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교육에 있어서 패러디(Parody)를 활용한 방법은 학습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상대적으로 친숙 한 작품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반화된 문학교육 학습활동이다. “패러디는 원작을 재구성하는 창조적 모방이다. 창조적 모방이란 원작의 구조와 인물을 차용하면서도 원작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 작가에 대한 비판까지 표현하기 때문에 원작을 극복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김미영, 2005:322)”22) 이 때 원 작에 대한 패러디 작가의 태도에 따라서 패러디의 성격이 달라진다. 학습자가 원작에 대해 비판적 입 장을 견지하고 작품을 읽은 후 창작되는 패러디 작품은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 이기도 하다.
현대의 패러디를 설명할 때, 린다 허천이 정의한 ‘차이가 있는 반복’은 패러디가 가진 광범위한 특 징을 명료하게 나타내기에 적합할 것이다. 패러디는 원작에 담긴 기존의 문제를 사회적 담론으로 연 결시키기 위해 과거의 글쓰기를 끌어들여 이를 해체하고 그 위에 창작을 덧씌우는 반복의 과정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패러디가 ‘조롱이나 풍자를 위한 희화’의 형식만으로 사용되지 않았으며 패러디를 통해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제에 대한 자신의 특정 신념과 태도인 이데올로기를 언어적으 로 실천하기 위한 하나의 문학 양식임을 나타낸다. 패러디는 원작의 권위에 의존하여 작품의 플롯이 나 인물, 사물들을 적극적으로 모방하여 자신의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원작과의 ‘차이를 지닌 ‘반복’이라 할 수 있다.
“‘차이가 있는 반복’에서 ‘반복’이라고 하는 것이 과거의 풍요롭고 위대한 문학 유산과의 연관을 의
22) 김미영(2005), 「패러디를 활용한 소설교육의 방법」,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p.322.
미하는 것이라면 ‘차이’라고 하는 것은 작가의 ‘비평적 거리’이며 패러디의 의도일 것이다. 창작 기법 이나 전략, 그리고 비평적 맥락에서는 원텍스트의 담론적 권위나 지위에 의존하지만, 원텍스트의 의미 체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해 내고자 하는 욕망을 기본 전략으로 지니고 있는 패러디 는 원텍스트를 다르게 반복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생산하는 것이다.(이미란, 1999)”23) 문학 수업에서 패러디 기법을 활용하는 것의 교육적 의의로는 첫째, 패러디 기법이 비평적 읽기와 창의적 글쓰기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교육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패러디는 패러디 작가의 세상관, 작가의식, 문학관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학양식이라 하겠다. 따라서 창작과 비평 적 함의를 동시에 지니는 서사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패러디의 범주는 어휘나 문체, 어조, 구성 등의 형식적인 요소들과 함께 주제적인 측면, 작가적 인식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다.(김미영, 2005:323)”24) 학습자는 비평가이자 패러디 작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문학 활동의 수용과 생산을 경험한다.
둘째, 학습자들의 문학 수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패러디는 원작에 대한 반복이라는 점에서 이미 알고 있는 제재에 대한 활동이므로 학습자들에게 친숙한 학습과제가 될 수 있다. 패러디는 원작이 가진 인지도를 통해 쉽게 독자를 확보할 수 있고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 독자 에게 기존의 작품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쾌감을 줄 수 있는 문학양식이다. 학습자들은 자신만 의 텍스트를 창조하기 위해서 원작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써 창작의욕을 고취하게 된다. 창작 수업에서 패러디 양식을 차용한 다시 쓰기 수업은 학습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기대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패러디소설이 가진 비평적 성격과 창의적 쓰기 능력의 향상이라는 교육적 효과를 활 용하고자 ‘다시 쓰기’를 제안한다. 패러디소설 창작이 보다 본격적이고 완성된 형태의 창작물을 요구 하는 반면에 ‘다시 쓰기’는 단락이나 결말의 개작과 같은 부분적인 창작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원전을 활용한 재창작 활동은 문학교육에서 상당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 활동이지만 사실 창작의 경험이 없는 학습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학습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시 쓰기’는 학교교육의 현실적인 측면을
23) 『한국현대소설과 패러디』, 이미란, 국학자료원, 1999, p. 15.
24) 김미영(2005), p.323.
반영하여 학습자들에게 고도의 창작능력을 요구하기보다는 텍스트 해석에 근거하여 작품에 대한 새로 운 발상을 글로 나타내는 활동이라는 것에 의의를 둔다. 또한 ‘다시 쓰기’ 활동을 통해 학습자에게 젠 더 감수성을 높이고 올바른 성 가치관의 내면화라는 정의적 측면의 교육 효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