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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의 개요

4. 제주도 굿에 사용된 악기

제주도 굿에서 쓰이는 악기는 징, 설쇠, 북, 장구 등 타악기만이 쓰이고 피리, 젓대, 해금 같은 선율악기는 쓰이지 않는다. 무의식에서 타악기만을 쓰는 지역은 제주도, 동해안지방,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지방 등이다. 제주도 굿에 사용된 악기로는 징, 설쇠, 북, 장구가 있는데 이를 ‘연물’이라 하고 징, 설쇠, 북, 장구의 4종을 갖추 었을 경우에는 ‘​진 연물’이라 한다. 이외에도 요령과 바라는 춤을 추면서 사용하 였던 무구이다.

가. 징

제주도 굿에서 쓰는 징을 가르켜 ‘대양’ 혹은 ‘울집’이라고 부른다. 대양은 세수할 때 쓰이는 대야를 사투리로 ‘대양’, ‘대영’이라 이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믿 어진다. 놋으로 만들어졌으며, 직격은 약 32cm 깊이는 9cm 정도의 것으로 둘레에 는 손잡이용 끈이 달려 있어 한쪽 손으로는 들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굵은 채 를 가지고 쳐 울리게 되어 있다. 제주도 무악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악기로써, 주 로 장단 첫 박에 많이 치며 북, 설쇠와 더불어32 춤의 반주에 많이 쓰인다.

이 징에 대한 제주인들의 생각은 산육신(産育神) 신화(神話)인 삼승할망 본풀이에 나타나 있는데 그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55)

지상에 아직 산신(産神)이 결정되어 있지 않은 때 동해용왕 따님아기가 산신이 되려고 하여 이 땅에 와서 임박사 부인에게 자식을 잉태시켜 주었다. 그런데 아기를 해산시키는 방법을 몰라서 열두 달이 되어도 해산시킬 수 없어서 산부(産婦)나 뱃속의 아기가 위험한 상태에 빠졌다.

임박사는 고민 끝에 산정에 제단을 차리고 부지런히 징을 치면서 하늘에 호소를 했더니, 이 징 54) 김미영, 『제주도 칠머리당 영등굿의 구성 및 북가락 연구』, 전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교육전공

석사학위논문, 1995년,23~26쪽

55) 김형진, 『제주도 칠머리당 영등굿 무가연구(巫歌硏究)』, 원광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악교육전공 석사 학위논문, 2002년, 39~40쪽

소리가 옥황상제의 귀에 들려 임박사의 호소가 전달되고, 드디어 명진국 따님아기씨가 정식으로 산신으로 취임하게 되었다는 삽화가 전해진다.

나. 장구

제주도에서 쓰이는 장구는 ‘장귀’라고도 부르며, 육지 지방의 것과 비교하여 보면 약간 작다. 장구는 직경 30cm 내외로 되어 있고 통의 길이는 45cm 내외 것으로 나무통은 중앙 부분에서 3부분으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3동막 살장고’라 한다.

오른손으로는 가늘고 긴 대나무로 만든 열채를 쥐고, 오른편 복판을 치며 변죽은 치지 않는다. 왼손은 손바닥을 펴서 복판을 친다. 장구는 무가 반주에 주로 쓰인다.

다. 북

북은 ‘울북’이라고도 한다. 높이 22cm 정도의 북통 양면에 쇠가죽을 붙인 양면고 (兩面鼓)로서 직경은 35cm 정도 된다. 육지지방에 비하여 지름이 크고 높이가 얕아서 넓적하게 된 것이 많다. 모양은 풍물북과 같아서, 못으로 가죽을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끈이나 가는 가죽을 번갈아 얽어맨다. 북채는 손가락 굵기의 대나무 밑동으로 만든 것이고 끝은 대나무 뿌리 부분으로 공이와 같이 조금 굵게 되어 있는데 끝이 밖으로 약간 휘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북은 주로 남자가 치며, 얕은 소쿠리나 바구니에 북을 비스듬히 세워 놓고 양손에 북채를 갈라 쥐고 북의 한 면만을 친다. 오른손을 아래에 두고 왼손을 위에 두고 치기 때문에 오른손에 드는 채를 ‘알채’, 왼손의 채를 ‘윗채’라고 부른다. 주로 채는 번갈아 가면서 치며 알채를 주박(主拍)에서 크게 친다. 또한 심방의 굿소리 (굿노래)에 대한 반주로서 북을 칠 때는 판소리의 북장단을 치는 것과 같이 두 손으로 가죽을 친다.

굿에서 북은 춤의 반주에 쓰이고 그 밖에 소리 반주에도 쓰이는데 춤의 반주에 는 설쇠, 대양과 함께 편성된다.

라. 설쇠

육지 지방의 꽹과리를 이곳 제주도에서는 ‘설쇠’라 부른다. 육지 지방의 꽹과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지만, 그 형태나 연주하는 방식은 다르다. 설쇠는 밑이 볼록한 놋쇠그릇 비슷하게 만든 것으로 채를 엎어 놓아둔 그 위에 설쇠를 엎어놓고 헝겊 으로 꼰 설쇠채를 양손으로 쥐고 친다. 리듬꼴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데, 이를 구음으로 설명하면, 늦-광 낫-광으로 시작하여 그 빠르기가 점차적으로 빨라지면

‘열두 당번’으로 치게 된다. 주로 심방이 춤을 출 때에 소미가 설쇠로 반주한다.

마. 요령

‘방울’이라고도 하며 악기라기보다 ‘바라’와 같이 무구(巫具)의 하나이다. 음향을 발하여 악기와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다른 악기와 합주하는 것이 아니고, 절차 중간부분에 흔들어 소리를 낸다.

심방들은 요령소리가 신역의 문을 열고 신을 청해 들이는 기능이 있다고 밝히는데 무조신화(巫祖神話)인 초공본풀이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절간에 기도하여 낳은 딸을 남기고 벼슬살이 나가는 부모가 딸의 안전을 위하여 방 안에 가두고 단단한 자물쇠를 잠가두었다. 이때 황금산 절(寺)의 스님이 이 집을 찾아와서 요령을 세 번 흔들어 울리자 단단히 잠긴 딸의 방문이 저절로 열려서 딸이 나왔다. 스님은 딸의 머리를 세 번 쓸고 무조신(巫祖神)을 잉태시켰다는 설화가 있다.56)

바. 바라

흔히 ‘바랑’이라고 부른다. 놋쇠로 만든 접시 모양의 것으로 배면(背面)의 중심 부에는 끈이 붙어 있다. 이것은 육지 본토의 타악기인 ‘바라’, ‘자바라’와 비슷한 모양을 갖춘 것으로 근래에는 바랑이 거의 없어져서 놋쇠로 만든 밥그릇 뚜껑을 가지고 대용하는 일이 많다.57)육지 지방에서와 같이 둥글게 놋쇠판을 쳐서 만든 것도 있지만 대개 놋사발 뚜껑 두 개를 마주쳐서 대신하기도 한다. 바라는 흔히 쓰이는 것이 아니고 [불도 맞이] 나 [석살림]과 같은 불교적 색채가 짙은 절차에 흔들어 소리를 낸다.

사. 산판

산판은 천문, 상잔(산잔(算盞)), 산대(算臺)로 이루어져 있다.

천문은 놋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직격 6cm 내외의 엽전 모양의 것이다. 중앙에 네모난 구멍이 있고 표면에는 ‘천지일월(天地日月) 또는 천문일월(天門日月) 혹은 천지문(天地門)’이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다.

상잔(算盞)이란 직경이 4cm 내외, 깊이 2cm 내외의 놋 제품으로 술잔과 같은 것이다. ‘상’은 산(算)의 변음으로 점(占)의 의미가 있고 잔(盞)은 술잔의 의미로

56) 현용준, 『제주도 무속 연구』, (집문당, 1986), 420쪽

57) 김지수, 『제주도 칠머리당굿의 형식과 춤사위에 관한 연구』, 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무용대학원, 2003년, 33쪽

곧 점치는 잔이라는 의미의 말이다.

산대(算臺)는 직경이 11cm 내외에 깊이 1cm 정도의 접시 모양의 것으로 점치는 잔의 대(臺)라는 말이다. 이 산대 위에 천문 두 개와 상잔 두 개를 올려놓아 이 것을 한 조로 하여 산판(산반(算般))이라 총칭한다. 그 형태로 보아 옛날의 엽전을 모양 딴 것임에 틀림없다. 천문을 지방에서와 같이 둥글게 놋쇠판을 쳐서 만든 것도 있지만 대개 놋사발 뚜껑 두 개를 마주쳐서 대신하기도 한다. 바라는 흔히 쓰이는 것이 아니고 [불도 맞이] 나 [석살림]과 같은 불교적 색채가 짙은 절차에 흔들어 소리를 낸다.

이 산판이 무구(巫具)로 된 유래도 초공본풀이에 설명되어 있다.

양반의 자식들 때문에 과거 급제를 취소당한 삼 형제가 아버지인 소사 중을 찾아가서 억울함을 호소하자, 아버지는 “여기에 올 때 무엇을 본 것이 없느냐”라고 묻는다. 이에 “처음에는 하늘을 보고 다음에 땅(地)을 보고 마지막에 문(門)을 보았습니다.”라고 삼 형제가 대답하니, “너희들이 여기에 올 때 본 것처럼 천지를 공경하고 집집마다 문을 돌아다니면서 곧 무의(巫儀)를 하여 돌아다니면서 살아야 한다.”라고 해서 천지문(天地門)이라는 문자가 새겨진 천문(天文)을 주었 다고 하고, 또 상잔은 어머니가 삼 형제를 낳았을 때 목욕시킨 그릇이라 한다. 그래서 천문은 남자를, 상잔은 여자를 상징한다고 한다.

또 다른 무조신(巫祖神)인 유씨 부인의 이야기에는 유씨 부인이 7세 때 어떤 중으로부터 엽전 세 개를 받았는데, 원인 불명의 병에 걸리고 77세까지 병으로 고생하다가 77세 때에 드디어 무의(巫儀) 하기 시작하여 병이 낫고, 천지(天地)의 모든 것을 아는 심방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천문(天文)이 엽전으로부터 유래한 것을 말해준다. 한편 상잔(算盞)은 무조신(巫祖神) 삼 형제가 목욕한 그릇이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이것은 설화적 결부일 뿐이고, 실은 문자 그대로 제기(祭器)의 술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아. 신칼

58)

신칼은 길이 25cm 내외, 날의 길이가 13cm 내외, 자루의 길이 12cm 내외의 것으로 자루에는 창호지를 길게 끊은 다음 묶어 맨 끈이 달려 있다. 이를 ‘신칼치마’

라고 한다. 옆면에는 S자 모양처럼 흔들흔들하게 가늘고 긴 검선이 새겨져 있는 것이 많고 또 자루는 일직선이 되지 않아서 조아져 있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 신칼로 신의(神意)를 알아보는 점을 친다.

이 신칼이 기본무구(基本巫具)로 된 데 대하여는 초공본풀이가 그 배경 설명을

58) 위의 논문, 32쪽

하고 있다. 초공본풀이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59)

지(地), 인(人)이라고 새겨진 천문을 주고 어머니를 구하는 방안을 가르쳐 주었다. 삼 형제는 산에 올라 머구나무를 끊어다 쇠가죽, 말가죽을 붙여서 북과 장구를 만들었다. 또 모래로 틀을 떠서 산판과 신칼을 만들었다. 아버지가 가르쳐 준 대로 이 무구(巫具)를 갖고 나흘 간 악기를 울리 면서 굿을 하니, 감옥의 문이 스스로 열려 모친을 구할 수 있었다. 삼 형제는 이 신칼을 내두르며 양반의 자식의 목을 베어 복수를 했다.

지금까지 제주도 굿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무구(巫具)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러한 무구가 나타난 배경이 전설로써 혹은 신화로써 재미있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제주도의 굿을 설명할 때 위의 신화들을 재미있게 각색하여 전해 준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우리 지역의 전통

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러한 무구가 나타난 배경이 전설로써 혹은 신화로써 재미있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제주도의 굿을 설명할 때 위의 신화들을 재미있게 각색하여 전해 준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우리 지역의 전통