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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금산법 개정논의와 소급입법 문제

최근 금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회에는 재경부안과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의원입법안이 동 시에 제출되어 있다. 이번에 법을 개정하는 주요 사유는 위반 사항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데에 있다. 현행법에 의하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있으나 위반하여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제한, 처분명령 등의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재경부안과 박영선 의원안의 핵심적 차이점은 새로이 도입하는 제재조치를 과거의 위법행위에 대해 소급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있다.

재경부안은 금산법의 해당 조항을 최초 도입한 97년 이전에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동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 히 하고, 97년 이후 위법하게 취득한 주식인 경우에는 사후적 으로 승인을 받도록 하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경우 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박영선 의원안은 97년 이전에 취득한 것이라도 위법한 것으로 보며, 위법하게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이번에 도입되는 처분명령 권을 적용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소급적용과 관련한 핵심 쟁점은 개정안에 의한 처분명령의 적용이 진정소급에 해당하는지, 부진정소급에 해당하는지와 부진정소급에 해당하는 경우 공익적 목적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 소급인지에 있다. 진정소급이란 이미 법률관계가 완성된

Ⅳ. 최근의 금산법 개정논의와 소급입법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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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에 대한 소급을 의미하며 부진정소급이란 과거에 시작되 었으나 완성되지 않고 아직 진행중인 법률관계에 대한 소급을 의미한다.

양도소득세율을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을 소급하는 문제를 예를 들어 보면 세율의 인상 전에 완료된 양도행위에 대해서 도 개정된 세법을 적용하여 세금을 추징하도록 하는 것은 진 정소급에 해당된다. 그러나 세율 인상 전에 매입은 하였으나 아직 양도는 하지 않은 사람이 향후 양도행위를 하는 경우에 인상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진정소급에 해당된다.

우리 헌법과 판례는 진정소급은 엄격하게 제한하되 부진정 소급에 대해서는 소급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과 소급적용으로 추구하는 공익의 크기를 비교형량하여 추구하는 공익이 충분 히 큰 경우에는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다. 금산법 개정안의 소급적용이 진정소급인지, 부진정소급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진정소급인 경우에는 그 자체로서 위헌의 소지가 크다.

설사 부진정소급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소급적용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금산법의 금산분리 조항은 금융업 종간 시스템 리스크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은행업 이외의 금융업의 경우 규제를 가할 실익이 크지 않음에도 과 잉규제를 가하는 성격이 있다. 이는 금산법이 추구하는 공익 의 실체가 은행업 이외의 업종에 대해서는 크지 않음을 의미 한다. 금산법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공익 자체의 기반이 부실 한 것이다.

더욱이, 5%라는 기준선은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예 를 들면 4.99%와 5%간에 어떤 실질적인 지배력의 차이와 국민경

제에 대한 위험의 차이가 있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 다. 이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5%라는 기준을 정한 것은 승인기준 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자의성은 불가피하기 때문 이다. 이는 5%를 초과한 것을 이유로 처분명령을 내리는 조치가 추구하는 공익의 실체가 불분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산법을 이렇게 미래에 향하여 적용하는 것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금산법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신뢰이익을 침해하면서 불확실한 공 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위헌적이다.

소급적용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위법사유로 형성된 신뢰이 익은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률 에서 신뢰이익이란 선악이라는 가치판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 다. 예를 들어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인도 형사소송법상 공소시 효의 적용을 받는다. 살인범이 공소시효 제도의 존재로 기대하 는 신뢰이익도 보호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정신이다. 신뢰이익 의 보호는 법적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산법 개정안에 따른 처분명령을 소급하여 적용하 면 지배주주의 이익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삼 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에 대해 매각명령을 내 린다면 아무리 유예기간을 부여하더라도 20%가 넘는 비상장 주식을 매입할 원매자를 물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헐 값 매각이 불가피하다. 헐값 매각이 이루어지면 삼성카드의 기업가치에 훼손이 가해지고 이는 삼성카드의 지배주주는 물 론이고 모든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따라서 처분 명령의 소급적용은 추구하는 공익은 불분명하나 침해되는 사 익은 분명한 소급으로 위헌적 소지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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