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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소유-지배 괴리 현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집단 정책의 핵심인 소유-지배 괴리 축소의 이론 적․규범적 배경으로 작용해 온 전통적인 주주자본주의에서의 회사 소유자로 서의 주주, 1주1의결권 원칙, 주주민주주의 원칙 등의 개념들을 법경제학적 접 근을 통해 직관이나 감정적 차원이 아닌 냉철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재조명 해 보면 소유-지배 비례를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보며 법이 이것을 추구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또한 소유-지배 괴리에 대한 이론적․실증적 분석 어느 것도 소유-지배를 비 례시키는 것이 항상 좋다거나 특정한 소유지배구조 유형이 우월적이라는 사실 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82) 다만 소유-지배의 비례 및 괴리는 나름 데로의 장․

단점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소유-지배 괴리를 인위적으로 축소시키려고 해서 는 안 되고 다양한 소유 구조 형태 사이에서의 열린 경쟁이 왜곡 없이 발생할 수 있는 규범적 틀을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규범적 틀을 고안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유-지배 괴리 현상이 왜 발생 하는지를 살펴보며 이러한 형태의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편견이나 부정적 시각이 아닌 기능적․효율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을 통해 소유-지배 괴리 형태의 회사 소유구조가 가지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개념화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개인 ‘기업’이 ‘회사’조직을 갖추며 공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주주와 외부주주 사이의 갈등상황에서 논리를 풀어 가 보도록 한다.

82) 신현한 외(2005); Karl Hofstetter(2006)

(1) 내부 지배주주와 외부 주주 사이의 갈등

흔히 기업과 회사를 동일시하지만 엄격히 따져보면 서로 다르다. 개인기업 은 자산소유자(기업가)가 노동자를 고용하여 운영하는 생산조직으로서 소유권 과 지배권이 일치한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기업가는 자신이 소유한 돈으로 만 기업운영에 필요한 자산을 모두 구비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고 이를 위 해 거대자본의 조달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유한책임, 주식의 자유양도성, 법인격 등의 특징을 가진 회사제도이다. 따라서 ‘회사’는 기업조직 중 주식을 매개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대규모의 자금을 끌어 모으는 자본조달의 한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개인기업이 공개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소유-지배 괴리는 오 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개인기업에서의 소유자가 외부의 자금을 끌어 모 으기 위해 회사제도를 사용할 경우 필연적으로 내부의 지배주주와 외부 주주 들이 발생하고 이들 사이의 갈등이 시작된다. 내부자는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외부로부터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하려고 할 것이고 외부자는 이러한 내부자의 사적 이익 추구를 더욱 철저하게 감시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내부 자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외부자가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각 자가 더 많은 주식을 취득해야 하지만 이때 필요한 것은 주식의 구성요소인 현금흐름권과 의결권 중 의결권이므로 내부자와 외부자는 모두 적은 주식을 소유하면서도 더 많은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내부자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차등의결권 주식, 피라미드 소유구조, 상호 출자, 순환출자 등이고 외부자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 용하는 첨단 금융기법들이다.

내부자와 외부자에 의한 이러한 소유-지배 괴리현상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 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폐해를 강조하는 견해는 헤지펀드를 중 심으로 한 외부주주들이 다양한 첨단 금융기법들을 사용하여 적은 지분만을 가지고도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며 회사 소유지배구조에 깊숙이 개입하는 주주 행동주의는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도 내부 지배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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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차등의결권 주식이나 피라미드 소유구조 등을 통해 야기하는 소유-지배 괴 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식의 소유권과 의결권의 비례 성을 벗어나는 소유-지배 괴리 현상은 그 자체로서 비정상적이거나 부당한 것 이 아니라 다만 장점과 단점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외부자에 의한 소유-지배 괴리는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내부 지배주주에 의한 소유-지배 괴리는 소유-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수단으로 사용되어 소유-지배구조를 악화시킬 것 이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유-지배 괴리의 득과 실을 분명히 따져 보고 이에 적합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우선 외부주주(특히 헤지펀드)의 소유-지배 괴리 장․단점을 간단히 살펴보고 내부 지배주주의 소유-지배 괴리에 대한 문제는 별도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로 인해 적은 지분만 가진 상태에서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금융기법의 선봉에는 헤지펀드가 있다. 소위 공투표(empty voting)를 통해 대상 회사의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고자 하는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주의는 주주들이 분산되어 있어 발생하는 경영진 감시의 어려움(shareholder collective action problems)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수 있다.83)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 음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들은 투기적 목적을 가지고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과 주주 전체의 이익을 희생하며 자신들의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 들은 경영진과 달리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운영할 법적 책임을 부 담하지 않으며 마치 자신들이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한 대변자인 것처럼 행동 하기도 한다.84)85)

(2) 지배(내부)주주에 의한 소유-지배 괴리

1) 지배권 프리미엄(Control Premiums)

① 문제제기

지배주주에 의한 소유-지배 괴리 현상에 대해 분석하기에 앞서 먼저 생각해 83) Henry T. C. Hu, Bernard Black(2006a), p.1015.

84) Iman Anabtawi(2006), pp.579-583.

85) Kara Scannell(2007), at A1.

보아야 할 것은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회사가 과연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국식 의 회사 소유지배구조, 즉 소유가 분산되어 있어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고 전 문 경영인에 의해 경영되는 지배구조보다 후진적인 형태인가 하는 것이다. 그 러나 최근 미국 공개회사에서 발생한 대형 회계부정사건은 대부분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고 전문 경영인이 존재하는 회사들이었다.86) 그리고 비교 회사지 배구조 연구에 의하면 특정한 회사 소유구조 형태와 회사의 성과 사이에 일관 된 상관성을 찾아볼 수 없고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소 유지배구조가 존재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소유분산 소유구조를 최선의 소유구조로,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 를 차선의 소유구조로 보며 이것을 인위적으로 개혁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 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기능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며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회 사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개념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최선의 규범적 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배주주에 의한 소유․지배 괴 리 현상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지배주주가 일반적인 주주였다면 누리지 못했을 혜택을 지배권 프리미엄(Control Premiums)이라고 부르며 이것을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Private Benefits of control)에 대한 대체물로 보아 왔다.87) 따라서 지배권 프리미엄 이 존재하는 것을 법이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행위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더욱 강력한 법적 규제를 통해 지배권 프리미엄을 제거 해야 한다고 보아 왔다. 지배권 프리미엄은 원래부터 바람직하지 않고 비효율 적이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88)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옳기 위해서는 지배주주의 존재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만 주며 긍정적인 영향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하 지만 이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 긍정적인 측면 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 펴보며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규범 86) 예를 들어 Enron, Tyco, WorldCom 등

87) Lucian Ayre Bebchuck(1999) 88) Karl Hofstetter(2006), p.637.

80 -적 틀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② 지배주주의 긍정적 측면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 이들의 이해관계가 일반주주와 상충하는 측면도 있지만 일반 주주 전체와 부합하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지배주주들은 회사와의 관계에서 일반 주주들과 달리 단순히 주식시장에서 투자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주주들이다. 이러한 주주들은 주식시장에서 의 다른 기업에 대한 대안적 투자보다 현재의 투자 자체에 대해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기업관련 특수투자(firm-specific shareholder investments)를 하고 있다. 시간 이 흐를수록 이들은 회사의 경영진들과 지속적인 관계, 즉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ing)을 유지하게 될 것이고 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지속적인 관계 그 자체 는 이들 사이의 대리비용 억제를 위한 형식적 법이나 지배구조 장치보다 효율 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기업관련 특수투자나 내부정보의 축척은 장래의 투자나 회사 의사결정에 있어 긍정적 역할을 하며 회사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의 거래 비용을 줄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배주주가 재산의 상당부분을 소수의 회사에 투자한 상황에서 경영진 을 보다 철저히 감시하려고 하는 인센티브는 여러 회사에 분산투자를 해 놓은 일반 주주들보다 훨씬 클 것이다. 따라서 지배주주는 자신의 지배권을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이 저조할 경우 적기에 그리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기 전에 전략적인 경영변화를 꾀할 인센티브와 힘을 가지 고 있다.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지배주주-기업가(controller- entrepreneur)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다. 게다가 지배주주의 장기적 투자 성향과 전략은 자본시장 에서의 단기성향의 움직임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 전략을 꾀할 수 있다.

특히 가족 소유기업의 경우는 일반적인 지배주주의 경우보다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성원들 간의 신뢰에 바탕을 두며 성공에 대한 의지를 발휘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간의 공유된 가치는 기업발전에 꼭 필요한 기업가 정신의 기 초가 될 수 있다.

③ (신고전학파의) 대리이론과 (행동경제학의) 청지기 이론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 특히 가족이 지배주주를 형성하고 있는 가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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