고 되어 있으며 세부 용례 를 살펴보면 ‘머리의 전면, 안색, 면목, 낯가죽’이라고 되어 있다.

29)

주로 얼굴의 물리적 모양이나 겉피부 등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된다.

‘안면’은 사람의 정신 상태가 ‘안색’을 통해 드러나고 개인의 권위를 상징하는 ‘면목’ 등으로 사용되지만, 우리말 ‘얼굴’이란 말처럼 얼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의미는 아니다. 영어의 페이스나 한문의 안면 의 의미와 비교했을 때 얼이 들락날락 거리는 구멍이라는 우리말 얼 굴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말에 ‘얼굴’과 유사하게 사용하는 ‘낯’이라는 말이 있다. ‘낯’은

27) 이외에도 머리에는 주요한 여러 혈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백회와 전정 두 개의 혈자리만 언급한다.

28) 토마스 홉스, 최공웅, 최진원 옮김, 󰡔리바이던󰡕, 동서문화사, 2011, 165쪽.

29) 민중서림 편집국 편, 󰡔한한대자전󰡕, 민중서림, 2001, 2258쪽.

(11)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의 바닥’, ‘남을 대할 만한 체면 혹은 면 목’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낯’이란 말을 속되게 표현하는 말이

‘낯짝’인데 부끄러움을 모르거나 염치가 없는 사람을 가리켜 ‘낯짝이 두껍다’라고 한다. 따라서 영어의 페이스나 한문의 안면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낯’이 되어야 하며, 영어의 페이스나 한자의 안면이 갖고 있는 의미로는 얼굴의 의미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얼’은 어떤 가식도 없으며 있는 그대로 얼굴을 통해 드러날 뿐이다. 이렇게 우리 말은 동일한 것에 대한 타 문화의 언어와 비교했을 때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얼과 관계된 우리말 중에 ‘얼간이’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얼이 빠 진 사람’, ‘얼이 간 사람’을 의미한다. 굴을 통해서 얼이 왔다 갔다 하 기에 얼을 지키지 않으면 얼은 나가버리게 되어 얼굴이 있더라도 얼 이 빠진 사람이 된다.

30)

인간이면 누구나 얼굴을 갖고 있지만 ‘자신 의 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얼빠진 사 람이 되는 것이다. 얼빠진 얼간이와 비슷한 말로 ‘어리석다’라는 말이 있다. 얼이 익지 않아 어설픈 상태 또는 얼이 썩었다는 의미이다.

31)

한국인에게 ‘한국의 얼이 뭐냐, 한국의 정신이 뭐냐’라고 물어볼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미국의 정신이 뭐냐’, ‘이스라엘 정신이 뭐냐’라고 물을 때 대답을 잘 한다면 그 사람은 얼빠진 사람, 어리석 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얼빠지고 어리석은 교육은 얼빠진 사람과 어 리석은 사람을 만들어 낸다. 이런 교육은 지식 위주의 교육이 된다.

교육제도는 있으되 얼이 없는 죽은 교육이 되는 것이다. 얼이 없는 부모가 얼이 없는 자녀를 낳고 키우게 된다. 얼이 빠진 사람에게서는 바른 인생관과 국가관 그리고 세계관을 기대할 수도 없다.

30) 39쪽.

31) 39쪽.

(12)

2. 어린이-어른-어르신

‘어린이, 어른, 어르신’이란 말은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점차 나이 들어감에 따라 그 시기별로 세대를 지칭하는 우리말로 모두

‘얼’에서 비롯된 말이다. 어린이는 ‘얼이 차츰 어리어 가는 사람’ 또는

‘얼이 아직 여린 사람’, 어른은 ‘얼이 익은 사람’, 어르신은 ‘얼이 완숙 하여 얼이 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 수 있다.

32)

인생의 끝은 죽음이다. 인간이면 태어나는 순간 사형 선고를 받기 때문에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운명이다. 그러나 모든 죽음이 다 같지는 않다. 한자에서는 죽은 사람의 신분에 따라 죽음의 명칭이 다 르다(死之五等). 천자나 임금은 붕어(崩御), 제후는 훙(薨), 대부는 졸 (卒), 선비는 불록(不祿), 서인은 사(死)로 표현한다.

33)

이처럼 한자는 사람의 신분을 기준으로 죽음을 뜻하는 글자가 다른 반면, 우리말에 서 죽음을 표현하는 말들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다간 사람인지를 따 진다.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뒈졌다’라고 하고, 어떻게 산 사람인지 알지 못하면 그냥 ‘죽었다’고 하고, 도리에 따라 산 사람에게는 ‘돌아가셨다’고 한다. ‘뒈졌다’는 말은 ‘되어졌다’는 뜻 으로 ‘돌아갔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외에 현대단학과 뇌교육 에서는 삶의 여정을 완성하고 맞이하는 가장 온전한 형태의 죽음을 죽어서 하늘이 되었다는 ‘천화( 化)’라고 한다.

34)

이처럼 얼의 성장을 기준으로 사람의 일생을 구분한 것은 저절로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마냥 늙어가는 인생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인 간을 죽는 순간까지 계속 성장하는 존재로 표현한 것이다. 이때의 성 장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냥 주어진 생물학적 성장이나 노

32) 48쪽, 재인용.

33) 󰡔禮記󰡕 「曲禮 下」 “天子 死曰崩, 諸侯曰薨, 大夫曰卒, 士曰不祿, 庶人曰死.”

34) 50쪽, 재인용.

(13)

쇠가 아니라 노력과 선택이 있어야 하는 주체적 성장이다. 따라서 인 간은 수행해야하는 당위성을 가진 존재로 설명되어 진다.

얼은 밝은 의식이고 깨달음을 의미한다.

35)

밝은 의식과 깨달음의 상태를 ‘홍익’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때의 홍익은 이기적인 욕심에 따라 서로 이익을 나누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적선이 나 기부도 필요하지만, 진정한 도움은 서로의 존재를 가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기적이다’라는 말은 ‘나뿐’인 사람을 의미하고 나뿐인 사람 은 ‘나쁜’ 사람이 된다. ‘나쁘다’의 상대어는 ‘좋다’이다. 좋다는 것은

‘조화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36)

자기만을 안다는 것은 남에게 피해 를 안주는 개인주의로 이해될 수 있다. ‘남’이란 ‘나’를 ‘ㅁ’으로 가둔 모양새다. 나 주변에 울타리치고 닫아버리면 그 순간 주변 사람들은

‘남’이 된다.

37)

따라서 남은 나와 다른 타인으로써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타인을 인식하는 방법에서 드러난다. 한국 사람에 게 있어 나뿐인 개인주의적 사유는 조화로운 좋은 사람이 아니기에 지양해야 할 사유이다. 그렇기에 ‘나’를 넣어야 할 자리에 ‘우리’를 넣 곤 한다. 한국 사람의 공동체 의식 속에서 ‘우리’는 너와 나의 연결이 살아있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38)

일상 인사말로 많이 사용하는 ‘반갑습니다’에서 ‘반’은 반하다, 반 듯하다, 반반하다, 반드시, 반딧불, 반들반들, 반짝반짝, 바르다와 같 은 말로 모두 ‘밝음’을 뜻한다. 밝음은 한얼을 상징하는 말로 곧 신 (하느님)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반갑습니다’라고 하는 말은

‘당신은 하늘의 신과 같이 크고 밝은 존재입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39)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말과 더불어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고맙습

35) 52쪽.

36) 60쪽.

37) 64쪽.

38) 65쪽.

39) 72∼73쪽.

(14)

니다’라는 말이 있다. ‘고마’는 여신, 풍요를 상징하는 지모신을 뜻하 는 말이다. ‘고맙습니다’는 ‘고마와 같습니다’로 내게 도움을 준 사람 에게 ‘당신은 신과 같은 사람입니다’라고 받은 은혜를 표현하는 말이 다.

40)

이런 말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말의 핵심은 인간의 정체성을 ‘신’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간관은 얼을 깨우쳐 홍익하는 삶을 살아야 비로소 어른 이 되고, 어른으로서 장년기를 사회에 공헌하면서 잘 보내고 노년에 이르면 어른신이 되는 것으로 이어진 다. ‘어르신’은 결국 얼이 성장 하여 신이 된 사람이다. 인간은 태양같이 밝은 신성을 지닌 존재이기 에 나와 다른 사람들도 모두 태양과 같은 밝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한국선도의 핵심 사상인 ‘신인합일’ 사상으로 이어진 다. 진정한 홍익은 모든 사람 안에 태양과 같이 밝은 신성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수행을 통해 양심(陽心)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양심이 회복된 사람이 홍익인간이며, 홍익인간은 피 안의 세계가 아닌 바로 이 세상에 있으면서(在世) 이치의 세상을 만 든다(理化). 이렇게 한민족의 건국이념 즉 국시(國是)인 ‘홍익인간 재 세이화’의 정신은 신인합일 사상과 연결될 때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 가 드러난다.

Ⅳ. 우리말과 뇌활용

언어학자인 스티븐 로저 피셔(Steven Roger Fischer)는 한글을 ‘세계 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설계되었으며 가장 효율적인 서체 가운데 하 나’라고 평하였다.

41)

또한 한글의 가장 빛나는 아름다움은 자음 글자

40) 74∼75쪽.

41) 스티븐 로저 피셔, 박수철 옮김, 󰡔문자의 역사󰡕, 21세기북스, 2010, 249∼250쪽.

(15)

의 모양이 그것을 발음하는 방식을 도해적으로 묘사한 것에 있고 모 음 글자에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42)

여기서 모음의 형이상학적 개념이란 바로 하늘(天)과 땅(地) 그리 고 사람(人) 즉 천지인 사상을 의미한다. 천지인 사상은 󰡔천부경󰡕에 잘 나타나 있다. 한글의 기원에 대한 여러 설이 있지만, 피셔는 체로 키 족의 음절 문자나 이스터 섬의 문자처럼 서양에서 비롯된 발명품 과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43)

영국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Geoffrey Sampson)은 한글이 ‘가장 독 창적이고도 훌륭한 음성문자’이면서 ‘의문의 여지없이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지적 산물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특이하게 샘슨 교수 는 한글을 세계에서 유일한 ‘자질문자(資質文字, feature system)’라고 주장한다.

44)

또한 피셔는 자질문자란 ‘변별자질’을 재생할 수 있는 문 자이며, 한글이 출현하기 전에는 자질문자체계의 선례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45)

서양의 알파벳은 자음과 모음에 일대일로 대응되는 음소 문자 체 계인데 반해, 한글은 일대일 대응뿐만 아니라 거기에 내재하는 음성 적 자질(phonetic feature)까지도 함께 표현할 수 있다. ‘ㄱ, ㄷ, ㅂ, ㅅ’

과 같은 예사소리, ‘ㄲ, ㄸ, ㅃ, ㅉ’의 된소리, ‘ㅋ, ㅌ, ㅍ, ㅊ’의 거센소 리는 음성 자질이 서로 다르다. 예를 들면, ‘ㄱ’에서 획을 추가하면

‘ㅋ’이 되고, ‘ㄷ>ㅌ, ㅂ>ㅍ, >ㅈㅊ, o>ㅎ’처럼 예사소리에 획을 더해 서 거센소리가 만들어지므로 ‘예사’나 ‘거센’과 같은 음성 자질이 획 이라는 문자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반영된다.

46)

이러한 특성으로 인

42) 󰡔문자의 역사󰡕, 253쪽.

43) 󰡔문자의 역사󰡕, 251쪽.

44) 제프리 샘슨, 신상순 옮김, 󰡔세계의 문자체계󰡕, 한국문화사, 2000, 163∼195쪽.

45) 피셔는 이러한 이유로 한글은 차용한 체계를 장기간에 걸쳐 간헐적으로 개 량한 것이 아니라 언어학적 원리에 따른 의도적인 발명의 결과물이라고 본 다(󰡔문자의 역사󰡕, 250∼201쪽).

(16)

해 한글은 보다 많은 음성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자체계의 특징은 다양한 감각(sensation) 들에 대해 다양한 질적인(qualitative) 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솔솔’, ‘술술’, ‘쏠쏠’이나 ‘졸졸’, ‘줄줄’, ‘쫄쫄’

등은 각각 그 어감이 다르다. 세계 어느 나라 언어도 이렇게 많은 자 질을 표현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말은 ‘감각질(qualia)’이 풍부한 언어 적 특징을 갖고 있기에, 이러한 감각질을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한글은 자질문자의 특징을 가져야 했을 것이다.

감각질이 풍부하다는 것은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 를 갖는다. 풍부한 감각질은 대상에 대한, 앞에서 피셔가 언급한 변별 자질의 기능, 즉 인식의 기능을 높여준다는 의미와 같다. 미국 신경과 학자인 제럴드 에덜먼(Gerald M. Edelman)의 ‘뇌기반인식론(brain-based epistemology)’에 따르면,

47)

인간이 다른 포유류와 다른 점은 ‘의식하 고 있음을 의식할 수 있다는 것(자의식)’과 ‘주관적인 감각질(qualia)’

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감각질은 고등한 분별의 결과물이며 의식의 구성 요소라고 한다.

에덜먼은 의식이란 척추동물의 진화과정에서 시상피질계(thalamocortical system)의 재유입(reentry)

48)

회로가 가치평가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억 46) 김영욱, 󰡔한글, 세종이 발명한 최고의 알파벳󰡕, 루덴스, 2007, 259∼260쪽.

47) 제럴드 에덜먼, 김창대 옮김, 󰡔세컨드 네이처󰡕, 이음, 2009.

48) ‘재유입(reentry)’은 에덜먼이 1977년 제안한 ‘신경다원주의(Neural Darwinism)’

또는 ‘신경집단선택이론(Theory of Neuronal Group Selection)’의 세 가지 이 론 중의 하나로, 인간 발달기에 근접한 뉴런들 사이에 그리고 멀리 떨어진 뉴런들 사이에 수많은 상호 연결이 형성된다. 이것은 그 상호섬유를 따라 뇌지도 부위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재유입 과정 은 뇌 부위들 간에 오가는 평행 신호의 회귀성 교환인데, 이것은 시간과 공 간상으로 서로 다른 뇌 영역들의 활동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피드백과 달리 재유입은 단순한 순환 고리 안에서 순서에 따라 에러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재유입에는 수많은 평행 상호 경로들이 동시에 연루되며, 규정 된 에러 기능이 딸려 있지 않다(제럴드 에덜먼, 김한영 옮김, 󰡔뇌는 하늘보 다 넓다󰡕, 해나무, 2006,54∼56쪽; 황희숙 옮김,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17)

시스템과 지각을 담당하는 후두엽의 피질시스템을 연결시킴으로써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역동적 핵심부(dynamic core)

49)

구성하는 재유입회로에서 수많은 통합이 이루어지고 자극들을 식별 할 수 있는 능력이 진화론적으로 크게 증가했고, 신경세포의 이러한 상호작용에 수반되는 감각질은 다양하게 식별할 수 있는 신경학적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50)

특히, 발달된 시상피질계에서 피질과 피질들 간의 그물망 같은 재 유입회로의 상호 연결에 의해 인간은 고도의 질적 식별 기능을 갖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다른 포유류들에 비해 고도로 발달된 질적 식별 기능을 갖고 있는 이유는 대뇌피질을 비롯한 기타 여러 뇌영역 의 발달에 따른 것이다.

51)

조금 더 쉬운 예로 인간이 어떻게 사물을 인지하는지를 살펴보자.

눈의 망막에서는 3가지 정도의 색과 아주 기초적인 형태와 음영 정 보만을 처리한다. 하지만 우리가 다양한 색깔과 질감을 느끼는 것은 망막에 들어온 기본적인 정보를 뇌에서 아주 복잡한 처리과정을 거 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찬란한 색감을 느끼는 것은 복잡하게 진화한 뇌 덕택인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에 대한 고도의

범양사, 2006, 128∼137쪽).

49) 시상피질계가 매우 역동적이라서 특히 이를 ‘역동적 핵심부’라고 하는데, 피 질과 시상의 영역들이 재유입 과정을 통해 그물처럼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 고 이 그물망 전체에서 이동하는 엄청난 양의 신호를 통해 주로 독립적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기능 다발을 의미한다(제럴드 에덜먼, 󰡔뇌는 하 늘보다 넓다󰡕, 83∼86쪽).

50) 제럴드 에덜먼, 󰡔세컨드 네이처󰡕, 78∼79쪽.

51) 인간의 변연계, 시상, 뇌간 등은 대뇌변연계와 함께 진화했기에,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징을 단순히 대뇌피질의 영향으로만 소급할 수 없다. 그러나 뇌의 3층 구조에서 대뇌피질이 다른 포유류나 파충류에 비해 가장 발달한 것은 사실이기에 인간만이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 ‘자의식’이나 ‘고도 의 감각질’은 대뇌피질의 영향이라 봐도 좋을 듯하다.

(18)

식별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진화의 정점에 있는 인간의 뇌 기능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한글이 발달된 자질문자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 다는 것은 다른 포유류와 구별되는 고도의 질적 식별기능을 잘 활용 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뇌 활용이라는 측면 에서 우리말과 글이 갖고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 할 수 있다.

52)

Ⅴ. 우리말 – 수행을 통해 체화된 말

앞에서 얼은 생명 현상으로 드러난다고 했다. 그래서 얼에서 나온 말은 생명의 이치에 뿌리를 둔 말이다. 특히 몸에 관련된 우리말은 몸과 직접 소통할 수 있으며,

53)

음성내공 수련이 좋은 예에 해당한 다. ‘아’는 심장과 공명하는 소리, ‘이’는 간장과 공명하는 소리, ‘어’는 위장과 공명하는 소리, ‘우’는 방광과 신장과 공명하는 소리, ‘허’는 허파와 공명하는 소리, ‘옴’은 얼굴과 공명하는 소리이다.

54)

이는 실 제 수련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말은 근원적으로 몸과 연결 되고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말의 본질이며 우리말은 특히 그 본질을 잘 보존하고 있다.

55)

그렇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몸을 잘 느끼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하다. 명상 과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신체의 알아차림(body awareness)’라고 하는 데, 신체의 알아차림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감정, 사고 등을 알아차릴 수 있는 ‘메타의식(meta-awareness)’ 혹은 ‘관찰자(witnessing

52) 이러한 필자의 견해가 다소 메타적 해석이라 할지라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고 잘 사용해야 한다는 진부한 당위성보다, 이러한 해 석이 좀 더 적극적인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

53) 122쪽.

54) 125∼126쪽.

55) 127쪽.

(19)

observer)’ 의식과 같은 자의식(self-consciousness)이 필요하다.

56)

이러 한 의식은 주의 집중을 통해 자신의 에너지를 느낄 때 발달하게 된 다.

57)

인간은 자기 자신의 생명 현상을 자각할 수 있는 기제를 갖추 고 있다.

58)

수행을 통해 관찰자 의식이 깨어날 때, 주의조절력, 감정 조절력, 자기조절 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59)

이러한 논리에서는 몸과 마음은 분리되는 실체가 아니다. 마음이 몸을 키우고 몸은 마음의 자리가 됨으로써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 되어 서로에게 반응하는 운영체계를 이룬다. 이 운영체계의 센터 역 할을 하는 것이 뇌다. 뇌라는 신경체계를 통해 몸과 마음의 고리가 완성된다.

60)

이러한 원리는 ‘말’의 의미에서도 잘 드러난다. ‘말’은 ‘마 음’에서 비롯되었고, 말은 마+알(얼)이니 ‘마음의 알맹이’라는 뜻이 다.

61)

앞에서 언급했듯이 몸은 마음이기도 하기에 몸과 마음을 따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말을 한다는 것은 나의 본질인 얼의 상태를 드러내는 일이다. 그래서 ‘말의 씀씀이’ 즉

‘말씀’은 ‘마음을 쓰는 것’으로 말을 통해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게 된다. 얼이 시든 사람에게는 생명력이 없고, 얼이 활짝 핀 사람은 말 로써 다른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62)

56) Hölzel, B. K., Lazar, S. W., Gard, T., Schuman-Olivier, Z., Vago, D. R., & Ott, U. (2011). How does mindfulness meditation work? Proposing mechanisms of action from a conceptual and neural perspective.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6(6), 537-559.

57) 이승헌, 󰡔변화, Change󰡕, 한문화, 81쪽.

58) Craig, A. D. (2002). Interoception: the sense of the physiological condition of the body. Current opinion in neurobiology 13(4), 500-505.

59) Hölzel, B. K., Lazar, S. W., Gard, T., Schuman-Olivier, Z., Vago, D. R., & Ott, U. (2011). How does mindfulness meditation work? Proposing mechanisms of action from a conceptual and neural perspective.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6(6), 537-559.

60) 129쪽.

61) 129쪽.

(20)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이라는 숫자말은 자연의 이치를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씨앗 하나에서 둘로 가라져 싹 이 서(셋) 움트고 처음의 씨앗은 사라지고(넷) 싹은 땅을 딛고(다섯) 자라 잎이 열고 갈라지면서(여섯) 뿌리로 물을 끌어올리고 잎으로 빛 을 받으면 생명을 일궈간다(일곱). 마침내 열매를 맺고(여덟) 다시 열 매와 잎을 땅으로 되돌림으로서 아우르고(아홉) 다시 씨앗으로 돌아 간다(열).

63)

이러한 해석이 다소 메타적이라고 하더라도, 상형문자와 는 달리 소리로 외부 자연의 현상을 몸이 경험하는 방식으로 체화되 어(embodied) 드러난다. 그리고 인간 내면에 밝음이라는 본성이 수련 으로 체득 혹은 체화되어 드러나는 것이 우리말이기도 하다.

Ⅵ. 한글과 한자

우리는 ‘뇌’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 럽연합 등과 같은 선진국들은 뇌 연구와 관련한 새로운 법안을 제정 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국내에서의 뇌 연구 역량을 집 중시킬 목적으로 한국뇌연구원(KBRI)을 설립하였다.

이렇게 뇌 연구가 활성화된 까닭에는 PET, fMRI, DTI 등과 같은 뇌 영상 촬영기술의 발달이 한 몫을 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장비들 은 의학계나 신경과학계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도 TV나 영상 매체를 통해 뇌 영상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뇌 영상들은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정신 작용을 두뇌의 특 정한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점점 더

62) 130쪽.

63) 98∼100쪽.

(21)

많은 대중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끌게 한다.

뇌는 전체 몸무게의 약 2%정도에 불과하지만, 뇌가 사용하는 에너 지양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0%에 이른다.

64)

심장이 1분 동안 뿜 어내는 심장출량(cardiac output)의 16%가 뇌로 공급되고, 몸 전체 산 소 소비량의 약 25% 정도를 뇌가 사용하고 있다.

65)

뇌에 공급되는 혈액 속의 산화 헤모글로빈의 양을 측정하는 BOLD (Blood Oxygen Level-Dependent) 방법을 활용하여, 신경 뉴런들의 활 성화를 통계적 방식으로 추정하여 영상으로 보여주는 뇌 영상 촬영 기법을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성 자기공 명영상’이라고 부른다. fMRI가 확산되면서 인간의 정상 혹은 비정상 적인 정신 작용과 관련된 온갖 종류의 실험이 설계되고 수행됨에 따 라 뇌과학 분야에 엄청난 진보적 발전을 가져왔다. 이를 활용한 연구 결과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보도되었고, 뇌 영상은 인간 정신의 특정한 기능과 작동에 대응하는 뇌 차원에서의 실재를 반영 한 영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fMRI가 갖고 있는 네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fMRI 뇌 영상을 토대로 인간 정신이나 행동이 뇌의 특정부위의 자극에 의 해서 유발된다고 결론짓는 뇌 결정론(neuro-determinism)이며, 둘째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단순한 생물학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생물학적 환원론(biological reductionism)이다. 셋째는 언론이 연구결과의 의미 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추론하는 문제이며, 마지막 넷째는 뇌 영상에 서 밝게 표시된 두뇌의 특정 영역이 인간 정신의 기능과 1:1 대응한 다고 보고, 뇌 영상 이미지가 실재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쉽게 믿는 경향의 뇌 실재론(neuro-realism) 혹은 뇌 근본주의(neuro-essentialism) 에 있다고 한다.

66)

64) Raichle, M. E., & Gusnard, D. A. (2002). Appraising the brain’s energy budge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9(16), 10237-10239.

65) Lammert. E. (2008). Brain Wnts for Blood Vessels. Science, 322, 1195-1196.

(22)

최근에 한자교육을 중요시 하는 단체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평균 나이 27세인 남녀 대학생 각 12명씩을 대상으로 2음절짜리 한자단어 와 한글단어를 소리내지 않고 읽는 실험에서, 한자를 읽을 때가 한글 을 읽을 때보다 더 많은 부분이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fMRI 뇌 영상 사진이 공개하였다. 그리고 한자이름 단어 학습이 한글이름 단어를 학습할 때의 경우보다 좌측 해마(hippocampus)와 방추상회(fusiform gyrus)와 2차 시각영역 등에서 뇌 활성화가 증가하고, 한자이름 학습 이 인지기억에 유리하다고 주장하였다.

67)

이러한 연구결과는 연구자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다하더라도, 마치 한자가 한글보다 우수하다는 편견에 빠지기 쉽게 한다. 같은 상황에 서도 서로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의 뇌는 서로 다르게 반응하고 특히 언어의 경우, 언어의 구성 체계에 따라서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이미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서도 밝혀졌다.

68)

따라서 표의문자인 한자와 표음문자인 한글은 언 어를 구성하는 체계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다 를 수 있다.

평소에 많이 사용하는 한글에 적응되어 있는 뇌는 한글을 사용할 때 무의식적으로 적응(adaptive unconscious)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fMRI 뇌 영상은 활성화된 부위를 밝은 색깔 로 구분하여 표시하는데, 이 색깔은 뇌가 어떤 과업을 실행 하는 상 태(executive mode network)에서 깨어 있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상태인 기저 상태(baseline resting state)를 뺀 값을 통계적으로 처리해서 보여

66) 홍성욱,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fMRI 뇌 영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 바다출판사, 2010, 309∼337쪽.

67) 조장희, 「뇌과학으로 본 한자의 특성」, 󰡔동양고전 현대화의 어제와 오늘 그 리고 내일󰡕, 전통문화연구회, 2013, 47∼49쪽.

68) Han, S., & Northoff, G. (2008). Culture-sensitive neural substrates of human cognition: A transcultural neuroimaging approach. Nature Reviews Neuroscience,

9(8), 646-654.

(23)

준 것이다. 사진 상으로는 활성화된 부위를 제외한 부분은 마치 뇌가 활동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떤 과업을 수행할 시 색깔로 표시된 부위만 작용하고 다른 부분은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또한 보이는 사진의 뇌 역시 실제 피실험자의 뇌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표준화한 뇌에 피실험자의 실험치를 중첩시켜서 보여주 는 것이다.

깨어 있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뇌의 기저 상태를 다른 말로 기본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고도 한다. 이 네트워크는 주 로 외부 환경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환경에 의해 활성화된다. 쉽게 말해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는 쉼 없 이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기본 네트워크는 뇌가 사용하는 에너 지 총량의 6080%를 사용한다고 하며, 외부 환경에 의해 작용하는 뇌의 소비는 총량의 0.51%에 불과하다고 한다.

69)

일반적으로 어떤 주어진 일을 할 때 뇌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 제로 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기본 상태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 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의식적 활동보다 무의식적 활동에 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쉬운 예를 들어보자. 야구선수가 타격을 잘 하기 위해서 하 는 스윙 연습은 의식적 반복 훈련을 많이 함으로써 좋은 타격감을 무의식화 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즉 훌륭한 타격선수는 투수의 어떤 공에도 즉각적(무의식적)으로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 뇌의 상 태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처럼 한자 수업을 별도로 받지 않은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한 문은 한글보다 그 적응성이 낮을 것이다. 다시 말해 한자가 한글보다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자를 사용할 때는 더 많은 의식적

69) Raichle, M. E., MacLeod, A. M., Snyder, A. Z., Powers, W. J., Gusnard, D. A., &

Shulman, G. L. (2001). A default mode of brain func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8(2), 676-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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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작용이 필요할 것이며, 이에 비해 한글 사용은 무의식 즉 기본 네트워크에서 처리될 비율이 높을 것이다. 따라서 한자를 사용할 때 뇌는 한글을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부위가 활성화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자가 한글보다 더 우수하거나 학습 효 과에 더 효과적이라고 단편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한자 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중국인의 경우 한글을 배울 때에 중국어를 사 용할 때 보다 더 많은 의식적 인지 작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인에게 한글이 중국어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처럼 fMRI를 활용한 한자와 한글의 단순 비교 연구는 생물학적 환원론이나 뇌 근본주의에 빠질 오류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언론이 나 한문 교육기관의 실익을 위해 오도될 위험성이 있다.

비근한 예로, 1995년 남녀의 음운 인지 과정에 있어 그 차이점을 fMRI을 활용하여 연구한 실험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 남성의 경우 좌뇌만 활성화되었고 여성은 양쪽 뇌 모두 활성화되었다. 이 연구 결 과는 언론에 의해 마치 남녀의 사고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도된 바가 있다. 그러나 남녀가 보여준 음운 인식의 차이가 남녀의 사고가 다르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70)

한글과 한자의 비교 연구도 이와 비슷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한글 단어와 한자 단어의 사용에 있어 뇌 활성화 부위의 비교만으로 는 한자의 우수성을 증명할 수도 없으며 증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인에게 있어 한문은 한글과의 조화로운 사용에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는 배우기 쉬워 야 좋은 언어가 아니겠는가?

70) 홍성욱,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fMRI 뇌 영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 바다출판사, 2010, 309∼337쪽.

(25)

Ⅶ. 결론

1990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은 23년 만인 2013년부터 공휴일로 다시 지정됐다. 아마 국제적으로 한글의 위상이 드높아지 고 있으며 한글 창제가 갖는 의미가 민족사적으로도 크다고 판단됐 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종이 한글을 창제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우 리 민족에게는 그 이전부터 우리말이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 고 있다는 것이다. 말은 단순히 상호 소통의 수단만이 아니다. 말 속 에는 그 말을 사용하는 민족의 정신이 스며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말을 쓰는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나쁜 말을 쓰는 사람은 나쁜 사람 으로 인식한다. 이 원리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로 나아가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말씀’이란 ‘마음을 쓰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마음’을 줄이면

‘맘’이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마음은 몸과 다른 것이 아니며 한 단 어, 에서 나온 말이다.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을 나누어 놓고 어느 한쪽만을 강조한다. 몸을 물질로 보고 물질을 강조하면 유물론이 되 고, 반대로 마음이나 정신만을 강조하면 유심론 혹은 관념론이 된다.

우리말에 따르면 몸과 마음은 나눌 수가 없는 것인데, 분리될 수 없 는 것을 분리해 놓으니 세상도 자연히 조화를 찾지 못하게 된다.

우리 민족정신의 표상인 우리말은 우리글 즉 한글이라는 아주 과 학적인 문자로 체계화되었다. 그렇기에 한글 역시 우리 민족정신이 물질로 드러난 대표적인 결과물인 것이다. 이렇게 정신은 물질로 드 러나는 것이며 물질은 바로 정신의 표상인 것이다.

우리말의 사용이 뇌 활용에 있어서 유용하다는 필자의 생각은 그 동안 한국선도와 신경과학을 융합한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언어의 발달이 뇌의 활용

71)

과 관계가 있음은 이미 여러 신경과학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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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신경과학적 학설을 배경으로 우리말과 글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필자처럼 메타적 해석을 통한 신경과학적 가설이 필요할지도 모른 다. 그 가설은 이렇다. 우리말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뇌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다른 말로 똑똑해지는 것이다!

71) 현재 인류의 뇌의 용량은 이미 20만년전에 진화되었지만, 복잡한 도구의 사 용은 4만년전이 되어서야 나타났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Ramachandran 의 글(Mirror neurons and imitation learning as the driving force behind “the great leap forward” in human evolution, From the Third Culture:

http://www.edge.org/3rd_culture/)을 참조 바람. 인간의 뇌는 20만년전에 하 드웨어적으로는 완성이 되었지만 그런 뇌의 활용 즉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으 로 발전해왔다고 보는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뇌의 진화’가 아니라 ‘뇌의 활 용’이라고 서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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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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