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논의된 홍익인간의 의미를 단(檀)과의 관계에서 다시 살펴보 기로 한다. 홍익인간은 우리 민족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 정체 성을 일깨워준다. 이런 정체성의 문제제기는 민족적인 것을 뛰어넘어 우주적 관계로 까지 물음을 갖게 한다.
박용숙은 사람을 인(人), 인(仁), 인간(人間),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 구별하면서, “니르바나의 체험을 통하여 아트만이 성립되고, 범(梵) 아 (我)로 발전한다는 불교의 논리와 마찬가지로 인(人)의 체험을 통해 인 (仁, ᄇᆞᆰ, 부루)이 되고, 그것이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 발전”83)한 다고 했다. 이는 니르바나를 통해 새롭게 변화하듯이 사람이 인(人)의 체험을 통해 최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마지막 인격체로 홍익인간을 제
8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59075&cid=50222&cate-goryId=50229 고수레 (한국민속신앙사전: 가정신앙 편, 2011. 12. 15., 국 립민속박물관)
82) 서정범, 앞의 책, 356쪽
83) 박용숙, 『한국의 시원사상』 문예출판사, 1985, 39쪽
시한 것이다. 여기서 인(人)의 체험이란 사람이 사람다움의 거듭된 체험 을 의미한다. 박용숙은 인(人)이란 보통의 사람이 아니라, 고도의 수행 자로서 지도자의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84) 곰과 범이 쑥 과 마늘을 먹고 이루고자 한 그 사람 즉 모든 사람이 간절히 기원하는 원화위인(願化爲人)의 그 인(人)인 것이다. 안함로의 『삼성기』는 이를 환 웅의 성선(成仙), 즉 신선이 되는 것이라 하였다. 이것이 ‘인(仁)’이며,
‘밝’이다. 선(仙)이다. 환인시대에는 인(人)의 체험을 통한 영성의 근본 적 변화를 인(仁) 또는 인(因)이라고 했다가, 환웅시대에는 선(仙)이 되 고, 단군시대에는 단(檀), ‘밝’으로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용』에 修道以仁(수도이인), 仁者人也(인자인야)라 했다. 즉 수도는 인(仁)으로 써 하는데, 이 인(仁)이 이루어진 자가 곧 가장 인(人)다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중용』의 이 말은 고조선 이전의 수도문화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간상으로 인(仁)에서 선(仙), 선(仙)에서 단(檀)으 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인(人)이 보통사람이 아닌 특별한 뜻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천지인(天地人)을 표현할 때, 천일(天一), 지일(地一), 태일(太一)로 표 현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이 인(人)이 단순히 생물학적인 사람이 아닌 특 별히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태(太, 泰)의 존재라는 것이다.85) 중국 자료 에, “천신 가운데 가장 귀한 자가 태일신(泰一神)이며, 태일신을 보좌하 는 것이 오제(五帝”86)라고 했으며, 굴원(屈原)의 「구가(九歌)」에도 “동황 태일(東皇太一)”이 나온다. 전자는 신적(神的) 존재로서의 태일신을 의 미하고, 후자는 최고지도자로서의 동방의 태일 임금을 상징한다고 본 다. 이와 같이 인이 밝(檀)이 되고, 다시 그 밝이 우주적인 것과 하나가 되는 실천을 통해 ‘큰 밝’이 된다는 것이 박용숙의 인간관이다.87) 이 ‘큰 84) 앞의 책, 37쪽
85) 앞의 책, 36쪽
86) “天神貴者泰一 泰一佐曰五帝 古者 天子以春秋祭泰一...”(『사기』 효무본기) 87) 박용숙, 앞의 책, 46쪽
밝’을 필자는 홍익인간과 유사한 개념으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 『삼국유 사』(고조선조)의 홍익인간의 의미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전통적인 최남선의 해석이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아래로 삼위 태백을 내려다보니 널 리 인간을 이롭게 할 만 하기에 천부인 세 개를 주고, 가서 그곳 을 다스리게 하였다.88)
父知子意 下視 三危太白 可以弘益人間 乃授天符印三個 遣往理之
대개 홍익인간을 최남선, 이병도89) 이래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이를 재음미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는 천부인 3 개를 수수한 사실에 있다. 아버지의 목적은 이지(理之, 다스리게 하다) 에 있고, 그 이지의 증표로 천부인을 주는 것인데, 환웅이 이제 천부인 으로 세상을 다스릴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자격을 말해 주는 것이 홍익인간이다. 가이홍익인간(可以弘益人間)에서 환웅이 가히 홍익인간이 되었기 때문에 천부인을 받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다 시 말해 삼위 태백의 공간이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 아니라, 환웅이 홍익인간이기 때문에 삼위태백으로 내려 보낸다는 뜻으 로 재해석한다는 말이다. 전통적인 해석은 삼위태백=홍익인간지처(弘 益人間之處)가 되지만, 필자의 해석은 환웅=홍익인간이다. 환웅이 홍 익인간이므로 그에게 천부인 3개를 주어 세상을 다스리게 하는 것이다.
이 때의 홍익인간은 곧 ‘큰 밝’이다. 이런 의미에서 홍익인간이란 앞에서 언급한대로 “천지+인간, 곧 천지를 모시고 함께 사는 인간”인 동시에 그런 ‘최고의 인격(지도자)’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롭게 해석할 수가 있다 는 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홍익인간이 우주적 인격존재임을 암시받을
88) 최남선, 『단군론』 경인문화사, 2013, 270쪽
89) 이병도 역, 「삼국유사」, 『한국의 민속 중교사상』 삼성출판사, 1988, 46쪽. “인 간을 널리 이롭게할 만한지라”.
수 있다. 따라서 천지와 하나 된 천인일체(天人一體)의 ‘큰 밝’의 인격이 곧 홍익인간이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이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원동중의 『삼성기』(하)에 있다.
환국 말기에 안파견께서 삼위 태백산을 내려다보시며, “모 두 다 가히 홍익인간으로써 보낼만한지라. 과연 누구를 보 내는 것이 좋은가?” 이에 오가의 무리들이 대답하였다. “서 자 마을에 환웅이란 인물이 있는데 용기와 어짊과 지혜를 겸 비하고 일찍이 홍익인간이 되어 세상을 개혁하려는 뜻을 가 지고 있으니 그를 태백산 쪽으로 보내 다스리게 하십시오.”
이에 환인께서 환웅에게 천부인 세 종류를 주시며 명하셨다.
“이제 인간과 만물이 이미 제자리를 잡아 다 만들어졌으니, 그 대는 노고를 아끼지 말고 무리 3천 명을 이끌고 가서, (천부인의 말씀으로) 새 하늘을 열어 가르침을 세우고 세상을 다스리매 만 세 자손의 큰 규범으로 삼을지어다.”90)
이 구절에서 주의할 것은 ‘皆可以弘益人間 誰可使之’이다. 그동안 개 가(皆可)를 삼위산과 태백산의 두 곳 모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았다, 만약 그렇게 해석한다면 뒤에 나오는 대로 태백산으로 간 것이 맞지 않 는다. 그러므로 개가(皆可)는 지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 상으로 한 것임을 수가사지(誰可使之)로써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오가 의 무리들마다 다 홍익인간의 자격(인격)을 갖추었는데, 그 중에 서자마 을에 사는 환웅이 용인지를 겸비한 홍익인간으로서 세상을 바꿀 훌륭한 자격이 있기 때문에 추천한다는 말이다. 환웅이 안파견으로부터 선택되 어 간 곳은 삼위산이 아니라 태백산 방향이다. 안파견은 삼위산과 태백 90)“桓國之末安巴堅下視三危太白 皆可以弘益人間 誰可使之 五加僉曰庶子有桓雄 勇兼仁智 嘗有意於易世以弘益人間 可遣太白而理之 乃授天符印三種仍 勅曰 如今人物業已造完矣君勿惜厥勞率衆三千而往 開天立敎在世理化爲萬世子孫 之洪範也”(원동중 『삼성기』(하편))
산이 인간을 이롭게 할만한 곳임을 발견하여 기쁜 것이 아니라, 천부3 인으로 태백산을 다스릴 자격자를 어떻게 고를까 하는 일이 고민이었던 것이다. 이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삼국유사』처럼 안파견과 환웅을 부 자(父子)관계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파견은 오가 중에서 어느 무리의 누구를 선택할지로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천부3인으로 태백산을 다스릴 자격자는 최종적으로 홍익인간인 환웅 이다. 환웅이 지도자로서의 홍익인간의 자격을 이루었고, 그 홍익인간 이 되었기 때문에 천부3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천부3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홍익인간의 인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천부3인에 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지금 이 천부3인의 내용을 알 수 없다. 추 측컨대, 천부3인은 어떤 물건이 아니라, 천지인을 각각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3개의 천부인의 말씀을 하나로 모아 정리한 글이 현재의 천 부경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현존 천부경으로써 천지인과 인(人)의 의 미를 다시 찾아보고자 한다. 천부경에서 인(人)을 설명한 곳은 3곳이다.
㉠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
천지인은 우주의 근원적인 삼재를 의미한다. 삼재를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원,방,각이라고 쓰거나, 1,2,3이라 쓰는 것도 삼재 표현의 하 나일 것이다. 이 구절은 천지인이 동일한 우주적 존재로서의 천극(天極), 지극(地極), 인극(人極)을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
천일(天一)이 하늘의 본체수라면, 천이(天二)는 음양의 작용수이고, 천삼(天三)은 음양중의 생성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삼(三)은 생성력 을 의미한다. 이 생성력이 천지인에게 모두 똑같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 다. 다시 말하면 무궤화삼의 그 천화삼(天化三), 지화삼(地化三), 인화 삼(人化三)으로 표현할 수 있다.
㉢ 人中天地一(인중천지일)
사람이 천지의 종속이 아니라, 유기적이고, 주체적 관계임을 말해주 고 있다. 하늘 땅과 똑같은 자격을 갖추고 있는 사람의 존재를 강조해준 것이다. 또 우주의 창조적 질서에 참여하는 인간의 주체성을 의미한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 인중(人中)이다. 천부경이 가지고 있는 핵심 사상이다. 인중을 다른 말로 하면 인간(人間)이다. 중(中)이나 간(間)은 천지에 있는 사람의 존재의 성격을 의미한다. 앞에서 말한 일동일정지 간(一動一靜之間)의 간(間)과 같다.
한편, 오영환은 화이트헤드의 철학으로 인간 존재를 우주 안에서 문 제 삼을 수 있고, 또 문제 삼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우주는 새로 움으로 향해 나아가는 창조적 전진의 과정이며, 인간은 우주의 창조적 과정에 참여해야할 각별한 책임을 지고 있는 존재이다. 동시에 인간은 다른 존재자와 더불어 우주의 한 요소이며, 우주와의 유기적 관계에 의 해서만 논의될 수 있는 존재이다”91)라는 인식을 우리는 화이트헤드의 철학에서 얻을 수 있다. 화이트헤드는 인간의 실체적 사고를 부정하고 유기적 과정으로 보며, 인간중심적 사고로부터 해방을 안겨준다. 그 전 형을 우리는 홍익인간에서 찾을 수 있다. 홍익인간은 비록 인간을 중심 적으로 말하고 있으나, 천지를 모시며 함께 사는 유기적 존재임을 말해
한편, 오영환은 화이트헤드의 철학으로 인간 존재를 우주 안에서 문 제 삼을 수 있고, 또 문제 삼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우주는 새로 움으로 향해 나아가는 창조적 전진의 과정이며, 인간은 우주의 창조적 과정에 참여해야할 각별한 책임을 지고 있는 존재이다. 동시에 인간은 다른 존재자와 더불어 우주의 한 요소이며, 우주와의 유기적 관계에 의 해서만 논의될 수 있는 존재이다”91)라는 인식을 우리는 화이트헤드의 철학에서 얻을 수 있다. 화이트헤드는 인간의 실체적 사고를 부정하고 유기적 과정으로 보며, 인간중심적 사고로부터 해방을 안겨준다. 그 전 형을 우리는 홍익인간에서 찾을 수 있다. 홍익인간은 비록 인간을 중심 적으로 말하고 있으나, 천지를 모시며 함께 사는 유기적 존재임을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