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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인공지능의 구분

Ⅲ. 인공지능기술 및 윤리적 쟁점

1. 로봇과 인공지능의 구분

가. ‘로봇’과 ‘인공지능’이란?

1920년에 체코슬로바키아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의 희곡 R.U.R.(Rosuum‘s Universal Robots)에서 로봇(Robot)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38) 이 희곡에서 로봇은 원래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는 로봇이었으나 점차 개량되면서 사람처럼 학습하고 감정을 갖게 되는 로봇이 되 었다.39) 이처럼 로봇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을 때는 ‘인간이 스스로 인간과 유사 한 기계를 만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1956년에 존 매카시(John McCarthy) 등으로 구성된 다트머 스 학회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가 창안되었다.40) 김효은(2019)에 의하면 여기서 인공지능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기계나 컴퓨 터를 의미하기보다는 “형식화 가능한 지능 요소의 개발이라는 ‘방향성’을 지시하 는 용어”41)라는 의미에 더 가까웠다. ‘컴퓨터의 추론과 탐색’이라는 주제로 지 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의 요소를 어떻게 알고리즘 등의 절차로 구현해낼 지에 대한 학계의 논의차원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쓰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처음 용어가 등장했을 때는 문학적 의미의 로봇과 컴퓨터과학적 의미의 인공지능으로서 그 쓰임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과학기 술이 발전함에 따라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만 존재한 로봇은 실제로 인간의 노 동력을 대체하고 인간과 유사한 형태로 발달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기술도 정밀 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 밀접한 관계 속에서 개발되고 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글에서 로봇과 38) https://ko.wikipedia.org. (검색일: 2020. 3. 23.)

39) http://www.yes24.com. (검색일: 2020. 3. 23.) 40) https://ko.wikipedia.org. (검색일:2020. 3. 23.)

41) 김효은. (2019). 인공지능과 윤리. 커뮤니케이션북스(주). p. xiv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그 의미의 쓰임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용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본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로봇(Robot)이란 “① 『기계』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는 기계 장치. ≒인조인간, ② 『기계』 어떤 작업 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 장치, ③ 남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42)이다. 로봇을 줄인 말로 최근 들어 IT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봇(Bot)이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따르면 “① 로봇의 줄임말로 데이 터를 찾아주는 소프트웨어 도구. 인터넷 웹 사이트를 방문하고 요청한 정보를 검색, 저장, 관리하는 에이전트의 역할을 한다, ② 보안이 취약한 컴퓨터를 스 스로 찾아 침입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작동하면서 컴퓨터 사용자도 모 르게 시스템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원거리 해킹 툴. 봇(bot)은 채팅 서버와 P2P 네트워크를 통해 컴퓨터를 감염시켜, 해커들이 마음대로 지시를 내릴 수 있으며, 다른 컴퓨터를 공격하도록 명령하거나 감염된 시스템에서 정보를 빼낼 수 있어 보안 문제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좀비피시(PC)”43)로 정의되고 있 다. 봇은 의미상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로 둘 다 쓰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人工知能, 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정보·통신』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 템. 전문가 시스템, 자연 언어의 이해, 음성 번역, 로봇공학, 인공 시각, 문제 해결, 학습과 지식 획득, 인지 과학 따위에 응용한다. ≒에이아이.”44)로 국립국 어원에서 정리되었다. 사전적 의미로만 보았을 때 로봇은 유형의 기계적 특성 을 가지고 인공지능은 무형의 시스템적 특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봇이 사전적 의미의 로봇과 인공지능의 특성을 모두 갖듯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단지 형태로서만 구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선행연구를 통해 용어의 쓰임을 분석해보자. 우선 고인석(201 4)45)은 로봇윤리의 기본 원칙을 논하기 위해 로봇의 범주를 설정하였다. 그에

42) 로봇. https://stdict.korean.go.kr. (검색일: 2020. 3. 23.) 43) 봇. http://terms.tta.or.kr. (검색일: 2020. 3. 23.)

44) 인공지능. https://stdict.korean.go.kr. (검색일: 2020. 3. 23.)

의하면 로봇은 어디까지나 인공물(人工物)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능동적 정신을 그대로 모방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인석, 2014, p. 403) 그래서 칼, 망치 등의 인공물과 달리 로봇 자체로는 행동의 능동성을 지닌 존재로 설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칼, 망치 등은 인간에 의해 다루어지지만 로봇은 시스템적 명령에 따라 최소한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능동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고인석은 로봇이라는 범주를 인간이 창조한 범주인 동시에 앞으로 계속 변 화될 범주로 보고, 로봇의 정의적(定義的) 특성을 확정짓기는 어렵다고 보았 다.(고인석, 2014, p. 40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로봇의 핵심 특성을 다음 과 같이 정리하였다.

① 인공물임

② 외부 세계를 지각하는 능력을 지님

③ (지각된) 자료를 처리하는 계산의 능력을 지님

④ (전형적으로는 운동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출력 (고인석, 2014, p.

404)

이 특성에 따르면, 로봇은 지각-계산-출력의 과정을 처리하는 인공물로 볼 수 있다. 다만 다른 기계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로봇 자체의 체계 안에서 결정되고 조정”(고인석, 2014, p. 404)되는 ‘계산’ 과정에 있다. 그리고 ‘출력’

과정에서는 로봇의 움직임과 같은 외적 운동과 로봇시스템의 범위 안에서 이루 어지는 내적 운동을 모두 포함하며 고인석(2014)은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는 시스템(봇)처럼 운동 출력의 과정이 없는 경우도 로봇으로 보았다.(고인석, 2014, p. 404)

한편, 송선영(2017)46)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 하였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개념을 간단히 구분해 보면,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의 학습, 추론, 논증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으로서 이를 필요한 분야에

45) 고인석. (2014). 로봇윤리의 기본 원칙: 로봇 존재론으로부터. 범한철학, 75(4), 401-426.

46) 송선영. (2017).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윤리적 성찰과 전망. 영어권문화연구, 10(3), 61-83.

다양하게 적용된다. 반면, 로봇은 간단히 말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 해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이다. 이미 컴퓨터 시스템에서는 연산에 충실한 분석을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고, 생산공정에서는 자동화시스템 에 따라 로봇이 노동자의 과업을 대체하였다. 그런데 점차 과학기술의 발 달에 따라 각 개념에 충실한 사물이나 기계를 보기는 어렵다. 인간의 움직 임, 상호작용 및 교류는 방대한 지식과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특정 목적 에 따라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인공지능은 프로그램화된 로봇의 활동을 통 해 구현된다. 이미 네트워크 중심의 지식 기반 사회가 전개가 되면서, 인공 지능과 로봇의 경계는 점차 융합되고 있다. (송선영, 2017, p. 67)

이와 같은 흐름에서 송선영(2017)은 개념상 인공지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 로, 로봇은 그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로 보았다. 하지만 송선영은 시 대가 변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과 로봇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 지는 추세로 보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구분하지 않고 인공지능 로봇으로 혼용 하여 논의를 전개하였다.(송선영, 2017, p. 67)

변순용(2018)도 인공지능과 로봇의 구분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였 다.47)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자동차를 예로 들어 인공지능에 의한 결정을 수행하는 차량의 구현체로 보고 이를 ‘Carbot’이라고 지칭하였다.(변순용, 2018, p. 236) 만약 인공지능기술로 데이터가 처리되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 결과를 구현할 대상이 없다면 현실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처 럼 변순용은 인공지능의 결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무형의 구현체가 필요하 다고 보았으며, 로봇의 발전과정을 고려해볼 때 로봇만의 윤리나 인공지능만의 윤리보다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윤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변순 용, 2018, p. 236)

김효은(2019)은 로봇을 인공지능을 장착하지 않은 로봇(자동기계로봇), 인 공지능을 장착한 로봇, 그리고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인공지능)로만 존재하는 무형의 로봇으로 나누어 보았다.(김효은, 2019, p. viii) 로봇윤리가 처음 등 장했을 때는 로봇의 행동 제어 측면에서 주로 논의되었지만 인공지능기술이 발 달하면서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 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결국 김효은은 시대적 요구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47) 변순용. (2018). 인공지능로봇을 위한 윤리 가이드라인 연구: 인공지능로봇윤리의 4원칙을

중심으로. 윤리교육연구, 47(47), 233-252.

인공지능윤리의 쟁점은 로봇윤리의 쟁점을 일부 포함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구분 없이 인공지능윤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김효은, 2019, p. viii)

로봇과 인공지능의 사전적 의미와 선행연구를 살펴보았을 때 로봇이란 내·외 부의 제어 장치로부터 출력된 결과를 수행하는 유·무형의 인공물이며, 인공지능 은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따위의 기능을 데이터 기반으 로 구현해내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로봇의 지각-계산-출력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 ‘지각’과 ‘계산’ 과정에는 인공지능기술이 주로 관여하며 ‘출력’

과정에는 로봇의 수행이 주가 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공지능윤리’

라고 하였을 때 크게 알고리즘, 시스템 과정에 대한 인간의 윤리적 접근이라 할 수 있고, ‘로봇윤리’라 하였을 때 로봇의 행위, 산출물에 대한 인간의 윤리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마치 로봇과 인공지능을 구분해야만 할 것처럼 보이지만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로봇개발에 인공지능기술이 적 용되고 있으며 인공지능기술이 로봇개발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삶에 주

라고 하였을 때 크게 알고리즘, 시스템 과정에 대한 인간의 윤리적 접근이라 할 수 있고, ‘로봇윤리’라 하였을 때 로봇의 행위, 산출물에 대한 인간의 윤리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마치 로봇과 인공지능을 구분해야만 할 것처럼 보이지만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로봇개발에 인공지능기술이 적 용되고 있으며 인공지능기술이 로봇개발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삶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