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6·28방침’의 내용
북한은 2012년 6월에 협동농장과 국영공장에 시장가격이 반영된 생산비 용을 선(先)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경제관리 대책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012년 6월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를 확립할 데 대해'라는 표제의 문건으로 새로운 경제관리조치(이하 ‘6·28방 침’)를 내부에 공표하고, 본격적인 시행 날짜는 동년 10월 1일로 정한 것으 로 알려진 바 있다. 이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시된 새로운 경제조치로서 전문가들의 주목을 끌었다.
‘6·28방침’이 담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협동농장의 작업분조 규모를 4∼6명 단위로 축소·관리하고, 작업분조에 토지와 생산을 할당한 다. 둘째, 생산물은 국가와 작업분조가 일정비율로 나누며, 국가는 ‘수매' 형식으로 생산량을 가져가고 작업분조 몫으로 남겨지는 생산물은 분조원 들에게 현물로 분배하도록 한다. 셋째, 국가는 작업분조에게 필요한 생산 비용을 선지불한다. 넷째, 생산비 책정이나 수확량에 대한 가격 평가 과정 에서 현실적인 시장가격을 반영한다. 이는 농산물 수매 혹은 농자재 공급 과정에서 국정가격이 기능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농업부문의 공장기업소에도 이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 전해졌다. 즉, 공장기업소의 경우에도 최초 생산비는 국가에서 ‘투자'하고, 기업은 그것 으로 원자재를 구입해 생산하고, 생산물을 판매하면 그 수입을 국가와 해 당 기업소가 일정 비율로 나눈다는 것이다. 북한은 협동농장과 공장기업소 에 미리 지불하는 생산비용을 ‘국가의 투자'이자 ‘선투자’로 표현했다. 이 표현에 의하면 선투자는 ‘재원 및 자재 부족 → 생산 감소 → 수입 감소 → 근로의욕 하락 → 생산 감소'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고 재생산구조를 회복 하는 데 핵심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매체는 각 도마다 한두 개소씩 시범 공장기업소와 시범 협동농장이 선정되었고, 이 시범단위에 국가의 투자가 추진되고 있다 고 보도한 바 있다.
3.2. ‘6·28방침’의 평가
‘6·28방침’은 개혁적인 조치로 소개된 바 있다. 또한 협동농장의 시범 단
위에서 생산이 상승하고 초과 분배를 받은 농민이 나오고 있다며 북한의 보도매체를 통해 그 성과가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6·28방침’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개혁적 성과를 내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다.
우선 비용의 국가 부담은 사회주의 경제관리체제의 전형이다. 중앙계획 경제체제가 공고하다면 국가는 마땅히 생산자재와 농자재를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에 공급해야 한다. 국가가 생산비를 보장하겠다는 것은 붕괴되고 있거나 약화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바로세우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둘째, 북한 산업부문(비농업부문)의 가동률은 평균적으로 30% 이하로 알 려져 있다.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인 비료의 공급도 총필요량의 절반을 밑 돌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가가 초기비용을 보장하는 방법은 시장가격으로 지불하는 것뿐이며 그 상황이 ‘6·28방침’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북 한은 이미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 국면에 있기 때문에 시장가격으로 농자재 를 보장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농자재의 시장가격은 계속 수령액 이 상으로 계속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개인 소유분의 처분을 자유화한다는 것은 곡물의 시장거래를 공식 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이미 거래되고 있는 것을 공식화하는 조치지 만 이로 인해 시장으로 유출되는 곡물의 양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경우 곡물의 국가 수매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작업분 조의 구성원 규모 축소는 새로운 분조관리제(1996)와 7·1경제관리개선조 치(2002)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그 후 실제로 작업분조의 규모가 축소되 었는지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96
이와 같이 ‘6·28방침’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개혁적인 조치로 해석하기 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그 실질적 의미는 취약해진 정부 재정을 확보 하자는 데 있는 것 같다. 이 방침은 붕괴된 정부 수매·조달체계를 보완해 국가가 농장과 공장기업소의 생산물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수단으
96 이외에도 불확실하지만 국가와 농장이 70:30으로 생산물을 나눈다는 내용도 있 다. 토지, 노동, 자본 등 생산의 3요소에서 국가가 협동농장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자본재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국가의 몫이 70%나 된다면 적절한 분배라 할 수 없다.
로 보인다. 그러나 ‘6·28방침’의 목적대로 단기적으로 정부 재정이 확보된 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6·28방침’의 내용대로 시행된다면 통화증발이 불가피하며 인플레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표 5-8. ‘6·28방침’의 주요 내용과 비평
< 주요 내용 >
협동농장과 공장의 생산에 필요한 초기비용을 국가가 우선 보장
비용은 시장가격으로 지불
협동농장의 작업분조 규모를 축소함
< 비 평 >
비용의 국가 보장은 전형적인 사회주의 경제
높은 인플레이션 하에서 시장가격 지불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작업분조 규모 축소는 무의미하게 반복
‘6·28방침’은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기 전에 내용상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붕괴된 조달분배체계 복원을 위해 선택된 초기생산비의 우선 보장과 생산물 분배 방침의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북한 정부가 화폐를 발행 해 생산비를 지불하고 목표한 수매량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다면 재정적자 누적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국가가 농자재 사용 비용 등을 사전에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 매가 끝나더라도 농장원에 돌아가는 몫은 제한적이다. 더욱이 북한 당국은 전체 협동농장과 주요 공장기업소들의 초기 생산비를 보장할 만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정적자가 누적된 상태에서 이 재 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화 증발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6·28방침’ 발표 이후 상품의 시장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97
97 ‘6·28방침’이 공표된 이후 북한의 시장환율 및 물가는 고공비행 중이다. 2012년 8월 함흥에서는 쌀이 6000원(kg), 신의주에서는 1위안(元)이 북한 돈 980원에 거 래되는 등 시장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면적인 시행을 앞둔 새
한편 반(反)개혁적인 조치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북한이 ‘6·28방침’ 시 행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친인민적 개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각 협동농장에서는 ‘토지정리 사업’의 일환으로 농민들이 개간하고 경작하고 있는 소토지를 협동농장 소유로 귀속시키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부업을 다시 규제하는 등 주민의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98
이러한 분석과 동향을 종합할 때 ‘6·28방침'은 경제개혁조치에 해당된다 기보다는 사회주의 경제체제 정상화 조치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 개방을 통해 외부의 자본이 투입되어 전반적인 공급부 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번 조치는 10년 전에 경험한 ‘7·1조치’의 재판 이 될 가능성이 높다.
로운 경제관리조치에 불안해하고 있는 주민들이 외화 및 쌀 확보에 나선 탓으로 해석된다(데일리NK. 2012.8.16. “北, 독립채산제 직장만 국가배급제 폐지한다.”).
98 데일리NK. 2012.8.23. “北, ‘6·28방침' 앞두고 농장원 통제 대폭 강화.”
< 김정일 시대의 농정 >
사회주의 경제권 해체와 함께 1980년대 말 이후 북한 경제는 장기간 침 체기에 접어들었다. 자본 부족으로 산업시설과 공장기업소의 가동률이 크 게 하락함에 따라 농업생산에 투입되어야 할 농자재 조달이 어려워졌다. 사회주의 혁명기에 활발히 건설해 놓았던 농업기반시설은 재정비되지 않 고 낙후되었으며 신규 조성도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졌다.
결국 북한은 김일성 사후 1990년대 중후반에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 칭하는 심각한 식량난 시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김정일 정부는 식량위기에 직면해 농업회생과 농업생산을 증대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 다. 이 노력은 주로 감자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작물 다양화’, 우량 종자 확보를 위한 ‘종자혁명’, 곡물 절약을 위한 ‘초식가축’ 사육 장려, 농 업기반정비사업 추진 등에 집중되었다.
작물 다양화 사업은 주로 감자재배와 이모작 면적 확대에 집중되었다. 북한은 새로운 식량원으로서 감자의 재배 면적을 4만 5,000ha에서 20만 ha 수준으로 넓히고 단위면적당 식량생산을 늘리기 위해 이모작 면적을 확대 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종자혁명도 강조했다. 옥수수는 다수확 품종을 개 발하고 맥류는 이모작 기간을 맞추기 위해 조생종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 았다. 특히 감자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우량 씨감자 공급을 확대하 는 노력을 기울였다.
식량 부족으로 곡물사료의 조달이 어려워지자 북한은 초식가축 사육을
장려했다. 이 시기 도입을 장려한 초식가축은 염소, 토끼, 오리 등이다. 이 가축들은 곡물 조달 부담이 적어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 적합한 축종으로 인식되었다. 이들 소가축과 가금은 특별한 자본장비 없이 사육하기 용이해 농촌의 부업으로 확산되었다.
1990년대 이전 북한의 농업생산기반 정비 사업은 간척과 산림 경사지를
1990년대 이전 북한의 농업생산기반 정비 사업은 간척과 산림 경사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