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제한적인 개방, 내부 경제의 개혁조치, 시장의 허용과 공식화 등 일련의 개혁적 조치를 취해 왔다. 이러한 개혁적 조치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식량난을 동반해 극심해진 공급부족에 따라
계획경제시스템이 약화되고 비공식 경제활동이 확대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명시적 개혁조치로는 농업부문의 시범적 개혁 조치로서 ‘새로운 분조관리제’(1996)와 ‘포전담당제’(2002)가 있으며, 경제 일반의 개혁적 조치로는 ‘7·1경제관리개선조치’(2002)와 ‘6·28방침’(2012) 이 있다. 이외에도 ‘7·1경제관리개선조치’의 후속조치로서 다양한 개혁조 치가 있다.
일반 경제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식량위기 이후 농업부문에서도 개혁 적 조치를 취했다. 주요 개혁조치로 농업생산부문 분배체계 개혁조치, 농 업회생을 위한 해외자본의 유치 시도, 분권화 현상의 인정(공식화) 등이다.
이 과정에서 추진된 농업부문의 명시적 개혁조치로서 주목해야 할 것으로
‘새로운 분조관리제’(1996), 자본 유치를 위한 개방화 조치(1990중반∼
2007), ‘7·1경제관리개선조치’(2002), ‘6·28방침’(2012)이 있다. 본 연구에 서는 이들 개혁조치 중에서 농업부문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끼치거나, 농업 부문에 주로 해당되는 개혁조치에 대해 정리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이들 개혁적 조치는 <표 1-1>에 나타난 바와 같다. 우선 김일성 시대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체제를 수립하고 강화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 다. 김정일 시대에는 농업부문에서 많은 개혁적 조치가 취해졌으나 비교적 실체가 알려져 있는 ‘새로운 분조관리제’, ‘7·1경제관리개선조치’, ‘시장화 와 반시장화 조치’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김정은 집권 후에는 2012 년 6월에 ‘우리식 경제관리방식’(‘6·28방침’)을 발표하고 그 후속되는 조치 를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대해서는 이 새로운 방침과 농정시책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 방법은 다음 세 단계로 수행하고자 한다. 첫째, 각 농업개혁조치의 내용을 분석한다. 이는 해당 정책 및 조치사항에 관한 문건, 법령, 기사, 문 헌 등을 참고해 정리한다. 둘째, 각 농업개혁조치의 기대효과를 추론한다.
북한의 경제 및 농업 상황을 고려해 개혁적 조치의 기대효과를 논리적으로 추론하고자 한다. 셋째, 가능하다면 각 농업개혁조치의 효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농업생산 및 후속되는 정책의 변화를 통해 기대효과가 현실화 되고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표 1-1. 본 연구의 분석 대상 주요 개혁조치
1. 북한의 농정 변화
1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후 북한의 초기 농업정책은 사회주의 경제발전 단 계에 따른 농업 관련 법령의 정비와 함께 전개되었다. 1945년부터 1954년 까지 10년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초기 단계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모든 경제사회 부문에서 체제 정비를 위한 법령의 제정과 정 비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1954년부터 1960년까지는 북한 사회주의 혁명기 이다. 이 시기에는 농업부문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토지개혁 후 농업 협동화를 추진함으로써 군(郡)과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사회주의 농업관리구조를 공고히 한 것이다. 이 시기에는 협동농장과 국영 농장 등 집단농장의 설립, 그리고 농업지도체계의 구성에 관한 제도가 구 축되었다.
제1차 7개년계획(1961∼67) 기간은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사 회주의 경제발전의 목표를 수립하고 체제정비를 종료한 후 장기 경제개발 계획을 처음으로 추진한 기간이다. 이 경제개발계획 기간의 정책목표는 중 공업 발전, 경공업과 농업의 동시발전, 전국적 기술혁신, 문화혁명과 국민 생활 향상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목표를 기간 내에 달성하지 못해 경제 계획 기간은 3년 동안 더 연장되었다. 제1차 경제개발계획의 연장 기간에
1 김영훈, 남민지 2011. 북한의 농업법제 고찰. pp.16-18.
농업부문에서 중요한 조치가 새롭게 이루어졌다. 주요 조치는 농업협동조 합경영위원회의 조직, 북한 사회주의 농업정책의 강령(사회주의 농촌문제 테제) 제시 등이다.
제1차 7개년 경제개발계획과 연장 계획기간이 지난 후 1971년부터 북한 은 다시 6개년 경제계획(1971∼1976)을 추진했다. 이 시기의 정책목표는 공업의 근대화, 기술혁명의 추진 등에 두었다. 이 계획 기간의 종료 후 또 다시 1년간의 완충기를 두었다. 완충기는 새로운 경제개발계획의 준비기간 으로 설정되었으나 정규 계획기간 동안 달성하지 못한 정책목표를 마저 달 성하기 위한 기간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에 착수한 7개년계획(1978∼1984)은 경제 관리의 과학화, 기술혁 명, 석유화학공업의 발전, 수송의 근대화, 독립채산제 강화 등에 정책목표 를 두고 추진했다. 1980년대 초에는 ‘사회주의 경제 분야 10대 전망목표’
를 수립해 발표했다.2 10대 전망목표는 전력 1,000억 ㎾, 석탄 1억 2,000만 톤, 강철 1,500만 톤, 비철금속 150만 톤, 화학비료 700만 톤, 시멘트 2,000 만 톤, 직물 15억 m, 곡물 1,500만 톤, 수산물 500만 톤의 생산과 30만 ㏊ 의 간척지 개간 등이다. 그러나 이들 목표도 당초 계획한 대로 달성하지는 못했다. 북한 당국은 이 계획기간이 끝난 후 추가적인 조정기간(1985∼
1986)을 두었다.
제3차 7개년계획(1987∼1993)의 경제개발 목표는 1980년대 초 선정한 10대 전망목표의 지속 추진과 실현, 연료·동력·공업·운수 등 기간산업의 우선적 발전, 기술혁신의 촉진, 의식주 등 주민 생활의 향상, 무역 및 대외 경제사업의 확대 등에 두었다. 이 시기는 중국의 경제체제 전환이 거의 마 무리된 시기였으며, 구소련과 동구권이 주축이 된 사회주의 경제블록이 해 체됨에 따라 북한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진 시기이기도 하다.
북한은 본격적인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1971년에서 제3차 경제개발7개 년계획이 종료된 1993년까지 22년 기간을 ‘주체경제와 사회주의 완전승리
2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은 1980년대 말까지 이루어야 할 ‘경제분야 10대 전망목표’를 발표했다.
기’라고 칭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북한의 경제침체 가 사실상 시작된 시기이며, 북한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분적인 경제개 방에 착수하기 시작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기간 동안 농업부문에서는 특별한 조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토지법(1977)을 제정함으로써 토지와 부동산에 대한 사회주의 소유권을 확립한 바 있다.
북한의 1990년대 중반은 농업생산이 침체되어 식량난이 심각해진 시기 이다. 대외적으로는 특구 중심의 대외개방과 조정이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대외 개방적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법령 제정과 개정도 활발해졌다.
우선 외자유치를 위해 외자유치 관련 법령의 제정과 개정이 많이 이루어졌 으며 이와 함께 내부를 규율하는 법률도 정비되었다. 그것은 외자 유치 관 계법의 선행 법률로서 국내법이 존재해야 할 필요성을 북한 당국이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국제적 규범에 따라 개방을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국내법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법인식이 파급되었음을 의미한다. 국내법 은 주로 경제계획 및 경제관련법이 제정되거나 개정되었는데, 2000년 이전 에는 계획경제체제 강화에 중점을 두었으며 2000년 이후 개혁개방에 대응 해 외국인 투자 유치와 관련된 법률을 정비한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북한 경제발전 단계의 구분과 함께 이 시기에 개정된 헌법도 주목된다. 북한 헌법은 1948년, 1972년, 1992년, 1998년, 2009년에 크게 개정되었다.
1948년에 개정된 헌법은 구소련의 ‘스탈린 헌법’을 모델로 한 것으로 사회 주의 종주국인 소련의 헌법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1972년 개정헌법은 권력구조에 있어서 중국의 모델을 부분적으로 도입했으며 김일성 1인 독 재체제를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92년 개정 헌법은 김정일의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 헌법에서는 대외경제개방 조항 이 중국 헌법의 관련 조항과 유사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이 헌법의 제 16조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 영역 안에 있는 다른 나라 사람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장한다”라고 규정해 영내 외국인(투자자 및 관광객 등)에 대한 권익보장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하고 있다. 또 제17 조 제1항은 “자주, 평화, 친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대외정책의 기
연 도 단 계 주요 농정과제 비 고
헌법에서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주체성 및 독창성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사회협동단체의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독립채산제 실시 와 개인소유 확대도 규정하고 있다. 2009년에도 헌법이 개정되었는데 이 새로운 헌법의 경제 분야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개정헌법 제 29조에서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북한이 끊 임없이 추구해 온 사회주의에서 공산주의 체제로의 이행을 공식적으로 포 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