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Ⅶ. 재정헌법개정의 필수성과 범위

에 따라 결정되는데, 정작 그러한 필요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경우 에는 오히려 ‘정치의 헌법화’와 ‘헌법의 정치화’의 역기능과 부작용만이 증 폭되는 악순환, 말하자면 재정정책결정의 유연성과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헌법의 규범력 및 헌법재판의 권위가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크 기 때문에 헌법개정의 차원에서 제시되는 이러한 대안들은 최소한의 범 위에서 최종적인 보충의 수단으로만 모색되어야만 한다.

셋째, ‘의심스러운 경우 보류우선’의 지침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전 술한 두 가지 관점은 일관성과 안정성 보다는 상대적으로 유연성과 탄력 성이 각별하게 요구되는 재정운용을 규율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문제 는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는 예측과 판단의 대상이 장기재정계획이 불가 능할 정도로 급변하는 경제 및 사회적 환경조건의 변수이고 또한 대안의 가능성과 효용에 대한 검토도 현시점에서 종래의 성과만을 평가하는 것 이 아니라 앞으로의 정치발전의 잠재적 가능성과 추세에 대한 전망까지 포함하여 체제의 자정력을 가늠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이른바 ‘판단 불명’(non liquet)의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을 원고에 해당되는 식으로 보고 소송법상 ‘입증불 명’의 경우에 적용되는 객관적인 입증책임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헌법개정, 특히 재정헌법개정의 맥락에서 요구되는 소 명 또는 설득의 책임은 적어도 일반적인 보수와 진보간의 토론장에서의 그것보다는 훨씬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합리적인 의문이 남 아 있는 ‘판단불명’의 경우 일단 개정은 보류되어야 한다.

3. 헌법개정 제안

3. 헌법개정 제안

적 권력통제의 틀 속에서 헌법의 ‘행위규범’ 및 ‘통제규범’으로서 다양한 규범적 효용을 포착해내는 헌법도그마틱의 적극적인 이론구성과 그에 따 른 헌법적 규율과 통제기능의 확대 및 보완의 가능성, 특히 재정통제수 단으로서 헌법재판의 효용을 상세하게 검토한 것도 바로 이 ‘엄격한 절 제’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다음에 제시하는 네 가지 헌법개정의제는 이러한 ‘엄격한 절제’의 요청 에 따라 다음 세 가지 공통된 기준에 부합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선별 한 것이다. 첫째는 재정운용의 현황과 이제까지 축적된 시행착오의 경험 에 비추어 볼 때 장기적인 예측 속에서도 거의 상수로 간주할 수 있는 재정운용의 여건과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재정운용체계의 구조적, 기능 적 한계에 대한 확인이다. 둘째는 정책의 유연성보다는 또는 유연성을 포기해서라도 법적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할 필요성이다. 셋째는 정치의 역할과 대의정치의 기능 및 잠재적인 발전가능성에 대한 최대한의 긍정 적이고 낙관적인 평가와 전망을 전제하는 경우에도 체제의 자정력을 통 한 보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내재적인 흠결성이다.

(2) 국채발행의 제한

재정적자와 국채의 문제는 세계화된 문제이다. 그것은 특정한 몇몇 국 가만의 현상이 아니고, 특수한 위기상황에서 비롯된 잠정적인 현상도 아 니다. 또한 거의 모든 개별 국가의 차원에서도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정 치세력의 부분적이고 간헐적인 정치적 압력이나 그에 부응한 특정한 정 부의 일시적인 재정운용의 실패에 따른 결과가 아니고 만성화된 경향으 로 고착되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사회국가체제와 다원화된 사회구조 속 에서 정당을 축으로 운영되는 대의민주정치체제에서 예산규모의 항구적 인 증대와 재정적자의 누적의 추세는 정치권또는 정부의 절제와 결단에 의해 완화 또는 역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98)

98) 대의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국가채무의 발생원인을 찾는 입장으로는 장 선희, 국가부채관리를 위한 법적 과제, 공법연구 , 제33집 제5호(2005.6), 296면 이하.

Ⅶ. 재정헌법개정의 필수성과 범위

국가부도의 최악의 상황에서부터 이른바 ‘기능적 재정운용’의 잠재력 고갈과 국가경쟁력의 약화 등 과도한 국채부담에 따른 심각한 위험과 부 작용을 경고하고 이구동성으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재정학자들 조차도 국채문제의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단순히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치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판단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재정지출규모의 증대를 불가 피하게 만드는 재정운용의 환경조건에서 찾아진다. 예컨대 P. Heller99) 는 세 가지의 구체적인 이유를 적시하는 바, 인구의 고령화추세, 지구온 난화현상 및 급속한 세계화의 추세가 그것이다. 요컨대, 정치적 부담 때 문이든 성장률의 둔화 등 경제적 요인 때문이든 조세수입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분명한데, 반면에 재정지출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큰 폭으로 늘 어날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전술한 바와 같이 이러한 전망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그대 로 적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할 것도 없이 이미 이 세 가지 조건이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는 예측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의 사회복지인프라는 사회보 장 및 복지체제가 이미 상당한 정도로 정비되어 운용되고 있는 선진국가 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에 우리는 재정의 블랙홀을 이제 막 대면하고 있는 단계에 있을 뿐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닥치게 될지 모르지만 통일한국의 상황도 우리만의 특유한 부담이다. 국가채무 의 계산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간헐적으로 벌어지는 정쟁차원의 논란이 나 그 와중에서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국 가채무의 규모는 아직은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는 정부의 항변100)은 국채 문제의 해결을 정치권에 맡길 수는 없겠다는 현실인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할지언정 문제의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

99) 이 준구(FN. 37), 625-626면에서 재인용.

100) 정부는 GDP 대비 30%의 수준에서 국채를 관리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설정하여 공적자금손실분의 국채전환이 완료되는 2006년 수준에서 국채규모를 동결하고, 2008 년부터는 균형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경제성장률의 둔화나 등의 여러 가지 재정운용의 여건에 비추어 볼 때 그 실현가능성은 의문이다. 2004- 2008국가재정운용계획 , 9-11면.

3. 헌법개정 제안

우리 정부가 공식통계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IMF의 기준, 즉 ‘정부 가 상환의무를 지고 상환금액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국가채무에 포함하도록 하는 기준은 재정운용의 여건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국제적 인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통일된 통계기준이고 또한 재정계획과 운영상 ‘현재 시점에서의 확정된 국가채무’라는 독자적인 의미와 기능을 갖는 유용한 통계자료의 생산을 위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가 문제 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의도나 취지와는 무관하게 정부의 공식통 계가 국가부채문제에 대한 착시현상을 야기할 위험이다. ‘현재 시점에서 확정된 국가채무’의 지표상 나타나는 위험은 국가채무문제의 일부분일 뿐 이고, 재정운용에 심각한 부담이 될 실질적인 위험의 관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채무’의 개념이나 공식적인 통계 기준과는 무관하게 국가보증채무나 연금이나 사회보험과 관련된 채무, 기타 공적 자금의 손실 등 현시점에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상환이 유예 된 것일 뿐이지 일정한 오차범위101) 내에서 국가의 부담이 확실하게 예 측되는 이른바 ‘잠재적 국가채무’ 또는 ‘암묵적 국가채무’는 적어도 국채문 제와 연계하여 인식되어야만 한다.102) ‘암묵적인 국가채무’와 통상적인 재정운용과정 속에서의 적자채무는 그 발생원인과 정책결정의 절차와 형 식이 다르고, 따라서 그것을 제한하고 해결하는 방법과 형식, 특히 법적 통제수단도 다를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국채문제의 실상과 그에 대한 대응방안모색의 긴박성은 현 시점에서 예측되는 전체 재정상태의 맥락 속에서만 제대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1) 다만 예컨대 장래 채무불이행의 위험도를 추정하여 현재가치로 할인된 액수를 기 준으로 하는 보증채무의 경우에는 오차범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겠지만, 국민적 합 의의 도출과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는 연금제도개혁과 운영개선의 가능성과 시점 등 극히 불확실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연금부채의 경우에는 정확한 액수를 산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 제도가 지속되는 조건 하에서의 연금부채의 액수는 거의 정확하게 예측될 수 있다.

102) 예컨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자상태이고, 현재의 수급률이 그대로 유 지되는 경우에는 국민연금도 2036년부터 적자가 불가피하고 2047년에는 재원이 고 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연금발전위원회, 2003 국민연금재정계산 및 제도 개선방안 , 보다 상세한 내용은 배 득종(FN. 4), 18-19면; 이 준구(FN. 37), 278- 284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