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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술에 대한 한스 요나스의 관점

Ⅱ. 한스 요나스의 책임이론

3. 현대기술에 대한 한스 요나스의 관점

가. 전통윤리의 한계와 새로운 윤리의 필요성

그렇다면 한스 요나스가 이토록 책임을 강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한스 요나스의 기술관을 통해 알 수 있다. 한스 요나스 이론의 주요 특징은 현 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윤리적 가치를 제시한 것이다. 이때 한스 요나스는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 제점의 원인으로 현대기술의 무분별한 개발이라고 보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 해 전통윤리와 현대윤리의 모습을 비교하였다.

한스 요나스는 우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주목하였다. 특히 인간의 권력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하였는데, 과거 인간은 자연에 크게 영향을 미치 지 않았다. 땅과 바다와 하늘 등 다양한 모습의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이 제멋 대로 굴더라도 이러한 자연환경들을 포괄하는 자연의 본성은 변화하지 않았으 며, 자연의 생산력은 추호도 감소하지 않았다.(Hans Jonas, 1984/1994, p.

16) 그 당시 인간에게 있어 자연은 거대한 존재였고, 인간은 거대한 자연 속에 서 살아가고 의지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 당시 논의된 윤리도 이러한 자연의 틀 속에서 제한적인 모습을 띠었는데, 한스 요나스는 종래의 모든 윤리 학이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들을 공유한다고 하였다.

(1) 인간의 본성과 사물의 본성을 통해 주어진 인간의 상태는 그 근본 특 성에 있어서 단연코 확정되어 있다.

(2) 인간 선은 이러한 토대를 근거로 별반 어려움 없이 분명하게 규정될 수 있다.

(3) 인간 행위와 인간 책임의 범위는 좁게 서술될 수 있다. (Hans Jonas, 1984/1994, p. 22)

여기서 한스 요나스는 전통윤리의 범위를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와 칸트, 헤겔, 마르크스 등 고대의 서양철학부터 근대의 서양철학까지 설정하였다. 인 간이 자연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구, 즉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스 요나 스는 인간과 기술과의 관계와 관련하여 전통윤리의 특징을 정리하였는데, 이를

기술의 중립성, 인간중심적 윤리, 인간 본질의 불변성, 한정적 범위의 행위라는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Hans Jonas, 1984/1994, pp. 29-32)

첫째, 한스 요나스의 관점에서 전통윤리는 기술의 모든 영역에 대해 윤리적 으로 중립적이다. 이때 사람을 직접 다루는 의학만 예외로 두었다. 한스 요나 스에 의하면, 과거에는 기술의 사용으로 인해 불특정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윤 리적 침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윤 리적 가치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자연으로부터 발생하는 천재지변을 막기 위 해 사용된 공물이나 인간의 노동을 보완하기 위한 간단한 도구,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써 기술은 존재할 뿐, 기술을 진보의 대상이나 가치판단 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것이다. 기술(技術)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과거에는

“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 단”29)일 뿐이었다.

둘째, 한스 요나스는 전통윤리를 인간중심적 윤리로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 보는 전통윤리의 “윤리적 의미는 자기 자신과의 교섭을 포함하여 인간과 인간 의 직접적인 교섭에 속하였다.”(Hans Jonas, 1984/1994, p. 29) 이때의 윤 리적 의미는 인간 내면의 성찰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 으로, 윤리적 주체와 윤리적 객체가 모두 인간뿐이었다. 그는 그 당시 사람들 의 격률이나 도덕적 명령을 예로 들면서 나, 가족, 이웃, 계급 등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준칙 또는 윤리적 주체로서 지향해야 할 도덕적 가치를 중심으로 논 의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그는 자연의 모습이나 성질이 본질적으 로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옛사람들에게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았다. 또한 자 연의 상태가 천재지변 등으로 인간생활에 영향을 미쳐도 인간은 자연에게 어떠 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과거에는 자연의 영역을 인간으로서 침범할 수 없는 영역으로 보았다고 그는 설명하였다. 따라서 그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 계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인간 사이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통윤리가 발전하였다고 보았다.

셋째, 기술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해 ‘인간’이라는 실체는 본질적 으로 ‘불변적’인 것이고 따라서 전통윤리에서 인간은 기술의 대상이 되지 않았

29) 기술. https://stdict.korean.go.kr. (검색일: 2020. 3. 7.)

다고 한스 요나스는 주장하였다. 인간이 기술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가 되어 다양한 도구들과 과학적 원 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기술이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나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만큼 기술은 단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쓰이는 수단일 따름이었다. 따라서 그는 과거에는 인간이 기술의 발전을 위해 희생되거나 기술개발 연구의 대상으로 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넷째, 한스 요나스는 과거에 인간의 모든 행위로 인한 영향이 시간상으로 비 교적 짧았다고 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전통윤리에서 “결과의 장기적 진행 과정 은 우연, 운명 또는 예견에 맡겨졌다.”(Hans Jonas, 1984/1994, p. 30) 그 에 의하면, 과거 인간의 행위가 미치는 영향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행 위자의 기준에서 멀지 않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먼 미래나 과거보다는 그 당시 그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려되는 윤리 적 요소를 중시한 것이다. 한스 요나스는 이웃에 대한 사랑, 가족으로 해야 할 도리, 이익추구, 개인의 행복 추구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또한 그는 개인 또는 집단의 행위 안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격률은 언제나 지금의 ‘나’와 ‘타인’

이 만나는 영역에서 그 의미를 드러낼 뿐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김종국(2005)30)은 전통윤리학의 이론적 특징을 비판하고 있는 한스 요나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김종국은 한스 요나스가 말하는 전통윤리를 칸트윤리학으로 보고 한스 요나스의 전통윤리 비판, 즉 칸트윤리학 에 대한 한스 요나스의 비판을 도덕의 원칙론과 적용론의 관점으로 나누어 고 찰하였다.(김종국, 2005, p. 90) 칸트윤리학의 경우 김종국은 현재에 대해서 만 타당한 법칙이 아니고 시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인류의 법칙이라 평가하였 다. 또한 칸트윤리학뿐만 아니라 다른 전통윤리학이 인간중심적 윤리라는 한스 요나스의 주장에 대해 그가 제시한 책임이론 역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 으로 인간중심적 윤리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였다.(김종국, 2005, p. 93) 그 럼에도 불구하고 한스 요나스의 ‘책임의 원칙’의 가치는 미래의 사태, 행위에의 적용에 있다는 측면에서 ‘도덕적 선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철학 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였다.(김종국, 2005, p. 99)

30) 김종국. (2005). 미래와 힘, 한스 요나스의 ‘책임의 원칙’ 그 이후. 사회와 철학, (10), 89-104.

김종국의 평가처럼 한스 요나스의 주장은 전통윤리의 또 다른 해석으로 인한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스 요나스는 환경파괴, 핵무기개발 또 는 핵전쟁 등 오늘날 인간의 생존 자체에 위협이 되는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위와 같은 서양의 전통윤리 특징을 제시한 것이다. 대체로 한스 요나스는 오늘 날에 발생하거나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먼저 파악하여 위험요소를 최 소화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였다. 이를 한스 요나스는 “공포의 발 견술”(Hans Jonas, 1984/1994, p. 60)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한스 요나스 는 전통윤리의 우월성보다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 해결에 초점을 맞추었 으며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윤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 하기 위해 위와 같이 해석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스 요나스의 관점에서 만약 전통윤리가 현실 속에서 제대로 기능을 했다면 오늘날의 환경파괴나 핵무기개 발 등 전 지구적 위협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주요 원인 중에 하나를 전통윤리적 사고로 보는 것이다.

요약해보면 한스 요나스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과거와 비교해 오늘날 인 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이를 한스 요나스는

‘자연의 가침성’으로 표현하였다.

전래된 세계관의 첫 번째 큰 변화로서 사람들은 인간의 기술적 간섭에의 한 자연의 가침성을 예로 든다. 그것은 이미 저질러진 피해와 훼손을 통해 인식되기 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가침성이다. 그 충격으로 인하여 막 시작된 환경 연구(생태학)라는 개념과 학문을 초래했던 이 발견은 사물 의 체계에 있어서 인과적 요소로서의 우리 자신에 관한 전체 생각을 변화 시켰다. 그것은 인간 행위의 본성이 사실상 변화하였다는 사실을 그 결과 를 통해 보여주었으며, 또 전적으로 새로운 질서의 대상이, 지구의 전체 생 명권만큼이나 우리가 그것에 대해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책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Hans Jonas, 1984/1994, p. 33)

이러한 이유에서 윤리이론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생태계, 자연, 우주 등 다른 대상을 포괄하여 심사숙고해야 되는 대상이 되었으며, 단지 인간만을 고 려한 윤리는 오히려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

이러한 이유에서 윤리이론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생태계, 자연, 우주 등 다른 대상을 포괄하여 심사숙고해야 되는 대상이 되었으며, 단지 인간만을 고 려한 윤리는 오히려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